틱톡 라디오(TikTok Radio),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앱 타고 미국 전역 28개 방송국으로 귀환
소셜·지상파·스트리밍 결합한 '공용 라디오 앱' 모델 미국서 본격화…틱톡 팟캐스트 네트워크 크리에이터 5팀 공개
라디오는 죽은 게 아니다. 죽어가는 쪽은 라디오를 찾는 ‘방식’이다.
이제 젊은 세대는 틱톡(TikTok)의 짧은 클립에서 음악을 ‘발견’하고, 곧바로 무료 스트리밍 앱으로 넘어가 ‘재생’한다. 전국망 주파수를 쥔 지상파 라디오는 여전히 압도적인 물리적 도달력을 갖고 있지만, 스마트폰 네이티브 세대의 일상 속에서 라디오 앱을 열게 만드는 힘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틱톡은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쥐고도, 이들을 오래 붙들어 둘 ‘듣기 습관’을 설계해 줄 자체 오디오 인프라는 부족했다. 이 서로 다른 결핍을 한 번에 메우는 해법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소셜·지상파·스트리밍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는 '공용 라디오 앱(Common Radio App)'이다.
틱톡(TikTok)이 2021년 첫 선을 보였던 유료 위성 라디오 채널 ‘틱톡 라디오’를 사이리우스XM(SiriusXM)에서 떼어내, 2026년 3월부터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의 ‘틱톡 라디오 프롬 아이하트(TikTok Radio from iHeart)’로 갈아탄 것도 이 구조적 전환의 연장선이다.
월정액을 내야 하는 위성 라디오 대신, 지상파 라디오·디지털 스트리밍·팟캐스트를 모두 무료 앱 하나에 모은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를 선택함으로써, 틱톡은 자사 크리에이터의 파급력과 아이하트가 쥔 전국 28개 방송국의 전파망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어냈다. 한국 방송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이 지점이다. KBS·MBC·SBS 라디오가 각자 앱을 띄우며 청취자를 쪼개 놓는 사이,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앱 하나로 모든 라디오를 듣는’ 공용 라디오 앱의 판이 짜이고 있고, 그 위에 틱톡 같은 글로벌 소셜 플랫폼이 올라타 차세대 오디오 다이얼의 주인을 선점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 무료 앱 + 전국 28개 방송국…이중 인프라로 청취자 흡수
'틱톡 라디오 프롬 아이하트(TikTok Radio from iHeart)'는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음악을 결합한 라이브 오디오 채널로, 3월 13일(March 13)부터 무료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앱과 뉴욕(New York), LA(Los Angeles), 애틀랜타(Atlanta), 오스틴(Austin), 시카고(Chicago), 댈러스(Dallas), 내슈빌(Nashville), 마이애미(Miami) 등 전국 28개 방송국에서 동시 송출된다.
2021년 8월 위성 라디오 사업자 사이리우스XM(SiriusXM)에서 처음 선보였던 틱톡 라디오는 계약 만료 시점을 계기로 파트너를 갈아탔다. 결정적인 차이는 ‘유료’와 ‘무료’다. 월정액을 내야 듣는 사이리우스XM과 달리, 아이하트라디오는 광고 기반 무료 모델로 누구나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접속할 수 있다. 틱톡 입장에서 보면, 이미 자사 앱 생태계에 익숙한 수억 명의 이용자를 “돈 내고 듣는 낯선 채널”이 아니라 “무료 공용 라디오 앱 속 하나의 채널”로 부드럽게 안내할 수 있는 최적의 출구를 확보한 셈이다.
프로그램 구성도 철저히 틱톡식이다. 틱톡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주간 TOP 10을 카운트다운하며 곡과 아티스트의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비하인드 더 차트(Behind‑the‑Charts)’, 매 시각 20분마다 생활·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팁을 쏟아내는 ‘핵스 온 더 :20s(Hacks on the :20s)’, 일상과 문화 이슈를 가볍게 논쟁하는 ‘핫 테이크스(Hot Takes)’, 금요일마다 신보를 집중 조명하는 ‘뉴 뮤직 프라이데이즈(New Music Fridays)’, 틱톡에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신예 아티스트를 띄우는 ‘온 더 버지(On the Verge)’ 등 다섯 개 고정 코너가 편성됐다. 진행은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등 전국 5개 권역을 대표하는 아이하트 DJ 카일라 토마스(Kayla Thomas), 애슐리 영(Ashlee Young), 존 코무쉐(Jon Comouche), 베키 미츠(Becky Mits), 앤젤리나 나르바에스(Angelina Narvaez)가 시간대를 나눠 맡는다.
