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PCOM 2026 | K엔터테크허브 칸 라운드테이블
K엔터테크허브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확인한 유럽 공략법
FAST로 시청자를 만나고 현지어판으로 편성 협상에 진입
허드슨에이아이 시연 후 폴란드어와 라트비아어 시험 더빙 추진

한국 콘텐츠의 유럽 시장 확대는 작품의 인기를 현지 편성과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은 낯선 작품을 처음 접할 통로가 될 수 있지만, 통신사와 유료방송의 편성표에 들어가려면 나라별 언어와 유통 관행에 맞춰야 한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K엔터테크허브가 연 한국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테크 라운드테이블에서 유럽 유통 전문가들이 제시한 진입 조건이다.
밉컴(MIPCOM) 2026 개막 하루 전, 팔레 데 페스티발 1층 RX 오피스 회의실에 모인 유럽·미국 유통 전문가와 허드슨에이아이는 약 1시간 20분 동안 한국 콘텐츠의 판매 경로와 AI 더빙의 사업성을 논의했다. FAST로 시청자를 확보한 뒤 구독형 서비스의 프리미엄 창구로 확장하자는 제안과 함께, 현지어판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논의는 곧 구체적인 거래 조건으로 좁혀졌다. 폴란드의 유료방송 사업자는 약 300곳, 라트비아의 중소 사업자는 약 70곳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시장이 분산돼 있는 데다 더빙 수요와 광고 판매 방식도 다르다. 유럽 전체를 하나의 영어권 시장처럼 접근해서는 편성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현진 허드슨에이아이 대표가 AI 더빙과 실시간 통역을 시연하자, 유럽 측은 폴란드어와 라트비아어 등으로 10분 안팎의 시험 더빙을 진행하고 품질을 확인하자는 논의도 이어졌다. 기술 시연을 현지 유통 검토로 잇는 후속 경로가 마련된 셈이다.

현장에는 폴란드와 발트 지역의 콘텐츠 구매·채널 유통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미디어 한자 창업자 카리나 롬파(Karina Rompa)는 유료방송 콘텐츠 구매와 라쿠텐TV 통신사 유통을 거쳤다. 라트비아 리가의 잉가 알리카(Inga Alika)는 통신사 유료방송·광고 사업과 디지털 전략을 다뤄 왔다.
바르샤바 미디어 스퍼스(Media Spurs)의 마르티나 도브잔스카(Martyna Dobrzańska)는 해외 채널의 폴란드·중동부 유럽 진출을 담당한다. 미국에서는 박영진 파크스타미디어 공동창업자가 한국 IP와 크리에이터의 북미 진출 경험을 공유했다.
K엔터테크허브 칸 라운드테이블 주요 참석자
자료=K엔터테크허브, 참석자 자기소개

참석자별 핵심 발언
자료=K엔터테크허브 녹취(10월 11일), 영어 발언 번역
FAST로 시청자를 만나고 구독형으로 확장하는 경로
롬파는 15년 동안 유료방송 플랫폼의 콘텐츠 구매를 맡으며 넷플릭스(Netflix)·HBO·아마존(Amazon)·비아플레이(Viaplay)와 거래했다. 이후 2년간 라쿠텐TV 상품을 유럽 통신사에 공급했고, 최근 라쿠텐 일을 마쳤다. 지금은 바르샤바에서 컨설팅사 미디어 한자(Media Hansa)를 운영한다. 삼성·LG보다 작은 TV 제조사들이 쓰는 독립 스마트TV 운영체제 타이탄 OS(Titan OS)의 콘텐츠 구매도 맡을 예정이다.

