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AX 브릿지 2026 인터뷰
"지역에 있는 기업들의 강점은 특화 도메인과 관련된 이슈를 기술로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정수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지역AX본부장은 지역 AI 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짚었다. 범용 AI 기술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어렵지만, 제조·농업·해양·드론처럼 산업 현장과 맞물린 문제를 풀어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지역 AX 브릿지@KOREA(Regional AX Bridge @ Korea)'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지역 기업을 해외 전시회에 데려가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 진단과 사업화 컨설팅, 시장성 테스트, 해외 바이어·수요기관 매칭, NIPA 해외 거점 연계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제1회 '2026 지역 AX 브릿지@KOREA'는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코엑스 더플랏츠(COEX THE PLATZ)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지역 AI 기업 20개사가 참여해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한다. 행사 첫날에는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예정돼 있다.

"AX 이전부터 있던 지역의 격차"
정 본부장은 AX가 새 정책 용어로 자리 잡기 전부터 지역의 디지털 전환 격차를 봐왔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소프트웨어·디지털 기술과 인력이 집적돼 있지만, 지역은 기술을 내부화할 기반도, 필요한 기술을 쉽게 찾고 적용할 경로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IT나 소프트웨어는 먼저 가는 곳이 있고 지역이 뒤따라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AI는 키워드가 급격하게 커졌잖아요. 지역도 바로 따라갈 수 있도록 더 빠르게 기반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NIPA 지역AX본부는 지자체·지역 기관과 함께 AX 확산 정책을 설계하고, 지역 산업의 수요를 AI·디지털 기술과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본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팀, 디지털 혁신거점의 AX 혁신거점 전환과 광주 AI 연구단지 사업을 맡는 거점팀, 기업이 매출을 내도록 지역 기관과 협업하는 확산팀으로 구성된다. 정 본부장은 지역이 수도권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지역마다 이미 쌓인 산업 기반과 현장 문제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는 AI, 충남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산은 해양, 울산은 조선처럼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를 먼저 보여주면 해외 파트너의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했다.
"해외에서 기업을 소개할 때 단순히 '한국 AI 기업'이라고 하면 너무 넓습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산업이 있고, 그 가치사슬 안에서 이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야 상대도 신뢰를 갖고 봅니다."

전시회 동행에서 사업화 지원으로
NIPA는 그동안 약 5~6년간 지역 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왔다. 비슷한 형태의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 늘어나면서, 기업을 현장에 데려가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의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정 본부장은 수동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무엇이 부족한지 진단하고, 해외 시장에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찾고, 이후 프로젝트와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역 기업이 글로벌 수준을 넘어서 글로벌한 시각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익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프로젝트와도 연결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AX 브릿지는 올해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 사업이다. 프로그램은 기업별 진단에서 시작한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신청하면 기업 현황과 기술, 목표 시장을 살피고, 사업화 컨설팅과 시장조사를 거쳐 적합한 파트너 후보를 찾는다. 이후 바이어·수요기관과의 만남, 전시 및 상담으로 연결한다.
계획안상 일정은 7월 3일 모집 마감과 7월 13일 선정 통보 이후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사전진단 20회, 8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약 5주간의 사업화 컨설팅, 9월 한 달간의 시장성 테스트를 거쳐 10월 본행사로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지역별 모집 공고에도 바이어 상담, 사업화 컨설팅, 글로벌 밋업 참가 지원 등이 주요 지원 내용으로 제시됐다.
정 본부장은 기업 현장에서 느낀 공통 과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힘을 들었다.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 개발까지 간 기업은 많습니다. 그런데 사업화나 해외 시장 진입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짚어주고, 필요한 전문가를 붙여주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NIPA는 자체 전문가 풀과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별 자문과 연결을 지원한다. 자체 풀에서 해결되지 않는 질문은 기관이 중간에서 외부 전문가를 찾아 매칭하거나 의견을 전달한다. 다만 정 본부장은 전문가 풀을 더 넓혀야 한다는 과제도 인정했다. 기업의 산업 영역과 해외 진출 과제가 다양해질수록 일률적인 컨설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배분보다 최종 단계는 역량"
참가기업 20개사 선발에서는 지역 안배보다 역량을 우선했다. 지역 기업 지원이 본래 목적이지만, 지역별로 숫자를 나누는 방식이 되면 실제로 해외 비즈니스까지 갈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역에 기회는 열어둬야 합니다. 다만 외부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최종 트랙까지 가는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참가기업은 대구·경북 7곳, 광주·전남 4곳, 강원 4곳, 충청·세종 3곳, 부산 1곳, 전북 1곳으로 구성됐다. 대구에만 5개사가 선정됐고, 다른 지역은 한두 곳씩 선정된 경우도 있다. 이는 지역 균등 배분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기준으로 선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첫해 사업인 만큼 현장에서는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다. 기업들은 기존 해외 전시·상담 지원과 무엇이 다른지, 실제로 어떤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정 본부장은 "처음에는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 헷갈려 하는 기업도 있었다"며 "여러 설명회와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올해는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들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10월 행사는 기업 상담뿐 아니라 컨퍼런스와 네트워킹의 장으로도 설계됐다. 지역 기업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AI 전환, 산업별 활용 사례, 글로벌 시장 흐름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 본부장은 한국 기업 문화에서 네트워킹이 아직 경직돼 있다는 점도 짚었다.
"유럽이나 미국은 비슷한 업종이거나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한국은 그런 교류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기업들도 관계를 맺고 배우게 됩니다."

