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웍스, 1959년 한국 SF 영웅 ‘라이파이’를 AI 애니메이션으로 되살린다

원작자 김산호 화백이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참여… 캐릭터 레퍼런스→AI 생성 컷→사람의 연출 순서로 제작, 미국 공개는 다큐멘터리로 시작

헬로웍스, 1959년 한국 SF 영웅 ‘라이파이’를 AI 애니메이션으로 되살린다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 2026 · Responsible AI 세션 ①

원작자 김산호 화백이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참여… 캐릭터 레퍼런스→AI 생성 컷→사람의 연출 순서로 제작, 미국 공개는 다큐멘터리로 시작

헬로웍스(HelloWorks)가 1959년 탄생한 한국 SF 만화 주인공 ‘라이파이(Rayphie)’를 생성 AI로 다시 만든다. 원작자 김산호(San-ho Kim) 화백이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에 참여한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새로 개발하고, AI로 시각 시제품을 만든 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라이파이를 미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첫 작품은 다큐멘터리다. 이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고, 장편 애니메이션도 검토한다. 샘 우(Sam Woo) 헬로웍스 미국지사 이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TCL 차이니즈 시어터(TCL Chinese Theatres)에서 열린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Global Stage Hollywood Film Festival) ‘Responsible AI’ 세션에서 이 계획을 발표했다. 세션은 케이엔터테크허브(K-EnterTech Hub)가 구성했고, 헬로웍스와 밀레니얼웍스(Millennial Works)가 공동 진행사로 참여했다.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는 전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임원 더글라스 몽고메리(Douglas Montgomery)가 일본과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잇기 위해 세운 비영리 영화제로, 할리우드 TCL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2일 개막작 ‘90미터(90 Meters)’ 상영으로 시작했다. 3일에는 AI를 주제로 한 세션 두 개가 열렸고, ‘Responsible AI’는 그 가운데 한국 기업이 발표를 맡은 세션이다.

헬로웍스가 공개한 ‘라이파이’ 리제너레이션 키 아트  자료=헬로웍스
헬로웍스가 공개한 ‘라이파이’ 리제너레이션 키 아트 자료=헬로웍스

라이파이는 김산호 화백이 1959년 그린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Rayphie)』의 주인공이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 SF 만화의 효시로 꼽힌다. 우 이사는 패널 토론에서 “라이파이는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이야기”라며 “1959년은 한국이 전쟁에서 막 벗어나던 때였고, 아이들에게는 응원할 대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1959년 연재된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원작 표지  자료=헬로웍스
1959년 연재된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원작 표지 자료=헬로웍스

팔로어 155만 채널 운영사… 무대 뮤지컬 영상도 AI로 제작

헬로웍스는 이야기 개발 8년, 숏폼 드라마와 유튜브(YouTube) 영상 제작 4년의 이력을 가진 제작사다. 직접 운영하는 채널의 팔로어는 모두 155만 명이다. 무대 뮤지컬 ‘닥터 두리틀(Doctor Dolittle)’에서는 공연에 쓰는 영상 전체를 AI로 만들었다. 화면 속 캐릭터와 무대 위 배우가 같은 타이밍에 움직이도록 맞춘 작업이다. ‘My Boyfriend Is a K-POP Idol’, ‘You Don’t Know Me?’ 같은 1인칭 시점의 VR 드라마 파일럿도 제작했다.

헬로웍스가 제작한 1인칭 VR 드라마 파일럿 ‘My Boyfriend Is a K-POP Idol’(왼쪽)과 ‘You Don’t Know Me?’  자료=헬로웍스
헬로웍스가 제작한 1인칭 VR 드라마 파일럿 ‘My Boyfriend Is a K-POP Idol’(왼쪽)과 ‘You Don’t Know Me?’ 자료=헬로웍스

헬로웍스는 자사 IP에서 다음 프로젝트를 고르고 있다고 밝혔고, 라이파이를 AI로 되살리는 작업을 함께 소개했다. 변영규(Yeongkyu Byeon) 헬로웍스 PD는 이달 초 싱가포르 에이아이콘(AICON) 2026의 ‘코리안 AI 필름메이킹 마스터클래스(Korean AI Filmmaking Masterclass)’ 발표 자료에서 이 프로젝트를 ‘AI로 전설을 되살리기(Regenerating a Legend with AI)’라고 소개했다.

캐릭터 레퍼런스→AI 생성 컷→편집… 판단은 사람이 한다

제작은 세 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캐릭터의 각도·표정·움직임을 담은 레퍼런스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배경, 움직임을 담은 컷을 AI로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연출·편집·사운드를 입혀 영상으로 조립한다. 원작의 정체성은 지키고, 새로운 시각 언어를 찾는다는 것이 헬로웍스가 밝힌 방향이다.

헬로웍스의 라이파이 AI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공개 순서  자료=헬로웍스, 세션 발언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헬로웍스의 라이파이 AI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공개 순서 자료=헬로웍스, 세션 발언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AI가 만든 컷을 쓸지는 사람이 판단한다. 헬로웍스는 ‘캐릭터에 맞는가’, ‘장면의 감정을 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효율을 계산할 때 수정과 편집에 드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는 점도 밝혔다. 우 이사는 세션에서 “작가진이 이야기를 쓰고, 캐릭터가 어떤 모습일지는 프롬프트로 입력한다”며 “1959년 캐릭터를 다루는 일이라 재미있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AI 시각 개발에 쓰는 라이파이 원작 세계의 소품 디테일  자료=헬로웍스
AI 시각 개발에 쓰는 라이파이 원작 세계의 소품 디테일 자료=헬로웍스

작곡가이자 가수로 여러 한국 드라마의 OST 작업에 참여한 우 이사는 AI의 양면도 짚었다. “음악을 만드는 일이 예전과 같지 않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던 사람들,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던 세션 연주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그는 할리우드에는 노조가 있지만 한국은 제도 논의가 진행 중이고, 입법은 늘 기술보다 늦다고 했다.

