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기업의 미래는 글로벌 팬덤 파크

디즈니·유니버설 초대형 리조트는 커지고 지역 파크는 땅값·부채에 밀려 문을 닫고 있음. 미국 테마파크 양극화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팬덤(돌리우드·넷플릭스 하우스의 오징어 게임)이 세 번째 길. 비어 가는 중간 지대는 K-컬처 타운의 기회 좌표

K콘텐츠 기업의 미래는 글로벌 팬덤 파크

톱20이 멈춘 해 팬덤 파크만 자랐다…미국 파크 구조조정이 남긴 부지, K-컬처 타운의 조건과 비용

야자수 너머로 해가 지는 파크 전경 위에 "작별 인사를 나누는 금요일과 토요일, 함께해 주세요(JOIN US FRIDAY & SATURDAY AS WE SAY GOODBYE)"라는 문구가 떠 있다. 캘리포니아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에서 52년간 운영된 피에스타 빌리지(Fiesta Village Family Fun Park)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건 폐장 안내다.

같은 주,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 리조트는 10억 번째 게스트를 맞았고 올랜도에는 유니버설의 신규 파크가 방문객을 쓸어 담고 있다. 미국 테마파크 산업은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있다.

디즈니·유니버설의 목적지형 초대형 리조트는 더 커지고, 대형 라이드 투자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 파크는 폐장과 감원으로 밀려난다.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않은 방문객 수요와 운영비 상승, 그리고 어트랙션 기술 고도화로 치솟은 신규 투자 단가가 있다. 이 양극화 구도에서 살아남는 지역 파크들의 공통점은 라이드가 아니라 팬덤이다. 인물 IP와 지역 정체성, 반복 방문하는 생활권 충성 고객이 세 번째 길을 만들고 있다.

Fiesta Village goodbye banner

피에스타 빌리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린 폐장 안내 문구. (사진: Fiesta Village 홈페이지 캡처)

캘리포니아, 52년 만의 작별

피에스타 빌리지는 1974년 미니골프장과 워터슬라이드, 고카트로 문을 연 뒤 롤러스케이트장과 레이저태그, 계절형 워터파크를 더해 온 가족형 파크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매체 독자 투표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이들이 놀기 가장 좋은 곳'에 잇달아 뽑힐 만큼 생활권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02년 파크를 인수해 운영해 온 미셸 오브라이언(Michelle O'Brien)은 운영비 상승과 방문객 감소를 폐장 이유로 밝혔다. 그는 LA타임스(Los Angeles Times) 인터뷰에서 "다른 선택지가 남지 않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반 공개일은 7월 10일(금)과 11일(토)이며, 폐장 후 부지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Fiesta Village aerial view
I-10 고속도로변에 자리한 피에스타 빌리지 전경. 미니골프 코스와 야외 휴게 공간,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 Fiesta Village)

캘리포니아의 다른 파크들도 축소 수순이다. 실리콘밸리의 캘리포니아 그레이트 아메리카(California's Great America)는 시즌을 단축하고 계약직 184명을 감원했으며, 임차가 만료되는 2028년 이전인 2027년이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뉴욕 파밍데일주립대의 마틴 루이슨(Martin Lewison) 교수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일련의 축소 조치를 두고 폐장 수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메릴랜드의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Six Flags America)는 지난해 11월 영업을 끝냈고, 내슈빌 오프리랜드(Opryland·1997), 휴스턴 애스트로월드(AstroWorld·2005), 오하이오 지오가 레이크(Geauga Lake·2007)에 이어지는 퇴장의 행렬이다.

디즈니는 커진다…플로리다와 애너하임의 숫자

반대편의 숫자는 방향이 다르다. 디즈니는 2024년 전 세계 파크에서 1억 4,500만 명을 맞아 운영사 1위를 지켰고, 플로리다 월트디즈니월드의 매직 킹덤(Magic Kingdom)은 1,784만 명으로 19년 연속 세계 1위였다.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1,734만 명으로 2위다. 올해 7월 애너하임 파크는 개장 71주년을 며칠 앞두고 누적 10억 번째 게스트를 맞았다. 디즈니는 체험(Experiences) 부문에서 2025 회계연도 창사 첫 영업이익 100억 달러를 넘겼고,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를 약 90억 달러로 책정했다. 10년간 600억 달러 투자 계획의 일부다.

