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급증과 GEO 경쟁이 드러낸 미디어 수익구조의 빈틈… 광고 요청 1~9월 354% 증가, 빅테크는 유료 콘텐츠 장터로

구글과 쇼피파이(Shopify)가 개발한 AI 쇼핑용 개방형 표준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4월 21일 지원을 발표했다. 사진=UCP 홈페이지 갈무리
생성 AI로 찍어낸 저품질 콘텐츠가 광고시장의 새 비용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 한 건을 2.25달러(약 3000원) 미만에 만들어 광고 지면을 늘리는 사업모델에, AI 답변에 자사 콘텐츠를 노출하려는 생성 엔진 최적화(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경쟁까지 겹쳤다. 광고주와 미디어 앞에 놓인 과제는 콘텐츠의 양보다 유통 경로와 광고 집행의 품질을 검증하는 일이다.
광고 검증 업체 더블베리파이(DoubleVerify) 집계에서 저품질 생성 AI 콘텐츠 사이트(AI slop)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의 5배를 넘었고, 트래픽은 4배로 늘었다. 이들 페이지의 월간 광고 요청은 1월 1억 8400만 건에서 9월 8억 3400만 건으로 4.5배가 됐다. 1~9월 누적은 32억 건을 넘는다. 악시오스(Axios)가 17일 보도했다.
빅테크는 검증된 콘텐츠에 값을 치르는 장터를 만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AI 답변에 인용된 유료 콘텐츠에 대가를 지급하는 퍼블리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PCM)를 키우고 있고, 아마존(Amazon)은 비슷한 장터를 검토 중이다. 구글과 오픈AI(OpenAI)는 각각 쇼피파이(Shopify)·스트라이프(Stripe)와 AI 결제 표준을 내놨다. 장터와 결제 표준이 다루는 범위는 유료 콘텐츠와 거래 구간이어서, 광고 수익을 노린 무료 저품질 페이지는 여전히 그 바깥에 있다.
광고 요청 1월 1억 8400만 건→9월 8억 3400만 건… 8~9월에 42% 몰려
광고 요청은 페이지가 광고 서버나 거래 시스템에 광고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횟수다. 광고가 실제로 노출되거나 이용자가 봤다는 뜻은 아니어서, 광고비 지출이나 운영자 수익으로 곧바로 환산할 수 없다. 32억 건이 넘는 요청은 저품질 페이지가 만들어낸 광고 거래 기회의 규모로 읽어야 한다.
월별로는 1월 1억 8400만 건에서 7월 3억 5900만 건까지 완만하게 늘다가 8월 5억 2800만 건, 9월 8억 3400만 건으로 뛰었다. 8~9월 두 달 물량이 1~9월 누적의 42%다. 댄 슬리브야노프스키(Dan Slivjanovski) 더블베리파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연말 광고비가 커지는 시기를 노린 과거 광고 사기와 같은 흐름이라고 악시오스에 설명했다.

MFA 네트워크 200곳 이상… 슬라이드 50장에 배너 8개씩
더블베리파이가 식별한 광고 노출용(MFA, made-for-advertising) 네트워크는 사이트 200곳 이상 규모다. 한 페이지에 슬라이드를 50장 넘게 이어 붙이고 슬라이드마다 광고 배너를 최대 8개 달아, 몇 초 간격으로 광고를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광고 요청 수를 늘렸다. 이 수치는 더블베리파이가 찾아낸 네트워크 규모여서, 전 세계 AI 생성 사이트의 총량이나 특정 광고주의 피해액으로 옮겨 읽을 수는 없다.
3월 악시오스 단독 보도로 드러난 '오토베이트(AutoBait)' 네트워크도 200곳이 넘었다. 운영 조직은 정형화된 프롬프트로 사이트를 찍어냈고, 기사 한 건 생성비는 2.25달러에 못 미쳤다. 사이트 자바스크립트에 남은 지시문에는 첫 문장에 가장 자극적인 내용을 넣고 문단마다 공포나 분노를 담으라는 주문이 있었다.
등록이 끊긴 도메인을 사들여 기존 트래픽과 검색 이력을 물려받기도 했다. 길릿 사포르타(Gilit Saporta) 더블베리파이 사기·품질분석 담당 선임이사는 당시 악시오스에 "AI가 온갖 유형의 공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사기 조직이 새 도구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11달러 가짜 브랜드, 3주 만에 챗GPT 추천… 노출 경쟁이 검색 순위에서 AI 답변으로
GEO는 AI 검색과 챗봇 답변에서 브랜드나 정보가 발견되고 인용되도록 콘텐츠를 정비하는 작업이다. 정확한 원문과 구조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도 여기에 들어가므로 GEO를 곧 스팸으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노출 성과만 좇는 경쟁이 비슷한 문서를 값싸게 반복 생산하도록 부추긴다는 데 있다. 검색 클릭을 노리던 콘텐츠 농장이 AI가 참고하는 정보의 자리까지 노리게 된다.
