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콘텐츠의 다음 경쟁력은 IP와 데이터

싱가포르 AICON 2026에 모인 한·싱 미디어 업계가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IP와 데이터를 꼽았다. 헬로웍스의 라이파이 확장 구상, 원니스코리아의 하이브리드 제작, IPTV의 시청 데이터 전략을 통해 제작 효율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할 조건을 짚었다.

AI 시대 콘텐츠의 다음 경쟁력은 IP와 데이터

AICON 2026 · 한국-싱가포르 AI 교류 패널

AICON 2026 한·싱 미디어 패널… 제작사는 IP 확장, 플랫폼은 시청 데이터 활용에 주목

9일 싱가포르 SCAPE 그라운드 시어터에서 열린 AICON 2026 메인 스테이지 패널. 왼쪽 첫째가 사회를 맡은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둘째가 마이크를 든 변영규 헬로웍스 PD, 오른쪽 끝이 제이스 탐 크리에이티브앳워크 대표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생성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 보편화되면서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은 IP를 확보하고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작사는 작품을 여러 포맷과 시장으로 키울 권리가 필요하고, 플랫폼은 콘텐츠가 누구에게 도달하고 어떤 반응을 얻는지 설명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10월 9일 싱가포르 SCAPE에서 열린 AICON 2026 한·싱 미디어 패널에서는 이 두 자산을 중심으로 AI 콘텐츠 사업의 다음 단계를 모색했다.

유용화(Yoo Yong-hwa) 한국IPTV방송협회(Korea IPTV Association) 회장이 개회 인사를 맡았고, 변영규(Byun Young-gyu) 헬로웍스(HelloWorks) PD, 김진수(Kim Jin-su) 원니스코리아(ONENESS KOREA) 대표, 제이스 탐(Jayce Tham) 크리에이티브앳워크(CreativesAtWork) 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사회는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K-EnterTech Hub) 대표가 봤다.

플랫폼과 제작사는 서로 다른 자산에서 해법을 찾았다. 유 회장은 유료방송이 축적한 시청 데이터에 주목했다. 협회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IPTV 3사와 함께 셋톱박스 약 1800만 대의 시청 기록을 묶은 ‘TV 인덱스(TV INDEX)’를 운영한다. 그는 “유료방송의 강점을 AI·데이터 기술과 결합하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이 강조한 것은 생산량을 늘린 뒤에도 남는 사업 기반이다.

탐 대표는 “제작 대행 모델만 계속하면 우리끼리 싸우고 가격은 내려갈 뿐”이라고 했다. 변 PD는 “AI로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어 공급은 가파르게 늘지만, 사람들이 영상을 보는 양은 예전과 같다”며 “좋은 IP를 갖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고, AI 세상에서 고르는 일은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제작 효율의 개선이 IP 확보와 유통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AI 페스티벌 AICON 2026이 열린 싱가포르 SCAPE 전시장. 입구 아치에 행사 구호 ‘AI for Everyone’이 적혀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편성에서 추천으로 이동하는 플랫폼의 경쟁력

플랫폼의 변화는 유 회장이 짚었다.

그는 “AI는 이미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고 즐기는 방식을 바꾸고 있고, 그 결과 미디어 산업도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방송 플랫폼은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역할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시청자의 취향과 시청 습관을 이해하고 시청자마다 더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추천하는 훨씬 똑똑한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IPTV 3사는 이미 개인 맞춤형 추천과 검색, 고객 상담, AI 셋톱박스에 AI를 쓰고 있다. 광고도 바뀌는 중이다. 유 회장은 어드레서블 TV 광고(addressable TV advertising, 가구별 맞춤형 TV 광고)를 예로 들며 “같은 시간에 같은 채널을 보더라도 가구마다 다른 광고를 내보낼 수 있고, 셋톱박스 데이터를 쓰면 광고주가 광고를 본 사람 수와 효과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TV 인덱스는 이 데이터를 공통 기준으로 가공한 지표다. IPTV 3사가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와 함께 지난해 11월 베타 버전을 공개했고, 올해 3월 24일 정식 출시했다. 약 4000가구 패널로 전체를 추정하는 기존 시청률과 달리 실제 시청자 수(도달)와 시청 시간을 함께 보여 준다. IPTV 3사가 송출하는 306개 채널 가운데 85개(27.7%)가 기존 시청률 조사에서 ‘0%’로 잡혔다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자료(디지털투데이 보도)는 이런 측정의 사각지대를 보여 준다.

