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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빗, 2분기 B2B 콘텐츠 사람 요청 1000건당 AI 스크랩 116건… 더블베리파이, AI 슬롭 광고 요청 1~9월 32억 건

그래픽=K엔터테크허브
한줄요약
AI 봇은 사람이 쓴 전문 콘텐츠에 몰리고, 광고는 AI가 찍어낸 저품질 페이지로 흘러가고 있다. 톨빗 집계에서 2분기 B2B·전문 콘텐츠는 사람 요청 1000건당 AI 스크랩 116건으로 전국 뉴스(20건)의 5.8배였다. 더블베리파이 집계로 AI 슬롭 페이지 광고 요청은 1~9월 32억 건을 넘었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3사·네이버 AI 학습 소송 8차 변론이 5일 열린다.
사람이 공들여 만든 전문 콘텐츠는 AI의 답변 재료로 수집되고, AI가 값싸게 찍어낸 저품질 콘텐츠는 광고를 끌어모으고 있다. AI의 콘텐츠 수요가 커지는 한편, 광고 시장에서는 AI 슬롭 사이트가 급증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는 이용 대가를, 광고를 사는 쪽에는 지면의 품질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미디어 산업의 과제로 떠올랐다.
AI 봇이 사람보다 훨씬 자주 찾는 콘텐츠는 B2B·전문 분야다. AI 콘텐츠 거래 플랫폼 톨빗(TollBit)의 2026년 2분기 집계에서 B2B·전문 콘텐츠는 사람 요청 1000건당 AI 스크랩(scrape, 자동 수집)이 116건이었다. 육아(92건)와 건강·웰니스(87건)가 뒤를 이었다. 전국 뉴스는 20건, 지역 뉴스는 22건으로 13개 분야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광고 시장에서는 AI가 대량으로 찍어낸 저품질 사이트,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 빠르게 늘었다. 광고 검증 업체 더블베리파이(DoubleVerify) 자료를 인용한 악시오스(Axios) 10월 17일자 보도에서 2분기 AI 슬롭 사이트 수는 1년 전보다 5배 넘게 늘었고 이들 사이트의 트래픽은 4배가 됐다. AI 슬롭 페이지로 간 월간 광고 요청은 1월 1억 8400만 건에서 9월 8억 3400만 건으로 354% 증가했다. 1~9월 누적은 32억 건을 넘는다.
악시오스는 두 데이터를 미디어 트렌드 자료에 '사람의 지식은 희소하다(Human intelligence is scarce)', 'AI 슬롭이 GEO를 가로챈다(AI slop hijacks GEO)'라는 제목으로 나란히 실었다. GEO(생성 엔진 최적화,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는 챗GPT(ChatGPT) 같은 AI 답변에 자사 콘텐츠가 인용되도록 다듬는 작업이다. 악시오스는 브랜드와 언론사가 챗봇의 추천에 영향을 주려고 경쟁하면서 검색엔진최적화(SEO)가 안고 있던 유인 문제가 AI 답변 엔진 시대에 더 커졌다고 썼다.
한국에서는 같은 문제가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다. KBS·MBC·SBS 지상파 3사가 네이버(Naver)를 상대로 낸 AI 학습 저작권 소송 8차 변론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Seoul Central District Court)에서 열린다. 양측은 변론 종결을 앞두고 뉴스 학습이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고 있다.
B2B 116건, 전국 뉴스 20건… '고의도 질문'에 답할 콘텐츠에 봇 몰려
악시오스는 톨빗 수치를 두고 B2B 콘텐츠가 업무·구매 결정 직전의 고의도(high-intent)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이고, 틈새(niche) 콘텐츠는 봇에게 오래 쓰이는(evergreen)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AI 챗봇에 묻는 질문의 답이 전문 콘텐츠 안에 있기 때문에 봇이 그쪽으로 몰린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사람 요청 대비 비율이어서, 뉴스 분야의 낮은 수치에는 사람이 여전히 뉴스 사이트를 직접 많이 찾는다는 사실도 함께 담겨 있다.

봇과 사람의 비율은 1년 사이 빠르게 벌어졌다. 톨빗이 올해 초 낸 2025년 하반기 보고서를 디지데이(Digiday)가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25년 1분기 사람 방문 200건당 1건이던 AI 봇 방문은 4분기 31건당 1건이 됐다. 같은 4분기 AI 봇 스크랩의 30%는 사이트가 robots.txt로 막아 둔 지시를 지키지 않았다. 반면 AI 앱이 언론사에 보내 주는 유입은 전체 외부 유입의 약 0.12%로, 구글(Google)이 보내는 약 80%와 큰 차이가 났다.