플로리다는 이 집중의 진앙이다. 유니버설을 보유한 컴캐스트(Comcast)는 올랜도 에픽 유니버스(Epic Universe) 개장 효과로 테마파크 부문 분기 매출이 19% 늘었다. 올랜도가 있는 센트럴 플로리다의 연간 방문객은 7,530만 명, 직접 관광 지출은 599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내 방문객 상위 9개 파크는 전부 디즈니와 유니버설 소속이며, 그 대부분이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에 있다. 같은 두 주(州)에서 초대형 리조트가 커지는 동안 지역 파크가 문을 닫는, 양극화의 지리적 압축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순위

운영사

2024년 방문객

전년 대비

1

디즈니(Disney Experiences)

1억 4,500만 명

+1.2%

2

판타와일드(Fantawild·중국)

8,720만 명

3

멀린 엔터테인먼츠(Merlin Entertainments)

6,280만 명

4

유니버설(Universal Destinations & Experiences)

약 5,900만 명

-0.7%

5

식스플래그스(Six Flags Entertainment)

5,030만 명

[표 1] 2024년 글로벌 테마파크 운영사 방문객 상위 5개사. (자료: TEA Global Experience Index 2024)

나머지는 버겁다…식스플래그스의 후유증

시장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미국 어뮤즈먼트·테마파크 시장은 2025년 약 246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3.5% 안팎 성장해 2031년 300억 달러대에 이를 전망이고(모르도르 인텔리전스), 세계 상위 25개 파크의 2024년 합산 방문객도 2억 4,600만 명으로 2.4% 늘었다(TEA). 문제는 그 성장분이 어디로 가느냐다. 미국 지역 파크 대부분을 운영하는 식스플래그스는 2024년 5,030만 명으로 디즈니의 3분의 1 수준이었고(TEA 집계), 지난 2월 발표된 2025 회계연도 실적은 구조조정의 압박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매출 31억 달러에 방문객 4,740만 명, 순손실은 영업권 등 무형자산에 대한 15억 달러 규모 비현금 손상차손을 반영해 16억 달러였다(조정 EBITDA 7억 9,200만 달러). 리처드 짐머맨(Richard Zimmerman) CEO가 물러난 뒤 취임한 존 라일리(John Reilly) CEO는 실적 발표에서 "2025년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인정하며 부채 상환과 레버리지 축소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2025년 말 순부채는 51억 1,000만 달러(총부채 52억 달러), 가용 유동성은 6억 2,300만 달러다.

회사는 부진 파크 매각 검토를 공식화했고, 4개 파크의 겨울 시즌 이벤트를 없애 4분기 방문객이 13%(약 140만 명)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운영일당 매출은 7% 끌어올렸다.

4분기 객단가는 66.41달러로 8% 상승. 방문객 수 대신 객단가로 버티는 디즈니식 처방의 축소판이다. 연간 설비투자는 5억 달러 수준으로, 디즈니의 90억 달러와 비교하면 화력 차이는 한 자릿수가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식스플래그의 입자료는 낮다. 성수기 기준 디즈니랜드(월드)의 6분의 1수준이다.

수요 측 압박도 겹친다. 디즈니조차 미국 파크 방문객이 전년 대비 1%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출입국 강화 조치로 해외 방문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애너하임 파크는 지역 주민 대상 71달러 티켓으로 해외 관광객 공백을 메우고 있다.

글로벌 테마파크서비스(International Theme Park Services)의 데니스 스피겔(Dennis Speigel) 대표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올해 테마파크 산업이 성장도 하락도 없는 정체 상태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슨 교수는 비디오게임, 스포츠, 라이브 이벤트 등 시간을 쓸 수 있는 대안이 크게 늘어난 점도 지역 파크 부진의 배경으로 꼽았다.

