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 매출 35%·시청 시간 23% 증가... 중간선거 광고 약 5000만 달러 투비서
한줄요약 폭스 코퍼레이션의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7~9월) 매출이 45억7000만 달러로 22% 늘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광고 매출이 47% 늘었고, 그 한 축이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투비다. 투비 매출은 35%, 시청 시간은 23% 늘었고 중간선거 정치 광고 약 5000만 달러가 투비에서 나왔다. 폭스는 로쿠 인수로 이 구조를 키우려 한다.

폭스 코퍼레이션(Fox Corporation)의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서비스 투비(Tubi) 매출이 35% 늘었다. 총 시청 시간은 23% 증가했다. 폭스는 11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7~9월) 실적을 발표했다. 전체 매출은 45억7000만 달러(약 6조124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1분기 기준 매출과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광고다. 광고 매출은 47% 증가했다. 북미 월드컵 중계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광고, 투비의 성장이 맞물렸다. 스포츠 생중계와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에 스트리밍 광고 사업의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투비는 이 세 가지 성장 요인을 연결하는 접점이었다. 지상파 폭스의 월드컵 경기를 동시 중계했고, 폭스의 중간선거 정치 광고 매출 3억5000만 달러 가운데 약 5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투비 매출은 최근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최근 두 분기 연속 35%씩 늘었다. 생중계로 유입된 시청자를 라이브러리 콘텐츠로 연결하고, 늘어난 시청을 광고 매출로 바꾸는 구조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유료방송 이탈이 있다. 케이블·위성방송을 해지하면서 기존 방송 채널이 닿지 못하는 가구가 늘었고, 투비는 이들을 광고주와 연결하는 창구로 자리 잡았다. 투비 이용자의 70%는 유료방송을 끊었거나 가입한 적이 없는 가구다. 광고주가 이들을 찾아 커넥티드TV(CTV)로 예산을 옮기는 가운데, 구독료 없이 이용하는 투비가 새로운 광고 접점을 제공한 것이다.
폭스는 2019년 디즈니(Disney)에 영화·드라마 제작 자산을 넘기고 뉴스·스포츠·지역 방송국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생중계는 지상파와 케이블로 제공하면서 유료방송 밖 시청자는 투비로 확보하는 이중 구조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이번 실적의 배경을 다른 전통 미디어 기업이 쉽게 재현하기 어려운 조합으로 짚었다. 국내 방송사와 IPTV 사업자에도 참고점은 있다.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했느냐뿐 아니라 생중계와 라이브러리, 광고 판매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는 점이다.
폭스는 이 구조를 로쿠(Roku)로 넓히려 한다. 220억 달러(약 29조4800억원) 규모 인수는 주주 승인을 마쳤고 미국 법무부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거래가 끝나면 투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1억1000만 명에 로쿠의 1억 스트리밍 가구를 연결하는 광고 사업 기반이 마련된다. 닐슨의 8월 집계에서 투비와 로쿠 채널의 TV 시청 점유율 합계는 4.8%로 디즈니 계열과 같다. 다만 이용자와 가구는 서로 다른 지표인 만큼 단순 합산할 수는 없다.
라클런 머독(Lachlan Murdoch) 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문에서 "광고와 수신료 매출이 모두 강하게 늘며 1분기 매출과 조정 EBITDA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같은 월드컵을 국내에서 중계한 JTBC가 같은 기간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두 회사의 경영 상황을 중계 전략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생중계가 만든 시청 수요를 자사 플랫폼과 광고 매출로 연결하는 구조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해외 유통망을 넓혀온 K-FAST 역시 다음 단계는 수익화다. 채널 수와 누적 시청자를 넘어, 국내 콘텐츠 기업이 광고 매출과 시청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전망이다.
투비 매출 최근 5개 분기 모두 두 자릿수 증가… 1분기 35%
투비 매출 증가율은 첫 분기 흑자를 낸 2026회계연도 1분기 27%에서 2분기 19%, 3분기 23%, 4분기 35%로 올라섰다. 이번 분기에도 35%를 유지했다. 투비는 2026회계연도 네 분기 모두 EBITDA 흑자를 냈고, 회계연도 말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억1000만 명이었다.

