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2026] ‘뉴스의 미래’: AI·정치 압박·광고 이탈 속 살아남는 언론의 조건
SXSW 2026 저널리즘 피처드 세션 현장 리포트
뉴스의 미래: The Future of News
AI·정치 압박·광고 이탈의 3중 위기 속, 글로벌 미디어 리더들이 내놓은 생존과 성장의 공식
2026년 3월 16일(일) | JW 메리어트 살롱 1-4, 오스틴(텍사스) | SXSW 2026 피처드 세션 | 취재: K-EnterTech Hub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가 인터넷을 잠식하고, 정치 권력이 언론을 직접 겨냥하며, 광고주들이 뉴스 환경에서 등을 돌리는 3중 위기 속에서도 검증된 저널리즘, 레거시 미디어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창사 175년 사상 최고치인 1,300만 구독자와 2025년 디지털 광고 20% 성장을 동시에 달성했고, 가디언(The Guardian)은 페이월(유료 구독 장벽) 없이 미국에서만 연 5,800만 달러(약 800억 원)의 자발적 독자 기부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역설적 성과의 배경에는 구조적 전환이 있다. 전통 광고 모델의 붕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트래픽 잠식, AI 대형 언어 모델(LLM)의 콘텐츠 무단 학습이라는 세 가지 외부 충격이 언론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미국 저널리즘 업계에서 1만7,000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가장 심각한 화이트칼라 위기 직종 중 하나로 분류됐다. 이 구조적 압박이 오히려 언론사들로 하여금 수익 다각화, 독자와의 직접 관계 구축, 플랫폼 번들 전략이라는 새로운 생존 공식을 강제하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2026년 3월 16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세션 '뉴스의 미래(The Future of News)'에서 글로벌 주요 미디어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위기와 기회를 정면으로 다뤘다.
가디언 미국 편집장 베치 리드(Betsy Reed), 뉴스위크 편집장 제니퍼 H. 커닝햄(Jennifer H. Cunningham), 뉴욕타임스 전략 파트너십 총괄 레베카 그로스먼-코언(Rebecca Grossman-Cohen)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PR 전략가이자 전 시카고트리뷴 의회 수석 특파원인 질 주크먼(Jill Zuckman)이 사회를 맡았다.
패널 소개
1. 수익 다각화: 각 언론사의 생존 모델
인터넷의 등장과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의 분류광고 시장 장악 이후 20년, 전통 언론사들은 새로운 수익 공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 이날 세션은 각 언론사가 어떻게 생존을 넘어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했는지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공개했다.
가디언(The Guardian): 페이월 없는 자발적 독자 기부 모델

200년 역사의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약 10년 전 카스 파이너(Kath Viner) 편집장 주도로 구독료 없는 '자발적 독자 기부 모델'을 도입했다. 베치 리드 편집장은 가디언이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독자와 평판을 확장했지만 큰 적자에 직면했던 시점에, 페이월 대신 독자의 자발적 후원에 의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월의 부재가 핵심입니다. 누구나 양질의 뉴스에 접근할 수 있고, 독자들은 그 가치를 인정해 자발적으로 기부합니다. 다른 어떤 언론사도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현재 미국 내 가디언 수익의 70%가 이 자발적 기부에서 나오며, 2026년 미국 기준 약 5,800만 달러(한화 약 800억 원), 글로벌 합산으로는 약 1억4,000만 달러 규모다. 가디언은 미국에서도 스포츠, 웰니스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6년 5월에는 첫 비디오 팟캐스트 '스테이트사이드(Stateside)'를 론칭할 예정이다.
영국 가디언의 '유희적 지성(Playful Intelligence)' 콘셉트, 즉 딱딱한 경성 뉴스뿐 아니라 문화·음식·건강·오피니언을 아우르는 콘텐츠 다변화를 미국 시장에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뉴스위크(Newsweek): 공격적 다각화와 중도 독립 브랜드 전략

제니퍼 커닝햄 편집장은 단일 수익원 의존의 위험성을 가장 강하게 경고한 패널이었다.
"이 미디어 생태계에서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는 것은 최선의 경우 순진한 것이고, 최악의 경우 어리석은 것입니다."
뉴스위크는 구독, 이벤트 사업, 랭킹 사업, 헬스케어 B2B 버티컬 등 복수의 수익 채널을 공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사실 기반의 독립적 중도 언론'이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정치적 양극화에 피로를 느끼는 독자층에게 소구하고 있다.
커닝햄 편집장은 멀티미디어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CEO·세계 지도자·유명 셀러브리티와의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뉴스메이커스(News Makers)'를 론칭해 잡지 커버 스토리와 QR코드 연동 비디오 인터뷰를 결합하는 현대적 스토리텔링 방식을 도입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구독 번들 전략과 1,300만 구독자

레베카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NYT의 지난 15년 변화를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 불변의 것(Immutables)을 지켜라: 독립적 양질의 저널리즘, 엄격한 취재 기준, 창의성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비즈니스 지속성을 위해 바꿀 수 있다.