본지가 트렌드 발표에서 기존 한국 콘텐츠를 광고형 VOD(AVOD)와 FAST에서 먼저 유통하자고 제안하자, 라트비아 리가(Riga)의 미디어·스트리밍 전략 컨설턴트로 알리카 미디어앤테크(Alika Media and Tech)를 이끄는 잉가 알리카(Inga Alika)가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플랫폼은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답은 롬파가 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를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무료 채널은 "걸림돌이 없는" 출발점이라며 FAST를 한국 콘텐츠의 "발견" 단계라고 불렀다.
아시아 콘텐츠를 모아 둔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도 있지만, 그런 서비스는 시청자가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무료 채널로 시청자가 생기면 그다음에 구독형 서비스에 프리미엄 창구를 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롬파는 무료 지상파 방송의 기반이 강한 유럽과 유료방송 중심으로 성장한 미국의 차이를 짚었다. 미국에서 익숙해진 FAST 사업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각국의 무료 방송·유료방송·통신사 관계를 읽어야 한다는 취지다. 유료방송을 떠난 시청자도 계속 콘텐츠를 찾는 만큼 FAST가 이들을 흡수할 여지는 있다고 봤다.
3비전 전망치를 보면 서유럽 스트리밍 매출은 2026년 533억 달러(약 71조2620억원)에서 2031년 749억 달러(약 100조1410억원)로 41% 늘어난다. 같은 기간 FAST가 76%, 광고형 VOD가 53% 늘어 구독형(35%)보다 빠르게 큰다. 월 1회 이상 FAST를 보는 온라인 성인 비율은 스페인 35%, 영국 26%, 독일 25%, 프랑스 17%로 옴디아(Omdia)가 집계했다.

서유럽 스트리밍 매출 전망. 2026~2031년 FAST 증가율이 76%로 가장 높다. 자료=3비전(세냘뉴스 8월 17일자)

유럽 주요국 온라인 성인의 월간 FAST 시청 비율(2025년 4월). 자료=옴디아
폴란드와 발트 시장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현지어판
바르샤바의 TV 에이전시 미디어 스퍼스(Media Spurs) 파트너십 총괄 마르티나 도브잔스카(Martyna Dobrzańska)는 폴란드 유료방송 사업자가 약 300곳이라고 말했다.
그의 에이전시는 해외 미디어 기업의 폴란드·중동부 유럽 진출을 돕는다. 뉴스·음악·시리즈·스포츠 채널을 대리해 통신사·TV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다. 독일어 원작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폴란드어로 옮기는 데 AI를 쓰고 있고, 마이크로드라마(microdrama) 판매도 막 시작했다. 롬파는 300곳 가운데 중요한 주요 사업자가 있고 나머지는 긴 꼬리라고 덧붙였다.

알리카는 20년 넘게 케이블TV 콘텐츠 구매를 하다가 라트비아 통신사에서 유료방송·광고 사업을 꾸렸고, 최근 3년은 독립 컨설턴트로 라트비아 공영방송의 디지털 전략 등을 맡았다. 그녀가 전한 라트비아 시장에는 중소 사업자가 약 70곳 있고, 대형 두 곳 정도가 시장을 나눠 갖는다. 롬파는 독일 같은 큰 나라는 이만큼 쪼개져 있지 않다고 대조했다.

도브잔스카(왼쪽)와 롬파가 나라별 현지어판 조건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K엔터테크허브
롬파의 설명으로는 이탈리아·스페인은 현지어판이 있어야 하고, 영어를 잘하는 네덜란드·북유럽은 영어판에 거부감이 없다. 프랑스는 카날플러스(Canal+)가 유통 대부분을 쥔 문지기 역할을 해 왔고, 이 구도는 바뀌는 중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장에 이름이 알려진 이탈리아어 사용자가 있어야 거래가 된다. 알리카는 커넥티드TV(connected TV) 운영체제 점유율도 나라마다 다르다고 했고, 롬파는 유럽 전체로는 삼성이 1위라고 받았다.

