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화 IPTV협회장, 싱가포르 AICON 2026 계기로 싱텔·오렌지 연쇄 면담… 응티안총 CEO "한국 콘텐츠로 가입자 붙잡는다", 협회는 내년 아시아 사업자 교류 자리 검토

"세계 대부분 사업자처럼 우리에게도 리니어 편성은 줄어드는 사업이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의 응티안총(Ng Tian Chong) 싱가포르 CEO는 8일 유용화(Yoo Yong-hwa) 한국IPTV방송협회(Korea IPTV Association) 회장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Netflix) 이후 유료방송이 처한 사정은 아시아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진단이다.
유 회장은 10월 8~9일 싱가포르 SCAPE에서 열린 AI 페스티벌 'AICON 2026'을 찾았다. 이틀 동안 동남아시아 1위 통신사이자 유료 방송사인 싱텔, 싱가포르에 진출한 프랑스 통신 그룹 오렌지의 도매 부문장, 박상욱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싱가포르센터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한국 사정도 같다. 협회 회원사인 KT, SK브로드밴드(SK Broadband), LG유플러스(LG Uplus)는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의 60% 가까이를 확보했다. 그러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 잡은 뒤 4년 만에 유료 VOD 매출이 40% 가까이 줄었다. 두 나라 사업자 모두 유료방송을 가입자를 붙잡아 두는 수단으로 써 왔는데, 그 수단이 스트리밍 앱에 밀리고 있다.
유 회장은 면담에서 "통신사에 영상은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가입자를 모으고, 붙잡아 두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내년에 아시아 주요 유료방송 사업자가 만나는 교류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과 해외 컨퍼런스 참여 등 글로벌 협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싱텔 “리니어 줄고 젊은 층은 앱으로”… 실시간 채널·외부 앱 한데 묶어
응 CEO는 싱가포르의 시청 행태를 세대별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한국처럼 고령화 사회라 나이 든 분들은 여전히 채널을 틀어 놓고 보고, 중장년과 젊은 층은 넷플릭스와 다른 앱으로 본다"고 말했다.
싱텔은 이에 하이브리드 모델로 대응하고 있다. 응 CEO는 "우리 앱에서 고객이 실시간 채널을 보거나, 다른 앱을 띄워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셋톱박스 이탈도 고민거리로 꼽았다. 그는 "TV는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나면 고객이 잘 떠나지 않는데, 요즘 많은 고객이 TV를 빼고 앱으로 옮겨 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가 이끌고 있다. 응 CEO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넷플릭스가 가입자가 가장 많고, 그 밑에 애플TV, 디즈니+가 있지만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도 통신사의 손을 떠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는 올해 2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를 싱가포르에서 처음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8월 12일 현지 중계권자 스타허브(StarHub)와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그가 시청자에게 경기를 직접 판매하는 첫 사례다. 응 CEO는 "예전에는 통신사를 통해 봤지만 이제는 프리미어리그에 직접 구독한다"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는 가입자 지키는 카드… 싱텔 TV에 한국 채널 4개
응 CEO는 한국 콘텐츠를 가입자 유지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콘텐츠는 중요하다. 한국 사업자와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입자를 묶어 두고 싶다"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려고 애쓰고 있고, 한국 콘텐츠는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싱텔 측은 면담에서 싱텔 TV가 현재 한국 채널 4개를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텔은 자체 제작 스튜디오 없이 공급사에서 콘텐츠를 받는다.
경쟁사 스타허브(StarHub)의 행보는 한국 채널의 무게를 보여 준다.
스타허브는 지난해 1월 31일 tvN 공급을 끝냈다가, 1년 5개월 만인 올해 6월 19일 tvN을 다시 편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 콘텐츠 채널 ONE HD 공급을 종료하면서, 가입자에게 KBS World와 다시 돌아온 tvN으로 한국 프로그램을 계속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채널 하나를 빼더라도 한국 콘텐츠 자체를 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starhub+1
유 회장은 한국 유료방송의 구조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지만 유료방송 구독료가 매우 낮다"며 시청자들이 IPTV 구독을 유지하는 배경을 짚었다. 응 CEO는 한국 유료방송의 약 60%가 IPTV라는 설명에 "흥미롭다"고 답했다.
응 CEO는 싱텔 TV 사업팀에 후속 협의를 맡기겠다고 했다. 내년 방한 계획도 밝히며 "협회의 TV 컨퍼런스 일정을 미리 알려 주면 그에 맞춰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 "AI로 한국·싱가포르 미디어 산업에 새 기회"
유 회장은 8일 AICON 2026 한국 대표단 네트워킹 오찬에서 환영 인사를 했다. 오찬에는 싱가포르 정부·공공기관·기업 관계자와 한국 미디어·콘텐츠 기업 대표단이 참석했다.
"AI는 기술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를 즐기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한국 IPTV 사업자들은 AI를 유료방송 서비스에 접목해 개인 맞춤형 추천·검색, AI 고객 서비스, 광고·데이터 솔루션, AI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있다."
유 회장은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디지털·AI 중심지"라며 "협회도 AI를 통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박상욱(Park Sang-wook) KOCCA 싱가포르센터장을 만나 현지 콘텐츠 시장 동향과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오렌지, 통신사 CDN·보안 소개… 유럽 규정 따르는 데이터 관리
유 회장은 9일 메인 스테이지 패널 'K-Global × K-EnterTech Conference'에서 개회 인사를 한 뒤, 오렌지 그룹의 도매 부문인 오렌지 홀세일 인터내셔널(Orange Wholesale International) 싱가포르 사무소를 찾았다.
오렌지 측은 세계 200곳 이상의 접속 거점(PoP)을 갖춘 통신사 기반 콘텐츠 전송망(CDN)을 소개했다. 유럽 개인정보 보호 규정(GDPR)을 따르는 데이터 관리 방식과, 사이버 보안 자회사 오렌지 사이버디펜스(Orange Cyberdefense)의 보안 서비스도 설명했다. 오렌지 그룹의 고객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에서 3억 4000만 명이 넘는다.

