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정선아리랑, AI와 함께 다시 부르다

정선아리랑이 AI와 만나 새 노래로 이어져. 정선군이 후원하고 일리엠이 제작한 무레(MURÉ)의 ‘이어부르는 마음’은 AI 분석·초안·편곡 협업에 인간 창작자의 해석 더해. 10월 1일 글로벌 음원·뮤직비디오 공개, 2일 정선아리랑제 공연 예고

600년 정선아리랑, AI와 함께 다시 부르다

K-엔터테크허브 | 음악·AI

정선아리랑의 새 유통 실험 AI와 함께 만든 〈이어부르는 마음〉

무레 신곡 10월 1일 글로벌 발매… 음원과 수채 애니메이션을 거쳐 정선아리랑제 무대로

정선아리랑이 AI와의 협업을 거쳐 새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나온다. 정선군이 후원하고 일리엠(illi-m)이 기획·제작한 무레(MURÉ)의 〈이어부르는 마음〉이 10월 1일 전 세계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영문 제목은 'Jeongseon Arirang — Flow and Return'이다. 뮤직비디오는 AI 수채 애니메이션으로 함께 나온다.

곡은 정선아리랑을 AI로 분석해 만든 초안에서 출발했다. 작사·작곡은 이제형 연출과 홍정의가 맡았고, 편곡 단계에서 다시 AI와 리듬·화성·음색의 대안을 시험했다. 정선아리랑의 메인 멜로디는 완성곡에서도 중심 선율로 남았다.

발매일은 제51회 정선아리랑제 개막일과 같다. 제작진은 이튿날인 10월 2일 축제 무대에서 곡을 직접 공연한다. 디지털 음원과 지역 축제를 한 일정에 묶은 유통 방식이다. 기획·연출을 맡은 이제형 연출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현재적 활용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부르는 마음〉 앨범 커버. 영문 제목은 'Jeongseon Arirang — Flow and Return'이다. 자료=일리엠·정선군·무레

선율·사설·호흡 분석해 초안… 작사·작곡은 이제형·홍정의

작업은 올해 상반기 창작 플랫폼 팀 무레의 AI 분석으로 시작했다. 무레는 정선아리랑의 선율과 사설, 발성과 호흡, 지역의 정서와 전승 맥락을 살펴 원형에서 지킬 요소와 새로 해석할 부분을 나눴다. 분석 결과로 음악적 이미지와 사운드 방향을 잡은 뒤, 이를 초안 삼아 이제형과 홍정의가 곡의 골격을 완성했다.

제작진은 AI를 전승자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과 작·편곡, 사운드 작업의 폭을 넓히는 도구로 봤다. 편곡에서는 AI와 리듬·화성·음색·공간감의 여러 안을 비교했다. 정선아리랑의 메인 멜로디는 장식으로 인용되는 대신 청중의 기억을 불러내는 핵심 선율로 배치됐고, 그 위에 현대적 리듬과 화성, 영화음악식 사운드 전개가 얹혔다. 쓰인 AI 도구의 이름과 초안이 최종 음원에 남은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부르는 마음〉 제작 단계. 단계별 AI 기여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료=정선군·일리엠, 이제형 연출

[인터뷰] 이제형 연출 "전통문화의 현재적 활용 알리고 싶다"

이제형 김포대학교 교수

― 〈이어부르는 마음〉은 어떻게 만들었나.

"정선아리랑을 AI로 분석해서 초안을 만들고, 컨셉 및 여러 가지 AI와의 협업을 통해 〈이어부르는 마음〉(무레)을 만들었다."

― 발매와 공연 일정은.

"10월 1일 전 세계 음원 사이트 및 뮤직비디오로 발매할 예정이다. 10월 2일에는 정선아리랑제 공연에서 직접 공연도 할 예정이다."

― 작업을 널리 알리려는 이유는.

"많이 좀 알려지고, 이러한 방식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현재적 활용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다."

인터뷰는 9월 이제형 연출과 메신저로 나눈 문답을 정리했다.

민둥산 돌리네에서 출발해 같은 자리로… 수채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는 카를로스 김(Carlos Kim) 감독이 AI 수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다. 정선 민둥산의 돌리네와 동강이 배경이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빗물이 암석을 녹여 생긴 움푹 팬 지형이다.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 물감이 스미고 번지는 질감으로 흐른다.