이번 분기 시청 증가는 라이브러리 작품, 월드컵 관련 시청, 투비 오리지널, 600명이 넘는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이끌었다고 더랩(TheWrap)이 전했다. 투비 EBITDA도 전년보다 늘었다. 머독 CEO는 실적 발표 콜에서 투비가 성숙하면 "20% 안팎의 마진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이 전했다.
투비·로쿠 채널 TV 시청 점유율 합계 4.8%… 디즈니 계열과 같아
FAST의 상승세는 실제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닐슨(Nielsen)이 10월 22일 발표한 8월 '더 게이지(The Gauge)'에서 스트리밍은 미국 TV 시청 시간의 49.6%를 차지했다. 케이블은 18.9%, 지상파는 17.5%였다. 스트리밍 서비스별로는 유튜브(YouTube)가 15.8%로 가장 많았고 넷플릭스(Netflix)가 7.7%로 뒤를 이었다.
FAST 두 곳의 숫자를 더하면 순위가 바뀐다. 투비는 1.9%,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은 2.9%였다. 합계 4.8%는 디즈니+·ESPN+·훌루(Hulu)를 묶은 디즈니 계열 4.8%와 같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 4.2%, 파라마운트+와 플루토 TV를 묶은 파라마운트 계열 2.3%, 피콕(Peacock) 1.6%보다 높다. 폭스가 로쿠 인수를 마치면 구독료를 받지 않는 두 서비스로 유튜브·넷플릭스 다음 규모의 시청을 한 회사가 갖게 된다.

8월은 월드컵이 끝난 뒤 시청이 줄어든 달이다. 닐슨은 전체 TV 사용량이 7월보다 4.4% 줄었고, 지상파 시청은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상파 시청 가운데 스포츠 비중은 7월 30%에서 8월 9% 미만으로 떨어졌다. 투비 점유율 1.9%도 2026회계연도 평균 약 2.2%보다 낮다. 미디어 기업별로 묶은 미디어 디스트리뷰터 게이지에서 폭스는 8월 5.6%로 6위였다. 여기에 로쿠 채널 2.9%를 더하면 8.5%로, 디즈니(9.3%) 다음이고 넷플릭스(7.7%)보다 많다.

중간선거 광고 3억5000만 달러 넘어… 투비 몫 약 5000만 달러
폭스 전체 정치 광고는 이번 중간선거 사이클에서 3억5000만 달러(약 4690억원)를 넘었다. 머독 CEO는 2일 애널리스트들에게 "중간선거 사이클 기준 기록"이라고 말했다고 할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가 보도했다. 지역 방송국에서 2억5000만 달러 이상, 투비와 전국 네트워크에서 각각 약 5000만 달러가 나왔다. 직전 중간선거 때 폭스의 정치 광고는 2억6000만 달러 남짓이었다.

투비의 정치 광고는 지역 단위로 타기팅돼 집행된다. 지상파 지역 방송국이 닿지 않는 유료방송 해지·미가입 가구에 같은 지역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투비 이용자의 70%는 유료방송을 끊었거나 가입한 적이 없는 시청자라고 머독 CEO가 지난 2월 밝혔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머독 CEO가 이번 콜에서 투비를 타기팅 능력을 앞세운 정치 광고 판매 창구로 소개했다고 전했다.
텔레비전 부문 광고 60% 증가… 투비 속한 부문 EBITDA 두 배 넘어
투비 실적이 잡히는 텔레비전 부문 매출은 27억1000만 달러(약 3조6310억원)로 32% 늘었다. 광고 매출이 60%, 6억4100만 달러 늘어 17억 달러를 넘었고, 수신료 매출은 8억2100만 달러에서 8억5000만 달러로 4% 늘었다. 부문 EBITDA는 9억3400만 달러로 두 배를 넘었다고 코드커터스뉴스(Cord Cutters News)가 집계했다.
