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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콘텐츠 거래 299건, 소송의 2.8배… 법원 판단보다 빠르게 커지는 계약 시장
구글은 답변 기여도 보상 실험, MS는 콘텐츠 거래장터 추진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인공지능(AI)과 미디어 업계의 저작권 갈등이 법정 밖에서 새로운 거래 시장을 만들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가 9월 19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AI 기업이 2023년 이후 미디어 업계와 맺은 계약은 최소 299건으로, 같은 기간 제기된 소송 107건의 약 2.8배에 달했다. 법원이 콘텐츠 이용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동안 기업들은 먼저 이용 범위와 보상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계약이 많아졌다고 저작권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악시오스는 주요 판단이 나온 사건은 아직 일부이며, 다른 사건들은 지방법원과 항소심을 거치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기업에는 판결 이전에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AI 기업에는 콘텐츠 접근권을 얻고 추가 분쟁의 위험을 줄이려는 유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계약 건수만으로 거래액이나 권리자의 실질 수익, 콘텐츠 이용 범위를 알 수는 없다. 개별 매체의 제휴 한 건과 대형 음반사의 카탈로그 전체를 포괄하는 계약 한 건을 같은 경제적 가치로 볼 수도 없다.

뉴스는 개별 계약, 음악·출판은 묶음 협상
악시오스 분석에서 계약 시장이 가장 앞서 나간 분야는 뉴스다.
다만 계약 증가를 이끈 곳은 앤스로픽(Anthropic) 같은 대형 AI 기업만이 아니라 프로라타(ProRata)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자들이었다. 뉴스 업계의 계약 확대를 대형 AI 기업 전체가 보상 체계에 합의한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음악과 출판은 지난 2년간 소송이 늘었고, 계약 건수와 소송 건수의 비율도 뉴스보다 낮았다. 악시오스는 대형 음반사와 출판사가 수천 명의 아티스트·작가를 대표하는 반면, 뉴스 저작권은 대체로 개별 매체에 분산돼 있다는 산업 구조의 차이를 짚었다. 권리를 한데 모아 협상하는 업종과 매체별 계약이 많은 업종은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방식부터 다르다.
게임 분야의 AI 계약은 뉴스·음악·엔터테인먼트보다 적지만, 제작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제휴는 나타나고 있다.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EA)와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는 게임 제작자를 위한 AI 모델·도구·작업 흐름을 공동 개발하고, 표면 질감 제작과 3차원 공간의 사전 시각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 제휴는 기존 콘텐츠를 AI 학습용으로 판매하는 계약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워너뮤직·수노, 소송 종결과 제휴를 한 계약에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은 2025년 11월 25일 AI 음악 생성 기업 수노(Suno)와 제휴를 발표하면서 양사 간 기존 소송도 합의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분쟁 해결과 새로운 사업 관계의 설정이 한 계약 안에서 이뤄졌다.
당시 발표에는 2026년 새로운 라이선스 기반 모델을 도입하고 기존 모델을 교체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아티스트와 작곡가가 자신의 이름·초상·목소리·작품을 새로운 AI 음악에 사용할지 선택하는 사전 동의(opt-in) 방식도 제시됐다. 과거 이용분의 대가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창작자의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까지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
특정 기업 간 합의를 AI 학습 전반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단으로 읽을 수는 없다. 사업상 합의가 만드는 이용 조건과 법원이 정하는 권리의 범위는 구분된다. 계약이 늘어날수록 중요해지는 것도 체결 여부 자체보다 어떤 자료를 어떤 용도로 쓰고, 창작자에게 얼마를 어떻게 지급하는지다.
학습용 데이터에서 답변에 쓰이는 콘텐츠로
계약의 관심은 모델을 훈련시키는 학습용 데이터에서 AI가 답변을 만드는 순간 찾아 쓰는 콘텐츠로 넓어지고 있다. 기사나 자료를 검색해 답변의 근거로 활용하는 '검색·참조형 이용(retrieval)'에 대가를 붙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과거 기사 묶음을 한 번 판매하는 것보다 어떤 콘텐츠가 실제로 쓰였는지 확인하고 정산하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구글(Google)은 일부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AI 기여 시범사업(AI contribution pilot)'을 진행하며, 콘텐츠가 제미나이(Gemini)·AI 오버뷰·AI 모드의 답변에 의미 있게 기여했다고 판단할 때 보상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구글은 이를 고품질 콘텐츠에 보상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한 초기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접속이나 검색 한 번마다 일정 금액을 주는 건당 요금제가 아니다. 디지데이는 단순 사용 횟수보다 콘텐츠가 제공한 가치를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며, 참여사의 서치 콘솔(Search Console)에는 월별 수익이 표시되지만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돈을 지급한다는 원칙과 권리자가 정산 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는 조건은 별개의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올해 2월 '퍼블리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Publisher Content Marketplace·PCM)'를 소개했다. 퍼블리셔가 이용 조건을 정하고 AI 개발사가 답변의 근거로 쓸 콘텐츠를 찾아 계약하며, 사용량 보고를 통해 이용 가치를 확인하도록 설계한 거래장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P통신·콘데나스트·허스트·복스미디어 등과 함께 이를 설계했으며, 코파일럿(Copilot)에서 실험한 뒤 야후를 포함한 수요 측 파트너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것은 완성된 시장의 전면 가동이 아니라 시범사업의 확대 계획이었다. 이용 내역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참여사가 만족할 만한 수익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보상 시장의 핵심은 가격보다 측정·정산
악시오스는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톨빗(TollBit) 같은 기업들이 퍼블리셔의 검색·참조형 콘텐츠 가격 책정을 돕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톨빗 공동창업자들은 예약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처럼 정상적인 서비스를 수행하려는 프로그램도 무단 수집 방지 장치에 가로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면 개방이나 전면 차단만으로는 서로 다른 이용 목적을 구분하기 어렵다.