유럽 진출 방법을 묻는 본지 질문에 롬파는 현지 환경 이해와 현지 에이전트 선택을 먼저 들었다. 유럽 거래는 관계 중심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20년 전 방식으로 일하는 에이전트도 많다"며 새 기술과 홍보·묶음 판매를 이해하는 파트너를 골라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경로는 소비자 직접 판매, 시장 일부의 문지기로 커지고 있는 제작사, 가입자 데이터로 표적 상품을 고르는 통신사 세 갈래다.
유럽 시장별 진입 조건
자료=K엔터테크허브 MIPCOM 2026 라운드테이블(10월 11일, 칸) 녹취. 참석자 발언을 정리했다.
채널을 열어도 광고를 팔 수 있어야 한다
롬파는 유럽 통신사 가운데 FAST 채널을 편성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낡은 기술로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어 광고를 끼워 넣는 SSAI 서버와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갖추지 못한 곳도 있다. 그는 합작 사업에 관심 있는 회사라면 이 공백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가 내놓은 다른 방안은 채널 단위 진출이다. 한국 방송사나 콘텐츠 보유사가 유료 채널이나 일반 무료 지상파형 채널을 열고, 나라마다 있는 노련한 미디어렙(media house)이 광고를 파는 구조다. 롬파는 미디어렙이 파는 TV 광고가 FAST의 1000회 노출당 단가(CPM)보다 비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렇게 하면 콘텐츠에 돈을 내는 유료방송 시청층에도 닿을 수 있다고 했다.
발트 지역의 케이블·통신사들은 자체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시작하고 있다고 알리카는 전했다. 구독료 말고 광고 매출을 더할 수 있어 FAST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존 편성을 새로 채우는 수단으로도 FAST를 본다. 그는 "현지화는 늘 핵심"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서유럽 FAST 매출은 영국과 독일이 이끈다. 3비전은 두 나라가 2031년 서유럽 FAST 매출의 60%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영국·독일·서유럽 전체 FAST 매출 전망(2026→2031). 자료=3비전(세냘뉴스 8월 17일자)
K팝과 로맨스 수요를 정식 유통으로 연결하는 과제
알리카는 2019년 당시 회사에서 불법 시청 순위를 모니터링했을 때 한국 콘텐츠가 할리우드 작품을 모두 제치고 1위였다고 회고했다. 그 무렵 한국 콘텐츠 채널을 띄운 적도 있다. 그가 꼽은 수요는 두 갈래다. 젊은 층의 K팝, 그리고 꼭 마이크로드라마가 아니어도 되는 장편 로맨스 드라마다. 유럽 시청자의 관심은 브라질 연속극에서 튀르키예 드라마를 거쳐 한국 로맨스 드라마로 옮겨 가고 있다고 그는 봤다.
롬파는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국 브랜드 행사에 K팝 댄스팀이 몰려든 장면을 떠올렸다. 체코에서도 같은 광경을 봤고, K팝 공연은 열릴 때마다 매진된다고 했다. 10대 조카에게 한국 드라마를 왜 보느냐고 묻자 "(인물들이) 친절하고 서로에게 잘해 줘서"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알리카는 유럽 통신사·유료방송 사업자가 젊은 시청자에게 닿기가 매우 어렵다며, 한국 콘텐츠가 그 대목에서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롬파는 카날플러스가 이미 한국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고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그룹도 이 분야를 살피고 있다고 거들었다.

로스앤젤레스 콘텐츠 스튜디오 파크스타미디어(Park Star Media)의 공동창업자 박영진(Young Jin Park) 총괄프로듀서는 한국 방송사·만화 회사·유튜버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다.
그가 만나 온 미국 방송사와 플랫폼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높다. K팝·K푸드·K뷰티로 한국 문화에 노출된 시청자가 늘어난 덕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사정이 다르다. 그는 한국이 고품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영어 더빙에 돈을 아끼는" 경우가 있어 방송사와 학부모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의 회사는 한국어로만 운영되던 유튜버 채널을 영어·스페인어·인도네시아어·일본어로 새로 여는 데 이미 AI 더빙 도구를 쓰고 있다.

허드슨에이아이 시연이 겨냥한 감정과 언어의 장벽
신현진 대표는 CJ ENM·SBS·코코와(KOCOWA) 등 국내 주요 미디어 기업과 영어·스페인어판 등을 만들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첫 시연은 CJ ENM 드라마를 일본어·영어·스페인어로 더빙한 장면 가운데 영어판이었다. 포르투갈어·일본어·영어·스페인어로 옮긴 애니메이션 〈뽀로로(Pororo)〉의 일본어판, 영어 원작 영화 〈샤레이드(Charade)〉의 이탈리아어판이 뒤를 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중계 실시간 더빙과 회의용 실시간 통역도 나왔다. 한국어 발언이 러시아어·폴란드어로 바로 옮겨지자 유럽 측 참석자들은 번역이 좋다고 평가했다.

더빙 도구 '허드슨 스튜디오(Hudson Studio)'는 자체 오디오 AI로 음성 분리, 받아쓰기, 문맥 번역, 음성 합성(TTS)을 처리하고 입 모양을 맞춘다. 신 대표는 원래 연기의 감정을 읽어 더빙 음성에 옮기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사랑스럽게', '짜증 내며 외치듯' 같은 감정 지시를 대사마다 붙일 수 있고, 흐느낌·웃음 같은 말 아닌 소리도 낸다.
AI가 더빙 결과의 연기와 번역을 스스로 평가해 고칠 곳을 표시하는 '에이전틱 현지화(agentic localization)' 기능도 개발 중이다. 품질 편차를 잡기 위한 기능이다. 시연 화면에서 AI가 괜찮다고 판단한 대사는 초록색으로 표시됐다. 발표 화면에는 "콘텐츠를 더 만들 필요는 없다. 언어를 늘려야 한다(You don't need more content. You need more languages)"는 문구가 걸렸다.