특히 론칭 첫 주말에는 SXSW 현장을 그대로 ‘포유 피드(For You Feed)’로 옮겨온다. 3월 13일 오후 9시(중부 표준시) 첫 생방송을 시작으로, 그레이스 웰스(Grace Wells, @gracewellsphoto), 매디슨 테블린(Madison Tevlin, @madisontevlin), 에릭 세데뇨(Eric Sedeño, @ricotaquito), 브리 스티븐스(Bree Stephens, @thewatchedlist) 등 틱톡 대표 크리에이터들이 아이하트팟캐스트 호텔 부스에 수시로 들러 인터뷰와 깜짝 코너를 소화한다. 현장에서 캡처한 영상·오디오 클립은 다시 틱톡과 아이하트 채널, 브랜드 파트너 플랫폼으로 재유통되며, “라디오 ↔ 소셜 ↔ 라이브 이벤트”를 순환시키는 360도 오디오 루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 크리에이터를 '라디오 스타'로…틱톡 팟캐스트 네트워크 가동
틱톡과 아이하트가 함께 여는 오디오는 라디오 채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파트너십의 또 다른 축은 ‘틱톡 팟캐스트 네트워크(TikTok Podcast Network)’라는 이름의 크리에이터 팟캐스트 묶음이다.
아이하트미디어가 편성과 배급을 맡는 이 네트워크의 1차 라인업으로는 레레 폰스(Lele Pons)의 ‘스위트 305(Suite 305 With Lele Pons)’, 패션 에디터 캐롤라인 바자나(Caroline Vazzana)의 ‘캐롤라인스 클로젯(Caroline’s Closet)’, 스포츠 크리에이터 팀 마틴(Tim Martin)의 ‘스포츠 슬라이스(Sports Slice)’, 전직 미식축구 선수 출신 바이럴 크리에이터 클리퍼드 테일러 4세(Clifford Taylor IV)의 ‘더 클리퍼드 쇼(The Clifford Show)’, 미디어 퍼스낼리티 카터 그레고리(Carter Gregory)의 ‘더 셋 리스트(The Set List With Carter Gregory)’ 등 다섯 개 프로그램이 선정됐다. 보험 브랜드 가이코(Geico)가 네트워크의 공식 런칭 스폰서를 맡았고, 향후 최대 25개까지 크리에이터 기반 팟캐스트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틱톡 글로벌 미디어·라이선싱 파트너십 총괄 댄 페이지(Dan Page)는 “크리에이터가 열정을 지속 가능한 커리어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틱톡의 핵심”이라며, “라디오, 팟캐스트, 라이브 현장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를 확장하는 강력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이하트미디어 최고프로그래밍책임자(CPO) 톰 폴레만(Tom Poleman) 역시 이번 채널을 두고 “크리에이터, 음악 팬, 방송 진행자가 실시간으로 만나는 살아 있는 ‘포유 피드(For You Feed)’”라며, 소셜 피드를 닮은 라디오 채널을 발판으로 오디오·비디오·라이브를 아우르는 360도 경험을 예고했다. 틱톡 입장에서는 알고리즘 피드 위에서만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를 라디오·팟캐스트의 ‘호스트’로 승격시키며, 플랫폼 바깥으로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오디오 IP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셈이다.
■ 미국 존속 확보한 틱톡의 다음 수 — 한국 라디오에 던지는 질문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지난 1월, 워싱턴이 밀어붙인 이른바 ‘매각 아니면 금지(divest‑or‑ban)’ 법률 요건을 맞추기 위해 미국 내 새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오라클(Oracle), 실버레이크(Silver Lake),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 등 미국·우방국 투자자들이 이 합작법인 지분 80.1%를 나눠 갖고, 바이트댄스는 19.9%만 보유하는 구조다. 사실상 “미국법인 지배권을 넘기는 대신, 서비스 금지는 피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정치·규제 리스크라는 발목을 떨쳐낸 틱톡이 그 다음 수로 꺼내 든 첫 카드가 바로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와의 오디오 동맹이다.
한국 라디오 산업에 주는 함의는 크고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먼저 드러나는 건 ‘공용 앱’의 부재다. 미국에서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는 지상파 라디오 채널과 디지털 전용 채널, 수천 개의 팟캐스트, 여기에 틱톡이 가져온 크리에이터 콘텐츠까지 한데 묶어,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관통하는 사실상의 ‘공용 라디오 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KBS·MBC·SBS는 물론 지역 민방과 종교·전문 채널까지 각자 따로 앱을 운영하고 있어, 청취자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채널 수만큼 앱을 설치하고, 알림과 UI를 따로따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불편과 마찰이 누적될수록, 젊은 청취자일수록 굳이 국산 라디오 앱 대신 글로벌 스트리밍·소셜 오디오 플랫폼으로 이동할 유인이 더 크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K‑팝과 K‑콘텐츠의 미국 라디오 접근 경로가 구조적으로 열렸다는 점이다.
틱톡은 아이하트라디오를 통해 전국 28개 방송국에 ‘TikTok Radio from iHeart’를 동시 편성하고, 틱톡 팟캐스트 네트워크(TikTok Podcast Network)를 아이하트의 배급망 위에 얹으면서, 크리에이터·아티스트 콘텐츠를 미국 전역의 지상파·디지털 오디오 인프라와 직접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이 파이프 안에 한국의 크리에이터와 K‑팝 아티스트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미국 라디오·팟캐스트 생태계에서의 존재감도 달라질 수 있다. 국내 방송사와 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공용 플랫폼을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접속하고 공동 편성·공동 제작·광고 세일즈를 설계할지, 오디오 전략의 판 전체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