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석 “K-콘텐츠와 AI, 두 개의 정책 아닌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가 4일 ICNX 2026 기조연설에서 K-콘텐츠 진흥과 AI 산업 육성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자고 제안했다. 콘텐츠 기업의 생성 AI 활용률은 2년 반 새 4배(32.1%)로 뛰었지만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1년 단위로 움직인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의 자본, 중국의 물량과 정면으로 겨루기보다 K-컬처의 독창성과 해외 공동 기획·제작으로 차별화하자고 했다.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2027년 예산 심사가 이 구상의 첫 시험대다.

고삼석 “K-콘텐츠와 AI, 두 개의 정책 아닌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ICNX 2026 기조연설서 AI와 정책의 ‘속도 격차’ 지적… 정책 중심을 K-컬처 신산업·해외 공동제작으로 옮기자고 제안, 12월 국회 예산 심사가 첫 시험대

고삼석(Samseog Ko) 동국대학교(Dongguk University)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가 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Songdo Convensia)에서 열린 인천 첨단미디어 글로벌 컨퍼런스 ‘ICNX 2026’ 2일차 첫 세션 기조연설에서 K-콘텐츠 진흥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2027년 AI 예산안을 84.3% 늘려 편성하고 국회가 12월 초까지 심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콘텐츠를 AI 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라 같은 설계도 안에 넣으라는 주문이다.

고 교수는 “AI 없는 콘텐츠의 미래도, 콘텐츠 없는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생각하기 어렵다”며 “K-콘텐츠 진흥과 AI 산업 육성을 두 개의 분리된 정책이 아닌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는 ‘K-콘텐츠와 AI는 왜 하나의 국가전략이 되어야 하는가’, 부제는 ‘콘텐츠 진흥과 AI 규율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고 교수가 단일 전략을 요구한 근거는 산업과 정책의 속도 차이다. 콘텐츠 사업체의 생성 AI 활용률은 2025년 4분기 32.1%로 2년 반 만에 4배가 됐고, 사업체들은 필요한 지원 1순위로 AI 기반 제작비(57.1%)를 꼽았다. 정부 정책과 예산은 1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AI 기술은 6개월 단위로 바뀐다고 그는 지적했다.

경쟁국은 이미 두 정책을 묶었다. 미국은 2025년 민간 AI 투자 2859억 달러(약 388조원)를 바탕으로 AI 기술과 콘텐츠 IP를 결합하고 있고, 중국은 마이크로드라마 산업을 1000억 위안 규모로 키워 올해 1~9월에만 신작 49만 편을 냈다. 영국은 크리에이테크(Createch)를 국가 산업전략에 넣었다. 한국은 2026년 2월 인공지능 행동계획 99개 실행과제 가운데 70~73번을 문화 과제로 배정했고, 202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예산안은 9조4211억원(약 69억 달러)으로 편성됐다.

이번 제안은 고 교수가 올해 1월 CES 2026 ‘엔터테크 얼라이언스’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중국 칭다오, 미국 올랜도로 이어 온 ‘공진화(Coevolution)’ 구상을 정부 행동계획과 예산의 언어로 옮긴 것이다. 그는 정책의 중심을 콘텐츠 제작·유통의 AI 전환에서 AI 기반 K-컬처 신산업과 해외 공동 기획·제작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 교수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특별대담에서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 논의를 이어간다.

고 교수의 세션은 이번 행사에서 정책과 국가전략을 정면으로 다룬 유일한 세션으로, 40분간 한국어·영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고 교수는 지난해 ICNX 2025에서 라운드테이블 좌장을 맡았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가 4일 ICNX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가 4일 ICNX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ICNX 2026

ICNX 2026은 인천광역시(Incheon Metropolitan City)와 인천테크노파크(Incheon Technopark·ITP)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인천관광공사(Incheon Tourism Organization)가 후원한 엔터테크 산업 교류 행사로, ‘엔터테크의 연결, 비즈니스의 확장(Bridging EnterTech to Global Business)’을 주제로 3~4일 열렸다.

