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추가 감원… 무게 중심은 콘텐츠·테크·파크

디즈니, 추가 감원… 무게 중심은 콘텐츠·테크·파크

분석 | 글로벌 스트리밍·스튜디오

일부 부서에 연간 비용 20% 절감 목표… 다마로 취임 뒤 다섯 번째 감원, 스트리밍 이익 두 배 늘어난 해에 수천 명 규모

한줄요약  디즈니가 TV 채널·영화 스튜디오·테마파크 등 여러 부문에서 수천 명 규모의 추가 감원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관리자는 연간 비용 20% 절감 목표를 받았다. 4~6월 분기 영업이익이 21% 늘고 스트리밍 이익이 두 배가 된 가운데 진행되는 감원이며, 절감액은 콘텐츠·테크·파크·크루즈에 다시 투입된다. 같은 시기 디즈니+는 현지어 작품을 세 배로 늘리고 있어 한국 제작사·방송사 앞에는 미국 본사 관리 조직 축소와 현지 제작 예산 확대가 함께 놓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가 수천 명 규모의 추가 감원에 들어간다. TV 채널·영화 스튜디오·테마파크 등 여러 부문이 대상이고, 일부 부서 관리자는 연간 비용을 최대 20% 줄이라는 목표를 받았다. 블룸버그(Bloomberg)가 현지시간 2일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고 데드라인(Deadline)이 같은 날 후속 보도했다. 3월 조시 다마로(Josh D'Amaro) 최고경영자(CEO) 취임 뒤 다섯 번째 감원으로, 2023년 약 7000명 감원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다. 감원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디즈니는 논평하지 않았다.

디즈니가 감원을 결정한 근거는 재투자다. 다마로는 절감액 일부를 영화·TV 프로그램, 테크, 테마파크와 크루즈 사업에 다시 넣을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2026 회계연도 3분기(4~6월) 매출은 252억 달러(약 33조8600억원)로 7%, 부문 영업이익은 55억6000만 달러(약 7조4700억원)로 21% 늘었다. 스트리밍(SVOD) 영업이익은 7억1200만 달러(약 9570억원)로 전년 같은 분기의 두 배를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13%였다. 다마로는 8월 실적 발표에서 "그렇게 생긴 자본을 새 콘텐츠와 차세대 고객 경험, 테크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재투자하겠다"고 말했다.

4월 마케팅 조직 통합으로 약 1000명, 7월 픽사(Pixar)·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수백 명, 9월 말 인사(HR)·테크 부문에서 약 300명, 10월 이매지니어링(Walt Disney Imagineering)에서 159명이 감원 대상이 됐고, 8월에는 장기 근속 간부에게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같은 시기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합친 스카이댄스(Skydance)는 3년간 연 60억 달러(약 8조630억원) 이상 절감을 내걸고 감원을 예고했다. 데이나 월든(Dana Walden) 디즈니 사장은 "테크 기업들이 우리 사업을 겨냥했다"며 이 변화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본사가 비용을 줄이는 사이 디즈니+는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현지어 작품을 세 배로 늘리고 있고, 한국은 '운명전쟁49'의 기록과 MBC 등 방송사와의 공동제작 '커런츠(currents)'로 그 중심에 있다(버라이어티). 미국 본사의 마케팅·관리 인력은 줄고 한국 발주와 방송사 공동제작은 늘어나는 구도에서,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가 맡을 역할도 다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중심인 국내 스트리밍 시장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디즈니는 11월 17일 연간 실적에서 절감 규모와 재투자 계획을 처음 숫자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입구 간판. 디즈니는 TV 채널·영화 스튜디오·테마파크에서 수천 명 규모의 추가 감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디즈니 영상 갈무리

다마로 CEO 취임 뒤 디즈니 감원 일지. 자료=데드라인·LA타임스·캘리포니아주 WARN 공시·블룸버그

디즈니+, 현지어 작품 세 배로… 한국은 방송사 공동제작 '커런츠' 확대

존 왁스(Jon Wax)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TV 총괄 부사장은 10월 부산국제영화제(BIFF) 대담에서 디즈니+가 전 세계 현지어 작품을 세 배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무엇보다 한국 시장에서 먼저 통해야 한다. 현지에서 안 되면 글로벌에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버라이어티 10월 7일자).