콘텐츠를 해외로 내보내려는 한국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전송망과 데이터 보호는 비용과 규제가 함께 걸린 문제다. 다만 이번 면담은 구체적인 사업 논의보다 서비스 소개와 의견 교환에 무게가 실렸다.

IPTV 가입자 2153만… 유료 VOD 매출은 4년 새 39% 감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and Media Commission)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 명이다. IPTV가 2153만 명으로 59.57%를 차지했고, 케이블TV가 1193만 명(33.01%), 위성방송이 268만 명(7.41%)이다.

가입자는 늘었지만 수익은 줄었다.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IPTV 3사의 유료 VOD 매출은 2020년 6258억원(약 4억 4700만 달러)에서 2024년 3839억원(약 2억 7400만 달러)으로 38.7% 줄었다.
KT는 2733억원에서 1546억원으로, LG유플러스는 1515억원에서 813억원으로 감소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한 편씩 사서 보던 수요가 넷플릭스 같은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간 결과다.

협회, 내년 아시아 유료방송 사업자 교류 자리 검토
협회는 이번 방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글로벌 협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 대상은 네 가지다. 아시아 주요 유료방송 사업자 교류 자리 마련, 해외 컨퍼런스·전시 참여, 회원사 콘텐츠의 해외 유통 경로 연구, AI·데이터 활용 사례 교류다. 형식과 일정은 회원사 의견을 모아 정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싱텔 면담에서 아시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가입자를 지켜야 하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응 CEO는 협회가 행사를 열면 어떤 주제를 나눌 수 있을지 싱텔 TV팀, 소비자 사업팀과 논의한 뒤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전망… 국내 가입자 기반을 해외 협력으로 잇는 일이 과제
한국 IPTV는 결합 상품과 낮은 구독료로 가입자를 지켜 왔다. 가입자 점유율은 60%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유료 VOD 매출은 4할 가까이 줄었다. 가입자 수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약해진 것이다.

싱텔의 사례는 한국 사업자에게 참고가 된다. 싱텔은 실시간 채널만 고집하지 않고, 외부 앱을 자사 앱 안으로 들여 고객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IPTV 3사도 넷플릭스·유튜브 제휴 요금제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다만 동남아 통신사와 함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거나 AI 추천·광고 기술을 개발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 콘텐츠 수요는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싱텔은 한국 콘텐츠를 가입자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보고 있고, 스타허브는 뺐던 tvN을 다시 들였다. 한국 IPTV 사업자에게는 해외 유통 경로와 새 수익원이 필요하다. 협회가 검토하는 아시아 사업자 교류 자리가 실제 협력 논의로 이어질지는 내년 회원사 참여와 해외 사업자의 응답에 달려 있다.

K엔터테크허브는 AICON 2026 공식 파트너로 한국관(K-콘텐츠 빌리지)을 운영했으며, 이번 한국IPTV방송협회 방문 일정을 주선했다. 큰따옴표 안은 현장 발언이고, 오찬 인사말은 협회가 공개한 영문 원고를 우리말로 옮겼다. 원화의 달러 환산은 1달러=1400원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