파크가 미래는 라이드가 아닌 팬덤

같은 지역, 같은 업계 안에서도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가 2025년 10월 공개한 2024년 글로벌 어트랙션 방문객 보고서는 그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리포니아 부에나파크의 넛츠베리팜(Knott's Berry Farm)은 2024년 방문객이 전년 대비 6.5% 증가한 약 450만 명(정확히는 4,503,000명)을 기록하며 북미 10위에 올랐다. 이는 북미 상위 20개 파크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넛츠베리팜은 100년 넘은 베리 농장의 역사를 품은 Ghost Town·Fiesta Village 등 테마 구역과 시즌패스 기반의 지역 밀착 운영으로 남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다만 이 숫자에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한다. 넛츠베리팜은 디즈니랜드에서 불과 6km(4마일) 거리에 있어, 성장분의 일부는 인근 주민, 일부는 디즈니랜드 방문객의 '오버플로'다. 실제로 같은 해 이웃 유니버셜스튜디오 할리우드는 9.9% 급감한 870만 명을 기록했는데, 그 이탈 수요의 상당수가 넛츠로 흘러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테네시 피전 포지의 돌리우드(Dollywood)약 314만 명(3.14 million)으로 북미 상위 20위 안(18위)에 사상 처음 진입했다. 이는 캐나다 원더랜드(17위)와 식스플래그스 그레이트아메리카(19위) 사이에 자리한 순위다. 자리를 내준 것은 톱20에서 밀려난 식스플래그스 그레이트어드벤처였다.

돌리우드에는 관객을 실어 나르는 공항 허브도, 옆에 붙은 컨벤션센터도, 전국 규모의 관광 마케팅 머신도 없다. 그럼에도 31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오직 이 파크 하나를 목적지로 피전 포지까지 직접 차를 몰고 찾아왔다.

두 파크의 성공 방정식은 대형 라이드 신설 경쟁이 아니다.

돌리우드가 파는 것은 최신 초대형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이 파크는 애팔래치아(Appalachia)의 문화와 역사, 스모키 마운틴의 장인 전통을 보존하는 데 공을 들여왔고, 방문객들은 스릴 라이드만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과 '돌리 파튼'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애착에 이끌려 이곳을 찾는다. 트립어드바이저 이용자 평가에서 최근 4년 중 세 차례나 '미국 1위 테마파크'로 선정된 것도 이 뚜렷한 정체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돌리우드의 성장률(0.8%)만 놓고 보면 오하이오의 시더포인트·킹스아일랜드(각 5% 성장)보다 완만하지만, 마케팅 인프라 없이 순수 목적지 수요만으로 톱20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르다.

라이드는 대체재가 많지만, 정체성과 팬덤은 대체재가 없다.

Child on a kiddie ride at Fiesta Village

피에스타 빌리지의 어린이 라이드. 지역 파크가 파는 것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반복되는 생활권의 기억이다. (사진: Fiesta Village)

물론 폐장하는 파크들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팬덤은 분명히 있었다.

캘리포니아 그레이트아메리카의 시즌패스 이용자인 23세 호세 아기레(Jose Aguirre)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파크를 "우리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렀다. 그런 애착에도 불구하고 파크는 사라진다. 이유는 방문객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레이트아메리카가 문을 닫는 직접적 원인은 부동산이다. 2022년, 당시 운영사 시더페어(Cedar Fair)는 파크가 깔고 앉은 112에이커의 땅을 실리콘밸리 물류 부동산 기업 프로로지스(Prologis)에 약 3억 1,000만 달러에 매각하고, 리스백 계약으로 최대 11년(2028년, 연장 시 2033년까지)만 운영한 뒤 폐장하기로 했다. 리비스 스타디움 옆, 다중 철도 노선과 맞닿은 이 부지는 실리콘밸리의 극심한 주택·물류 부지 부족 속에서 상업·산업·주거 복합 용도로서의 가치가 파크 운영 수익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로 원래 리스는 2074년까지였지만, 부지 가치를 현금화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조각내 팔린 끝에 지금의 폐장 수순에 이르렀다.