비용은 8% 늘었다. 월드컵 중계권 상각과 제작비, 투비 콘텐츠 비용이 늘었고, 미국프로풋볼(NFL) 비용 감소가 이를 일부 상쇄했다. 폭스 전체 비용은 10% 증가했다.
월드컵 결승 3890만 명… 104경기 투비로도 중계
폭스는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04경기를 지상파 폭스, 케이블 FS1, 투비로 중계했다. 7월 19일 스페인이 연장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이긴 결승전은 폭스에서 평균 3890만 명이 봐 미국 TV 사상 가장 많이 본 축구 중계가 됐다. 대회 104경기 평균 시청자는 774만 명으로 2022년 카타르 대회보다 116% 많았다고 TV테크놀로지(TV Technology)가 전했다.
투비는 개막 초반 경기를 동시 중계하고 월드컵 전용 허브를 열었다. 머독 CEO는 8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허브에 2000만 명 넘는 시청자가 들어왔고, 투비의 월드컵 관련 매출은 의미 있지만 투비 전체 성장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머독 CEO는 2030·2034년 월드컵 중계권은 "절제된 방식으로" 검토하겠다고 이번 콜에서 말했다.
케이블 부문 매출 18억 달러… 디지털 뉴스 광고는 감소
폭스뉴스(Fox News)와 FS1이 속한 케이블 부문 매출은 18억 달러(약 2조4120억원)로 8%, 1억4100만 달러 늘었다. 계약 단가 인상과 평균 가입자 증가로 수신료 매출이 10% 늘었다. 광고 매출은 월드컵 등 스포츠 광고 덕에 8% 늘었지만 디지털 뉴스 광고는 줄었다. 머독 CEO는 디지털 뉴스 시장을 "과열 경쟁(hyper-competitive)" 상태라고 표현했다.
폭스 원 신규 가입자 97%가 유료방송 밖에서
2025년 8월 출시한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 원(Fox One)은 투비와 다른 고객을 겨냥한다. 머독 CEO는 신규 가입자의 약 97%가 케이블 가입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9월 신규 가입은 지난해 풋볼 시즌 개막 때보다 20% 늘었고, 머독 CEO는 "뉴스와 스포츠 시청이 균형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더랩이 전했다. 머독 CEO는 폭스 원 가입자가 스포츠 시즌을 따라 계절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로쿠 인수, 법무부 심사만 남아… 투비 1억1000만 명·로쿠 1억 가구
폭스가 6월 발표한 220억 달러(약 29조4800억원) 규모 로쿠(Roku) 인수는 10월 중순 양사 주주 승인을 받았다. 머독 CEO는 "필요한 폭스·로쿠 주주 승인과 해외 규제 승인을 모두 받았다"며 "법무부(DOJ)와 협력해 HSR(하트-스콧-로디노법) 심사를 통과하고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폭스는 거래 종결 시점을 2027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투비 MAU 1억1000만 명에 로쿠의 1억 스트리밍 가구가 더해진다. 폭스는 이번 콜에서 로쿠 거래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았다.
주가 석 달 새 9% 올라… 순이익 9억4300만 달러
폭스 주주 귀속 순이익은 9억4300만 달러(주당 2.20달러)로 전년 5억9900만 달러(1.32달러)보다 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2.54달러, 조정 EBITDA는 16억4000만 달러로 54% 늘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42억9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2.02달러)를 넘었다고 더랩이 전했다. 폭스는 이번 분기 멈췄던 자사주 매입을 2분기에 재개할 계획이다.

JTBC 월드컵 중계권 1억2500만 달러… 디지털 중계권은 네이버에
한편, FAST를 통한 리니어 채널 선순환 구조가 없는 한국 방송사들의 결론은 달랐다. 같은 월드컵을 한국에서 단독 중계한 JTBC는 중계권을 1억2500만 달러(JTBC 발표 기준 약 1861억원)에 샀다고 3월 밝혔다. 지상파 재판매는 KBS(한국방송공사) 한 곳에 140억원으로 성사됐고 MBC·SBS와는 결렬됐다. 디지털 중계권은 네이버(Naver)에 350억~500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3경기 광고로 185억원을 팔았고, KBS는 체코전 한 경기에서 약 60억원을 팔았다.
