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줄이는 미국 스트리밍, 편성 기준은 데이터로

미국에서 제작된 TV 신작은 2026년 상반기 517편으로 2022년 상반기 930편에서 4년 연속 줄어. 지상파·케이블·SVOD가 모두 37~47% 감소했고 무료 스트리밍만 두 배로 증가. 루미네이트는 감소의 배경을 '무한한 선택지'를 약속하던 시기가 끝나고 데이터로 편성을 고르는 체제로 넘어간 결과로 설명. 한국 드라마도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여 편으로 줄었으나, 감소를 이끈 요인은 데이터가 아니라 제작비와 방송광고 축소

신작 줄이는 미국 스트리밍, 편성 기준은 데이터로

루미네이트 데이터 · 미국 TV 제작 동향

루미네이트 집계 2026년 상반기 미국 제작 TV 신작 517편… 2022년 930편에서 44% 감소, 무료 스트리밍만 8편에서 18편으로 증가

미국에서 제작돼 2026년 상반기에 첫 공개된 TV 프로그램은 517편이다. 루미네이트(Luminate)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뉴스레터에 실린 집계다. 2022년 상반기 930편에서 4년 만에 44% 줄었다. 상반기 기준 신작 수는 2023년 801편, 2024년 723편, 2025년 608편으로 해마다 10~15%씩 감소했다.

감소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았다. 케이블 신작은 508편에서 267편으로 47%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구독형 스트리밍(SVOD) 신작은 346편에서 189편으로 45% 줄었고, 2026년 상반기만 놓고 보면 전년 214편 대비 12% 감소했다. 지상파는 68편에서 43편으로 37% 줄었다. 반대로 무료 스트리밍(FAST·AVOD) 신작은 8편에서 18편으로 늘었고, 2025년 상반기 9편과 비교하면 두 배다.

루미네이트 앤드루 월런스타인(Andrew Wallenstein) 최고인사이트책임자는 이 감소를 피크 TV(Peak TV)의 후유증으로 규정한다. 스트리밍 초기 사업자들은 가입자에게 '무한한 선택지'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편성량을 늘렸다. 가입자 기반이 자리 잡은 뒤에는 같은 양을 만들 이유가 사라졌다. 신작이 줄어도 서비스가 유지되는 배경으로 루미네이트가 지목한 요소는 데이터다. 스트리밍 사업자와 스튜디오의 데이터 조직은 2010년대 후반 수 명 규모였으나 지금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 규모로 커졌다.

한국 드라마 제작 편수도 같은 기간 줄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Korea Drama Production Association) 집계로 방송과 스트리밍을 합친 K드라마 공개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여 편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미국이 데이터로 편성을 줄였다면, 한국은 회당 제작비 상승과 방송광고 축소가 편성 축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원인이 다르다.

상반기 신작 517편… 케이블 47% 줄어 감소 폭 최대

미국 제작 TV 신작 수, 상반기 기준(2022~2026). 자료=루미네이트 필름&TV(Luminate Film & TV) 

플랫폼별 수치를 보면 케이블이 가장 많이 줄었다. 케이블 신작은 2022년 상반기 508편, 2023년 447편, 2024년 395편, 2025년 323편, 2026년 267편으로 매년 50~70편씩 감소했다. 전체 신작에서 케이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서 52%로 소폭 낮아졌다. 케이블 채널이 여전히 신작의 절반을 내지만, 그 절반의 절대 규모가 4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

SVOD 신작은 2022년 상반기 346편에서 2023년 283편, 2024년 230편으로 두 해 연속 50편 이상 줄었다. 2025년 214편, 2026년 189편으로 최근 두 해 감소 폭은 16편과 25편이다. 2023년과 2024년의 급감에는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작가·배우 파업의 영향이 겹쳐 있다. 루미네이트는 파업으로 2023년 가을에 나올 예정이던 프로그램 일부가 2024년으로 밀렸다고 밝혔다.

지상파 신작은 2024년 상반기 86편으로 한 차례 늘었다가 2025년 62편, 2026년 43편으로 다시 줄었다. 2024년 상반기 증가분 역시 파업으로 밀린 편성이 몰린 결과다. 무료 스트리밍은 절대 규모가 작지만 방향이 다르다. 2022년 8편, 2023년 13편, 2024년 12편, 2025년 9편을 거쳐 2026년 상반기 18편을 냈다.