회사는 약 3개월 동안 드라마 30편, 500시간 분량의 방송용 더빙을 처리했다고 바이라인네트워크(Byline Network)가 2월 보도했다. 중소벤처기업부(Ministry of SMEs and Startups) 'AI 초격차 챌린지'로 LG전자(LG Electronics)와 연결돼 드라마 〈옥씨부인전(The Tale of Lady Ok)〉의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AI 더빙판을 만들었고, 이 더빙판은 LG채널스(LG Channels)로 유럽 시청자에게 공개됐다. 박형세(Park Hyung-se) LG전자 사장은 뉴시스(Newsis)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더빙보다 작업 기간이 6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밉컴 본행사장의 AI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을 택했다. 데드라인(Deadline)은 15일자 결산 기사에서 올해 칸을 찾은 신생 AI 기업 다수가 AI 작품 라인업보다 콘텐츠 사고팔기 업무의 효율화와 수익화를 내세웠다고 썼다. 업계의 질문이 AI를 쓸지에서 어떻게 쓸지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다.
허드슨에이아이 AI 더빙 개요
자료=라운드테이블 시연(10월 11일), 바이라인네트워크(2026년 2월 25일), 뉴시스(2026년 3월 27일).
시연 호평 다음 단계는 언어별 품질 검증

시연이 이어지는 동안 유럽 측 반응이 나왔다. 알리카는 〈뽀로로〉 일본어판을 보고 "정말 놀랍다"고 했고, 원래 연기의 감정을 살린 드라마 더빙에는 "인상적"이라고 했다.
흐느낌 같은 비언어 소리까지 내는 장면을 본 뒤에는 "정말 높은 품질"이라며 "이제 우리 언어가 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한국어 발언이 러시아어·폴란드어로 바로 옮겨지는 실시간 통역에는 알리카가 "인상적", 도브잔스카가 "정말 좋은 폴란드어"라고 평했다.
반응이 가장 컸던 대목은 현지 사업 조건과 맞물린 부분이다.
신 대표가 실시간 중계 더빙과 일본 방송사의 비인기 종목 현지화 사례를 소개하자 알리카는 "라이브 이벤트까지 되는 걸 보니 좋다"고 했다. 원어·라트비아어·러시아어판을 한꺼번에 만들 수 있다면 현지 채널들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말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박 프로듀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미국 시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로 더빙 품질을 들며, 부모와 바이어가 찾는 수준의 더빙 도구와 목소리가 첫 단계라고 했다.
"작은 언어는 없다"… 라트비아어·폴란드어 10분 시험 더빙 추진