샘 우 헬로웍스 미국지사 이사  사진=케이엔터테크허브
샘 우 헬로웍스 미국지사 이사 사진=케이엔터테크허브

미국 공개는 다큐멘터리부터… 투자·배급 파트너 찾는다

샘 우 이사가 할리우드에서 발표한 자료의 제목은 ‘라이파이 글로벌 사업화 계획(Rayphie Global Commercialization Plan)’이다. 헬로웍스는 주인공 캐릭터와 함께 원작 속 탈것과 무기를 별도 자산으로 정리했다. 제비양(Jebi-yang)이 모는 다목적 비행체 ‘제비기(Swallow Craft)’, 다용도 전투 장비 ‘유도창(Guided Spear)’, 통신 장비, 수중·공중전용 대형 로봇 ‘강철 로봇(Steel Robot)’, 비행선·항공모함으로 이뤄진 지원 함대다. 캐릭터·탈것·메카·세계관 IP를 묶어 영화·애니메이션·게임·완구·수집품·라이선스 사업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자료=헬로웍스 할리우드 발표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자료=헬로웍스 할리우드 발표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샘 우 이사가 발표한 ‘라이파이 글로벌 사업화 계획’ 가운데 캐릭터·탈것·메카 자산 화면  사진=케이엔터테크허브
샘 우 이사가 발표한 ‘라이파이 글로벌 사업화 계획’ 가운데 캐릭터·탈것·메카 자산 화면 사진=케이엔터테크허브

우 이사는 발표 첫머리에 라이파이를 소개하는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했다. 미국 공개도 다큐멘터리로 시작한다. 캐릭터와 원작자를 다루는 이 작품 뒤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고 장편 애니메이션까지 검토한다. 그는 한국 관객이 역사적 소재를 좋아한다는 점을 다큐멘터리를 앞세운 이유로 들었다. 헬로웍스는 라이파이 제작 과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개발과 제작은 헬로웍스가 이끈다. 헬로웍스는 개발·제작 투자를 맡을 파트너와, 작품을 주문·배급할 스트리밍 서비스·방송사·해외 파트너를 찾고 있다.

헬로웍스가 공개한 라이파이 캐릭터 이미지  자료=헬로웍스
헬로웍스가 공개한 라이파이 캐릭터 이미지 자료=헬로웍스

미국 파트너의 첫 질문은 “어떻게 현지화할 것인가”

우 이사는 미국 파트너와 한국 IP를 놓고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현지화라고 했다. “유럽이나 중국이 아니라 미국 관객에게 어떻게 맞출 것이냐는 질문을 늘 가장 먼저 받는다.” 미국에서 자라 2004년 한국으로 건너가 20년 가까이 일한 뒤 지난해 돌아온 그는 답을 한국 전통에서 찾았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예로 들며 “가장 한국적인 전통이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다. 전통과 접근하기 쉬운 형식을 어떻게 섞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TCL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열린 ‘Responsible AI’ 패널 토론. 왼쪽부터 아니사 아베이티아, 아르템 ‘토미’ 페트로프, 샘 우, 송유상, 한정훈  사진=케이엔터테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TCL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열린 ‘Responsible AI’ 패널 토론. 왼쪽부터 아니사 아베이티아, 아르템 ‘토미’ 페트로프, 샘 우, 송유상, 한정훈 사진=케이엔터테크허브

IP 소유 문제도 있다. 우 이사는 “넷플릭스(Netflix)는 넷플릭스이고 HBO는 HBO다. 우리는 늘 그들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오징어 게임(Squid Game)’ 제작사에 돌아간 몫이 적었던 사례가 한국 업계에 경고가 됐다고 했다.

전망… 원작자와 함께 IP를 쥔 채 해외로 가는 구조

라이파이는 원작자가 직접 창작에 참여하고, 국내 제작사가 개발을 이끄는 구조다. 패널로 함께한 아르템 ‘토미’ 페트로프(Artem ‘Tommy’ Petrov) 카피사이트(CopySight) CEO는 한국 IP가 해외 플랫폼에 한 번 팔리고 끝나는 대신, 소유권을 유지한 채 계속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헬로웍스가 찾는 배급 파트너와 어떤 계약을 맺느냐가 이 방향을 따를 수 있을지를 가를 전망이다.

헬로웍스 발표 자료에 실린 라이파이 그림  자료=헬로웍스
헬로웍스 발표 자료에 실린 라이파이 그림 자료=헬로웍스

같은 질문은 한국 방송사와 제작사에도 남는다. 오래된 원작과 방송 아카이브를 생성 AI로 다시 만드는 비용은 내려가고 있다. 라이파이처럼 원작자와 함께 IP를 정비하고, 해외 계약에서 소유권과 AI 파생 권리를 따로 정하는 일이 그 IP로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 큰따옴표는 10월 3일 세션 현장 발언(영어 발언을 우리말로 옮김), 따옴표 없는 문장은 발언 요약입니다. 필자는 이 세션의 진행을 맡았습니다.

※ 헬로웍스 프로젝트 내용은 10월 3일 세션 발언과 헬로웍스 변영규 PD의 AICON 2026 ‘코리안 AI 필름메이킹 마스터클래스’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참고: Sanho Kim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