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디오 오케스트레이션' 시대가 열린다 — 히그스필드(Higgsfield)의 부상이 보내는 구조적 신호
마돈나·윌 스미스가 선택한 AI 영상 플랫폼, 기업가치 1.3조 원 돌파
"바이럴 트렌드가 사라지기 전에 영상을 만들어라"
히그스필드(Higgsfield)는 짧은 입력만으로 광고·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영상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생성형 비디오 AI 플랫폼/회사다.
이 회사는 마케터를 위한 AI 비디오 플랫폼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 2,5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부상은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담이 아니다. 생성 AI(Generative AI) 비디오 시장이 단일 모델 경쟁에서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Orchestration Layer)'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AI 비디오 시장의 진짜 승자는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마케터가 트렌드가 사라지기 전에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생산 인프라를 장악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 히그스필드(Higgsfield) AI로 제작된 영상 스틸컷. 우측 상단에 'HIGGSFIELD AI' 워터마크가 표시돼 있다.
트렌드는 승인 대기 중에 사라진다
소셜 미디어에서 문화의 반감기(半減期)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노래 하나가 바이럴되고, 밈(Meme) 포맷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다가, 기업 마케팅팀이 캠페인 승인을 마치는 시점에는 이미 인터넷이 다음 트렌드로 넘어가 있다. "마케팅팀이 젊은 세대에게 무엇이 실제로 주목받는지 매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히그스필드 창업자 알렉스 마쉬라보프(Alex Mashrabov)는 말한다.
스냅(Snap)에서 생성 AI 사업을 이끌었던 마쉬라보프가 2023년 10월 설립한 히그스필드는 마케터와 브랜드를 위한 엔드투엔드(End-to-End) AI 소셜 비디오 플랫폼이다.
회사명은 양자물리학의 '힉스 장(Higgs Field)'에서 차용했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브랜드의 아이디어에 온라인 영향력을 부여하는 인프라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히그스필드의 피치(Pitch)는 단순하다. '트렌드가 사라지기 전에 온브랜드(On-Brand) 영상을 만들어라.'
히그스필드 핵심 지표
단일 모델이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
매주 새로운 AI 비디오 모델을 출시하는 경쟁과 달리, 히그스필드는 스스로를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Orchestration Layer)로 규정한다. 구글(Google), 프리픽(Freepik) 등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통합해 사용자가 목적에 따라 최적 모델을 고를 수 있게 한다. 히그스필드 자체는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 사전학습은 하지 않으며, 자체 데이터로 파인튜닝(Fine-tuning)과 포스트 트레이닝(Post-training)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마쉬라보프가 경쟁 벤치마크로 오픈AI(OpenAI)나 어도비(Adobe)가 아닌 바이트댄스(ByteDance)를 꼽는다는 사실이다. 캡컷(CapCut)부터 바이트플러스(BytePlus) 마케팅 클라우드까지 수직 통합된 생태계를 구축한 바이트댄스야말로 진짜 경쟁자라는 인식이다.
"캡컷은 어도비를 포함한 어떤 기존 소프트웨어보다도 마케터와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하다." — 알렉스 마쉬라보프 (Alex Mashrabov), 히그스필드 CEO
히그스필드는 소라(Sora) 같은 소비자 대상 AI 툴과도 선을 긋는다. 소비자 플랫폼은 생성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낮춰 규모를 확보해야 하지만, 히그스필드는 예산과 마감이 있는 전문 팀의 속도(Velocity)와 처리량(Throughput)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고 마쉬라보프는 강조한다. "히그스필드에서는 1인이 하루에 30~40초 분량의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마케터 중심 워크플로: 프롬프트 엔지니어 없이도 된다
워크플로는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이미지 생성, 스틸 이미지의 영상 전환, 프리셋(Preset) 애니메이션, AI 인플루언서(AI Influencer)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플랫폼별 최적 사이즈로 자동 렌더링되며, 카타르 항공(Qatar Airways)은 정적 브랜드 에셋을 히그스필드로 숏폼 영상으로 전환해 2026년 신년 캠페인에 활용했다.
플랫폼의 초기 사용자는 크리에이터였다. 스눕 독(Snoop Dogg), 마돈나(Madonna), 윌 스미스(Will Smith) 등 아티스트들이 카메라 컨트롤과 비주얼 이펙트를 실험하며 기존 콘텐츠를 증폭했다. 이 경험이 점차 마케터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로 진화해, 지금은 전체 활동의 85%가 브랜드 캠페인에서 발생한다.
광고 에이전시 코드앤씨어리(Code and Theory)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책임자 알렉스 포스터(Alex Foster)는 히그스필드를 '아이디어를 매우 빠르게 가시화하는 래피드 프로토타이핑 엔진(Rapid Prototyping Engine)'이라고 정의한다. WPP의 이노베이션팀은 동일한 프롬프트를 복수의 AI 시스템에 돌려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느 모델이 '최고'인지보다, 최소한의 마찰로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결과를 내는 모델이 어느 것인지가 실무의 핵심 질문이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코드앤씨어리의 데이비드 도시(David Dorsey) 모션 담당 이사는 "피델리티(Fidelity)가 항상 완벽하진 않지만 크리에이티브 가능성은 분명히 보인다"고 말한다.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처럼 상업적 사용에 안전한 플랫폼은 캐릭터·브랜드 에셋 초기 개발에, 히그스필드는 캠페인 속도를 높이는 후반 단계에 투입하는 것이 현재 에이전시의 일반적 운용 방식이다.
AI 비디오 시장 트렌드: 2026년, 경쟁 구도가 바뀐다
히그스필드의 성장은 더 큰 산업 흐름의 일부다. 2025년 한 해에만 AI 비디오 시장에 유입된 신규 투자금은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넘어섰다. 경쟁 구도는 2026년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결론
'프로덕션 세금(Production Tax)을 제로로 낮춘다'는 마쉬라보프의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마케터 한 명이 하루 30~40초 분량의 트렌드 대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캠페인 기획의 속도·다양성·현지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AI 비디오 시장의 진짜 승자는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마케터가 트렌드가 사라지기 전에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생산 인프라를 장악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히그스필드의 1.3조 원 밸류에이션은 그 베팅에 시장이 응답한 결과다.
"마케팅 기술은 실리콘밸리 VC들 사이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AI는 소셜 미디어에 광고하는 기업들에게 특별히 르네상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 알렉스 마쉬라보프, 히그스필드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