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바 $6.50, 줄 안 서는 패스 $449 —디즈니는 어짜다 '상위 10%의 놀이터'가 됐나
Disney vs Universal: The Economics of Theme Park Wars
가격 전략 해부 · 수십억 달러 투자 경쟁 · 관광 역풍 리스크 · K-콘텐츠 시사점
미키마우스 아이스크림바 하나에 6달러 50센트. 줄을 안 서려면 1인당 최대 449달러. 공항 셔틀은 더 이상 무료가 아니고, 보라보라 방갈로 하루밤은 6,000달러에 육박한다.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 불리던 디즈니 테마파크가, 어느새 미국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하는 곳이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가격 폭등의 이면에 스트리밍 전쟁의 잔해가 있다는 사실이다.


스트리밍에서 잃고, 테마파크에서 벌다
디즈니+, 훈루, ESPN+를 합친 스트리밍 부문 누적 영업손실은 약 110억 달러. 밥 아이거 CEO 스스로 "가능한 수익을 훨씬 앞질러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고 인정한 금액이다.
이 구멍을 메운 건 다름 아닌 테마파크였다. 2024 회계연도 기준, 파크·리조트·크루즈를 묶은 Experiences 부문은 디즈니 전체 영업이익 156억 달러 중 약 92억 달러(59%)를 책임졌고, 2024~25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연간 100억 달러를 넘겼다.
CNBC의 평가는 단도직입적이다 — "디즈니는 사실상 테마파크 회사다. 영화와 TV도 만들 뿐."
이제 디즈니에게 영화와 드라마는 IP를 생산하는 라인이고, 그 IP가 진짜 돈을 버는 곳은 올랜도와 애너하임의 파크 게이트 안쪽이다.

가격 전략의 3단 진화: 정액제 → 시즌제 → 다이내믹 프라이싱
디즈니의 가격 전략은 지난 40년간 세 번의 근본적 전환을 거쳤다.
1단계(1982~2015): 균일 요금
에프콧 개장과 함께 도입된 '한 번 들어가면 마음껷 타는' 정액제. 30년간 가격은 올랐지만 구조는 단순했다.
2단계(2016~2017): 시즌별 차등
비수기·보통·성수기 3구간으로 나누면서 1일 티켓이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3단계(2018~현재): 날짜별 다이내믹 프라이싱
항공사처럼 방문 날짜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구조. 디즈니랜드 파리는 최대 18개월 전부터 다양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는 실시간 모델까지 도입했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 수요관리입니다. 단순한 입장료 비즈니스가 아니라, 365일 매일 다른 가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로 전환된 것이다.
'무료'를 '유료'로: 은밀한 가격 인상의 기술
입장료보다 체감 충격이 더 큰 건 파크 내부 소비다.
더 결정적인 변화는 무료 서비스의 유료 전환이다.
패스트패스 → 라이트닝 레인: 1999년부터 무료로 제공되던 줄 서기 패스가 2021년 이후 유료 전환. 최상위 상품인 라이트닝 레인 프리미어 패스는 1인당 129~449달러. 4인 가족이면 줄을 안 서는 데만 최대 1,800달러다.
매지컬 익스프레스 폐지: 디즈니 월드 숙박객에게 무료 제공되던 공항↔리조트 셔틀이 2022년 완전히 사라졌다. 같은 노선 유료 서비스는 프리미엄 기준 4인 가족 200~250달러.
럭셔리 숙박의 천장 제거: 폴리네시안 리조트 보라보라 방갈로는 2015년 오픈 당시 1박 2,100~2,900달러에서, 2024년 성수기에는 6,000달러에 육박하는 날짜가 관측된다.

유니버설의 역습: $70억짜리 도전장
유니버설이 추정 70억~77억 달러를 투입한 에픽 유니버스를 2025년 봄 올랜도에 개장하며, 20년 만의 대형 신규 파크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드래곤 길들이기, 해리포터 미니스트리 오브 매직, 슈퍼 닌텐도 월드, 다크 유니버스까지 5개 테마 월드로 구성된 파크는 유니버설 올랜도의 면적과 어트랙션을 사실상 두 배로 키웠다.
규모에서는 디즈니가 압도적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경쟁이 제로섬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픽 유니버스 개장 전후 올랜도 지역 숙박 예약은 최대 14% 상승했고, 여행객 상당수가 유니버설·디즈니·씨월드를 묶은 5~7일 복합 일정을 선택하면서 올랜도 전체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먹구름: 관세·소비 심리·국제 관광 위축
이 대규모 투자 경쟁 위에는 세 가지 역풍이 드리워져 있다.
첫째, 국제 관광 급감. 2025년 미국 내 외국인 여행 지출은 2019년 대비 약 22~23% 감소한 1,690억 달러 미만으로 전망된다.
둘째, 소비 심리 위축. 2025년 1분기 항공권 지출은 전년 대비 6~10%, 호텔 지출은 2.5~6% 감소. 메리어트·하앫트·힘튼 모두 매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셋째, 관세의 직격탄. 롤러코스터 레일, 전자 장비, 기념품 완구 등 테마파크 건설·운영에 필요한 수입품에 20% 내외 추가 관세가 붙을 경우, 향후 10년간 계획된 투자 전체로 수십억 달러 단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다.
다만 플로리다는 예외다. 2024년 방문객 1억 4,300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에픽 유니버스 + 디즈니 확장이라는 이중 모멘텀이 전국적 역풍을 상쇄하고 있다.
핵심 딜레마: 매출 극대화 vs 브랜드의 폭
월스트리트저널과 해리스폴의 2025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디즈니를 포함한 테마파크·크루즈는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디즈니 내부 설문에서도 2023년 이후 '재방문 의향' 지표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그 1순위 이유는 가격이었다.
디즈니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 "당장의 객단가를 극대화할 것인가, 더 많은 가족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가격대를 지켜 브랜드의 폭을 지킬 것인가."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 상위 10%를 위한 경제적 특권의 상징으로 굳어지는 순간, 70년간 쌍아온 대중적 매력과 세대 간 공유 경험이라는 자산은 되돌리기 어려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