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IL / K-CULTURE / CONSUMER INDUSTRY
노스브룩 한 쇼핑 동선에서 확인한 K-푸드·K-뷰티·K-콘텐츠의 소비 생태계
Northbrook, Illinois | July 30, 2026

미국 시카고 북부 교외 노스브룩의 빌리지 스퀘어(Village Square)
대도시 인근 한적한 쇼핑 센터인 만큼, 주요 유통과 마트 매장이 집결해 있다.
백인과 흑인 거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곳의 트레이더조(Trader Joe’s) TJ맥스(TJ Maxx),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을 차례로 돌면 한국 문화산업의 현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만두

현지에 있는 모든 종류의 매장에 K컬처가 침투해 있다.
식료품점에서는 만두·김치·고추장·양념이, 할인 유통점에서는 ‘Korean Beauty’가, 대형 서점에서는 K팝과 한국계 웹툰 IP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장면의 산업적 의미는 단순히 한국 제품이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어 고유명사가 미국 소비자가 제품을 찾고 기억하는 검색어이자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콘텐츠 노출이 음식과 화장품 구매로 이어지는 교차 소비 구조가 오프라인 매대에까지 정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보인 변화: 번역어에서 고유명사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식품 판매로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트레이더 조 매장에는 '만두'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한국식 만두가 판매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만두의 중국식 이름인 덤플링(Dumpling)이 아닌 만두(Mandu)라고 이름으로 팔라는 것은 흔치 않다.
글로벌 시장이 한국의 고유의 맛과 정서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MANDU’ 포장은 한국 언어의 위계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potstickers’가 설명어로 남아 있지만 브랜드의 첫 단어는 ‘만두(mandu)’다. ‘김치(kimchi)’도 번역되지 않는다. 한국 음식을 기존 미국 식품 범주 안에 넣어 설명하는 단계에서, 한국어 자체가 차별성과 진정성을 만드는 단계로 이동한 것이다.
소스 코너에서는 변화가 더 분명하다. ‘고추장(Gochujang)’ 아래에는 ‘Korean fermented red pepper paste’가 붙고, ‘한국식 양념(Korean Style Yangnyeom Sauce)’은 양념을 ‘seasoned sauce’로 완전히 번역하지 않는다. 고추장은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도 독립 표제어로 등재됐다. 이제 유통사는 한국어 발음을 소비자 교육의 장애물로 보기보다, 제품을 구별하는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한다.

시장 데이터: 수출 규모보다 더 중요한 미국 주류 유통 침투
K-컬처 전체를 하나의 ‘시장규모’로 합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농식품·화장품·콘텐츠는 통계의 범위와 기준연도가 서로 다르다. 다만 각 산업의 공식 지표는 노스브룩 현장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주: 산업별 집계 범위와 기준연도가 달라 단순 합산하지 않았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Korea.net, 문화체육관광부.
특히 K-푸드의 미국 성장이 현장과 직접 맞닿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미국향 한국 농식품 수출은 18억350만 달러로 13.2% 증가했다. 미국향 소스류만 9,220만 달러였고, 정부는 매콤하면서 단맛이 나는 풍미에 대한 수요가 고추장·떡볶이·바비큐 소스 소비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K-뷰티: 브랜드 집합을 넘어 하나의 유통 카테고리

트레이더조와 맞붙어 있는 할인 매장 TJ맥스. 이 곳은 미국 Z세대의 '가성비 좋은 상품을 발견하는 명소'로 인정 받고 있다. 이른바 득템하는 장소.
TJ맥스에도 K컬처의 힘이 드러난다. 'K뷰티 상품'만을 모아놓은 진열대가 생긴 것이다.
TJ Maxx의 ‘korean beauty finds’ 표지는 K-뷰티가 개별 브랜드의 집합을 넘어 하나의 발견 카테고리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토너·마스크·크림·클렌저가 원산지와 사용 방식이 다른 제품이 아니라 ‘Korean Beauty’라는 공통된 기대 아래 묶인다. 한글이 남은 포장도 현지화 실패가 아니라 원산지·효능 이미지를 강화하는 시각적 기호로 기능한다.
이런 리테일 시장의 변화는 수출 실적에도 드러난다.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114억 달러로 전년보다 12.2% 증가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대형 오프프라이스 유통사의 전용 매대는 온라인과 전문 뷰티 채널에서 형성된 수요가 미국 교외의 일상 쇼핑으로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K팝에서 웹툰·출판으로: 팬덤의 객단가를 넓히는 IP


미국 주요 오프라인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에서)는 K팝 팬 가이드와 관련 서적이 엔터테인먼트 코너 전면에 놓였다. K팝 관련 서적과 음반은 별도 스탠드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브(HYBE)와 웹툰(WEBTOON)이 제작에 참여한 ‘THE STAR SEEKERS’ 단행본도 확인됐다. 음원과 음반으로 유입된 팬덤이 책, 웹툰, 캐릭터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하나의 IP가 여러 매출 창구를 만드는 구조다.

물론 다른 한편에는 여전히 일본 망가가 더 크게 전시되어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아시아 기반 문화 상품은 한국(K팝,K드라마), 일본(망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한류 수요의 교차 전환: 콘텐츠가 음식과 뷰티 구매를 만든다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해외 경험자 2만6,400명 가운데 한국 문화콘텐츠를 좋아한다는 응답은 70.3%였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관련 상품이 판매된다’는 주류 인기 평가에서는 음식이 53.7%로 가장 높았고, 음악 51.2%, 뷰티 50.8%가 뒤를 이었다. 한국 제품·서비스에 대한 지불 의향 역시 음식 66.2%, 뷰티 57.1%로 높았다.
특히 구매 이유로 ‘영화·TV 프로그램에 등장해서’를 꼽은 비율은 22.1%로 전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K팝·드라마·애니메이션이 독립적으로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고추장·만두·화장품·관광 같은 연관 산업의 고객 획득 비용을 낮추는 마케팅 인프라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에 주는 세 가지 시사점
- 첫째, 한국어 고유명사는 번역 비용이 아니라 검색·브랜딩 자산이다. 영어 설명을 보조하되 MANDU·GOCHUJANG·YANGNYEOM을 전면에 두는 방식이 차별화를 만든다.
- 둘째, ‘K’ 카테고리는 상품을 모으는 진열 방식에서 체험과 발견을 설계하는 머천다이징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식품·뷰티·출판의 교차 프로모션 가능성도 커졌다.
- 셋째, 콘텐츠 기업과 소비재 기업은 팬덤 데이터와 유통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 어떤 작품·아티스트가 특정 음식과 뷰티 제품의 구매를 유발하는지 측정할 때 한류의 파급효과가 실제 매출 전략으로 전환된다.
상품이 아니라 언어와 소비 습관이 수출되고 있다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노스브룩 매장은 미국 주요 식료품 마트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매장형 할인점 TJ Maxx가 바로 인접해 있다.
한인마트나 문화행사가 아닌 미국 교외의 평범한 쇼핑 동선에서 K-푸드·K-뷰티·K-콘텐츠가 동시에 발견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노스브룩 현장은 한류의 다음 단계가 ‘더 많은 K 상품’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Korean dumpling’ 대신 ‘mandu’를, ‘red pepper paste’ 대신 ‘gochujang’을 말하고, ‘Korean Beauty’를 하나의 쇼핑 카테고리로 인식하는 변화다. 제품과 콘텐츠뿐 아니라 한국어 이름과 소비 습관이 함께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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