플랫폼별 신작 증감률, 2026년 상반기 대 2022년 상반기. 자료=루미네이트 필름&TV 집계로 산출

연간 신작 1122편, 2022년 대비 3분의 1 감소… LA 촬영 비중 25% 아래로

연간 기준으로도 추세는 같다. 루미네이트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제작 TV 신작은 1122편으로 2024년 1266편보다 11% 줄었다. 2022년 1695편이 정점이었고, 스포츠·뉴스를 제외한 편성 규모는 3년 만에 3분의 1이 줄었다. 할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1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2025년 감소율은 플랫폼별로 8~21%였고, 지상파가 196편에서 154편으로 21%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미국 연간 TV 신작 수. 자료=루미네이트 연말 보고서, 할리우드리포터 1월 21일자 보도 재구성

제작 감소는 로스앤젤레스 촬영 감소로 이어졌다. 루미네이트 5월 22일자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미국 각본 시리즈의 40%가 LA에서 촬영됐으나 2026년 1분기에는 25% 아래로 떨어졌다. 루미네이트는 LA 제작 유출을 다룬 특별보고서 '할리우드 엑소더스 2026(Hollywood Exodus 2026)'에서 LA의 문제를 전체 제작 축소와 지역 비중 하락이 겹친 이중 감소로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영화·TV 세액공제를 확대했으나 편성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역 유인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VOD 신작 12% 감소…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청의 57%

SVOD 신작 감소는 스트리밍 시청 감소를 뜻하지 않는다. 루미네이트 2026 미드이어 리포트(2026 Midyear Report, 7월 15일 발간)에 따르면 미국 스트리밍 오리지널 시청 시간의 57%를 넷플릭스(Netflix)가 차지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6년 상반기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영화 상위 10편 중 7편이 스트리밍 오리지널이었다. 극장 개봉작이 상위권을 차지하던 이전 흐름이 뒤집혔다.

신작이 줄어든 자리를 채운 것은 라이선스 프로그램과 라이브러리다. 미드이어 리포트는 CBS의 '마셜스(Marshals)'와 '트래커(Tracker)'가 2026년 상반기 시청 분(minutes watched) 기준으로 HBO 맥스(HBO Max) '더 피트(The Pitt)' 시즌 2를 앞섰다고 밝혔다.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프로그램이 SVOD에서 스트리밍 오리지널보다 많이 시청된 사례다. 루미네이트는 이를 두고 지상파 쇠퇴론과 달리 지상파 신작이 스트리밍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 방식도 데이터에 맞춰 조정됐다. 루미네이트 9월 초 분석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의 80% 이상이 전편 동시 공개였고, 넷플릭스를 제외한 미국 주요 SVOD 7곳도 2026년 상반기 신작의 40% 가까이를 동시 공개로 냈다. 훌루(Hulu)의 '더 베어(The Bear)', 피콕(Peacock)의 '더 버브스(The 'Burbs)'가 여기에 든다. 신작 수는 줄었지만 각 신작의 공개 시점과 방식은 시청 데이터로 정해진다.

"무한한 선택지" 약속 끝… 데이터팀 수 명에서 수천 명으로

루미네이트가 신작 감소를 설명하는 근거로 내세운 것은 데이터 조직의 확대다. 『데이터 드리븐 할리우드(Data-Driven Hollywood: The New Data Professionals in the Age of Streaming)』를 쓴 비올렌 루셀(Violaine Roussel) 교수는 루미네이트 팟캐스트 '인 더 랩(In the Lab)' 최근 회차에서 편성 확대와 축소의 논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콘텐츠가 무한하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많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루셀 교수의 연구는 2023년까지 7년간 업계 관계자 75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조사 시작 시점에 할리우드의 데이터 조직은 회사당 몇 명 수준이었다. 조사가 끝날 무렵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 규모로 늘었다. 제작자들이 데이터를 창작 직관에 밀리는 보조 수단으로 보던 태도는 2020년대 초에 대부분 사라졌고, 영향력 있는 제작자들도 데이터 전문가를 스트리밍 중심 스튜디오의 필수 인력으로 받아들였다.

루셀 교수는 데이터팀과 제작진의 관계가 긴장에서 협상된 질서(negotiated order)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스트리밍 사업자는 자체 시청 데이터를 보유해 탤런트 에이전시와의 협상에서 정보 비대칭을 만들었고, 루셀 교수는 이를 '비대칭 전쟁(asymmetrical warfare)'이라고 불렀다. 넷플릭스·아마존(Amazon)처럼 테크 기반 사업자가 데이터를 먼저 도입했고, 디즈니(Disney)·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같은 전통 스튜디오도 스트리밍 전환 과정에서 뒤따라 데이터 조직을 갖췄다.

루셀 교수는 다음 국면으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루미네이트가 7월 발간한 특별보고서 'AI & 미디어(AI & Media)'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음악·영화·TV에서 AI 활용에 점점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음악 스트리밍에서는 AI 생성곡이 급증하는 반면 영화·TV는 제작 효율 쪽에서 AI를 쓰고 있다. 루셀 교수는 제작자와 데이터 전문가 모두에게 AI가 다음 변화라고 말했고, 이를 다음 책의 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141편에서 100여 편… 방송사 편성은 78편

한국도 제작 편수가 줄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방송과 스트리밍을 합친 K드라마 공개 편수는 2022년 141편으로 역대 최다였고, 2024년에는 100편 남짓으로 줄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미디어 이슈&트렌드에 실린 방송사 편성 집계로는 지상파·종편·CJ ENM 계열의 드라마 방영 편수가 2017~2019년 매년 120편 이상에서 2022년 87편, 2023년 78편으로 줄었다. 지상파 3사만 보면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이다.