"AI 더빙 회사들은 늘 작은 언어를 지원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신 대표의 회사 소개가 끝나자 알리카가 곧바로 라트비아어 지원 여부를 물으며 한 말이다. 신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80개 넘는 언어를 지원하지만 번역과 연기 품질은 언어마다 편차가 있다고 답했다. 회사가 강하다고 내세운 언어는 더빙 수요가 큰 한국어·일본어·중국어(대만 포함)·영어·중남미 스페인어·포르투갈어·독일어·프랑스어다. 신 대표가 라트비아어 같은 작은 언어를 언급하며 폴란드어를 덧붙이자 도브잔스카가 "폴란드어는 그렇게 작지 않다. 작은 언어는 없다"고 받았다. 덜 쓰일 뿐이라는 것이다. 알리카는 그날 점심에 만난 현지 통신사도 이런 해법을 아직 찾고 있다고 전했다.
라트비아 법은 라트비아어판이 함께 없으면 러시아어 더빙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알리카는 설명했다. 라트비아에는 러시아어를 쓰는 주민이 많다. 원어·라트비아어·러시아어판을 한꺼번에 만들 수 있다면 현지 채널들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는 현지화에 투자하려 하지 않고, 점유율이 큰 현지 사업자가 직접 현지화하면 나머지 사업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정도 설명했다. 신 대표는 세로형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놓고 10분 안팎 분량으로 간단한 시험을 해 보자고 제안했고, 유럽 측은 결과물의 번역 품질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허드슨에이아이의 사업 모델은 두 가지다. 실시간 중계 더빙이나 사람 검수 없는 드라마 더빙은 구독형 도구로 판다. 작품마다 해당 언어 원어민 검수를 붙이는 일괄 대행 서비스는 따로 있다. 라트비아어판이라면 라트비아어 원어민이 작품마다 검수하는 방식이다.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일레븐랩스를 꼽았고, 창업자들이 폴란드 출신이라는 데 폴란드 측 참석자들이 반응했다.
허드슨에이아이는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실시간 AI 더빙으로 미국·뉴질랜드·호주에 내보낸 경험이 있다고 신 대표가 밝혔다. 도브잔스카 쪽 에이전시는 스노보드·서핑 등 현지화되지 않은 스포츠 채널 5개를 새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신 대표가 비인기 종목 중계를 현지화하려는 일본 방송사들과 일하고 있다고 하자, 도브잔스카는 다음 날 만나는 상대에게 이 가능성을 알리겠다고 했다. 그는 폴란드 파트너들에게는 폴란드어판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K FAST의 다음 확장 과제는 유럽의 언어
신 대표는 밉컴 기간 한국 FAST 테크 기업과 함께 부스를 함께 운영했다. 회사들은 전시장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Ministry of Science and ICT)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이끄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Global K-FAST Alliance)' 이름으로 AI 더빙을 소개했다.

얼라이언스는 2025년 4월 22개사로 출범해 지금은 82개사가 참여한다. 콘텐츠·채널, 기술, 광고·플랫폼, 글로벌, 총괄 조정의 5개 분과로 운영된다. 뉴시스가 7월 9일 보도한 실적을 보면 참여사들은 지난해 한국 콘텐츠 약 1200편(1400여 시간)을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AI 더빙해 K-FAST 채널 20개를 만들었다.
이 채널들은 2025년 12월부터 삼성 TV 플러스(Samsung TV Plus)와 LG채널스를 통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22개국에 나가고 있고, 2026년 4월 말 누적 시청자가 약 1억 명에 이르렀다. 올해는 허드슨에이아이·이스트소프트·언에이아이(UN AI) 3개 컨소시엄이 뽑혀 채널당 약 2억3000만원(약 17만2000달러)을 들여 버티컬 드라마·K-뷰티·K-댄스 플래그십 채널 4개를 만든다.
신 대표는 당시 머니투데이(Money Today)에 "K-FAST가 더 넓은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K-FAST 더빙 언어는 미주 시장에 맞춘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다.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유럽 측이 요구한 언어는 폴란드어·라트비아어처럼 사용 인구가 적은 언어였다. 이번에 합의한 시험 더빙은 이 빈자리를 겨냥한다.
올해 허드슨에이아이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CJ ENM의 K-댄스 플래그십 채널을 맡았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이 장르가 거론됐다. 알리카는 "젊은 시청자를 잡는 건 모두가 원하는 일"이라며 "K-댄스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유럽 통신사·유료방송이 젊은 층에 닿을 수단을 찾는 상황에서 K-팝·K-댄스 채널이 편성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드슨에이아이가 방송사·유통사에 제안한 두 가지 수익원. 카탈로그를 며칠 만에 더빙해 수출하는 '허드슨 스튜디오'와 스포츠·뉴스·라이브를 실시간으로 수출하는 '허드슨 라이브'다. 자료=허드슨에이아이