ICNX 2026 전시장에 차려진 캐릭터 브랜드 봄냉이골골송(Bomnaenge Golgolsong) 부스
ICNX 2026 전시장에 차려진 캐릭터 브랜드 봄냉이골골송(Bomnaenge Golgolsong) 부스. 사진=K엔터테크허브

고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Presidential Council on National AI Strategy) 사회분과위원이자 국회의장 문화·방송·정보통신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 3·4기 상임위원을 지냈다.

ICNX 2026 공식 포스터. 행사는 3~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ICNX 2026 공식 포스터. 행사는 3~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자료=ICNX 2026

‘적기조례’의 교훈… 정책은 1년 단위, AI는 6개월 단위로 바뀐다

고 교수는 미국·중국·영국이 모두 콘텐츠와 AI를 묶어 국가전략으로 다루고 있다는 진단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K-컬처의 세계적 인기는 정부 정책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독창성과 창의성에서 나왔고, 여기에 민관의 역량이 더해질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과 정책의 관계는 역사로 풀었다. 19세기 영국은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 업계를 보호하려고 이른바 ‘적기조례(Red Flag Act)’를 시행했고, 이 과잉 규제 탓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넘겼다고 그는 소개했다. 반대로 미국의 인터넷과 반도체는 정부의 국방 기술 정책에서 출발했고, 한국은 2000년 전후 정보화 정책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정책 속도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 정책과 예산은 1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AI 기술은 6개월 단위로 바뀐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인용해,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신기술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성장에 유리하다며 AI 시대에도 기술을 어떤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4일 ICNX 2026 고삼석 교수 기조연설을 듣는 참석자들
4일 ICNX 2026 고삼석 교수 기조연설을 듣는 참석자들. 사진=ICNX 2026

콘텐츠 사업체 생성 AI 활용률 32.1%… 2년 반 새 4배

고 교수는 AI와 콘텐츠를 서로를 키우는 관계로 설명했다. 그는 “AI는 콘텐츠의 생산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콘텐츠는 AI의 상업적 가치와 문화적 영향력을 강화한다”며 “두 산업의 공진화가 새로운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 자료는 이 관계를 세 단계로 나눴다. 1단계 ‘AI 도구 활용’은 제작 효율화, 2단계 ‘AI·IP 결합’은 산업 가치사슬 혁신, 3단계 ‘AI 생태계 구축’은 새로운 시장과 사업 창출이다. 경쟁의 축도 도구에서 IP·데이터로, 다시 플랫폼·생태계로 옮겨 간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콘텐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이 AI 전환(AX)으로 넘어가면서 산업·시장·정책이 함께 바뀐다고 정리했다.

AI·콘텐츠 융합 3단계와 DX→AX 대전환

구분1단계 AI 도구 활용2단계 AI·IP 결합3단계 AI 생태계 구축
핵심 효과제작 효율화산업 가치사슬 혁신새로운 시장·사업 창출
경쟁의 축도구 경쟁IP·데이터 경쟁플랫폼·생태계 경쟁
DX→AX 변화산업: 생산성 혁신, 가치사슬 재편, 기업 간 융합 → 창작·제작 구조 혁신시장: 신시장 창출, 수익모델 다변화, 경쟁 질서 변화 → 새로운 부가가치정책: 산업정책 융합, 인프라·IP 육성, 새 거버넌스 → 국가 성장전략 재편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확산 속도도 숫자로 보여줬다. 챗GPT(ChatGPT)는 출시 5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 2개월 만에 1억 명을 모았고, 발표 자료 기준 주간 이용자는 약 8억 명이다. 고 교수는 AI가 콘텐츠의 기획·제작부터 유통·마케팅·광고 타기팅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산업 현장 수치를 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낸 ‘2025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콘텐츠 사업체의 생성 AI 활용률은 2023년 상반기 7.8%에서 2024년 내내 13%대에 머물다 2025년 2분기 20.0%, 4분기 32.1%로 뛰었다. 반년 새 12%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콘텐츠 사업체 생성 AI 활용률 추이
콘텐츠 사업체 생성 AI 활용률 추이.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별 격차는 컸다. 게임은 70.0%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었고 애니메이션(51.6%), 광고(40.9%)가 뒤를 이었다. 방송·영상은 31.9%로 평균 수준이었고 출판(17.9%)과 음악(15.2%)이 가장 낮았다. AI를 쓰는 810개 사업체 가운데 33.8%는 전사적으로, 66.2%는 일부 부서에서 도입했다.