화면에는 뗏목과 어름치, 삵, 동강할미꽃, 황조롱이가 차례로 나온다. 영상은 같은 돌리네와 바위에서 시작해 그 자리로 돌아오고, 안개가 걷히며 봄이 오는 마지막 장면에 '자리는 그대로이나 물은 다른 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문 제목의 'Flow and Return'도 이 흐름과 귀환에서 나왔다.

동강과 뗏목을 수채화풍으로 그린 〈이어부르는 마음〉 프로젝트 이미지. 자료=일리엠

가사는 정선의 산과 들, 강과 바람을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의 이미지로 다룬다.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숨결, 강을 건너오는 그리움이 정선의 향토성과 듣는 사람 각자의 고향을 함께 가리킨다. 풍경과 계절이 노래의 배경을 설명하는 구성이어서, 정선아리랑을 처음 듣는 해외 청중에게도 영상이 해설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선군 '대대로 이어 온 지역의 목소리'·일리엠 '부르는 방식 달라도 마음은 이어진다'

정선군은 정선아리랑을 대대로 이어 내려온 지역의 목소리로 보고, 이 소리가 오늘의 시대에도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프로젝트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일리엠은 부르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져도 노래에 담긴 마음은 그대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번 발매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고, 정선아리랑이 다른 예술 분야와 새로운 기술을 만나 계속 새로 불리도록 협력을 이어 갈 계획이다.

제작진이 내건 기준은 재현이 아니라 확장이다. 정선아리랑을 고정된 유산으로 복원하는 대신, 선율과 정서를 오늘의 음악 언어와 영상 안에서 다시 움직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AI 창작 기술과 전통예술의 협업이 젊은 세대와 국내외 대중이 정선아리랑을 새로 만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1971년 무형유산 지정·2012년 유네스코 등재… 채록된 사설 1200여 수

정선아리랑은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지금은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이다. 정선군은 이 노래가 조선 초기부터 지역에서 널리 불렸다고 전한다. 그때그때의 감정을 속임 없이 전래 가락에 실어 부르면서 노랫말이 늘었고, 지금까지 채록된 사설은 1200여 수에 이른다. 인간관계편 347수, 생활편 317수, 환경편 157수, 이성편 136수 등이다.

정선아리랑 채록 사설 분류. 자료=정선군

정선아리랑은 아리랑 전통 안의 지역적 갈래다. 유네스코(UNESCO)는 2012년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리면서, 아리랑이 여러 세대의 공동 기여로 만들어졌고 새 노랫말이 더해지며 지역·역사·장르별 다양성이 생겨 왔다고 설명했다. 사설을 이어 붙여 부르는 이 전통에서 〈이어부르는 마음〉이라는 제목이 나왔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존'·경남도 AI 뮤직비디오… 공공 부문 AI 음악 잇따라

전통음악과 AI를 잇는 시도는 올해 공공 부문에서 늘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6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AI 작곡 국악관현악곡 5편을 초연하는 공연 '공존'을 열었다. 대화형 AI '지음'이 관객 설문에서 모은 감정 데이터를 분석해 초안을 만들고, 작곡가들이 연주할 수 있는 곡으로 다듬었다.

전통 아리랑 선율을 알고리즘으로 재구성한 '알고리즘 아리랑'도 이 무대에 올랐다(아시아경제 6월 16일자). 지방자치단체로는 경상남도가 2024년 3월 시나리오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생성 AI로 만든 뮤직비디오 '새로운 시작'을 내놓아 나흘 만에 조회 수 11만 회를 기록했다(노컷뉴스 2024년 3월 19일자).

국악을 다루는 AI의 한계도 드러났다. 헤럴드경제 7월 19일자 기사에서 작곡가 김백찬은 "현재도 국악을 소재로 넣어서 AI로 곡을 제작하게 만들면 거의 95% 이상이 다 일본 악기, 중국 악기를 쓴다"고 말했다. 디지털화된 국악 자료가 부족해 AI가 자료가 많은 음악의 평균값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어부르는 마음〉이 원 선율 분석을 출발점으로 삼고 메인 멜로디를 사람이 붙잡아 둔 것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발매일 제51회 정선아리랑제 개막… 2일 축제 무대서 첫 공연

올해 정선아리랑제는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정선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제14회 세계 대한민국 아리랑 축전과 함께 열린다.