응티안총(Ng Tian Chong) 싱가포르텔레콤 회장과 면담 이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유용화 IPTV협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

유 회장은 “TV 인덱스는 전통적인 시청률을 넘어 실제 시청자 수, 콘텐츠가 닿는 사람 수, 시청 시간을 본다”며 “또 하나의 시청률 체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실제 가치와 시청 습관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앞으로 시청 데이터와 광고 데이터를 연결해 콘텐츠와 광고의 가치를 함께 측정할 계획이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협회가 지난 8월 연 정책위원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결합 기준, 사업자 간 데이터 규격, 프로그램·광고의 정확한 편성 정보 확보가 과제로 꼽혔다고 뉴시스 등이 전했다.

유 회장은 미래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을 “사람과 콘텐츠를 잇고, 시청자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새 콘텐츠와 서비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유료방송은 폭넓은 콘텐츠, 안정적인 서비스, 오랜 기간 쌓은 시청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싱가포르 협력 분야로는 콘텐츠 공동제작과 유통, AI 콘텐츠 제작, 추천, 개인화 시청 데이터, 광고 기술,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를 들었다.

유 회장은“한국은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 K-콘텐츠에 강점이 있고,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과 기술, 시장이 모이는 아시아의 디지털 허브”라고 말했다. 인사를 마친 유 회장은 오렌지 홀세일 인터내셔널(Orange Wholesale International) 면담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숏폼 시장의 성장과 제작 용역 모델의 한계

탐 대표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앳워크(Creativeatwork)는 미국 숏폼 드라마 플랫폼 드라마박스(DramaBox)에 매달 숏폼 드라마 두 시리즈를 납품한다. 한 시리즈는 1분 안팎 에피소드 60~90회로 구성된다. 탐 대표는 “작업 흐름을 다시 짜서 한 달 2편을 6편으로 늘리고, 다른 나라 파트너와 함께하면 한 달 100편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산 확대의 배경은 시장 성장이다. 중국인터넷시청각협회(China Netcasting Services Association)는 2024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를 504억 4000만 위안(약 9조 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국가전영국(China Film Administration)이 집계한 같은 해 극장 박스오피스 425억 200만 위안(약 8조 2500억원)을 처음 넘어선 규모다.

2024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추산)과 극장 박스오피스. 자료=중국인터넷시청각협회, 중국 국가전영국

해외 앱 시장도 빠르게 컸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세계 숏폼 드라마 앱의 인앱 결제 매출은 2025년 1분기 약 7억 달러(약 9800억원)로, 1년 전 약 1억 7800만 달러(약 2500억원)의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이 49%를 차지했고, 릴숏(ReelShort)이 약 1억 3000만 달러, 드라마박스가 약 1억 2000만 달러를 벌었다.

세계 숏폼 드라마 앱 인앱 결제 매출(앱스토어·구글플레이 기준, 광고 수익 제외). 자료=센서타워

시장 확대가 제작사의 수익성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탐 대표가 경계한 것은 제작사가 생산 능력만으로 경쟁할 때 생기는 단가 압박이다. 크리에이티브앳워크는 플랫폼이나 방송사가 AI 활용 드라마 등을 맡기면 제작비를 받는 용역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방송사가 완전 생성 AI 작품에 우리에게 얼마를 주겠느냐”며 “IP를 숏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TV 프로그램 한 가지 형태로만 보지 말고 상품 같은 다른 활용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결과물을 생산하는 도구에서 체험을 만드는 수단으로 확장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라이파이로 구체화한 한국 IP의 확장 구상

헬로웍스는 IP 확장 사례로 ‘라이파이 리제너레이션(LiPie Regeneration)’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라이파이는 김산호(Kim San-ho) 작가가 1959년 그린 SF 만화다. 변 PD는 “K-드라마, K-팝 영상은 많지만 한국 슈퍼히어로를 아는 사람은 없다”며 “세계에는 아이언맨이나 슈퍼맨 같은 한국 슈퍼히어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PD는 “라이파이는 한국전쟁 뒤 아이들에게 미래와 꿈을 줬던 작품”이라며 “김산호 작가와 함께 다시 키우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IP를 영화 한 편에 가두지 말고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만화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탐 대표는 싱가포르 쪽 투자나 공동제작 파트너도 찾고 있는지 물었다.

헬로웍스가 추진하는 ‘라이파이 리제너레이션’ 포스터. 자료=헬로웍스

제작 현장의 해법은 AI와 기존 기술의 결합

김 대표는 발언에서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그대로 쓰면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며 격투 장면을 예로 들었다. 누구나 그럴듯한 격투 장면은 만들 수 있지만, 주먹의 위치 같은 세밀한 동작과 표정을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AI만 보지 않고 2D와 3D 기술의 장점을 결합해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원니스코리아는 국내 버추얼 휴먼 ‘로지(Rozy)’를 기획·운영한 팀이 2023년 세운 회사로, 광고·애니메이션·IP 영상을 만든다. 김 대표는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작품이 끝나면 사라지지만, 버추얼 휴먼은 자기 삶을 이어 가며 현실 세계에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어진혁 CTO가 회사의 생성 AI 제작 사례를 발표했다.