산업별 생성 AI 활용률. 점선은 전체 평균
산업별 생성 AI 활용률. 점선은 전체 평균.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AI를 쓰지 않는 사업체(67.9%)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56.1%)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인프라·자금 부족(33.1%)과 비용 대비 수익성 부족(31.9%)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가 담긴 보고서에서 2025년 콘텐츠산업 매출은 161조4839억원, 수출은 역대 최대인 149억582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5년 한국 콘텐츠산업 핵심 지표

항목수치비고
매출161조4839억원(약 1190억 달러)전년 대비 2.6% 증가
수출149억582만 달러(약 20조2000억원)전년 대비 5.9% 증가, 역대 최대
수출 1위 장르게임 85억9984만 달러(약 11조7000억원)전체 수출의 57.7%
생성 AI 활용률32.1%(810개사)전사 도입 33.8%, 일부 부서 66.2%
AI 활용 분야콘텐츠 제작 62.7%사업기획 43.7%, 콘텐츠 창작 32.8%
미도입 사유 1위만족할 결과물 얻기 어려움 56.1%인프라·자금 부족 33.1%, 비용 대비 수익성 부족 31.9%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2025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업계가 원하는 지원 1순위는 제작비… 57.1%

같은 조사에서 사업체들은 생성 AI 시대에 필요한 지원으로 AI 기반 콘텐츠 제작 비용 지원(57.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콘텐츠 산업을 이해하는 생성 AI 전문 인력 양성(26.9%), AI로 대체되는 일자리에 대한 고용안전망 확보(22.6%), AI 알고리즘 설계·개발 지원(20.1%)이 뒤를 이었다. 고 교수는 이 결과를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생성 AI 시대에 필요한 지원(1+2순위 합산)
생성 AI 시대에 필요한 지원(1+2순위 합산).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민간 AI 투자 미국 2859억 달러… 미·중·영 콘텐츠 결합 모델 비교

고 교수는 주요국의 전략을 나란히 놓았다. 미국은 AI 기술과 콘텐츠 IP의 결합, 중국은 AI 콘텐츠의 대규모 산업화, 영국은 AI 기반 창조기술(크리에이테크, Createch)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원천기술과 인프라를 앞세운 민간 주도 전략을 짚었다. 2025년 11월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처럼 정부·국립연구소·대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한편, 콘텐츠 기업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IP를 확보하고 자체 AI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은 1997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25년 산업전략에서 창조산업을 다시 핵심 분야로 올렸고, 콘텐츠·데이터 인프라와 창작자 권리 보호를 축으로 크리에이테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자본 규모 차이는 크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Stanford HAI)의 ‘AI 인덱스 2026’에서 2025년 미국 민간 AI 투자는 2859억 달러(약 388조원)로 중국(124억 달러, 약 17조원)의 23배, 영국(59억 달러, 약 8조원)의 48배였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 주도 자금이 이 집계에 빠져 있어 실제 투자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Ministry of Science and ICT)는 2027년 AI 예산안을 9조4211억원(약 69억 달러)으로 올해보다 84.3% 늘려 편성했다.