톨빗이 공개한 2026년 상반기 집계는 9870억 건이 넘는 사이트 방문을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 탐지한 AI 봇 스크랩은 220억 건이 넘었고, 이 가운데 19억 건 이상이 사이트 운영자의 robots.txt 지시를 우회하거나 무시했다. 톨빗은 이 보고서에 '나쁜 봇(The Bad Bots)'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AI 슬롭 사이트 1년 새 5배… 9월 광고 요청 8억 3400만 건
AI 슬롭 페이지로 가는 광고 요청은 하반기 들어 증가 폭이 커졌다. 월간 광고 요청은 4월 2억 9600만 건에서 5월 2억 5800만 건으로 한 차례 줄었다가 7월 3억 5900만 건, 8월 5억 2800만 건, 9월 8억 3400만 건으로 늘었다. 8~9월 두 달 물량이 1~9월 누적(약 32억 5000만 건)의 42%를 차지한다.

슬롭 사이트가 늘어나는 이유는 제작비에 있다. 더블베리파이 사기연구소(DV Fraud Lab)는 3월 한 조직이 운영한 200개가 넘는 AI 슬롭 도메인 네트워크를 오토베이트(AutoBait)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각 도메인은 독립 라이프스타일 블로그처럼 보였지만 같은 AI 생성 기사와 이미지를 공유했고, 운영자들은 콘텐츠 생성 프롬프트를 사이트 자바스크립트 코드 안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연구진은 기사 한 편을 만드는 비용이 2.25달러(약 3000원)도 들지 않는다고 호주 미디어위크(Mediaweek)에 밝혔다. 더블베리파이는 올해 초 몇 주 만에 여러 언어로 된 AI 슬롭 사이트 수천 개를 찾아냈다.
더블베리파이는 상반기에만 AI 슬롭 콘텐츠 노출을 5억 회 넘게 탐지했다고 익스체인지와이어(ExchangeWire)가 9월 14일 전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서는 여행이 AI 슬롭이 가장 많은 분야였고 스포츠, 테크 분야에서도 물량이 컸다. 더블베리파이는 슬롭 회피 도구 'AI 슬롭스토퍼(AI SlopStopper)'를 오픈 웹에 이어 유튜브(YouTube) 영상 지면으로 넓혔다.
소송은 본문에서 메타데이터로… 그레이스노트, 오픈AI 제소
악시오스는 콘텐츠 기업과 AI 기업의 소송 범위가 메타데이터로 넓어졌다고 정리했다. 닐슨(Nielsen) 자회사 그레이스노트(Gracenote)는 3월 오픈AI(OpenAI)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다. 그레이스노트는 오픈AI가 자사 메타데이터를 무단으로 썼을 뿐 아니라 메타데이터들을 서로 잇는 관계 구조(relational framework)까지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악시오스는 3월 10일 데이터셋 뒤의 독점 구조를 문제 삼은 대형 미디어 저작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AI 답변 서비스를 겨냥한 언론사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펜스케 미디어(Penske Media)는 2025년 9월 구글 AI 오버뷰(AI Overviews)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2025년 12월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신문(Yomiuri Shimbun)이 2025년 8월 퍼플렉시티가 기사 11만 9467건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약 21억 70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아사히신문(Asahi Shimbun)과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도 같은 달 소송에 합류했다.
차단도 늘었다. 악시오스 미디어 담당 사라 피셔(Sara Fischer) 기자는 10월 19일 악시오스가 미국 주요 언론사 도메인 102곳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42%가 AI 학습용 크롤러를 전면 차단했고, AI 검색용 크롤러를 막은 곳은 25%였다.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봇(ClaudeBot)을 전면 차단한 곳은 46%, 오픈AI의 GPT봇(GPTBot)은 38%였다. 학습은 막고 AI 답변 인용 경로는 열어 두는 선택이 많다는 수치다.
지상파 3사·네이버 소송 5일 8차 변론… 1심 선고 연말·연초 전망
지상파 3사는 2025년 1월 13일 네이버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와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학습에 방송 3사 기사를 무단으로 썼다며 소송을 냈다. 방송사별 청구액은 2억원(약 14만 9000달러)이며 AI 학습 금지도 함께 청구했다. 원고 측은 청구액을 추후 늘릴 계획이다. 3차 변론을 앞두고는 침해 저작물 9만 7000여 건의 목록을 재판부에 냈다.