JTBC는 대회 개막 나흘 뒤인 6월 15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차입금을 갚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국내 방송광고 매출은 2025년 2조134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줄었다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and Media Commission)가 6월 공표했다. 2021~2025년 방송광고 매출은 연평균 10.6% 줄었고 모바일 광고는 7.5% 늘었다.
폭스와 JTBC는 같은 대회를 중계했다. 폭스는 지상파·케이블·자사 FAST로 경기를 묶어 광고를 팔았고, 늘어난 디지털 시청은 투비 광고 매출로 잡혔다. JTBC는 TV 중계와 디지털 중계를 나눠 디지털 시청을 포털에 넘겼다.
물론 JTBC의 실패를 FAST의 부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방송 채널에만 유독 혹독한 규제가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선거 광고 쪽 구조도 다르다. 공직선거법은 방송광고를 대통령·비례대표 국회의원·시도지사 선거에만 허용하고 횟수도 제한한다. 폭스가 지역 방송국과 투비로 나눠 받은 지역 단위 선거 광고를 국내 방송사가 같은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좁다. 국내 방송사의 스트리밍 광고 수익은 자체 디지털 창구와 타기팅 광고 판매 체계를 갖췄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 TV 플러스 시청자 1억 명… 국내 방송사는 FAST 채널 공급자
투비가 이번 분기 약 5000만 달러의 정치 광고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폭스의 플랫폼 소유 구조가 있다. 투비 이용자 상당수는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다. 폭스는 투비를 통해 이들에게 접근하고, 시청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광고를 판매한다. 콘텐츠 공급과 플랫폼 운영, 광고 판매가 폭스라는 한 기업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지상파에서 중계하는 월드컵 경기를 투비에도 동시 제공하고, 늘어난 시청을 광고 매출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FAST 사업의 구조는 다르다.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 등 주요 플랫폼은 TV 제조사가 운영하고, 방송사와 채널 사업자는 콘텐츠를 공급한다. 삼성 TV 플러스는 30개국에서 4300여 개 채널을, LG 채널은 37개국에서 4500여 개 채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삼성 TV 플러스 시청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를 투비의 월간활성이용자(MAU) 1억1000만 명과 직접 비교하려면 집계 기준이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방송사와 채널 운영사는 이처럼 글로벌 시청자를 확보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뉴 아이디(New ID)는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플루토 TV, 투비 등 30여 개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 중심의 FAST 채널 400여 개를 운영한다. 콘텐츠를 확보해 국가와 플랫폼별로 채널을 편성하고, 현지 광고를 붙여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광고 주도권이다.
공급자는 계약에 따라 플랫폼과 광고 인벤토리나 광고 수익을 나누지만, 채널을 공급한다고 해서 플랫폼의 이용자 데이터와 광고 판매 역량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뉴 아이디처럼 자체 광고 운영·수익화 기술을 갖추고 시청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자도 있어, 공급자를 단순한 콘텐츠 납품사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정치 광고처럼 특정 지역과 가구를 겨냥하는 광고 사업에서는 콘텐츠 확보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직접 접근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를 판매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국내 방송사의 FAST 진출도 채널 수와 해외 도달 규모를 넘어, 광고 판매와 데이터 활용에서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보하느냐가 핵심 과제다.
국내 넘어 해외로… 넷플릭스 중심 유통의 대안으로 떠오른 FAST
국내 FAST 시장의 성장 속도는 북미보다 더디다. 미국에서는 비싼 유료방송 요금과 스트리밍 구독료 부담이 무료 서비스 수요를 키웠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료방송이 자리 잡고 있어 FAST로 이동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수요만으로 FAST의 가능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해외 시청자를 확보하고 유통 경로를 다변화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FAST는 넷플릭스를 대체하는 서비스라기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에 집중된 K콘텐츠의 해외 유통 경로를 넓히는 대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에 보급한 스마트TV를 통해 한국 방송 콘텐츠를 현지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구독료 대신 광고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로서는 해외 유통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광고 수익을 확보할 기회다.