미국·중국·영국·한국 AI·콘텐츠 전략 비교

구분미국중국영국한국
콘텐츠·AI 결합 방향AI 기술 × 글로벌 IPAI 기술 × 콘텐츠 대규모 산업화AI 기술 × 창조산업(크리에이테크)K-컬처 독창성·글로벌 팬덤 기반 엔터테크 생태계
정책 비전혁신 주도·인프라 확장·규제 완화·국가안보‘AI+’ 전면 확산·제조 고도화·개방 협력·보안국가 AI 전략과 창조산업 전략 결합AI 3대 강국·산업 AX·반도체·데이터·인재
대표 투자·예산스타게이트 최대 5000억 달러(약 678조원, 민간)국가 AI 산업 투자펀드 600억 위안크리에이테크 기업 육성, AI·실감 R&D 인프라2027년 과기정통부 AI 예산안 9조4211억원(약 69억 달러)
2025년 민간 AI 투자2859억 달러(약 388조원)124억 달러(약 17조원)*59억 달러(약 8조원)—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스탠퍼드 HAI ‘AI 인덱스 202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주도 자금 제외 집계

글로벌 미디어 M&A 1100억 달러 시대… AI는 ‘빌려주기’에서 ‘내재화’로

고 교수는 산업 재편 규모도 짚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는 2026년 2월 27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를 기업가치 1100억 달러(약 14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디즈니(Disney)의 21세기폭스(21st Century Fox) 인수(851억 달러, 약 115조원)와 워너미디어(WarnerMedia)·디스커버리(Discovery) 합병(430억 달러, 약 58조원)을 넘는 규모다.

대표 글로벌 미디어 M&A 거래 규모(기업가치 또는 총 거래가치). 연도는 완료 시점, 미완료 거래는 합의 시점
대표 글로벌 미디어 M&A 거래 규모(기업가치 또는 총 거래가치). 연도는 완료 시점, 미완료 거래는 합의 시점.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각사 발표

AI 전략에서는 ‘IP를 외부에 빌려주는 방식’과 ‘기술을 안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대비했다. 디즈니는 2025년 12월 오픈AI(OpenAI)와 3년 계약을 맺고 마블·픽사·스타워즈 캐릭터 200여 종을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Sora)에 쓰도록 하며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 지분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오픈AI가 2026년 3월 소라를 종료하면서 계약도 끝났다.

넷플릭스(Netflix)는 같은 달 배우 겸 감독 벤 애플렉(Ben Affleck)이 세운 후반작업 AI 기업 인터포지티브(InterPositive)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발표 자료는 두 사례를 ‘상대 서비스의 수명이 계약의 수명을 결정한다’와 ‘제작 공정에 들어온 도구는 회사에 남아 경쟁력이 된다’로 정리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AI 전략 유형

유형사례결과·특징
IP를 외부에 빌려주는 방식디즈니×오픈AI(2025.12): 캐릭터 200여 종 소라 이용 허용, 지분 투자 10억 달러 약정2026년 3월 소라 종료로 계약 종료. 상대 서비스 수명에 좌우
기술을 안으로 들여오는 방식넷플릭스, 후반작업 AI 기업 인터포지티브 인수(2026.3),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런웨이(Runway) 라이브러리 학습 계약(2024)자사 역량으로 축적, 공정 효율과 품질 향상
산업 전반의 AI 전환WBD ‘AI 블루프린트’, 컴캐스트(Comcast) AI 광고 플랫폼, 파라마운트 AI 검색·추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AI 추천·더빙·광고노사 합의 범위 안에서 적용, 현재는 후반작업 중심, 윤리·저작권·보안 거버넌스 필요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버라이어티·미디어포스트 등

중국 마이크로드라마 1000억 위안 돌파… 올해 1~9월 신작 49만 편

고 교수가 가장 많은 수치를 붙인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아이(DataEye) 연구원 집계로 2025년 마이크로드라마(微短剧)·만화드라마(漫剧) 산업 규모는 1000억 위안을 넘어 같은 해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의 두 배 가까이 됐다. 2025년 6월 이용자는 6억9600만 명이었다. 고 교수 발표 자료는 2026년 10월 발표 기준 이용자를 8억5000만 명, 2026년 1~9월 새로 공개된 작품을 49만 편으로 집계했고, 중국 밖 해외 시장은 2026년 60억 달러(약 8조1000억원) 이상으로 전년보다 약 67% 커질 것으로 봤다.