Mickey Mouse, Minnie Mouse, the unsuspecting one billionth guest Andres Robles and his parents Alejandra and Jose Robles of Arizona.

같은 논리가 동부에서도 반복됐다. 메릴랜드의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는 워싱턴 D.C. 인근 약 500에이커 부지의 재개발 가치를 이유로 2025 시즌을 끝으로 영구 폐장했다. 회사가 내세운 표현은 한결같이 "장기 성장 전략과 맞지 않는(not a strategic fit)" "포트폴리오 최적화"였다.

또 다른 축은 재무 구조다. 시더페어는 팬데믹으로 누적된 부채를 20억 달러 목표까지 줄이기 위해 그레이트아메리카 부지를 팔았고, 2024년 시더페어–식스플래그스 합병 이후에도 재무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러 파크를 매각·폐장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합병사의 CFO 브라이언 위더로는 2025년 투자자 미팅에서 그레이트아메리카를 "마진 순위에서 매우 낮은(very low)" 파크로 지목했다. 회사는 아예 실적 부진 파크가 개선책에 반응하지 않으면 투자를 합리화하고 '비핵심(non-core)'으로 분류하겠다고 못 박았다.

즉, 폐장은 팬덤의 실패가 아니라 자본의 계산이다. 사라지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그 수요를 담을 그릇이다. 연 1,500만 명대의 목적지형 리조트와, 땅값·부채 논리에 밀려 문 닫는 생활권 파크 사이. 연 100만~400만 명 규모의 중간 지대, 넛츠베리팜과 돌리우드가 자리한 바로 그 구간이 구조조정으로 비어 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중간 지대라고 운명이 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팬덤의 '급'이 갈린다. 생존을 위해선 K팝처럼 대체 불가능한 팬덤이 필요하다.

그레이트아메리카의 팬덤은 뜨거웠지만 대체 가능했다.

4마일 떨어진 디즈니랜드, 인근의 식스플래그스가 그 수요를 언제든 흡수할 수 있었고, 회사의 계산기에는 "이 파크가 사라져도 고객은 어디론가 간다"가 찍혔다. 반면 돌리우드의 팬덤은 대체 불가능하다. 애팔래치아 문화도, 돌리 파튼도, 피전 포지까지의 그 드라이브도 다른 파크로 옮겨 담을 수 없다. 이 파크가 사라지면 그 수요는 갈 곳을 잃는다.

역설적으로 이 구간에서 살아남는 조건이 분명해진다. 그레이트아메리카는 2024·2025·2026년 신규 대형 라이드가 전무했던 반면, 회사는 다른 핵심 파크에 10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 하드웨어 군비 경쟁만으로는 '비핵심'의 낙인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없다고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돌리우드에는 최신 초대형 코스터가 없어도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이 있었고, 그것이 이 파크를 '비핵심'이 아닌 '목적지'로 만들었다.

결국 파크의 미래를 가르는 것은 라이드의 크기도, 팬덤의 유무도 아니다. 그 팬덤이 "대체 가능한가"이다. 대체 가능한 애착은 땅값 앞에서 무너지고,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만이 그릇째 사라지는 운명을 피한다. 라이드는 대체재가 많지만, 정체성과 팬덤은 대체재가 없다. 다만 모든 팬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최근의 폐장 행렬이 동시에 증명하고 있다.

남는 부지들

테마파크들의 구조조정은 부지도 남긴다. 부지의 값은 파크가 아니라 땅의 대체 용도가 결정한다. 그레이트 아메리카 부지 112에이커(약 45만㎡, 13만 7,000평)는 2022년 물류 부동산 회사 프로로지스(Prologis)에 3억 1,000만 달러에 팔렸는데, 시더페어(Cedar Fair)가 2019년 같은 땅을 약 1억 5,000만 달러에 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두 배다.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의 515에이커(약 208만㎡, 63만 평) 부지는 CBRE를 통해 매물로 나와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소개되고 있다. 파크가 사라진 자리는 그동안 쇼핑몰, 물류시설, 주거 개발로 채워져 왔다.