왁스는 무속인·타로·관상·사주 전문가들이 겨루는 예능 '운명전쟁49(Battle of Fates)'가 국내 디즈니+ 사상 최대 시리즈 첫 공개 기록을 세웠고 스핀오프 '하우스 오브 페이츠(House of Fates)'로 이어졌으며, 해외 현지판 제작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MBC와 함께 만든 '21세기 대군부인(Perfect Crown)'과 '재혼 황후(The Remarried Empress)'를 예로 들며 로맨스 장르가 해외로 잘 팔린다고도 했다. 디즈니는 국내 방송사와 방영 창구를 나누는 공동제작 방식을 '커런츠(currents)'라고 부르며, 왁스는 "더 많은 파트너십으로 모두가 함께 올라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Media Partners Asia)는 디즈니+를 인도·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3위 스트리밍 서비스로 꼽고 2025년 말 가입자 1900만 명, 매출 14억 달러(약 1조8810억원)를 전망했다(비즈니스월드). 2021년 11월 12일 국내에 출시한 디즈니+는 다음 주 서비스 5년을 맞는다.

TV 채널·영화 스튜디오·테마파크 대상… 감축 폭은 부서별로 달라

이번 감원은 TV 네트워크와 영화 스튜디오를 포함한 여러 부문에서 서로 다른 규모로 이뤄진다. 감원을 앞두고 해당 팀 관리자에게 절감 목표를 내려보내는 것이 디즈니의 관행이며, 이번에는 일부 관리자가 연간 20% 절감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절감액이 인력 감축과 경비 삭감 양쪽에서 나올 수 있고, 테마파크·TV 채널·영화 스튜디오가 다른 부문보다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버뱅크 부지의 '미키 애비뉴(Mickey Ave)' 이정표. 애니메이션·멀티플레인·잉크 앤드 페인트 등 제작 공정 이름이 붙어 있다. 이번 감원 목표에는 영화 스튜디오가 포함됐다. 사진=디즈니 영상 갈무리

디즈니의 전 세계 직원 수는 2025 회계연도 말 기준 23만 명을 조금 넘는다. 4월 감원 1000명은 전체의 0.4% 수준이었다. 이번 감원이 '수천 명'으로 보도된 만큼 규모는 2023년 아이거가 발표한 약 7000명 감원·55억 달러(약 7조3900억원) 절감 계획 이후 가장 클 가능성이 있다. 블루룹(blooloop)이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내부에서는 내년 초 TV 부문의 대규모 개편과 수백 명 감원도 예상하고 있다(재인용).

디즈니는 10월 27일 캘리포니아주에 글렌데일 이매지니어링 캠퍼스 159명의 영구 해고를 WARN 공시로 신고했다. 해고 효력일은 12월 29일이다. 파크 부문은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업계 매체들은 이번 감원이 프로젝트 우선순위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희망퇴직 신청, 예상보다 많아… "비자발적 감원은 내년까지"

8월 24일 소니아 콜먼(Sonia Coleman) 수석부사장 겸 최고인사책임자(CPO)가 보낸 메모로 시작된 희망퇴직(VERO)은 디즈니 엔터테인먼트·ESPN·본사 조직의 미국 근무 디렉터~EVP 가운데 만 50세 이상·근속 10년 이상이고 나이와 근속연수 합이 65 이상인 간부가 대상이었다. 이 절차는 이미 마무리됐고,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콜먼은 당시 메모에서 "이번 조치는 조직을 재편하기 위한 여러 조치 가운데 하나이며, 일부 영역에서 이미 시작된 비자발적 감원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는 희망퇴직이 일반 인력 감축 절차와 분리돼 운영되며, 희망퇴직 접수가 끝난 뒤 회사가 별도 일정으로 감축 절차를 밟는다고 보도했다. 데드라인은 희망퇴직이 처음부터 감원의 전 단계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스트리밍 마진 13%·파크 영업이익 30억 달러… 이익 늘어난 사업에 돈을 더 넣는다

부문별로 보면 파크·크루즈를 묶은 익스피리언스(Experiences) 부문 영업이익은 30억2000만 달러(약 4조580억원)로 20% 늘었다. 이 가운데 약 4%포인트는 관세 환급금 1억 달러가 반영된 몫이다. 스트리밍·스튜디오·TV를 묶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16억8000만 달러(약 2조2580억원)로 64% 증가했다. 중계권료 부담이 커진 스포츠(ESPN) 부문만 8억5800만 달러(약 1조1530억원)로 17% 줄었다(밸류더마켓츠, 벤징가).

디즈니 부문별 영업이익 비교. 익스피리언스 증가분에는 관세 환급 1억 달러가 포함됐다. 자료=디즈니 실적 발표

디즈니는 4분기(7~9월) 부문 영업이익을 약 49억 달러(약 6조5850억원)로 제시했다.