원니스코리아 어진혁 CTO가 8일 AICON 2026 마스터클래스에서 생성 AI 제작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관객의 수용성이 정하는 AI 도입 순서

탐 대표는 싱가포르 시장이 한국이나 중국과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 관객은 TV 시리즈든 장편 영화든 완전 AI 콘텐츠에 익숙하지만, 싱가포르는 훨씬 조심스럽다”며 “지난 8월 현지 기업이 100% AI로 만든 장편 영화를 극장에 걸었다가 관객 반발을 크게 샀다”고 전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생성 AI가 후반 작업 보조로 먼저 들어가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앳워크는 싱가포르 지상파 미디어콥(Mediacorp)과 사고 장면 재현처럼 실제로 찍기 어려운 장면을 생성 AI로 만든다.

인도네시아 방송사 SCTV와는 생성 AI로만 만든 7분짜리 어린이 콘텐츠 26편을 제작하고 있다. 탐 대표는 “이런 경우 관객이 더 잘 받아들이지만, 실제 사람을 생성 AI로 만드는 데는 저작권과 가짜 콘텐츠 문제로 아직 민감하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플랫폼에 남는 선별과 검증의 역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누구나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에 방송사와 유료방송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변 PD는 “방송사와 플랫폼은 탄탄한 시청자층이 있고 좋은 품질을 지켜 왔다”며 “AI 영상은 막을 수 없으니 언젠가는 골라야 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반발이 있겠지만 점점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방송사는 데이터로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 찾아야 하고, 제작사는 좋은 품질의 AI 영상과 드라마를 공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분짜리 영상을 찍으려고 100명, 1000명을 모을 수는 없다”며 “미디어도 옛 촬영 방식을 깨고 AI로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PD가 말한 ‘데이터로 고르는 방송사’는 유 회장이 개회 인사에서 소개한 TV 인덱스와 바로 맞닿는다.

한국의 이야기와 싱가포르의 연결망이 만나는 지점

탐 대표는 “한국은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강하고, 싱가포르는 기술과 인프라, 동남아를 잇는 연결이 강하다”며 “두 나라가 창작 콘텐츠에서 더 가깝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나 성우가 필요 없어지는 시점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사람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작을 다음 단계로 꼽았다. 또 “동남아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며 “생성 AI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어린아이도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만들고, 싱가포르가 이를 유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뒤 콘텐츠의 모습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탐 대표는 “개인화가 모든 제작자의 다음 경쟁 무대가 될 것”이라며 “가장 많은 관객이 아니라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생성 AI가 주는 가장 큰 기회”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K컬처가 세계 최고”라고 했고, 변 PD는 작은 팀도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공동제작과 유통 가능성을 타진한 현장 상담

패널은 이틀 동안 이어진 한국 대표단 일정의 한 부분이었다.

유 회장은 8일 SCAPE 눌담 스페이스에서 열린 한국 콘텐츠 빌리지 네트워킹 오찬에서 축사를 했다. 오찬에는 응티안총(Ng Tian Chong) 싱텔(Singtel) 싱가포르 CEO와 싱가포르 정부·공공기관·기업 관계자, 한국 미디어·콘텐츠 기업 대표단이 참석했고, 헬로웍스와 원니스코리아가 회사를 소개했다.

유 회장은 축사에서 “AI는 이제 산업 전반의 변화를 넘어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를 소비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디지털·AI 혁신 국가로서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함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도 한국과 싱가포르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AI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러한 교류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8일 SCAPE 눌담 스페이스에서 열린 한국 콘텐츠 빌리지 네트워킹 오찬(왼쪽)과 헬로웍스 회사 소개(오른쪽). 화면에 헬로웍스가 찾는 글로벌 협업 파트너와 라이파이 프로젝트가 소개돼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현지 미팅은 AICON 공동 주최사인 크리에이티브앳워크가 주선했다. 8일 저녁 6시 30분에는 앤디 리(Andy Lee) 국제사업 부사장 겸 동남아 총괄이 이끄는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 측과 K엔터테크허브 네트워킹 존에서 만났다.