부지

규모

상태

비고

그레이트 아메리카(샌타클래라)

112에이커 (약 45만㎡·13만 7,000평)

2022년 3억 1,000만 달러 매각

프로로지스 소유, 2028년 임차 만료 후 재개발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메릴랜드)

515에이커 (약 208만㎡·63만 평)

매물(CBRE)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마케팅

킹스 도미니언 주변(버지니아)

잉여 부지

매물

파크는 운영 지속

피에스타 빌리지(캘리포니아 콜튼)

소규모 FEC (약 6만㎡·1만 8,000평 추정)

7월 폐장, 용도 미정

I-10 직결·대형 주차장 보유

[표 2]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나오는 주요 파크 부지. (자료: 각 사 공시·발표, LA타임스·현지 보도 종합 / 환산: 1에이커=4,046.86㎡=약 1,224평)

이 규모로 무엇을 할 수 있나 — 부지 확보 비용의 좌표

규모별 활용 가능성을 가늠할 기준선은 이미 운영 중인 파크들이 제공한다. 넛츠베리팜의 파크 부지는 약 57에이커(약 23만㎡, 7만 평)로, 이 면적에서 연 450만 명을 소화한다. 돌리우드는 약 160에이커(약 65만㎡, 20만 평)에서 연 310만 명이다. 국내로 치면 넛츠베리팜은 롯데월드 어드벤처(약 32에이커) 부지의 1.8배, 돌리우드는 에버랜드(약 1,225에이커)의 8분의 1 수준이다.

중간 지대 파크가 반드시 초대형 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10~20에이커급(약 6만~8만㎡, 1만 8,000~2만 4,000평)의 피에스타 빌리지형 부지로도 상설 체험존과 야외 이벤트, 소규모 공연을 결합한 연 수십만 명 규모의 거점은 설계할 수 있고, 100에이커대(약 40만㎡, 12만 평 이상)면 아레나급 공연장과 스튜디오, 숙박까지 갖춘 연 100만 명 이상의 목적지형 시설이 가능하다.

확보 비용의 좌표는 실거래에서 출발한다. 상단 기준점은 실리콘밸리 112에이커의 3억 1,000만 달러 — 에이커당 약 277만 달러, 평당 약 2,260달러(원/달러 1,380원 기준 약 310만 원/평)다. 같은 캘리포니아라도 인랜드 엠파이어의 상업 용지는 이보다 크게 낮고, 남부·중서부 중소 도시는 다시 그 아래다. 반대로 동부 광역권 대형 부지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값을 끌어올리는 변수다. 아래 수치는 공개 거래와 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한 추정 범위로, 개별 부지의 소유 구조·용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규모

확보 비용(추정)

가능한 프로그램

목표 방문 규모

실내 1만㎡ 안팎(몰 임차)

연 임차료 수백만 달러 + 개보수 수천만 달러

IP 몰입 체험관, 포토존, K-푸드, 굿즈 스토어, 소규모 공연(넷플릭스 하우스형)

연 수십만 명

10~20에이커(피에스타 빌리지형 FEC)

인수 1,000만~3,000만 달러대 + 리모델 1,000만~3,000만 달러(지역별 편차)

상설 체험존·댄스 스튜디오, 2,000~5,000명 야외 페스티벌, 버티컬 촬영 스튜디오 1~2개 동

연 30만~80만 명

50~160에이커(넛츠베리팜~돌리우드급)

입지 따라 5,000만~3억 달러대(실리콘밸리 실거래 3억 1,000만 달러가 상단)

5,000석~1만 석 공연장, 스튜디오 콤플렉스, 테마 존, 숙박 결합 목적지형

연 100만~450만 명(운영 파크 실적 기준)

500에이커대(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형)

1억 달러 이상 가능성(데이터센터 수요와 경합), 지자체 합작 전제

K-컬처 타운 마스터플랜: 파크+스튜디오 캠퍼스+상업·주거 복합

단계 개발, 연 100만 명 이상

[표 3] 규모별 활용 프로그램과 부지 확보 비용의 추정 좌표. 넛츠베리팜(약 57에이커·450만 명), 돌리우드(약 160에이커·310만 명) 등 운영 파크 실적과 공개 거래를 기준으로 한 범위이며, 개별 실사에 따라 달라진다.

