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 콘텐츠 협력
광주 KOCAF 포럼서 확인한 협력 가능성… 공동 창작·AI 기술·인력 교류로 글로벌 시장 공동진출 제안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콘텐츠 협력을 작품 수출과 제작비 분담에서 공동 지식재산권(IP) 개발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획 단계부터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창작 권한과 수익을 공유해 세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14일 지디넷코리아에 게재한 칼럼에서 중앙아시아를 K-콘텐츠의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며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이자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인 고 교수는 공동 IP 개발, 인공지능(AI)과 콘텐츠 기술을 결합한 엔터테크 협력, 인력 교류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번 제언은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은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개별 회담과 다자 정상회의를 진행한다. 14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15일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 16일 오전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과의 개별 회담에 이어 같은 날 오후 첫 다자 정상회의가 열린다. 2007년 출범한 장관급 협력의 틀이 정상급으로 확대되는 자리다.
주요 협력 분야는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미래산업, 통관·규제·지식재산권, 인프라·플랜트, AI·디지털·과학기술 등이다. 기후변화와 수자원 관리, 재난 대응, 테러·마약·사이버범죄 대응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산업과 자원을 중심으로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콘텐츠 분야에서도 장기적인 동반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 고 교수의 제안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이달 11일 광주에서 열린 K-콘텐츠 아카데미 포럼(KOCAF)의 중앙아시아 콘텐츠 협력 포럼이다. 광주 에이스페어 공식 행사로 마련된 포럼에는 한국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의 미디어·콘텐츠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고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광주 에이스페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 주최로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KOCAF는 2024년 2월 출범한 한류 콘텐츠 전문가 협력 플랫폼으로, 2025년 2월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이 제2대 회장을 맡았다.
칼럼이 제시한 협력 단계
수출 시장에서 공동 창작 파트너로
고 교수는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에서 누구와 어떤 콘텐츠를 함께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완성한 작품을 해외 플랫폼과 유통망에 판매하는 방식이 성장을 이끌어 왔다면, 앞으로는 현지 파트너와 기획·제작 단계부터 협력하는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중앙아시아의 가능성으로는 젊은 인구, 디지털·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 고유한 역사·문화 자산,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꼽았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중앙아시아를 K-콘텐츠의 주변 시장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현지화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봤다. 콘텐츠는 문화와 정서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번역과 더빙에 더해 현지 사회의 역사와 가치관, 가족관, 유머, 세대별 감각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가 소개한 포럼 사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는 현지 최초의 K팝 공연이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으며, 한국과 카자흐스탄 제작사의 협력이 영화 및 리메이크 공동제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상대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개별 작품의 성공을 넘어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제작비 분담 넘어 창작 권한과 IP 공유
첫 번째 과제는 공동제작을 공동 IP 개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제작비를 나누거나 촬영지를 공유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의 창작 권한과 IP를 실질적으로 함께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IP의 소유권과 활용 권한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한다. 제작 과정에서 어떻게 협력할지뿐 아니라 작품이 유통되고 후속 사업으로 확장될 때 양측이 어떤 권리와 수익을 갖는지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에 따르면 포럼에서도 국제 공동제작의 핵심 요소로 자원과 위험의 분산, 시장 접근성 확대, 전략적인 IP 배분, 창작 리더십이 함께 논의됐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한국 제작사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창작자가 기획 단계부터 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을 공동 개발하고 IP를 함께 보유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 등으로 유통을 확대하면서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다.
공동 개발의 출발점으로는 음식 콘텐츠를 꼽았다.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 관광,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고 언어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음식·사람·역사를 연결한 푸드 팩추얼 콘텐츠를 공동 IP로 개발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협력의 방향은 ‘Made in Korea’에서 ‘Made with Central Asia’로의 전환으로 요약된다.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를 판매하는 관계에서 양측이 제작과 권리 보유에 함께 참여하는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다.
AI·버추얼 프로덕션 등 엔터테크 협력 확대
두 번째 과제는 AI와 콘텐츠 기술을 결합한 엔터테크 협력이다.
고 교수는 카자흐스탄 미디어 기업들이 뉴스·음성·디자인 등 방송 제작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 시간을 줄이고 인력을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시키려는 시도다. 포럼에 참석한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작 공정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국제AI센터 알렘에이아이(ALEM.AI)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아스타나허브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는 2024년 12월 자슬란 마디예프 당시 디지털개발혁신항공우주산업부 장관의 발표를 통해 센터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아스타나타임스는 2025년 4월 마디예프 장관이 2029년까지 카자흐스탄의 AI 솔루션 수출을 50억 달러로 확대하고, 연간 AI 전문인력 1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센터에는 학생 교육 시설과 스타트업 캠퍼스, 중국 로봇기업 AGIBOT의 연구개발센터 등을 조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중앙아시아 미디어 기업의 역내 진출 경험도 협력의 기반으로 거론된다. 포럼에 참석한 카나트 사하리야노프가 이끄는 아타메켄 비즈니스 미디어홀딩은 카자흐스탄의 경제 전문 매체를 운영한다. 아스타나타임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 5월 키르기스스탄에 스튜디오를 열고 현지 방송을 시작했다. 자국을 넘어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 사례다.