- 디지털 구독 전략을 명확히 하라: '세계 최고의 뉴스 목적지 + 라이프스타일 번들 + 매일 접속하는 구독 상품'이라는 세 축이 전략의 핵심이다.
- 야망을 가져라: '전 세계 호기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 구독 서비스'라는 목표가 조직 전체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그 결과 NYT는 창사 175년 역사상 최고치인 1,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1억5,000만 명이 등록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매주 5,000만~1억 명이 플랫폼을 방문하는 디지털 미디어 제국을 구축했다.
워들(Wordle)·커넥션(Connections) 등의 게임, 쿠킹(Cooking) 앱, 스포츠 섹션, 쇼핑 가이드 와이어커터(Wirecutter)가 독자를 매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습관 고리를 형성했다.
광고 분야에서도 혁신을 거듭했다. 멀티플레이어 게임 크로스플레이(Crossplay) 내 광고 도입, 틱톡·인스타그램 방식의 버티컬 동영상 피드 '워치 탭(Watch Tab)', AI 기반 정밀 타겟 광고 솔루션 '브랜드 매치(Brand Match)', 쿠킹 섹션의 맥코믹(McCormick)과 첫 제품 협찬 실험 등이 진행됐다. 2025년 NYT의 디지털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2. Gen Z 독자 공략: 소셜미디어가 뉴스의 첫 번째 진입로
'z세대(Gen Z)는 모두가 원하는 대상이지만 아무도 확실한 공략법을 모른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패널들은 공통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Gen Z는 더 이상 뉴스 사이트의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가디언은 오랫동안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Gen Z와 접점을 만들어 왔으며, 비디오 팟캐스트 '스테이트사이드'를 유튜브 중심으로 배포해 젊은 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리드 편집장은 Gen Z가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식이 강한 세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뉴스위크의 커닝햄 편집장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Gen Z의 '온램프(on-ramp)', 즉 첫 번째 접점이라고 분석했다. '소셜에서 콘텐츠를 접한 뒤 장문의 저널리즘 기사를 읽고, 기자·편집자와 교류하며, 궁극적으로 구독자로 전환되는 퍼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NYT의 전체 독자 중 약 30%가 이미 Gen Z라는 수치를 공개했다. '특정 세대를 타겟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보다, 어떤 포맷으로 전달하는지가 Gen Z를 끌어들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를 통해 플랫폼 밖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NYT 플랫폼으로 유입하는 전략은 세 언론사 모두 동일하다.
3. AI: 뉴스룸의 효율화 도구이자 저작권 분쟁의 전장
AI는 이 시대 저널리즘 산업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패널들은 AI를 뉴스룸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하는 LLM 업체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솔직하게 공유했다.
뉴스위크: '마틴(Martin)'으로 기자를 현장으로
커닝햄 편집장은 뉴스위크가 AI를 '마음을 위한 자전거'처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창립자 제이 토머스 마틴(Jay Thomas Martin)의 이름을 딴 내부 AI 도구 모음 '마틴(Martin)'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은 기자들이 CMS 콘텐츠 업로드, 사진 선택 등 행정적 업무에 시간을 쓰는 대신 현장 취재와 스쿠프 발굴(단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무도 내 AI 에이전트나 디지털 트윈과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와, 우리 기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AI는 기자를 현장으로 내보내는 도구여야 합니다."
LLM의 콘텐츠 무단 학습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사와 테크 기업 간의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뉴스위크는 일부 LLM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가디언: AI 시대일수록 신뢰 저널리즘의 가치는 상승
리드 편집장은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 이른바 'AI 슬롭(slop)'이 인터넷을 채우는 현실에서 역설적으로 검증된 저널리즘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인간이 확인하지 않은 콘텐츠는 절대 게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며, 모든 기사는 인간 기자가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다.
"AI가 범람하는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 브랜드는 더욱 소중하고 중요해집니다. 명확한 경계선을 긋지 않으면 이미 흔들리는 미디어 신뢰가 더 무너질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AI 혁신과 강경한 저작권 보호 병행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NYT가 AI 활용과 저작권 보호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밝혔다. 뉴스룸 내 AI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심층 기사를 과거 1년에서 한 달, 혹은 일주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모든 콘텐츠는 반드시 인간의 검토를 거친다.
반면 저작권 문제에서는 강경하다. NYT는 AI 플랫폼들이 콘텐츠 사용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며, 소송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 플랫폼들이 우리 콘텐츠를 사용할 허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송과 협상,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구사할 것입니다."