중국 AI 콘텐츠·마이크로드라마 시장 지표

지표수치출처
2025년 마이크로드라마·만화드라마 산업 규모1000억 위안 이상데이터아이 연구원, 발표 자료
2025년 6월 마이크로드라마 이용자6억9600만 명중국 업계 집계
2026년 10월 발표 이용자8억5000만 명(월간 활성 6억 명 이상)발표 자료
2026년 1~9월 신규 공개 작품49만 편발표 자료
2026년 중국 외 해외 시장 전망60억 달러(약 8조1000억원) 이상, 전년 대비 약 67%↑발표 자료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 공식 발표 등), 데이터아이

미국 시장의 변화도 함께 제시됐다. 발표 자료는 로이터(Reuters) 8월 18일자 보도를 인용해 할리우드 제작 생태계가 틱톡(TikTok) 세대의 모바일 시청 습관과 중국에서 시작된 마이크로드라마 모델로 재편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마이크로드라마 주 이용층은 25~55세 여성이고, 시장 규모는 15억 달러(약 2조원)에서 2027년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봤다.

정책도 단계적으로 쌓였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5년 1월 국가광파전시총국(NRTA)의 ‘마이크로드라마+’ 행동계획을 시작으로 2025년 8월 국무원 ‘AI+’ 행동 심화 의견, 2026년 3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을 거쳐 2026년 9월 AI 콘텐츠 표기와 저작권·초상권 보호를 담은 ‘마이크로드라마 발전관리방법’을 시행했다.

중국 정부 AI·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

시기정책주요 내용
2025.1국가광파전시총국 ‘마이크로드라마+’ 행동계획관광·브랜드·고전·과학 융합, 300편 중점 육성, 콘텐츠+산업 연계
2025.8국무원 ‘AI+’ 행동 심화 실시 의견문화·소비 분야 AI 융합, 산업 전반 AI 확산
2026.3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문화·기술 융합, 마이크로드라마 육성, 디지털 콘텐츠 해외 진출
2026.5마이크로드라마 우수작품 창작·전파 계획우수작 육성, 품질 제고, 산업 환경 개선
2026.9‘마이크로드라마 발전관리방법’ 시행AI 콘텐츠 표기, 저작권·초상권 보호, 플랫폼 책임·등급 관리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고 교수는 중국의 접근을 범정부 차원의 종합 정책으로 봤다.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2025년 10월 결정하고 2026년 3월 확정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 콘텐츠와 AI 결합이 들어갔고, 콘텐츠를 관광·브랜드·문화예술 등 다른 산업 성장의 플랫폼으로 작동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방식이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콘텐츠 진흥 정책을 벤치마킹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미국, 한국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고 교수는 이에 대응해 한국은 K-컬처의 독창성과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엔터테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계획 문화 과제 70~73번… 정책 중심을 K-컬처 신산업으로

고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의 AI 기반 문화강국 구현 전략을 언급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2026년 2월 의결한 이 계획은 3대 정책축 아래 99개 실행과제와 326개 정책 권고를 담았다. 문화 분야는 70~73번 과제로 묶였다.