뉴스레터 '보이즈클럽(Boys Club)'을 쓰는 마케터 출신 필자 디애나 버크(Deana Burke)의 실험이 그 경로를 보여준다. 버크는 존재하지 않는 천연 데오도란트 브랜드 '모로웬(Morrowen)'을 만들면서 싼 도메인, 세 쪽짜리 사이트, AI로 쓴 문구와 서브스택(Substack) 글 한 편에 11.25달러(약 1만 5000원)를 썼다. 3주 뒤 웹 검색을 켠 챗GPT(ChatGPT)는 민감성 피부용 데오도란트를 묻는 질문에 모로웬을 추천했고, 임상시험을 거친 브랜드보다 앞에 둔 경우도 있었다고 Inc.가 8월 8일 보도했다. 클로드(Claude)와 제미나이(Gemini)는 한 차례도 이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버크는 앞선 실험에서 세 모델에 구매 추천을 9000번 가까이 물어, 모델이 달라도 같은 제품이 반복해 오르는 'AI 진열대'를 확인했다. 맨 앞은 네이티브(Native)로 180번 가운데 99번 가장 먼저 거론됐다. 모로웬이 차지한 자리는 아무도 찾지 않는 뒤쪽 칸이었지만, 버크는 뉴스레터에 "그래도 가게 안에는 들어가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챗봇 추천이 검색 결과 목록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AI 에이전트가 붙으면 추천이 바로 구매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기존 검색엔진 최적화(SEO) 조작보다 파장이 크다고 봤다.
AI 관심 경쟁을 다룬 신간 『휴먼 닷 AI(Human Dot AI)』의 저자인 투자자 조 마체스(Joe Marchese)는 악시오스 17일자 기사에서 "봇만을 위해 만든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조 달러 규모 산업이 11달러짜리 사이트에 속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노출 빈도와 평가도 따로 움직인다. 칸타(Kantar)가 AI가 내놓은 항공사 추천을 분석한 결과, 언급 횟수가 더 많은 항공사가 언급이 적은 경쟁사보다 덜 우호적으로 서술됐다. 폴 즈윌런버그(Paul Zwillenberg) 칸타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에 콘텐츠 물량보다 품질과 관련성을 우선하라고 권한다고 밝혔다.
토니 스터블바인(Tony Stubblebine) 미디엄(Medium) CEO는 구글 AI 검색 요약에 가장 자주 인용된 미디엄 글 25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디엄이 자체 추천 알고리즘에서 이미 걸러낸 글이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미디엄이 품질 문제로 노출을 줄인 글이 구글 AI 요약에서는 대표 출처로 쓰이고 있었다. 다만 더블베리파이 집계는 광고 요청량이어서, 저품질 페이지가 AI 답변에 채택되는 비율이나 구매 추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
AI 저품질 사이트 주요 지표. 자료=더블베리파이(악시오스 10월 17일·3월 4일 보도), Inc.(8월 8일)
UCP·ACP는 결제 구간 표준… 콘텐츠 검증은 별개의 과제
구글이 쇼피파이와 개발한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은 판매자와 AI 에이전트를 잇는 개방형 표준으로, 타깃(Target)·웨이페어(Wayfair)·엣시(Etsy)가 지원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픈AI는 스트라이프와 2025년 9월 29일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을 내놓고 챗GPT 안에서 결제를 끝내는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을 시작했다. 스트라이프가 발급하는 공유 결제 토큰은 특정 판매자와 장바구니 금액에만 쓰이도록 묶여 있어, 챗GPT는 카드 정보를 받지 않고 결제를 시작한다.

오픈AI와 스트라이프가 2025년 9월 공개한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 챗GPT가 판매자의 상품 목록과 재고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받아 대화 속에 보여준다. 사진=ACP 문서 페이지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21일 UCP 지원을 발표하면서 AI 결제 서비스 코파일럿 체크아웃(Copilot Checkout)에 쇼피파이 글로벌 카탈로그를 붙여 판매자 50만 곳 이상을 연결하기로 했다. 두 표준은 상품 정보와 결제를 검증된 판매자와 묶는 장치다. 악시오스는 이런 제휴가 거래가 일어나는 웹의 상당 부분에 안전장치를 두지만, 언어모델을 움직이려고 만든 콘텐츠는 그 바깥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이 나왔다는 사실을 저품질 콘텐츠 차단 효과의 근거로 쓸 수는 없다.
