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광고, 케이블 빠지고 CTV로 이동

미국 2026 중간선거 정치광고비가 114억 달러(약 15조 25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CTV는 24억 달러로 122% 늘어 처음으로 케이블을 앞질렀다. 넷플릭스·프라임비디오가 정치광고를 받지 않아 예산은 FAST·유튜브·훌루·지역 방송 앱으로 몰렸다. 선거광고 매체를 법으로 정한 한국과는 구조가 다르다.

미국 정치광고, 케이블 빠지고 CTV로 이동

2026 중간선거 정치광고 114억 달러 역대 최대… CTV 24억 달러로 122% 늘어 케이블 첫 역전

미국 중간선거 정치광고에서 커넥티드 TV(CTV, connected TV)가 케이블TV(cable TV)를 처음 앞질렀다. 투표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까지 집행되거나 예약된 정치광고비는 114억 달러(약 15조 2500억원)다. 2022년 중간선거보다 28% 많다.

광고 추적업체 애드임팩트(AdImpact)가 애드위크(ADWEEK)에 제공한 집계를 보면 CTV 광고비는 24억 달러(약 3조 2100억원)로 4년 전 11억 달러(약 1조 4700억원)보다 122%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블은 26% 줄어 13억 달러(약 1조 7400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2022년에는 케이블 광고비가 CTV의 1.6배였지만 올해는 CTV가 케이블의 두 배에 가깝다.

이번 사이클 광고비는 대선이 있던 2024년의 112억 달러(약 14조 9900억원)도 넘어섰다. 중간선거 광고비가 직전 대선 사이클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미국 9뉴스(9News)가 애드임팩트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2022년보다 늘어난 25억 달러(약 3조 3500억원) 가운데 53%가 CTV로 갔다.

지상파 방송(broadcast)은 21% 늘어난 57억 달러(약 7조 6300억원)로 여전히 가장 큰 몫을 가져갔다. 감소는 유료방송 가입 가구에 묶인 케이블에 집중됐다. 정치 광고주가 우편번호·가구 단위로 유권자를 골라 광고를 보낼 수 있는 CTV로 예산을 옮기면서 TV 광고 안에서 순서가 바뀌었다.

CTV 점유율 12%→21%… 선형 TV 비중 73%→62%

전체 정치광고비에서 CTV가 차지한 비중은 21%로 2022년(12%)보다 9%포인트 커졌다. 지상파·케이블·위성을 합한 선형 TV(linear TV) 비중은 73%에서 62%로 낮아졌다. 디지털 광고는 10억 달러에서 17억 달러(약 2조 2700억원)로 63% 늘어 전체의 15% 가까이를 차지했다. 라디오는 3억 1400만 달러에서 2억 7700만 달러(약 3710억원)로 12% 가까이 줄었다.

2022·2026 중간선거 매체별 정치광고비
2022·2026 중간선거 매체별 정치광고비. 2022년 지상파·케이블은 증감률로 역산한 값. 자료=애드임팩트·애드위크

케이블 광고비 감소는 가입 가구 감소와 맞물려 있다. 매디슨앤월(Madison and Wall)의 브라이언 위저(Brian Wieser) 최고경영자는 케이블을 볼 수 있는 인구가 절반에 못 미치는 반면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을 포함한 CTV는 절반 넘는 인구가 볼 수 있다고 애드위크에 설명했다. 위저는 앞서 미국 유료방송 가입 가구가 약 1억 3300만 가구 가운데 6670만 가구로, 2025년 4분기에 보급률 50% 선까지 내려왔다고 추산했다.

우편번호·가구 단위 타기팅… 선형 TV에선 지역 케이블 슬롯만 가능

예산 이동에는 타기팅 방식 차이가 작용했다. 광고 테크 업계 출신으로 마켓텍처 미디어(Marketecture Media)를 세운 아리 파파로(Ari Paparo)는 선형 TV에서 우편번호나 가구 단위로 광고를 정밀하게 보내는 일은 지역 케이블 광고 슬롯에서만 가능했다고 애드위크에 말했다. CTV에서는 우편번호·가구 단위 타기팅이 일반적이어서 특정 선거구의 좁은 유권자층을 겨냥하는 후보 캠프와 이익단체에 맞는다. 파파로는 CTV가 "더 많은 유연성과 더 적은 낭비"를 준다고 했다.