4.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정치 압박에 맞서는 방법
세션에서 가장 긴박한 논의가 펼쳐진 주제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정치적 위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을 향해 '못생겼다(ugly)', '썩었다(rotten)', '멍청하고 역겹다(stupid and nasty)', '슬리즈(sleaze)' 등으로 공개 비방하고, FCC 위원이 방송 면허 취소를 위협한 상황에서 각 언론사의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가디언: 투명성과 저널리즘적 실사(due diligence)를 동시에
리드 편집장은 정부로부터 기자를 향한 욕설이 담긴 공식 답변을 받더라도 가디언은 이를 기사에 포함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언론사가 어떤 환경에서 취재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투명성 차원이다.
"우리는 언제나 양측의 말을 들으려 합니다. 진보적 가치를 명확히 하되, 저널리즘적 실사는 철저히 수행합니다. 우리가 공정하게 취재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뉴스위크: 사실 보도,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다
커닝햄 편집장은 '트럼프 행정부를 바이든 행정부와 똑같은 방식으로 취재한다. 아부도 하지 않고, 반사적 적대감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사명은 사실을 보도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취재원이나 권력이 아닌 독자에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기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살해 협박을 받는 등 폭언에 시달리는 현실을 언급하며, 언론사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두려움도 편향도 없이' — 그리고 적극적 방어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NYT의 오랜 원칙 '두려움도 편향도 없이 보도한다(Report without fear or favor)'를 재확인하면서, 과거와 달리 이제 NYT는 기업 차원에서도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방어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자택에 위협적인 인물이 찾아오는 등 물리적 안전 위협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기업이 논쟁에 끼어들지 말고 저널리즘이 스스로 말하게 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격받는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NYT는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
리드 편집장은 워싱턴포스트의 카밀라 해리스 후보 지지 철회, CBS 뉴스 사태 등을 들며 '위협이 실제로 미디어 오너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FCC 위원장 브렌던 카(Brendan Carr)의 방송 면허 취소 위협에 대해서는 '중동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한 협박은 진정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5. 소유 구조: 저널리즘 독립의 최후 방어선
워싱턴포스트의 대규모 구조조정, CBS의 리더십 혼란, CNN의 소유권 변경 가능성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유 구조의 중요성이 집중 조명됐다.
가디언: 스콧 트러스트(Scott Trust)의 200년
리드 편집장은 가디언이 이익을 추구하는 억만장자 개인 오너가 아닌, '스콧 트러스트(Scott Trust)'라는 신탁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년 역사를 가진 이 트러스트의 유일한 목표는 가디언의 저널리즘을 영구히 보존하는 것이다.
"어떤 언론사가 누구 소유인지는 그 저널리즘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독립적 소유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스: 설즈버거(Sulzberger) 가문의 175년 투자 철학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사적 사례를 소개했다. 다른 신문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사 지면을 줄일 때, NYT는 반대로 광고를 줄이고 전쟁 취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전후 구독자 기반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성장했다. '저널리즘에 투자하는 것이 곧 제품에 투자하는 것이며, 이것이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 가문의 175년 경영 철학이다.
뉴스위크: 수익 다각화가 편집 독립의 기반
커닝햄 편집장은 뉴스위크의 공격적인 수익 다각화가 단순한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기자들이 재정 불안 없이 취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자와 편집자들이 매출이나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취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책임입니다."
6. 저널리즘 산업의 구조적 위기: 비상사태
세션 후반부에는 업계 전체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 이어졌다.
2025년 한 해에만 1만7,000 개 일자리 소멸
커닝햄 편집장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 2025년 보고서를 인용하며 충격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저널리즘 업계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1만7천 개에 달하며, 이는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화이트칼라 직종 중 하나로 분류될 수준이다.
"국가 단위 언론의 일자리가 줄고, 지역 언론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최종 피해자는 독자들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지역사회, 주,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기회를 잃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상사태입니다."
지역 언론 소멸과 외신 축소의 악순환
지역 뉴스 매체의 소멸은 단순한 비즈니스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와 직결된다. 워싱턴포스트가 해외 특파원 전원을 해고한 사례에 대해 리드 편집장은 '해외 특파원을 모두 내보낸 직후 중동 전쟁이 터졌다'며 비판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비용을 이유로 해외 취재를 축소해 왔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미국 시민들의 글로벌 이해를 약화시킨다.
미래 저널리스트 양성의 문제도 지적됐다. 취업 시장이 좁아지고 동료들이 연일 공격받는 현실을 보며 저널리즘 지망생들이 진로를 재고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 언론에서 기본기를 쌓던 기자 양성 경로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처방: AI와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지역 언론 재건
커닝햄 편집장은 지역 언론이 AI 기반 데이터 분석 도구를 적극 활용하면 대규모 자원 없이도 대형 언론사에 필적하는 취재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역설적 낙관론을 제시했다.