정선군이 주최하고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주관하며, 아리랑 퍼레이드와 전국 아리랑경창대회, 아리랑을 대중음악으로 편곡해 겨루는 A-POP 경연대회 등 12개 부문 108개 행사로 짜였다. 축제는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의 2026~2027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무대 위 가창자를 그린 〈이어부르는 마음〉 프로젝트 이미지. 제작진은 10월 2일 정선아리랑제 무대에 선다. 자료=일리엠

10월 2일 공연은 전 세계 발매 이튿날 곡을 정선의 관객 앞에 처음 내놓는 자리다. 경창대회와 A-POP 경연이 열리는 같은 축제 안에서 전승 소리와 AI를 거친 새 곡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공연 시간과 세부 무대, 플랫폼별 발매 링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연·전시·교육·관광으로 확장 계획… 음저협 AI 등록 기준은 미확정

제작진은 후속 사업으로 공연·전시·교육·관광을 꼽았다. 뮤직비디오 배경인 민둥산과 동강이 정선의 대표 관광지여서, 영상은 곡과 함께 지역 홍보물로도 쓰일 수 있다. 화면 속 장소를 실제 지명과 연결하고 작품 설명을 여러 언어로 붙이면 음원 감상이 관광·교육 콘텐츠로 이어진다. 다만 지속 사업이 되려면 후속 공연과 배급, 교육 활용 계획이 각각 구체화돼야 한다.

권리 문제는 아직 열려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음저협)는 8월 25일 제8차 이사회에서 AI 관련 규정 개정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 차원을 넘어 문화계 논의를 거친 국가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뒤다. 협회는 "100% AI 생성물을 저작물로 등록하지 않는 원칙은 계속 적용한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8월 26일자). 9월 22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인간의 실질적 창작 기여를 기준으로 삼는 안이 논의됐다(아시아경제 9월 22일자).

〈이어부르는 마음〉은 작사·작곡 크레디트가 사람에게 있지만 AI가 초안을 만든 곡이다. 인간 기여를 기준으로 한 등록 방식이 정해지면, 초안 이후 사람이 무엇을 고르고 고치고 새로 썼는지를 작사·작곡 영역별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선아리랑 보유자 등 전승자와의 협업, 분석에 쓴 원천 음원과 사설의 범위도 후속 작업에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새 기술을 거친 노래가 정선의 현장과 세계의 청중 사이에서 계속 불릴 수 있을지는 10월 1일 발매와 2일 무대 이후의 반응에서 가려진다.

출처

1. 정선군·㈜일리엠, 「정선아리랑 현대적 변용 프로젝트 〈이어부르는 마음〉, 10월 1일 음원·뮤직비디오 동시 발매」 보도자료(풀버전 PDF·HWP), 2026년 9월 18일

2. 이제형 연출(㈜일리엠) 메신저 인터뷰, 케이엔터테크허브, 2026년 9월

3. 정선군 정선관광, 「아리랑 소개」 — https://www.jeongseon.go.kr/tour/jeongseonarirang

4. UNESCO, 「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 — https://ich.unesco.org/en/lists?RL=00445

5. 정선아리랑제 공식 누리집, 「축제개요」 — https://arirangfestival.kr/1_2.php

6. 국제뉴스, 「정선아리랑제, 2026–2027 문화관광축제 선정」, 2026년 1월 26일 —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89777

7. 아시아경제, 「"AI도 그루브 있다"…국립국악관현악단, AI 작곡 국악관현악곡 5편 초연」, 2026년 6월 16일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61607410593506

8. 노컷뉴스, 「'생성형 AI'가 뮤직비디오 감독?…지자체 첫 시도 '새로운 시작' 인기」, 2024년 3월 19일 — https://www.nocutnews.co.kr/news/6113489

9. 고승희, 헤럴드경제, 「AI에 아리랑 작곡을 시키면 생기는 '황당한 일' [백스테이지]」, 2026년 7월 19일 —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11344

10. 이이슬, 아시아경제, 「음저협, AI 음악 등록 기준 개정 철회…"국회·정부와 논의"」, 2026년 8월 26일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82608485585092

11. 아시아경제, 「AI 음악, 막을 수 없다면 제도 안으로…'인간 창작' 기준 논의」, 2026년 9월 22일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92210450758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