애드임팩트 전망치는 사이클 중에 올라갔다. 2025년 9월 첫 전망에서 총액 108억 달러, CTV 25억 달러로 잡았다가 지난 6월 갱신 보고서에서 총액을 116억 달러로 올렸다. CNBC가 10월 21일 전한 애드임팩트 전망치는 CTV 27억 달러(약 3조 6100억원), 점유율 23%다.

넷플릭스·프라임비디오는 정치광고 안 받아… 예산은 FAST·유튜브·훌루로

CTV 정치광고비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반에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넷플릭스(Netflix)는 광고 정책에서 정치·선거·이슈 옹호 광고를 금지 항목으로 두고 있고, 아마존 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도 정치광고를 받지 않는다. 예산은 훌루(Hulu), 유튜브(YouTube), 로쿠(Roku), 플루토TV(Pluto TV)·투비(Tubi) 같은 FAST 채널, 지역 방송사 앱으로 몰렸다.

방송사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정치광고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광고 수용 여부를 자체 정책으로 정한다. 정치광고 구매 업계는 대형 서비스의 문을 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캠페인스앤일렉션스(Campaigns & Elections)는 한 광고 구매 담당자가 프라임비디오의 정치광고 정책을 바꾸는 일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정치광고
'Arizona Republicans had Trump's back' 문구를 내건 애리조나 정치광고. 화면=유튜브 영상 갈무리

디트로이트 3억 1000만 달러로 두 배… 텍사스 상원 선거 5억 6000만 달러

지역 시장 지도도 바뀌었다. 미시간주 상원·주지사 선거가 겹친 디트로이트 시장 광고비는 1억 6700만 달러에서 3억 1000만 달러(약 4150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메인주에서는 5선 공화당 현역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상원의원과 민주당 트로이 잭슨(Troy Jackson) 후보가 맞서면서 포틀랜드-오번 시장에 1억 8000만 달러(약 2410억원)가 들어갔다. 오하이오주 상원 특별선거와 주지사 선거가 열린 클리블랜드-애크런 시장 광고비는 2억 3800만 달러(약 3180억원)를 넘었다.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James Talarico)와 공화당 켄 팩스턴(Ken Paxton)이 맞붙으면서 광고비와 예약분이 5억 6000만 달러(약 7490억원)를 넘어 비대선 선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애틀랜타는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과 허셜 워커(Herschel Walker)가 상원 결선투표를 치른 2022년 3억 3000만 달러에서 올해 2억 7500만 달러(약 3680억원)로 줄었다. 조지아주는 올해 주지사 선거와 존 오소프(Jon Ossoff) 상원의원의 재선 선거를 함께 치른다.

주요 격전지 미디어 시장 정치광고비
주요 격전지 미디어 시장 정치광고비. 자료=애드임팩트·애드위크

오하이오 7억 5000만 달러 전망… 소셜미디어로 먼저 퍼진 광고, TV·스트리밍으로

클리블랜드-애크런 시장이 있는 오하이오주는 상원 선거와 주지사 선거가 겹치면서 광고비가 몰렸다. 애드임팩트는 7월 오하이오 선거 광고비를 7억 5000만 달러(약 1조원)로 내다봤다. 첫 전망보다 70% 많고 주별 상향 폭으로는 가장 컸다고 악시오스(Axios)가 7월 29일 전했다.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전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허스테드(Jon Husted) 상원의원이 맞붙은 상원 선거 광고비는 후보와 외부 단체 지출을 합쳐 4억 2260만 달러(약 5650억원)로 집계됐다고 오하이오 캐피털 저널(Ohio Capital Journal)이 10월 20일 보도했다. 민주당 에이미 액턴(Amy Acton)과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가 맞선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계열 단체가 1억 달러(약 1340억원) 넘게, 민주당 계열 단체가 약 4000만 달러(약 535억원)를 집행하거나 예약했다.