"AI 챗봇들이 진정한 답변 엔진이 되려면 뉴저지 패터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같은 지역 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역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7. 미디어 리터러시와 신뢰 회복: 저널리즘을 설명하라
마지막 의제는 '공중이 저널리스트의 증거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면, 권력을 견제할 메커니즘이 남아 있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이었다. 세 패널 모두 '저널리즘이 없는 세상은 매우 두렵다'는 데 동의했다.
독립 저널리즘의 과정을 설명하라
그로스먼-코언 총괄은 NYT가 독자들에게 독립 저널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독립성은 점 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process)입니다. 기자가 어떤 시각을 갖더라도, 다수의 편집자와 검증 단계를 거쳐 편향을 걸러내는 것이 독립 저널리즘의 본질입니다. 이 과정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과 오류 정정
커닝햄 편집장은 저널리즘이 '위에서 아래로' 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와 양방향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활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 오류 발생 시 신속하고 눈에 띄는 정정, 독자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신뢰 재건의 핵심이다.
가디언의 독자 대변인(Reader's Editor) 제도
리드 편집장은 가디언의 독자 편집자(Reader's Editor) 제도를 소개했다. 뉴스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 기구는 독자 불만을 직접 조사하고, 정정이 필요한 경우 그 내용과 언어를 결정해 공개한다.
"신뢰가 전부입니다. 모든 언론사가 이런 독립적인 독자 대변인 제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한국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
이번 SXSW 뉴스 세션이 한국 미디어·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① 독립적 소유 구조가 콘텐츠 신뢰도를 결정한다
가디언의 스콧 트러스트, NYT의 설즈버거 가문 — 두 사례는 단기 수익보다 언론 독립을 우선시하는 소유 구조가 장기 생존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대기업 자본이나 정치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운영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한국 미디어 업계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라야 전략·임팩트 투자자가 중장기 관점에서 신뢰 가능한 저널리즘 IP에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
② 수익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
NYT의 구독 번들 전략, 뉴스위크의 이벤트·랭킹·B2B 모델은 단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독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구독, 이벤트, 라이선싱, 광고 등 복수의 수익 채널을 통한 분산이 K-미디어의 당면 과제다.
③ AI는 기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내보내는 도구
한국 언론사들도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취재 역량 강화 도구로 재정의해야 한다. AP·로이터·지역 방송사들은 회의·브리핑·인터뷰를 AI가 자동 전사·요약하게 해서, 기자들이 수작업 녹취 대신 취재·취재원 접촉에 시간을 더 쓰게 했다고 공개했다. 동시에 한국어 콘텐츠가 LLM 학습에 무단 활용되는 문제에 대한 업계 공동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④ Gen Z는 소셜미디어에서 진입해 자사 플랫폼으로 유입시켜라
틱톡·인스타·유튜브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첫 번째 접점이다. 이 플랫폼에서의 관계가 자사 플랫폼 구독으로 이어지는 '소셜 온램프 → 직접 관계 전환' 퍼널 설계가 필요하다.
주요 리포트에 따르면 18~24세의 40% 안팎이 소셜·비디오 플랫폼을 주요 뉴스 출처로 쓰며, 다수는 언론사 웹사이트로 직접 들어오는 대신 틱톡·인스타 피드를 통해 처음 기사를 접한다.
따라서 한국 미디어도 이 플랫폼들을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상단 퍼널로 보고, 짧은 영상·카드형 뉴스로 관심을 끌어 팔로우·프로필 링크 클릭·뉴스레터 구독·앱 설치·유료 구독으로 이어지는 ‘소셜 온램프 → 직접 관계 전환’ 퍼널을 설계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NYT·BBC 등은 틱톡에서 짧은 해설 영상을 노출한 뒤, 링크 인 바이오와 전용 랜딩페이지로 무료 뉴스레터 가입이나 체험 구독을 연결해 실제 유료 구독 전환까지 이어가는 실험을 이미 시작했다.
⑤ 저널리즘의 신뢰는 민주주의의 인프라
생성 AI와 딥페이크로 허위정보가 범람하면서,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브랜드의 역할은 민주주의 유지에 더 핵심적인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언론사는 AI 활용 원칙을 공개하고, 취재·검증 과정을 설명하며, 오류 발생 시 신속하고 눈에 띄게 정정하는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수록 신뢰가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 미디어 역시 AI·딥페이크 시대의 ‘민주주의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독립 저널리즘 프로세스 공개·정정보도 강화·미디어 리터러시 연계 프로그램을 포함한 신뢰 회복 전략을 산업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본 리포트는 K-EnterTech Hub가 SXSW 2026 피처드 세션 'The Future of News'(2026.3.16, 오스틴, 텍사스)를 취재·정리한 것입니다.
취재·정리: K-EnterTech Hub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