인공지능 행동계획 ‘AI 기반 문화강국’ 과제

과제내용
70AI 기반 콘텐츠 창작 지원체계 구축 및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
71K-컬처 산업의 AX(AI 전환) 활성화 지원을 통한 콘텐츠 사업자 육성
72AI 선도 적용으로 K-문화콘텐츠 산업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 확보
73K-콘텐츠와 K-AI의 동반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

자료=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재인용)

행동계획은 3대 정책축, 12대 전략분야, 99개 실행과제로 짜였다. 고 교수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위원으로서 여러 자문 활동을 통해 문화 분야 과제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콘텐츠 기업 현장에서는 저작권 등 제도 정비,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요구가 크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고 교수는 이 전략의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봤다. 기존 콘텐츠 제작·유통의 AI 전환에서 AI 기반 K-컬처 신산업 창출과 생태계 구축, 글로벌 확장으로 정책의 중심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넥스트 한류’ 공진화… 수출에서 공동 기획·제작으로

고 교수는 지난해 6월 펴낸 저서 『넥스트 한류(Next Korean Wave)』에서 제시한 공진화(Coevolution) 전략도 소개했다. 공진화는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관계를 뜻한다. 고 교수는 이를 산업에 옮겨 제로섬 관계를 플러스섬 관계로 바꾸자고 제안해 왔다. 그는 “한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콘텐츠 수출을 넘어 해외 기업 및 창작자들과 공동으로 기획·제작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개방형 글로벌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책의 출발점은 ‘K-콘텐츠는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이었다. 한류를 이끈 KBS·MBC·SBS 등 방송사와 제작 현장에서 위기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 교수는 AI를 활용한 엔터테크 혁신과 해외와의 공진화를 두 갈래 해법으로 제시했다. 공진화는 콘텐츠를 넘어 뷰티·패션 등 K-브랜드, 지역 문화예술과 도시까지 함께 키우는 개념이다. 『넥스트 한류』는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발표 자료는 한국 미디어 기업의 대응을 개방형 생태계 구축, AI 시대 엔터테크 전략, 공진화 세 갈래로 정리했다.

한국 미디어 기업의 전략적 대응 3축

전략 방향: 개방형 생태계AI 시대 엔터테크 전략공진화: 협력으로 더 큰 시장
콘텐츠 IP 경쟁력 강화, 글로벌 프랜차이즈 확장AI 기반 제작·개인화, 제작·추천·운영 전 과정 혁신플랫폼·테크·크리에이터 협력 생태계 구축
플랫폼 다변화·번들링, 제휴로 유통 확장통합 데이터·기술 인프라 확보가치사슬 통합과 상호 보완(콘텐츠·기술·데이터 공유)
DTC·커뮤니티 중심 직접 고객 관계인터랙티브·숏폼·라이브·게임 등 새 포맷산업·지역·문화 파트너십, 글로벌 공동 성장
콘텐츠·브랜드의 해외 진출광고·커머스·구독 연계로 수익 모델 다변화이용자 중심·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성장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고삼석 교수의 공진화(Coevolution) 프레임워크. K-컬처·K-브랜드·K-테크를 연결해 콘텐츠 수출에서 생태계 조성으로, 경쟁에서 공진화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고삼석 교수의 공진화(Coevolution) 프레임워크. K-컬처·K-브랜드·K-테크를 연결해 콘텐츠 수출에서 생태계 조성으로, 경쟁에서 공진화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자료=고삼석 교수 발표 자료

CES 엔터테크 얼라이언스에서 칭다오·올랜도까지… 1년간 이어진 ‘공진화’ 제안

출발점은 2025년 6월 펴낸 『넥스트 한류』다. 고 교수는 같은 해 10월 싱가포르 AICON 2025에서 한류를 아시아와 함께 만들자는 ‘넥스트 한류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올해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에서 열린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 포럼 @ CES 2026’ 기조연설에서는 한미 스트리밍·AI 플랫폼 기업과 제작사,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엔터테크 얼라이언스(EnterTech Alliance)’를 제안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K-콘텐츠는 수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동반자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 의제로는 한류 특화 AI 모델 공동 개발, 다국적 버추얼 아이돌 그룹, 스피어(Sphere)·코즘(Cosm) 같은 몰입형 공간을 활용한 K팝 콘서트, 자율주행차용 몰입형 콘텐츠를 들었다.