광고가 오가는 매체 경로도 섞였다. 10월 라마스와미 캠프가 제작을 확인한 1분 분량 광고는 TV 방송에 법적으로 필요한 광고비 부담 주체(paid for) 표기 없이 한 정치 블로거의 게시물을 거쳐 소셜미디어로 먼저 퍼졌다. 액턴 후보와 연락이 끊긴 친모가 등장하는 광고로, 액턴 후보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캠프는 이 광고를 TV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내보내며 400만 달러(약 54억원)를 쓰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0월 20일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된 정치광고 화면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된 정치광고 화면. 화면=유튜브 영상 갈무리

한국 선거광고는 매체를 법으로 지정… 언론사 유튜브 광고 놓고 고발

미국 정치 광고주가 매체를 골라 예산을 옮기는 것과 달리 한국 선거광고는 공직선거법(Public Official Election Act)이 정한 매체 안에서만 움직인다. 공직선거법 제70조는 시·도지사선거 후보자의 방송광고를 지역 방송시설 TV·라디오 각 5회 이내로 묶어 두었다. 인터넷 유료 선거광고는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에만 낼 수 있고, SNS 유료광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경계는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People Power Party) 대전시당은 7월 21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21일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1분 분량 합동 선거광고를 문제 삼아 허태정 대전시장과 민주당 소속 구청장 5명을 고발했다. 외부 플랫폼인 유튜브 채널의 유료광고가 법이 허용한 인터넷 선거광고 범위에 드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7월 30일에는 더불어민주당(Democratic Party of Korea) 이강일(Lee Kang-il) 의원이 유료 선거광고 매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SNS까지 넓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지역·연령·관심사 기준의 타깃 광고를 선거운동에 쓸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미국 정치 CTV 24억 달러… 한국 방송광고 시장 1년치와 비슷

규모 차이도 크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and Media Commission)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1월 8일 발표한 2025년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서 2024년 국내 방송광고비는 3조 2191억원(약 24억 달러)이었다. 미국 중간선거 한 사이클에 CTV로 들어간 정치광고비가 한국 방송광고 시장 1년치와 비슷하다. 국내 방송광고비는 2025년 2조 7744억원(약 21억 달러)으로 13.8% 줄어 처음 2조원대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됐다. 지상파는 2024년 1조 2317억원에서 2025년 1조 493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조사에서 국내 광고주 153곳은 스트리밍 광고를 고르는 이유로 '타깃 도달의 정확도'(5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 정치 광고주가 CTV로 옮겨간 이유와 같다. 국내 선거광고는 방송광고 횟수와 인터넷 게재 매체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런 수요가 선거 특수로 이어질 통로가 좁다. 이강일 의원 개정안처럼 매체 범위가 넓어질 경우, 늘어나는 예산은 타깃 광고 인벤토리를 갖춘 디지털 플랫폼 쪽으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방송사에는 미국에서 정치 예산을 받아 간 곳이 어디였는지가 참고가 된다. 넷플릭스·프라임비디오가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은 지역 방송사 앱과 플루토TV·투비 같은 FAST였다. 지상파의 실시간 무료 앱과 FAST 채널이 지역·가구 단위 광고를 팔 수 있는 판매 체계를 갖추느냐가 선거광고 규제가 바뀔 때 방송사 몫을 정하는 조건이 된다. 미국 FAST에 K콘텐츠 채널을 공급하는 사업자에게도 선거철은 광고 수요가 몰리는 기간이지만, 정치광고는 플랫폼이 판매하고 배분하는 구조여서 채널 사업자의 몫은 수익 배분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집계엔 예약분 포함… 최종 116억 달러 전망, 다음 무대는 2028년

애드임팩트 집계에는 이미 방송된 광고와 남은 기간의 예약분이 함께 들어 있다. 애드임팩트는 이번 사이클 최종 광고비를 116억 달러(약 15조 5200억원)로 전망해 왔다. 3일 투표가 끝나면 실제 집행액이 확정된다.

다음 변수는 2028년 대선이다. 넷플릭스와 프라임비디오가 정치광고 정책을 유지하는 한 CTV 정치 예산은 지금처럼 FAST·유튜브·훌루·지역 방송 앱에 집중된다. 컴캐스트 애드버타이징(Comcast Advertising) 측은 업계 통합과 새 매체 등장으로 2028년 CTV 비중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애드위크에 말했다. 한국에서는 2028년 4월 제23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 논의가 선거광고 매체 범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