헬로웍스에서 변영규 PD와 장신이(Jang Shin-i) 법무 담당, 원니스코리아에서 어진혁(Eo Jin-hyuk) CTO가 참석했다. 한국 측이 미리 전달한 관심 분야는 스트리밍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스토리지, 콘텐츠 자동 제작과 캐릭터 일관성을 위한 생성 AI 도구였다. 두 회사는 동남아 거점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8일 저녁 K엔터테크허브 네트워킹 존에서 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관계자들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측과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같은 날 미디어콥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네트워크(MCN) 블루머(Bloomr.SG) 측도 눌담 스페이스로 한국 대표단을 찾았다. 블루머는 미디어콥이 현지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세운 MCN이다. 숏폼 드라마를 만들고 크리에이터·배우 매니지먼트를 하는 헬로웍스, AI 캐릭터 영상을 만드는 원니스코리아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

8일 SCAPE 눌담 스페이스에서 미디어콥 MCN 블루머(Bloomr.SG) 측과 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관계자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한국IPTV방송협회는 9일 패널 직후 오렌지 홀세일 인터내셔널 싱가포르 사무소를 방문해 통신사 기반 콘텐츠 전송망(CDN)과 데이터 보호·보안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K엔터테크허브는 행사장 엔터테인먼트 존(Entertainment Zone)에 네트워킹 존을 차리고 이틀 동안 한국 참가 기업의 상담 공간으로 운영했다. 패널이 끝나자 진행자는 객석에 “한국의 혁신을 더 보고 싶다면 K엔터테크허브가 운영하는 한국 콘텐츠 빌리지에 들러 달라”고 안내했고, 중국에서 브랜드·정부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팅 대행사 대표가 무대 아래에서 한국 기업과 협업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AICON 2026 기간 한국 대표단 주요 일정

일시

상대

한국 측

주요 의제

8일 12:00

한국 대표단 네트워킹 오찬(응티안총 싱텔 싱가포르 CEO 등)

한국IPTV방송협회·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협회장 축사, 기업 소개

8일

블루머(Bloomr.SG, 미디어콥 MCN)

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크리에이터·브랜디드 콘텐츠

8일 18:30

알리바바 클라우드(앤디 리 국제사업 부사장)

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클라우드 인프라, 생성 AI 제작 도구, 동남아 거점

9일 11:45

AICON 메인 스테이지 패널

한국IPTV방송협회·헬로웍스·원니스코리아

협회장 개회 인사, 패널 토론

9일 13:30

오렌지 홀세일 인터내셔널

한국IPTV방송협회

통신사 CDN, 데이터 보호·보안

자료=K엔터테크허브

K엔터테크허브 네트워킹 존 상담 테이블에서 한국 참가 기업과 현지 관계자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제작 효율을 IP 사업과 유통 성과로 연결해야

이날 논의의 초점은 제작 능력의 확대를 어떻게 사업의 지속성으로 연결하느냐에 있었다. 탐 대표가 제시한 월 100편 생산 구상도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생산량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려면 작품의 품질과 수요, 유통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제작사에는 효율적인 제작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IP 권리와 후속 사업의 수익 배분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 콘텐츠 수출 구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콘텐츠 수출은 140억 7543만 달러(약 19조 7000억원)로 역대 최대였다. 게임이 85억 347만 달러로 60.4%를 차지했고, 방송·영상은 12억 5718만 달러로 8.9%에 그쳤다. 드라마 한 편을 애니메이션·게임·공연·상품으로 넓히자는 이날의 제안은 방송·영상 수출의 몫을 키우는 방법과도 맞닿아 있다.

2024년 한국 콘텐츠 수출 분야별 금액과 비중. 자료=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콘텐츠산업조사」

IP와 데이터의 결합은 작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판단 기준도 바꿀 수 있다. 제작사는 어느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른 포맷으로 확장할지 판단해야 하고, 플랫폼은 어떤 콘텐츠가 어떤 시청자에게 반응을 얻는지 파악해야 한다. 약 1800만 대 셋톱박스 기반 시청 데이터는 이를 도울 수 있는 자산이다. 그 가치를 실제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려면 일관된 측정 기준과 활용 목적,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AI 콘텐츠를 편성하고 유통하는 기준도 사업화의 일부다.

방송사와 플랫폼은 제작 과정의 AI 활용 공개, 초상·음성 사용 동의, 원저작물 권리, 오류 대응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적용되는 법적 의무와 별개로 시청자 신뢰와 권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거래 조건과 작품의 유통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탐 대표가 소개한 싱가포르의 사례는 관객의 수용성 역시 AI 도입의 중요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후반 작업과 어린이 콘텐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장르별 반응을 확인하고 활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다음 과제는 라이파이 같은 개별 IP의 개발 범위와 권리 구조를 구체화하고, 현지 파트너와 제작·유통 조건을 조율하는 일이다. 이번 교류의 사업적 의미도 이러한 후속 프로젝트에서 드러날 것이다. AI가 넓힌 제작 가능성을 IP의 장기적 성장과 시청자에 대한 이해로 연결하는 역량이 다음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9일 싱가포르 AICON 2026 한·싱 미디어 패널을 마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변영규 헬로웍스 PD, 김진수 원니스코리아 대표, 장신이 헬로웍스 PD, 어진혁 원니스코리아 CTO, 유용화 한국IPTV방송협회장, 제이스 탐 크리에이티브앳워크 대표. 사진=K엔터테크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