8월 18일 6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네이버가 2020년 뉴스 제휴 약관을 고칠 당시 생성 AI 모델 활용 가능성을 방송사에 설명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이를 전제로 주장하라고 양측에 요구했다. 네이버는 계약상 이용 권한과 공정이용을 근거로 맞서고 있다. 9월 8일 7차 변론은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10여 분 기일로 끝났고, 양측은 다음이나 그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기자협회보(Journalists Association of Korea)는 1심 선고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상파 3사는 2월 오픈AI를 상대로도 AI 학습과 출력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제도는 아직 이 다툼을 다루지 않는다. 올해 1월 시행된 AI 기본법(Framework Act on AI)은 AI 사업자에게 AI 기반 서비스라는 사실과 AI 생성물이라는 사실을 고지·표시할 의무만 두고, 학습 데이터 사용이나 저작권 침해 금지 조항은 두지 않았다. AI 사업자에게 학습 데이터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은 2025년 6월 발의된 뒤 국회 논의가 멈춰 있다.
톨빗 수치는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가 협상 대상을 넓게 볼 근거가 된다. 국내 소송은 뉴스 기사 학습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봇 수요가 큰 분야는 B2B·육아·건강처럼 질문에 바로 답이 되는 전문·생활 정보였다. 방송사가 보유한 의학·경제 전문 프로그램, 교양·다큐멘터리 아카이브와 대본·자막 데이터가 이 범주에 든다. 광고 쪽에서는 국내 광고주도 해외 광고주와 같은 오픈 마켓 프로그래매틱 지면을 산다. 더블베리파이 측은 디지데이 인터뷰에서 언론사와 직접 거래하는 PMP(프라이빗 마켓플레이스)·보장형 거래가 슬롭·위장 지면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언론사 디지털 광고 영업이 사람 트래픽 검증 데이터를 판매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이유다.
AI가 대체 못 하는 것… 1차 취재·관점·신뢰
AI가 쉽게 대체하는 콘텐츠와 그렇지 못한 콘텐츠의 차이는 매체 현장 데이터에서 드러난다. 미국 테크 매체 디지털트렌즈(Digital Trends)는 톨빗 모니터링에서 일주일 동안 봇 스크랩 410만 건을 받았지만, AI 챗봇이 보내 준 방문자는 4200명에 못 미쳤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콘텐츠는 '윈도에서 화면 캡처하는 법' 같은 상시형 안내 글과 제품 사양 중심 리뷰였다.
AI가 단계별 답과 사양·평점을 곧바로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2006년 창간에 참여한 댄 골(Dan Gaul)은 "데이터 중심이나 사양 중심 정보"에서 손실이 가장 크다고 미디어코파일럿(The Media Copilot)에 말했다. 기획·논평·창작 글은 대체가 덜했고, 디지털트렌즈는 트래픽 최적화에서 독자 커뮤니티 구축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AI가 새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아직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정보다.
현장 취재와 인터뷰, 독자적으로 쌓은 데이터, 업계 관계망에서 나온 사실은 AI 답변이 가져다 쓸 수는 있어도 스스로 생산하지는 못한다. 톨빗 집계에서 봇이 가장 많이 몰린 곳도 B2B와 틈새 분야였다. 그레이스노트가 소송에서 지키려 한 것 역시 기사 본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쌓아 온 메타데이터 구조였다.
신뢰도 대체되지 않는다. 더블베리파이 조사에서 영국 소비자 48%는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 옆에 광고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고 답했고, 30%는 매우 나빠진다고 했다고 어드밴스드 텔레비전(Advanced Television)이 9월 14일 전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면이 광고주에게 값을 갖는 이유다.
국내 방송·미디어로 옮기면 지역 취재망, 분야별 전문 기자와 PD, 수십 년 치 방송 아카이브, 출연자·팬과 쌓은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악시오스가 슬라이드 제목으로 쓴 대로 사람의 지식은 희소해지고 있고, AI 시대 콘텐츠의 가격은 생산량보다 1차 정보와 신뢰가 정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국내 1심 이르면 연말… 봇 과금·슬롭 차단 도구 확산
지상파 3사와 네이버의 1심 판결은 국내에서 AI 학습용 뉴스 데이터의 이용 범위와 대가를 다룬 첫 법원 판단이 된다. 재판부가 약관 해석에서 결론을 낼지, 공정이용까지 판단할지에 따라 신문·인터넷 매체의 후속 협상 방식도 달라진다. 오픈AI 상대 소송은 출력물까지 다투고 있어 쟁점이 더 넓다.
해외에서는 차단에서 과금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다. 톨빗은 AI 봇을 유료 관문으로 보내 페이지 단위로 요금을 받는 방식을 운영하고, 상반기에만 26억 건 넘는 봇 요청을 이 관문으로 돌렸다. 광고 검증 업체들은 슬롭 차단 도구를 소셜·영상 플랫폼으로 넓히고 있다. 봇이 사람의 전문 콘텐츠를 더 많이 가져가고 광고가 AI 생성 페이지로 더 많이 흘러가는 흐름이 함께 커지는 만큼, 콘텐츠 사업자의 대가는 접근 과금과 라이선스, 검증된 광고 지면에서 동시에 협상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