고 교수는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기술과 이야기를 기획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기술을 공급하고 중앙아시아가 소재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에서 더 나아가 양측이 창작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야로는 생성 AI를 활용한 다국어 콘텐츠 제작과 현지화, 버추얼 프로덕션 공동 스튜디오, 문화유산의 확장현실(XR) 콘텐츠화, AI 기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제시했다.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와 유목문화, 자연환경, 역사적 서사는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했다.
젊은 제작인력 교류와 제도적 기반 마련
세 번째 과제는 인력 교류다. 고 교수는 키르기스스탄과의 협력 논의에서 기자·PD·작가·기술인력 등 젊은 콘텐츠 인재들이 서로의 문화와 제작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로그램 거래와 함께 인력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야 장기적인 협력 역량이 쌓인다는 설명이다. 교류 분야도 기존 방송 제작에 더해 AI, 버추얼 프로덕션, XR 등 새로운 제작 기술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에는 민간이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공동제작협정과 공동펀드, 인력 교류 지원, IP 보호, 투명한 정산 체계 등이 주요 과제다. 민간의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국경을 넘는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인적 교류는 이번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된다. 정부는 2027년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정착 90주년을 계기로 한국어·문화 교육과 청년·인재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기업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하는 한-중앙아시아 비즈니스 서밋도 열린다.
외교·경제 분야의 교류 확대를 콘텐츠 인재와 제작 현장의 협력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공동제작을 지속하려면 프로젝트별 만남에 더해 서로의 언어와 문화, 제작 방식에 익숙한 인력을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고 교수 제언의 핵심이다.
공동 IP를 바탕으로 제3국 시장까지
고 교수가 제시한 협력 구상은 콘텐츠 수출에서 출발해 현지화, 공동제작, 공동 IP 개발, 글로벌 공동진출로 이어진다. 현지 시장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경험을 쌓고, 문화적 이해와 제작 협력을 심화한 뒤 함께 보유한 IP를 바탕으로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하는 흐름이다.
최종 목표는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공동 개발한 콘텐츠를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양측의 협력이 서로의 시장에 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3국 진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 경험과 중앙아시아의 문화적 자산을 결합하고 창작 권한과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도 이러한 공동 창작과 공동진출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
▶ 칼럼 전문 보기 — 지디넷코리아 「[고삼석 칼럼] K-콘텐츠의 다음 파트너, 중앙아시아와 ‘공진화’해야」(2026년 9월 14일)

출처
1. 고삼석, 「[고삼석 칼럼] K-콘텐츠의 다음 파트너, 중앙아시아와 ‘공진화’해야」, 지디넷코리아, 2026년 9월 14일. https://zdnet.co.kr/view/?no=20260914132559
2. 「제2회 K-콘텐츠 아카데미 포럼, 11일 광주서 개최」, K-헤리티지뉴스. https://khf.news/View.aspx?No=4220704
3. 2026 광주 ACE Fair 전시개요(2026년 9월 10~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 문화체육관광부·광주광역시 주최). https://www.acefair.or.kr/fairContents.do?FAIRMENU_IDX=119&hl=KOR
4. 「K콘텐츠아카데미포럼 제2대 집행부 출범… 신임 회장에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이로운넷.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53153
5. 「李대통령, 16일 서울서 ‘한-중앙아 정상회의’ 주재…‘서울선언’ 발표」, 파이낸셜뉴스, 2026년 9월 11일. https://www.fnnews.com/news/202609111405242654
6. 「李대통령, 14~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핵심광물 공급망 넓힌다」, 아시아경제, 2026년 9월 11일.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91113482567457
7. “Kazakhstan Seeks to Attract 10,000 AI Specialists Annually”, The Astana Times, 2025년 4월. https://astanatimes.com/2025/04/kazakhstan-seeks-to-attract-10000-ai-specialists-annually/
8. “A new Inter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 to open in Astana”, Astana Hub, 2024년 12월 12일. https://astanahub.com/en/article/v-astane-zarabotaet-mezhdunarodnyi-tsentr-iskusstvennogo-intellekta
9. “Atameken Business Channel Opens Studio in Kyrgyzstan”, The Astana Times, 2020년 5월. https://astanatimes.com/2020/05/atameken-business-channel-opens-studio-in-kyrgyzstan/
10. USD/KRW 과거 데이터, 인베스팅닷컴. https://kr.investing.com/currencies/usd-krw-historical-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