전망: 정체의 한 해, 재배분은 빨라진다

올해 산업 전망의 기준선은 스피겔 대표가 말한 "정체된 한 해"다. 전체 방문객 수는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 총량의 정체 아래에서 자리바꿈, 즉 재배분은 오히려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그 파이를 나눠 갖는 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밀어붙이는 힘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식스플래그스의 포트폴리오 정리다. 부진한 파크를 팔겠다는 방침이 이미 공식화된 만큼, 시장에 나오는 파크와 부지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레이트 아메리카는 임차 계약이 2028년 중반에 만료

둘째는 부지를 둘러싼 경쟁 용도의 변화다. 파크 땅을 노리는 상대가 더 이상 쇼핑몰이나 물류창고만이 아니다.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 부지가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마케팅되고 있듯, AI 인프라 수요가 파크 부지를 사려는 가장 강력한 경쟁 매수자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와 물류가 값을 밀어올리기 시작하면 땅값은 뛴다. 체험 시설로의 전환을 검토한다면, 이들이 값을 끌어올리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는 경험 산업에 등장한 새로운 진입자들이다. 넷플릭스는 2025년 11월 필라델피아 킹 오브 프러시아, 12월 댈러스 갤러리아에 각각 약 1만㎡(10만 제곱피트) 규모의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를 열었고, 2027년에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3호점을 낸다. 이 모델에는 롤러코스터 같은 대형 라이드가 없다. 대신 IP 몰입 체험과 식음료, 머천다이즈로 공간을 채운다. 주목할 대목은 이 넷플릭스 하우스의 간판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라는 점이다. 한국 IP는 이미 미국 체험 시장의 앵커 콘텐츠로 들어와 있다.

결국 구도는 초대형 리조트(디즈니·유니버설)와 몰 기반 IP 체험관(넷플릭스) 사이, 넛츠베리팜과 돌리우드가 자리했던 연 100만~400만 명 규모의 중간 지대가 비어 가는 형태다. 이 빈 자리를 누가, 어떤 형태로 차지할 것인가가 향후 2~3년 미국 경험 산업의 핵심 관전 지점이다. 그리고 그 앵커 콘텐츠 자리에 이미 한국 IP가 앉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대안의 하나, K-컬처 타운 — 팬덤 경로의 연장선

팬덤이 승부처라면, 세계에서 가장 조직화된 팬덤을 가진 콘텐츠가 이 부지들의 대안 목록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K-컬처 타운·K-팝 허브 시나리오다. 논리는 지역 파크들이 실패한 게임을 반복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하드웨어는 기존 파크가 남긴 것(주차장·전력·실내 시설·인허가)을 물려받고, 방문 동기는 소프트웨어(상시 K-팝 공연과 팬 이벤트, 댄스 스튜디오·포토존·드라마 세트 체험, K-푸드 존, 미주 시장용 숏폼·버티컬 촬영 스튜디오)로 만드는 방식이다.

인물 IP와 지역 정체성으로 연 310만 명을 모은 돌리우드가 선례이고, 넷플릭스 하우스가 '오징어 게임'을 간판 체험으로 내세운 데서 보듯 한국 IP의 현지 체험 수요는 이미 검증되고 있다.