성과는 MOU보다 다음 단계
정 본부장이 보는 성과는 상담 건수나 행사장 MOU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 기업과의 MOU, 기술협약, 매출 발생, 시범 프로젝트 논의가 실제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는지가 기준이다.
"중간 점검을 해보면 그런 단계로 진행 중인 기업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기업의 영업 비밀과 관련돼 있어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연말쯤에는 몇 가지 사례를 설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행사에 '@KOREA'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나가 일회성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바이어와 수요기관을 한국으로 불러 기업과 맞붙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성과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은 NIPA의 해외 거점과 연결해 후속 파트너십을 지원한다.
NIPA는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하노이, 호치민,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에 해외 거점을 두고 있으며 2024년에는 뉴욕 데스크를 추가했다는 것이 NIPA 측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지역 AX 브릿지가 NIPA 내부의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거점과 기업을 잇는 관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거점과 연결해 좋은 파트너를 만날 기회를 더 만들겠습니다. 행사를 한 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녀는 해외에서 한국 AI 기업이 받는 평가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한국의 AI 기술력은 알려져 있지만, AI가 범용 기술이 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특출난 것이 있어야 합니다. 현지 파트너를 찾는 일이 중요하고, 그 지역이 추진하는 산업과 기업의 기술, 협업 조건이 정확히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가장 낫습니다."
드론, 해양, 농업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이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맞물린다면 한국 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커진다고 봤다. 현지 투자와 시장 이해, 실증 기회를 함께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교차 실증과 피지컬 AI
NIPA 지역AX본부는 지역 7개 거점과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교차 실증(PoC, Proof of Concept)을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한 실증뿐 아니라, 적합한 해외 기업과 수요기관을 새로 매칭해 소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 규모와 대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과거 수조 수질 관리 IoT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동남아 전시회에서 현지 대형 수산물 기업을 만나 파일럿을 진행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에는 연결 이후 지원이 끝났지만, 앞으로는 실증 단계까지 뒷받침하면 현지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결만 해놓고 끝나는 것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증 경험이 있어야 다음 계약과 현지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지역AX본부가 다음 과제로 삼는 피지컬 AI도 지역 산업과 직결된다. 정 본부장은 경남과 전북을 중심으로 제조 공정의 피지컬 AI 기술을 개발·실증하는 대형 연구개발 사업이 올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NIPA가 추진하는 전북·경남 피지컬 AI 연구개발 사업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조4131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과기정통부와 NIPA는 9월 16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착수보고회를 열고 5개년 로드맵을 공유했다. 전북에는 7368억원을 투입해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가 협업하는 피지컬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완주군 이서면에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경남에는 6763억원을 들여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와 인간-AI 협업형 거대행동모델(LAM)을 개발하며, 서울대와 경남대, LG AI연구원, 한화오션이 참여한다.
정 본부장은 "피지컬 AI는 결국 현장 데이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년에는 피지컬 AI에 특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품질을 검증해 모델과 실제 현장 적용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AX본부의 내년 예산도 늘어날 예정이다. 다만 그녀는 예산 확대 자체보다 기업이 실제로 필요한 지점에 닿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을 뿌린다고 기업이 자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 기관과 함께 기업이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매출과 사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결국 확산의 일입니다."
정 본부장이 지역 AX 브릿지에 거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기업의 기술을 한 번 보여주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특화 도메인에서 축적한 경험을 글로벌 파트너십과 실증, 매출로 이어가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