정부도 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2025년 4월 플랫폼 기업과 방송사, 채널 운영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AI 더빙을 활용해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AI 더빙 특화 K-FAST 확산' 사업에는 추가경정예산 80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플랫폼의 해외 도달 범위에 한국 콘텐츠와 현지화 기술을 결합하려는 접근이다.
한국 방송 규제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지난 6월 4일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 뉴 아이디·CJ ENM 등 채널 운영사, KBS·MBC·SBS 등 방송사와 글로벌 FAST 시장 공략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세계 FAST 시장이 2025년 18조원에서 2030년 47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국내 가전 기업이 전 세계에 보급한 스마트TV 6억 대와 한국의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을 연결해야 한다는 방향도 공유됐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기존 방송 콘텐츠를 해외에 재송출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현지 시청자의 선호를 반영한 기획·편성, 시청 데이터와 광고 판매를 연계한 콘텐츠 전략, FAST 전용 콘텐츠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콘텐츠와 글로벌 TV 플랫폼, 현지화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해외 시청자 확보를 넘어 광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관건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플랫폼 사업을 돕는 데 있지 않다. 두 기업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고, 콘텐츠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기업도 혜택을 본다는 이유로 이를 삼성·LG 지원 사업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K콘텐츠를 지원하면 이를 유통하는 넷플릭스에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콘텐츠 지원을 넷플릭스 지원 사업이라고 보는 것과 같은 논리다.
중요한 것은 유통 플랫폼이 어디냐가 아니라, 지원의 성과가 국내 콘텐츠 기업에 얼마나 돌아오느냐다. 따라서 정책 성과도 채널 수나 시청 규모를 넘어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가 확보한 광고 매출, 수익 배분 조건, 시청 데이터 활용 기회 등 실익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AI 더빙 K-FAST 채널 누적 시청 1억 명… 올해 지원은 신규 채널 4개
사실 그동안의 정부 지원은 해외 시청자 확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과기정통부와 KAIT는 지난해 AI 더빙 특화 K-FAST 사업을 통해 K콘텐츠 약 1200편, 1400시간을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더빙하고 FAST 채널 20개를 구축했다. 이들 채널은 지난해 12월부터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을 통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22개국에 서비스됐으며, 올해 4월 말 기준 누적 시청자 1억 명을 기록했다. AI 더빙으로 언어 장벽을 낮추고 국내 TV 제조사의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힌 것이다.
올해는 신규 채널 구축과 함께 장르와 사업모델 다변화에 나선다. 과기정통부는 허드슨에이아이·이스트소프트·언에이아이 등 3개 컨소시엄을 선정해 신규 K-FAST 채널 4개를 구축하고, 채널당 약 2억30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보다 신규 구축 채널 수는 줄었지만, 지원 대상은 버티컬 드라마와 K-뷰티, K-댄스 등으로 넓어졌다. 세로형 숏폼을 TV 시청 환경에 맞게 제공하고, K-뷰티 오리지널 콘텐츠에 커머스를 연결하며, 중남미 현지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채널별 특성을 살리는 방식이다.
이는 FAST를 기존 방송 콘텐츠의 재유통 창구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글로벌 유료 스트리밍 중심의 해외 유통을 보완하면서 콘텐츠 기업이 광고와 커머스 등으로 수익원을 넓힐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누적 시청자 수는 해외 도달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 그 자체로 수익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확보한 시청자를 지속적인 시청과 매출로 연결하는 일이 다음 과제다.
그래서 채널 구축 이후 다음 지원은 필수다.