단계

모델

규모·투자(추정)

참조 사례

1단계 검증

몰·유휴 상업시설 임차형 K-컬처 하우스, 팝업 페스티벌

5,000~1만㎡ 임차, 수천만 달러대, 1년 내 개장

넷플릭스 하우스(쇼핑몰 전환)

2단계 거점

폐장 중소 파크 인수·리모델형 K-팝 허브

10~50에이커, 수천만~1억 달러대(입지별 편차)

피에스타 빌리지형 부지

3단계 앵커

지자체 합작 신축·복합 개발형 K-컬처 타운

100에이커 이상, 수억 달러 이상, 세제·인허가 인센티브 결합

식스플래그스 아메리카 515에이커, 오시올라 네오시티(NeoCity)

성립 조건은 분명한 편이다. 입지는 LA·애틀랜타·댈러스·워싱턴 D.C.처럼 K-팬덤이 밀집한 대도시 광역권에서 차로 1시간 안팎, 고속도로 직결과 주차 인프라, 지역 정부 인센티브, 국제공항 접근성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사업 구조는 부지·인센티브를 내는 지역 정부, IP를 라이선스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제작사, 운영·관광 연계를 맡는 사업 주체의 3자 결합이 현실적이다.

NeoCity

플로리다 오시올라 카운티(Osceola County)도 참조점이다. 이 카운티는 500에이커 규모의 기술 지구 '네오시티(NeoCity)'에 ELSPES의 4억 7,000만 달러 반도체 투자, 스마트레이더시스템(SRS)의 5,300만 달러 미국 본사 등 한국 첨단기업을 잇달아 유치하며 스스로를 '엔터테크(EnterTech) 협력 지대'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인천공항과 올랜도공항(MCO) 직항 추진 협약(2025)에 더해, 올랜도공항 안에 K-Content·K-Food·K-Pop 부스를 개발 중이며 K-팝 공연까지 검토하고 있다. 디즈니월드 인접 관광 벨트, 기술 지구, 한국 콘텐츠 가시성을 한 축으로 묶는 이 모델은 K-컬처 타운 구상의 실물 참조점에 가깝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폐장 파크가 기대던 지역 수요에만 의존하면 실패를 반복하게 되므로, 수요 기반은 광역권과 미주 팬덤 전체로 설계해야 한다. 아티스트·드라마 IP 라이선스 없이 '한국풍 공간'만으로는 방문 동기가 약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벽이다.

TV에서 공간으로...일본 방송은 왜 현장에 집착하나
″광고가 줄고 시선이 SNS로 흩어지는 시대 — TV아사히는 4만6500㎡·9층짜리 ‘도쿄 드림파크’에 도라에몽과 황금 오타니, 반 고흐를 모아 시청 시간(view time)을 체류 시간(dwell time)으로 환전하는 일본 지상파의 새 답안을 내놓았다.”

결론: 세 번째 길을 내는 것은 언제나 팬덤이었다

미국 테마파크는 지금 두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위로는 연 1,500만 명대의 목적지형 리조트가 건재하고, 아래로는 땅값과 부채 논리에 밀린 생활권 파크가 문을 닫는다. 그 사이, 넛츠베리팜과 돌리우드가 자리했던 연 100만~400만 명의 중간 지대가 구조조정으로 비어 가고 있다.

이 두 갈래 길에서 세 번째 길을 내는 것은 언제나 팬덤이었다. 돌리우드는 라이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으로 그 길을 냈고, 넷플릭스 하우스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팬덤을 앵커 삼아 몰 안으로 그 길을 끌어들였다. 지역 파크의 시대가 저무는 자리에 무엇이 들어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채울 자격이 팬덤을 가진 콘텐츠에 먼저 주어진다는 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조직화된 그 팬덤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한국 IP를 향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폐장 행렬이 남긴 숫자들이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비어 가는 그릇은 위기의 신호가 아니다. 대체 불가능한 팬덤을 가진 쪽에게 그것은 기회의 좌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와 물류가 그 그릇을 먼저 채우기 전에, 누가 움직이느냐다.

※ 기초 자료: LA타임스(Los Angeles Times) 2025년 9월 12일자(Wendy Lee 기자)·2026년 7월 7일자(Cerys Davies 기자) 보도, 디즈니랜드 리조트 공식 발표, TEA Global Experience Index 2024, Mordor Intelligence, 식스플래그스(2025 회계연도 실적 발표 포함)·디즈니·컴캐스트 공시, 넷플릭스 발표, 피에스타 빌리지 공식 발표. 투자·비용 수치는 공개 거래 기준 추정치로 개별 실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