한국 드라마 공개 편수, 방송·스트리밍 합산. 자료=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한국언론인협회 2025년 1월 13일자 보도) 재구성

감소 원인은 미국과 다르다. KCA 보고서는 국내 방송사가 드라마 1회 편성으로 얻는 광고 수익이 완판 기준 3억~4억원인 데 비해 회당 제작비가 10억원을 넘어선 구조를 지적했다.

PD저널(PD Journal) 2025년 12월 3일자 보도에서 한 제작사 고문은 "회당 제작비가 12억이 넘어가면 넷플릭스에 팔아야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다"고 말했고, 주연 배우 출연료가 총제작비의 30%를 차지하는 구조를 문제로 들었다. 방송사가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제작비가 낮은 예능으로 채우는 동안, 넷플릭스와 디즈니+(Disney+)도 대형 예능 비중을 늘렸다.

미국에서 신작 감소를 흡수한 장치는 데이터와 라이브러리였다. 한국 방송사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같은 장치가 없다. 아시아경제(Asia Economy) 1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3년 약속한 한국 콘텐츠 투자 25억 달러(약 3조3600억원)는 2026년에 종료 시점을 맞는다.

국내 제작사가 편수 감소를 데이터 기반 선택으로 전환하려면 시청 데이터를 가진 쪽과 제작을 하는 쪽이 분리된 현재 구조에서는 어렵다. 루셀 교수가 말한 '비대칭 전쟁'은 한국에서는 국내 제작사와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 사이에 그대로 성립한다.

무료 스트리밍 신작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늘어난 대목도 국내 사업자에게 해당된다. 미국 FAST 채널의 신작 18편은 전체의 3.5%에 불과하지만 4년 연속 감소하는 시장에서 늘어난 유일한 항목이다. 국내 방송사가 보유한 라이브러리는 FAST 채널의 편성 재료이며, 미국에서 지상파 방영작이 SVOD 오리지널보다 많이 시청됐다는 루미네이트 집계는 그 라이브러리의 스트리밍 유통 가치를 다시 계산할 근거가 된다.

환율: 1달러=1345원(9월 셋째 주 서울외국환중개 매매기준율 근사치)으로 환산. 인용 원칙: 큰따옴표 안 문장은 보도·팟캐스트에서 공개된 발언, 따옴표 없는 서술은 보도 내용의 요약. 루셀 교수 발언은 루미네이트 뉴스레터에 실린 팟캐스트 인용을 재인용한 것.

출처

Luminate, 뉴스레터 'How Do Streamers Subsist on Fewer Originals? More Data'(Andrew Wallenstein), 2026년 9월 17일 — 미국 제작 TV 신작 플랫폼별 집계(H1 2022~H1 2026) 및 Violaine Roussel 인터뷰

Luminate, '2026 Midyear Report: Trends in Music, Television & Film', 2026년 7월 15~16일 — https://luminatedata.com/blog/luminate-2026-midyear-report-trends-in-music-television-film/

Luminate, 2026 Midyear Report 다운로드 페이지(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청 시간 57%) — https://luminatedata.com/reports/midyear-music-ftv-report-2026/

Luminate, 'The Data Behind L.A.'s Lagging TV Production', 2026년 5월 22일 — https://luminatedata.com/blog/the-data-behind-l-a-s-lagging-tv-production/

Luminate, 'The Binge Release Is Alive and Well, and Not Just on Netflix', 2026년 9월 — https://luminatedata.com/blog/the-binge-release-is-alive-and-well-and-not-just-on-netflix

The Hollywood Reporter, 'The Number of TV Shows Available in the U.S. Fell Again in 2025', 2026년 1월 21일 — https://www.hollywoodreporter.com/tv/tv-news/no-more-peak-tv-series-total-falls-2025-1236479596/

Violaine Roussel, 『Data-Driven Hollywood: The New Data Professionals in the Age of Streaming』

한국언론인협회 미디어뉴스, '한국드라마 제작 얼어 붙어 2024년 전년보다 30% 줄어든 100여편', 2025년 1월 13일 — https://akj.or.kr/article/?cate=22&id=2476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미디어 이슈&트렌드 Vol.63 '제작비 폭등에 따른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개선방안' — https://www.kca.kr/Media_Issue_Trend/vol63/KCA63_23_trend.html

PD저널, '한국 드라마 70년, 비상구는 있나', 2025년 12월 3일 —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81046

아시아경제, '[2026 K드라마] 수출 넘어 제작 기지로', 2026년 1월 14일 — https://www.asiae.co.kr/article/2026011320384789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