투비 사례는 이 다음 단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서 살펴본 시청 데이터 기반 광고 판매와 생중계 콘텐츠 전략은 국내 사업자에도 참고점이 된다. 콘텐츠 현지화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플랫폼·채널 운영사·광고 기술 기업이 협력하고, 해외 시청 데이터를 광고와 커머스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기정통부도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 출범 당시 해외 시청 데이터 기반 광고·커머스 연계 프로젝트 발굴을 지원 과제로 제시했다. 해외 시장에서 유통과 수익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당분간 K콘텐츠와 국내 플랫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FAST에 관심을 가지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기관은 지난해 4월 출범 당시 22개에서 올해 7월 82개로 늘었다. 조직도 콘텐츠·채널, 기술, 광고·플랫폼, 글로벌, 총괄·조정 등 5개 분과로 개편됐다. AI 더빙이 한국 콘텐츠를 해외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이 협력망을 바탕으로 현지화와 편성, 광고 판매, 커머스를 연결해야 할 단계다. 지원의 성과를 채널 수와 도달 규모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라이브러리는 해외 FAST로, 생중계권은 포털로… 수익 창구가 갈라져
국내 방송사의 예능·드라마 라이브러리는 이미 해외 FAST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투비의 이번 분기 시청 증가를 이끈 요인 역시 라이브러리 콘텐츠였다. 차이는 생중계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폭스는 라이브러리와 월드컵 생중계를 같은 투비 플랫폼에서 제공했고, 생중계를 보기 위해 유입된 시청자는 라이브러리 시청으로 이어졌다.
반면 JTBC는 월드컵 디지털 중계권을 네이버에 넘겼고, 지상파 재판매는 KBS 한 곳에 그쳤다. 생중계로 발생한 디지털 시청 수요가 방송사 자체 플랫폼이 아닌 외부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라이브러리 유통과 생중계가 서로 다른 창구로 나뉘면서, 생중계 유입을 다른 콘텐츠의 시청과 광고 매출로 연결하는 방식에서도 투비와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권리 배분 구조는 향후 중계권 협상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JTBC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2030년 월드컵의 국내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향후 재판매 협상에서는 TV 중계권뿐 아니라 디지털·FAST 권리를 누가 확보하고, 어떤 구조로 광고를 판매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될 수 있다.
국내 방송사가 FAST에서 광고를 직접 판매하고 시청 데이터를 축적할 기반을 갖추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면 해외 FAST 사업에서 얻는 수익을 채널 공급 대가나 배분 수익에 한정하지 않고, 직접 광고 판매로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 폭스의 이번 실적에서 투비가 맡은 역할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과 시청자 접점·광고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전망: 2분기 정치 광고·NFL 추수감사절 경기 투비 생중계
머독 CEO는 회사 전반의 광고 흐름이 "매우 건강하다"고 밝혔다. 투비의 성장세는 회계연도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11월 3일 선거까지 집행된 정치 광고도 2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NFL 추수감사절 경기 역시 투비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다만 월드컵과 중간선거의 특수는 내년 같은 분기에 반복되지 않는다. 다음 회계연도 1분기에는 대형 이벤트 효과가 사라진 자리에서 얼마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핵심은 NFL과 투비다. 폭스는 월드컵이 끝난 뒤인 2분기에도 투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 생중계로 유입된 시청자를 라이브러리 콘텐츠로 연결하고, 이들의 시청을 지속적인 광고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로쿠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폭스의 스트리밍 광고 판매 범위는 투비 앱을 넘어 로쿠 플랫폼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법무부의 인수 심사 결과와 투비의 이익률이 20% 수준에 접근하는 속도는 향후 실적에서 확인해야 할 주요 지표다. 인수 성사 자체보다 확대된 광고 판매 기반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폭스의 다음 시험대는 시청 규모가 아니라 수익성이다. 월드컵으로 끌어모은 시청자를 붙잡고, NFL 생중계와 라이브러리의 결합을 통해 광고 매출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실적이 대형 이벤트에 힘입은 일시적 기록인지, 투비를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인지는 그 전환 능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K-FAST 역시 해외 채널 수와 시청 규모를 늘리는 데서 나아가, 확보한 시청자를 국내 콘텐츠 기업의 지속적인 광고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2027년 과기정통부 예산안 브리핑에는 FAST·AI 더빙 지원이 별도 항목으로 제시되지 않아 후속 지원의 연속성이 과제로 남았다. 해외 진출의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사업으로 정착시킬 지원이 불분명하다면, 채널 구축과 시청자 확보가 일회성 성과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