지상파 방송사 계열 디지털 미디어렙인 스마트미디어렙(SMR)은 CJ ENM·K20·KT스튜디오지니(KT Studio Genie)와 함께 9월 28일(현지시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LA센터에서 '2026 K-FAST 나이트 인 LA(K-FAST NIGHT in LA)'를 열었다. 미주중앙일보(Korea Daily)가 집계한 바로는 한미 콘텐츠·미디어 업계 관계자 약 80명이 모였다. 북미 FAST 행사인 아마기(Amagi) FAST 콘퍼런스 일정에 맞춘 자리였다.
SMR은 지상파 3사 인기 드라마를 장르별로 묶은 글로벌 FAST 채널 '시리즈-K(Series-K)'를 AI 더빙으로 여러 나라에 내보낼 계획을 소개했다.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가 9월 30일 전한 전승훈 SMR 대표의 설명은 "북미 FAST 시장에서 K콘텐츠 수요는 확인됐지만,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접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발표에서 SMR은 북미가 세계 FAST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드라마와 스포츠로 넓어지는 현지화 수요
알리카는 북유럽·발트 지역 사업자들이 마이크로드라마와 세로형 영상(vertical video)을 원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인프라가 발달한 이 지역에서는 스트리밍이 주력 기술이고 선형 TV(linear TV)는 줄고 있다. 도브잔스카의 에이전시도 마이크로드라마를 폴란드 통신사와 TV 플랫폼에 팔 계획이다. 박 프로듀서가 한국에서는 왜 마이크로드라마 인기가 낮으냐고 물었다.
한국의 마이크로드라마를 놓고는 시청 취향과 제작 방식의 차이가 함께 논의됐다. 국내 시청자가 프리미엄 드라마의 완성도에 익숙하다는 점을 본지가 설명하자, 신 대표는 일부 업체가 미국 진출을 위해 AI로 배우 외모를 현지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카는 유럽에서는 이런 접근이 규제와 권리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참석자들이 소개한 사례와 견해로, 특정 서비스의 적법성이 확인됐거나 유럽 전역에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음성을 옮기는 더빙과 배우의 외모를 바꾸는 작업은 권리 검토에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르 만의 유럽 TV 진출이 보여준 크리에이터 유통의 변화
라운드테이블이 열린 11일 저녁, 밉컴 무대에서는 미국 크리에이터 다르 만(Dhar Mann)이 더앵클러(The Ankler)의 첫 '미래 엔터테인먼트상'을 받았다. 더앵클러는 12일자 기사에서 다르 만의 여러 플랫폼 팔로워가 1억7000만 명이고, 다르 만 스튜디오(Dhar Mann Studios)가 디즈니(Disney)·폭스 엔터테인먼트(Fox Entertainment)·삼성 TV 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썼다. 다르 만은 대담에서 카르마·친절 같은 보편적 주제를 다룬 이야기는 인도, 한국, 아프리카 어디서나 통한다고 말했다. 더빙으로 여러 언어판을 내면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도 넓히고 있다고 했다.