동시에 2026 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약 12%, 2027 회계연도 두 자릿수 증가 전망을 유지했다. 언론들이 주목하는 재투자 대상(영화·TV 프로그램, 테크, 파크·크루즈)은 이익이 늘어난 사업과 정확히 겹친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디즈니는 이와 관련 엔터테인먼트 테크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첫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카란딥 아난드(Karandeep Anand)를 선임해 엔터프라이즈 테크, 데이터·AI 플랫폼, 제품·엔지니어링을 한 사람에게 맡겼다.

데이나 월든(Dana Walden) 디즈니 사장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10월 1일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콘퍼런스에서 "경력 대부분을 함께한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극도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테크 기업들이 우리 사업을 겨냥했고, 우리는 살아남아 성장해야 한다"며 "이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더랩(TheWrap) 10월 2일자).

스카이댄스, 3년간 연 60억 달러 절감… 합병사와 단독 기업 모두 인력 줄여

감원은 디즈니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합친 스카이댄스(Skydance)의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이논 크레이즈(Ynon Kreiz) 공동 CEO는 합병 완료 직후 직원 메모에서 감원을 예고했다. 경영진은 3년에 걸쳐 연 60억 달러(약 8조63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제시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보고서는 이 합병으로 3년 동안 LA 지역 영화·TV 일자리 약 45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버라이어티(Variety)).

미국 미디어 기업의 비용 절감 목표 비교. 자료=디즈니·버라이어티·블룸버그

큰 합병 작업이 없는 디즈니는 비용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중복 조직을 덜어내는 합병 효과가 없는 대신 마케팅 통합(4월), HR·테크 조직 감원(9월), 파크 프로젝트 우선순위 조정(10월), TV·스튜디오 비용 목표(11월)로 부문별 절감을 차례로 쌓고 있다.

본사 마케팅·관리 인력 축소… 한국 파트너가 맡을 몫 커져

디즈니의 지난 4월 감원은 통합 마케팅 조직에 집중됐고, 9월 감원은 HR·테크 지원 조직, 이번 감원은 TV 네트워크와 스튜디오 관리 비용을 겨냥했다.

앞서 언급했듯, 디즈니+의 현지어 작품은 세 배로 늘고 있다.

작품 발주 예산은 커지고 본사의 홍보·마케팅·관리 인력은 줄어드는 만큼, 한국 제작사가 작품 공급과 함께 현지 홍보·출시 마케팅·시청 데이터 해석까지 더 많이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커런츠형 공동제작도 주목된다. 방송사가 제작비 일부를 디즈니+에서 조달하면서 자체 편성도 유지하는 방식이다. MBC가 디즈니+와 함께 만든 21세기 대군부인이 국내 방송사 협업의 사례다. 국내 방송사의 TV 광고 매출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5월 CJ ENM의 TV 광고 회복 지연을 반영해 2026년 주당순이익 전망을 12% 낮췄다. 디즈니가 미국에서 TV 채널 비용을 줄여 스트리밍·테크로 옮기는 흐름은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국내 방송사의 비용 구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디즈니의 비용 목표가 TV 채널과 스튜디오로 내려온 만큼, 미국 본사가 작품 승인 단계에서 수익성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여지도 있다. 커런츠 계약은 방송사 편성과 디즈니+ 공개 시점, 해외 권리 배분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계약 협상력은 작품의 국내 흥행 근거를 얼마나 앞세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왁스가 국내 흥행을 해외 진출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전망… 17일 연간 실적에서 절감 규모와 재투자 계획 공개될지 관심

디즈니는 11월 17일 개장 전 2026 회계연도 4분기·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감원 규모와 연간 절감 총액, 재투자 배분이 숫자로 제시될지가 첫 확인 지점이다. 2025 회계연도 매출은 944억 달러(약 126조8500억원)였다. 부서별 20% 목표가 전사로 확산되는지, 아니면 TV·스튜디오·파크 등 일부 조직에 한정되는지도 이때 윤곽이 드러난다.

캘리포니아주는 대규모 해고 60일 전 WARN 공시를 요구하므로 연내 추가 공시가 나오면 사업장별 감원 인원이 확인된다. 내년 초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TV 부문 개편이 이어질 수 있다. 디즈니가 2027 회계연도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유지하면서 콘텐츠와 테크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만큼, 감원은 일회성 정리보다는 연중 반복되는 비용 재배치 방식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시장에서는 디즈니+의 현지어 세 배 확대 계획이 실제 발주 편수와 방송사 공동제작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본사 관리 조직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가 기획 단계부터 흥행 근거와 마케팅 역량을 함께 제시하는 협상 방식이 필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