1월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심쩌친(Sim Tze Tzin) 투자통상산업부(MITI) 차관을 만나 한국과 말레이시아 기업이 함께 미국 네바다주에 진출하는 ‘3각 협력’ 구상을 내놨다. 그는 “한류의 다음 단계는 일방적 확산이 아니라 현지와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라고 했다.

4월 24일 서울 코엑스 ‘K엔터테크 글로벌 서밋 @ WIS 2026’ 기조강연(The Future of K-Culture: Coevolution & EnterTech)에서는 “K콘텐츠 산업은 양적 확장을 넘어 질적 성숙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한류의 그림자도 함께 짚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021년 30.7%에서 2024·2025년 37.5%로 올랐다. 지난 2월 쿠알라룸푸르의 한 K팝 공연 뒤에는 동남아 네티즌 사이에서 ‘#SEAbling’ 연대 불매 움직임이 번졌다. 고 교수가 공진화를 수출 확대가 아니라 현지와의 관계 설계로 설명하는 이유다.

해외 한류 부정 인식 동의율
해외 한류 부정 인식 동의율. 자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해외한류실태조사(고삼석 교수 WIS 2026 발표 자료 재인용)

6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제7회 칭다오 다국적기업 서밋(QMS) 한국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고 다른 쪽이 시장을 내어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양국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함께 시장을 만들고,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진정한 공진화의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8월에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 2026)에서 한국 AI 정책과 공진화 전략을 발표했고, 같은 달 27일 국회의장 문화·방송·정보통신 자문관으로 위촉됐다.

9월 14일 지디넷코리아 칼럼에서는 중앙아시아를 K-콘텐츠의 다음 공진화 파트너로 제시하며 협력의 조건으로 “창작 권한과 IP를 실질적으로 나누는 것”을 들었다. 이번 ICNX 기조연설은 이 구상들을 국내 정책 논의로 가져온 자리였다.

고삼석 교수의 공진화 제안 일지

시기무대제안 내용
2025.6저서 『넥스트 한류』 출간(새빛)엔터테크 결합과 공진화를 ‘지속가능한 한류’ 해법으로 제시
2025.10AICON 2025(싱가포르)‘넥스트 한류 이니셔티브’—아시아와 함께 만드는 한류
2026.1.7CES 2026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 포럼’ 기조연설(라스베이거스)한미 ‘엔터테크 얼라이언스’, 4대 협력 의제
2026.1.26~28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투자통상산업부 차관 면담한국·말레이시아 기업의 미국 네바다 공동 진출 ‘3각 협력’
2026.4.24K엔터테크 글로벌 서밋 @ WIS 2026 기조강연(서울 코엑스)양적 확장에서 질적 성숙으로, 한류 부정 인식 대응
2026.6제7회 칭다오 다국적기업 서밋 한국 라운드테이블(중국)한중 ‘거래 넘어 공진화의 동반자로’, AI·콘텐츠 공동 개발
2026.8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 UKC 2026(미국 올랜도)한국 AI 정책과 공진화 전략
2026.8.27국회의장 문화·방송·정보통신 자문관 위촉콘텐츠 진흥과 AI 규율 자문
2026.9.14지디넷코리아 칼럼중앙아시아와의 공진화, 창작 권한·IP 공유
2026.11.4ICNX 2026 기조연설(인천)K-콘텐츠·AI 단일 국가전략, K-컬처 신산업·개방형 공동제작
2026.11.12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특별대담(서울 코엑스)‘AI,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다’(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와 대담)

자료=헤럴드경제(2026년 1월 15·28일), 칭다오 다국적기업 서밋, 지디넷코리아, K엔터테크허브, 행사 안내

12일 AI 콘텐츠 페스티벌 특별대담… ‘AI,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다’