다르 만 스튜디오에 처음 프리미엄 오리지널 계약을 준 전통 플랫폼은 삼성 TV 플러스였다. 그 전까지 이 회사 작품은 모두 유튜브(YouTube) 광고(애드센스, AdSense) 수익으로 만들었다고 다르 만은 대담에서 밝혔다. 앤솔러지(anthology) 〈언라이클리 로맨시스(Unlikely Romances)〉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 〈언라이클리 패밀리스(Unlikely Families)〉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샘모바일(SamMobile)은 5월 15일자 기사에서 다르 만 전용 채널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네덜란드·스웨덴·스위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13개국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유럽만 9개국이다. 롬파가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콘텐츠에 권한 것과 같은 FAST 경로로 미국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유럽 TV에 들어간 사례다.
션 앳킨스(Sean Atkins) 다르 만 스튜디오 최고경영자는 같은 무대에서 크리에이터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도 지역 방송사·유통사와의 관계는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유통사가 프리미엄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판권을 확보하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할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프렌즈(Friends)〉가 여러 채널에 걸리며 오히려 더 커졌듯 관객은 좋아하는 콘텐츠를 어디서나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라운드테이블에서 폴란드 측이 현지 통신사 편성의 조건으로 든 것도 현지어판과 현지 유통 파트너였다. 다르 만 대담 내용은 별도 기사로 전한다.
제작비가 오를수록 중요해지는 언어별 판매 전략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2024년 140억7543만 달러(약 18조8190억원)로 역대 최대였고, 이 가운데 방송·영상 수출은 12억5718만 달러(약 1조6809억원)였다. 헤럴드경제(Herald Economy)가 2월 26일 보도한 문화체육관광부(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콘텐츠산업조사 결과다.
본지가 라운드테이블 발표에서 소개했듯 10년 전 한국 방송사는 완성 드라마를 나라별로 팔았고, 2024년 12월 SBS가 넷플릭스와 직접 계약하는 등 판매 방식이 바뀌고 있다. 유럽 측이 제시한 조건은 여기에 언어를 더한다. 폴란드처럼 사업자가 수백 곳이고 현지어판이 필수인 시장에서는 더빙판을 갖춘 작품이 통신사 편성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라트비아처럼 신규 진입자가 현지화 비용을 꺼리는 시장에서는 파는 쪽이 더빙판을 들고 가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켄 오(Ken Oh)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는 12일 밉컴 개막 기조 대담에서 국내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5~6년 사이 세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고 콘텐츠아시아(ContentAsia)가 13일 보도했다. 한 작품을 더 많은 나라와 언어로 팔아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허드슨에이아이의 "언어를 늘려야 한다"는 문구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원어민 검수 비용과 언어별 품질 편차를 고려하면 시장마다 더빙 투자 규모를 따로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채널 광고가 매출이 되기 위한 조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Media and Communications Commission)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2025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결과를 한국기자협회보(Journalists Association of Korea)가 1월 8일 전했다. 2024년 국내 광고비 총액은 17조1263억원(약 128억 달러)이었다. 온라인 광고비가 10조1011억원(약 75억6000만 달러)으로 7.9% 늘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방송 광고비는 3조2191억원(약 24억 달러)으로 5% 줄었고, 지상파 광고비는 1조2317억원(약 9억2000만 달러)으로 7.2% 감소했다.
북미에서는 K-FAST 채널이 삼성 TV 플러스·LG채널스 같은 국내 제조사 플랫폼으로 송출되고, SMR이 시리즈-K로 현지 플랫폼·광고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 국내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방송사에는 해외 FAST가 광고 매출을 더할 수 있는 창구다. 유럽 사정은 다르다. 롬파가 제안한 방식은 한국 방송사가 채널을 열고 나라별 미디어렙이 광고를 파는 구조다. 통신사의 광고 설비 공백을 메우면서 FAST보다 높은 TV 광고 단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국내에서 지상파 디지털 광고를 파는 SMR이 북미에서는 직접 영업 자리를 만들었다면,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현지 미디어렙과 손잡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삼성 TV 플러스는 밉컴 개막일인 12일 BBC스튜디오(BBC Studios)의 BBC 라이프스타일·BBC 히스토리·BBC 푸드·이스트엔더스 채널 4개를 유럽 11개 시장에 띄운다고 C21미디어(C21Media)가 보도했다. 미국 크리에이터 다르 만의 채널은 이미 유럽 9개국에 나간다. 한국 채널은 이들과 같은 화면 자리를 두고 겨루게 된다. 박 프로듀서의 지적대로 더빙 품질이 바이어 기준에 못 미치면 영상 품질이 높아도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폴란드에는 거점도 생겼다. 롬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바르샤바에 폴란드 사무소를 연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험 더빙에서 실제 편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후속 협의는 언어별 시험 더빙과 현지 유통 제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허드슨에이아이가 폴란드어·라트비아어 등으로 10분 안팎의 더빙본을 준비하면 유럽 측이 번역과 연기의 품질을 검토한다. 폴란드 측은 한국 콘텐츠와 마이크로드라마의 통신사·TV 플랫폼 제안 가능성을 살피고, 스포츠 중계 현지화에 관한 논의도 이어 가기로 했다. 검수 결과와 비용, 판권 조건을 확인한 뒤에야 실제 편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롬파는 중동부 유럽 진출 창구로 매년 6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열리는 NEM 마켓을 추천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 마켓에 한국관을 꾸리는 방안을 주최 측과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알리카는 NEM을 "중동부 유럽판 밉컴"이라고 불렀고, 기술 기업 참가도 늘고 있다고 했다. 롬파는 이 마켓이 튀르키예관을 두는 등 새 지역을 끌어들이고 서유럽 기업도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가 한국 콘텐츠 기업에 던지는 과제는 분명하다. 더빙 가능한 언어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정 시장에서 팔 수 있는 품질과 비용을 맞춰야 한다. 현지 파트너가 더빙본을 검수하고 편성·광고 판매까지 설계할 수 있어야 기존 카탈로그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FAST에서의 발견이 유료 서비스 가입이나 채널 매출로 이어지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칸에서 시작된 논의의 성과는 이제 시험 더빙의 결과와 후속 유통 협상으로 평가받게 된다. K엔터테크허브와 미디어 한자의 협력이 폴란드·발트 지역의 실제 편성으로 이어질지, AI 더빙이 그 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얼마나 줄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유럽 진출의 다음 단계는 지원 언어 목록이 아니라 현지 시청자가 듣고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