톨빗이 2026년 상반기 3906개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유럽 사이트는 AI 봇 수집 179회당 AI 앱을 통한 사람 방문이 1회였고, 북미 사이트는 약 60대 1이었다. 유럽 사이트 비율은 1분기 150대 1에서 2분기 227대 1로 벌어졌다. 수집은 늘고 유입은 늘지 않는 구조에서 퍼블리셔가 협상에 쓸 수 있는 근거는 이런 이용 기록이다.

언론사의 실무 과제는 계약 조항에 있다. 콘텐츠 수집, 모델 학습, 답변 생성 과정의 검색·참조, 원문 재전송을 계약에서 구분하고, 무엇을 한 번의 이용으로 셀지 정해야 한다. 같은 기사를 저장해 반복 활용하는 경우와 다른 AI 사업자에게 재제공하는 경우까지 포함해 이용 범위와 확인 가능한 기록을 합의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3사, 네이버·오픈AI 상대 소송 진행 중
국내에서도 권리와 보상 문제는 이미 소송으로 이어졌다. KBS·MBC·SBS는 2025년 1월 네이버(Naver)를 상대로 뉴스의 AI 학습 이용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9월 8일 7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지상파 3사는 2026년 2월 23일 오픈AI(Open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중단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사 뉴스가 챗GPT 학습에 무단으로 활용됐다는 방송사 측 주장을 밝혔다. 이는 소송 제기 사유이며 침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내 언론사의 선택을 소송과 계약 가운데 하나로 좁힐 필요는 없다. 과거 이용의 책임을 다투는 일과 앞으로의 이용 조건을 설계하는 일은 함께 추진할 수 있다. 학습 이용료, 답변용 검색·참조 대가, 출처 표시와 원문 연결, 이용 기록의 제공 범위를 각각 협상 항목으로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 계약 건수보다 검증 가능한 이용 내역
AI 콘텐츠 시장의 성패는 계약서가 몇 장 쌓였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언론사와 창작자가 자신들의 콘텐츠가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거래가 늘어나는 지금, 미디어 기업이 확보해야 할 것은 계약의 숫자보다 검증 가능한 이용 내역과 지속 가능한 정산 조건이다.
출처
1. Kerry Flynn·Sara Fischer, "Media AI deals dramatically outpace lawsuits", Axios, 2026.9.19 — https://www.axios.com/media-trends-membership/2026/09/19/media-ai-deals-dramatically-outpace-lawsuits
2. EA, "EA and Stability AI partner to empower artists, designers, and developers", 2025.10 — https://www.ea.com/news/ea-partners-with-stability-ai
3. Warner Music Group, "Warner Music Group and Suno forge groundbreaking partnership", 2025.11.25 — https://investors.wmg.com/news-events/news-releases/news-details/2025/WARNER-MUSIC-GROUP-AND-SUNO-FORGE-GROUNDBREAKING-PARTNERSHIP/default.aspx
4. Jessica Davies·Sara Guaglione, "Google rolls out pay-per-value AI licensing program to publishers", Digiday, 2026.9.14 — https://digiday.com/media/google-rolls-out-pay-value-ai-licensing-program-to-publishers/
5. Microsoft Advertising, "Building toward a sustainable content economy for the agentic web", 2026.2 — https://about.ads.microsoft.com/en/blog/post/february-2026/building-toward-a-sustainable-content-economy-for-the-agentic-web
6. Resultsense(톨빗 보고서 요약), "European publishers scraped harder by AI bots", 2026.8.14 — https://www.resultsense.com/news/2026-08-14-tollbit-european-publisher-scraping/
7. 디지털타임스, "AI 학습에 뉴스데이터 무단 사용…지상파 3사, 네이버에 저작권 소송", 2025.1.14 — https://www.dt.co.kr/article/11639426
8. 미디어오늘, "네이버 vs 지상파 3사 소송… 법원 '네이버, 생성형AI 학습 설명 안 한 듯'", 2026.8.18 —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6548
9. AI타임스, "KBS·MBC·SBS, 오픈AI 상대 '뉴스콘텐츠 무단이용' 소송 제기", 2026.2.23 —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120
주: 첫 번째 그래프는 악시오스 원 그래프의 곡선을 판독해 다시 그린 근사치이며, 최종값(계약 299건·소송 107건)만 악시오스 발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