고 교수는 12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코엑스 2층 더플라츠(The Platz) 메인 무대에서 열리는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특별대담에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나선다. 대담 주제는 ‘AI,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다’다. 창작 방식부터 유통, 소비자 변화까지 AI가 콘텐츠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지속가능한 미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은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코엑스 2층 더플라츠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다. 사전 신청은 11일까지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AI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198억원(약 1460만 달러)을 배정하면서, 하반기 페스티벌을 열어 지원 성과를 산업계와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ICNX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고 교수가 여드레 만에 정부 지원 성과를 공개하는 무대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게 된다.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특별대담 안내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특별대담 안내. 자료=AI 콘텐츠 페스티벌 2026

“이제는 Why 아닌 What & How”… 국회 예산 심사가 첫 시험대

고 교수는 “이제 중요한 것은 K-콘텐츠와 AI를 왜 결합해야 하는가(Why)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What & How)”라며 “정부의 정책 혁신과 민간의 엔터테크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국이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 산업 질서를 형성하고,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출범 1년을 맞은 지난 9월 2기 운영을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12월 초까지 2027년 예산안을 심사한다. 문화 분야 과제가 계획에서 이행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어서, 콘텐츠 업계가 요구한 제작비·인력·고용안전망 지원이 예산과 실행과제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다음 관심사다.

고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인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행사가 K-콘텐츠·컬처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석한 기업들에 거대한 글로벌 생태계 속에서 AI라는 기술을 어떻게 복합적으로 활용할지 함께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분석] 한국에 주는 메시지… 예산 칸막이를 넘어 ‘함께 만드는’ 전략으로

고 교수의 제안은 한국 콘텐츠 정책의 오랜 칸막이를 겨냥한다. 콘텐츠 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자의 예산과 사업으로 맡아 왔다. 과기정통부의 2027년 AI 예산안은 9조4211억원이지만, 문체부와 콘진원이 올해 AI 콘텐츠 제작 지원에 배정한 예산은 198억원이다. 연도와 사업 범위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콘텐츠가 국가 AI 투자의 핵심 수요처로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은 드러난다. 게임 사업체 열 곳 중 일곱 곳이 이미 생성 AI를 쓰고, 콘텐츠 기업이 가장 원하는 지원이 AI 기반 제작비라는 조사 결과는 두 정책의 수요자가 같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첫 번째 과제는 속도다. AI가 6개월 단위로 바뀌는 환경에서 1년 단위 공모·집행 구조는 지원금이 현장에 닿을 즈음 기술이 이미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문제를 낳는다. 다년도 사업과 반기 단위 점검, 기술 변화에 맞춰 과제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집행 방식이 ‘하나의 국가전략’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조건이다.

두 번째는 IP와 기술의 관계다. 디즈니와 오픈AI의 계약은 소라 종료와 함께 끝났지만, 넷플릭스가 인수한 후반작업 AI는 회사 안에 남았다. 해외 AI 플랫폼에 IP를 빌려주는 계약은 당장의 수익이 되지만, 제작 공정에 AI를 들이고 데이터를 쌓지 않으면 경쟁력은 상대 플랫폼에 축적된다. 한국 방송사와 제작사가 라이선스 협상과 함께 자체 제작 도구·데이터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경쟁의 방식이다. 미국의 민간 AI 투자(2859억 달러)와 중국 마이크로드라마의 물량(1~9월 신작 49만 편)을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한국이 가진 자산은 K-컬처의 독창성과 글로벌 팬덤이다. 다만 해외 응답자의 37.5%가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하고 동남아에서 ‘#SEAbling’ 불매 움직임이 번진 현실은 일방적 수출 확대만으로는 이 자산을 지키기 어렵다는 신호다. 고 교수가 칭다오와 중앙아시아 제안에서 거듭 강조한 창작 권한·IP 공유와 위험 분담이 공동제작 정책의 설계 기준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을 어떻게’에 대한 첫 답은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국회 예산 심사에서 나온다. 행동계획 70~73번 문화 과제가 업계가 요구한 제작비·전문인력·고용안전망 예산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ICNX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현장이 해외 파트너와의 공동 기획·제작으로 연결되는지가 K-콘텐츠와 AI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겠다는 구상의 실효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