선급금 계약에서 인용당 과금으로… MS PCM에 아마존도 검토
마이크로소프트 PCM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얻기 어려운 정보가 AI 답변에 인용될 때 정보 제공자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양면 시장이다. 지도 데이터, 상품 카탈로그, 뉴스, 건강 정보 등이 거래 대상이고, 코파일럿(Copilot)이 첫 수요처로 들어갔다. 팀 프랭크(Tim Frank) 마이크로소프트 AI 수익화 담당 부사장(CVP)은 악시오스 4월 21일자 인터뷰에서 "앞으로 거래량이 매우 많은 장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술료만 낮게 받고 거래 수수료는 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사와 AI 플랫폼이 맺는 검색 증강 생성(RAG) 계약은 대부분 선급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터에서는 인용이 일어날 때마다 대가가 오가기 때문에 계약 시점에 금액이 고정되지 않는다.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보도를 받은 테크크런치(TechCrunch) 2월 10일자를 보면 아마존은 언론사 경영진을 만나 콘텐츠 마켓 계획을 설명했고, AWS가 연 퍼블리셔 행사 직전 장터가 언급된 슬라이드를 돌렸다. 아마존 대변인은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테크크런치에 "이 사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오픈AI는 AP통신(Associated Press)·복스미디어(Vox Media)·뉴스코프(News Corp)·디애틀랜틱(The Atlantic) 등과 개별 라이선스를 맺어 왔지만, 개별 계약으로 저작권 소송을 막지는 못했다. 구글 AI 요약이 언론사 사이트 유입을 줄인다는 불만도 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언론사들이 장터를 AI 이용량이 늘수록 수익이 함께 커지는, 기존 제휴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로 본다고 전했다.
AI 플랫폼의 거래·콘텐츠 표준과 장터. 자료=악시오스, 테크크런치,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광고주는 게재면, 언론사는 출처… 평가 기준이 바뀐다
영상 분석 AI 기업 파일러(Pyler)는 2월 낸 'AI 슬롭' 리포트에서 영상 플랫폼에 집행된 기업 광고 예산의 19.3%가 AI 슬롭을 포함한 저품질·민감 영상과 연결돼 있다고 집계했다(디지털인사이트 2월 4일자). 유해 콘텐츠 옆에 붙은 광고는 브랜드 신뢰를 최대 60% 떨어뜨린다는 추정도 함께 내놨다. 낮은 단가와 많은 노출 기회만으로 집행을 평가하면 예산의 일부가 이런 지면으로 흘러간다는 의미다.
광고주 쪽에서는 매체와 판매 경로별 집행 내역, 페이지당 광고 밀도, 콘텐츠의 독창성, 편집 책임자의 존재를 함께 따지는 검수가 필요해졌다. 의심스러운 매체를 빼는 것과 함께, 검증된 매체로 예산이 실제로 옮겨 가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에는 원문이 누구의 취재와 자료에 기반하는지 드러내는 일이 무게를 더한다. 작성자, 갱신 시점, 원자료 링크, 수정 이력을 제공하면 독자와 AI 서비스가 출처를 추적하기 쉬워지고, 마이크로소프트 장터처럼 인용에 값을 치르는 시장에서 거래 근거가 된다.
국내 뉴스 AI 학습 대가는 공정위로… 방송사 아카이브도 장터 거래 범주
더블베리파이 집계는 글로벌 광고 요청 기준이어서 한국 광고시장의 피해액이나 국내 저품질 사이트 증가율로 옮겨 읽을 근거는 없다. 국내에서 콘텐츠 대가 문제는 장터보다 분쟁으로 먼저 불거졌다. 한국신문협회는 2025년 4월 네이버(Naver)가 뉴스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썼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학습 데이터 미공개와 생성 AI 검색 서비스의 뉴스 이용도 신고 내용에 넣었다. 공정위는 같은 해 5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으로 심사에 착수했다(한국기자협회 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장터 거래 대상으로 꼽은 지도·상품·뉴스·건강 정보는 국내 방송사가 보유한 뉴스 영상 아카이브, 편성·출연 정보, 지역 뉴스와 성격이 겹친다.
국내에는 인용 건별 단가 같은 기준이 없어, 해외 장터가 단가를 형성하면 국내 방송사와 언론사의 협상도 그 단가를 기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광고 영업에서는 저품질 지면을 걸러내는 지표가 방송사 지면의 근거로 쓰인다. 저품질 페이지로 흘러간 광고 요청 규모가 수치로 나오면, 방송·언론 지면과 MFA 사이트의 브랜드 안전성 차이를 집행 단가로 설명할 수 있다.
전망… 4분기 광고 성수기, 'AI 답변 반영도' 측정이 다음 과제
4분기는 연간 광고비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다.
슬리브야노프스키 CMO가 설명한 연말 사기 패턴이 반복되면 저품질 페이지의 광고 요청은 9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고, 광고 검증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결제 구간은 UCP·ACP가, 유료 콘텐츠 구간은 마이크로소프트 PCM과 아마존 검토안이 맡는 구도가 짜이고 있다. 저품질 콘텐츠가 AI 답변에 반영되는 정도를 재는 공인 지표는 아직 없어, 현재로서는 미디엄이 공개한 수치 정도가 단서다.
이 측정 공백이 메워지면 광고 검증 업체는 측정 범위를 광고 지면에서 AI 답변으로 넓히고, 콘텐츠 장터는 그 지표를 근거로 단가를 매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콘텐츠 공급을 늘릴수록 신뢰를 확인하는 비용도 커진다. 저품질 콘텐츠 확산은 제작 도구의 문제를 넘어, 광고비와 콘텐츠 대가가 어떤 콘텐츠로 흐르도록 시장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미디어 산업에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