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ST | 글로벌 유통
AI 더빙 채널 20개, 22개국 누적 시청자 1억 명… 유럽은 현지어판, 북미는 광고 영업 요구… 정부 채널 지원은 80억원에서 약 9억2000만원으로
칸·로스앤젤레스

한국 FAST 업계가 한 달 사이 북미와 유럽을 잇달아 찾았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국제 방송영상 견본시 밉컴(MIPCOM) 2026에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Global K-FAST Alliance)' 부스가 차려졌고, AI 더빙 기업 허드슨에이아이(Hudson AI)가 실시간 통역 쇼케이스를 열었다.
개막 전날에는 K엔터테크허브가 유럽 유통 전문가들과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한국 콘텐츠의 유럽 진출 조건을 짚었다. 앞서 9월 28일에는 스마트미디어렙(SMR)·CJ ENM·K20·KT스튜디오지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2026 K-FAST 나이트 인 LA(K-FAST NIGHT in LA)'를 열고 북미 광고주를 만났다.
성과는 숫자로 쌓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Ministry of Science and ICT)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지원한 AI 더빙 채널 20개는 2025년 11월부터 삼성 TV 플러스(Samsung TV Plus)와 LG 채널스(LG Channels)를 통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22개국에 송출되고 있다.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누적 시청자는 약 1억 명이다.
그동안 얼라이언스 참여사도 1년여 만에 22곳에서 82곳으로 늘었다. 민간 채널은 더 빠르다. FAST 채널 운영사 뉴아이디(NEW ID)는 10월 뉴스레터에서 누적 시청 시간이 8억4000만 시간을 넘었고, 연간 시청 시간이 2021년 2010만 시간에서 올해 약 3억 시간으로 15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은 구독료 없이 광고로 운영되는 편성형 채널이라 한국 콘텐츠를 처음 보는 시청자가 들어오기 쉽다. 세계 곳곳에 깔린 한국산 스마트TV도 든든한 기반이다.
그런데 지원은 거꾸로 줄고 있다. 20개 채널은 2025년 추가경정예산 80억원으로 만들었지만, 이 사업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통째로 빠졌다. 과기정통부는 계속 사업으로 요청했지만 재정당국은 신규 사업이라 사전 적격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뉴시스)
올해 공개된 지원은 플래그십 채널 4개, 정부 지원금 기준 약 9억2000만원으로 지난해의 9분의 1 수준이다. 8월 31일 공개된 2027년 과기정통부 예산안 브리핑에도 FAST나 AI 더빙 지원 항목은 따로 없다. 사업 범위가 달라 FAST 관련 예산 전체가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지 영업과 언어 확대가 필요한 때에 눈에 보이는 지원은 크게 줄었다.
그 사이 넷플릭스 쏠림은 짙어지고 있다. 방송사 편성과 제작은 줄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의존도는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방송사가 자기 채널로 해외 시청자를 직접 만나는 FAST는 이 쏠림을 덜어 줄 몇 안 되는 통로다. 업계가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칸과 LA에서 확인한 숙제는 분명하다. 밉컴에서 만난 유럽 전문가들은 나라별 현지어판을 원했지만, K-FAST 채널의 더빙 언어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세 가지로 미주에 맞춰져 있다. LA 행사는 광고대행사와 브랜드 담당자를 초청 명단의 중심에 놓았다.
SMR 관계자는 “북미 FAST 시장에서 K콘텐츠 수요는 확인됐지만,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접점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플랫폼과 광고 관계자를 한 자리에 모은 행사가 실질적 사업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MR은 북미가 세계 FAST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언어 확장과 광고 영업 기반은 둘 다 이제 막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지금 지원이 끊기면 첫발을 떼기도 어렵다.

밉컴에 'K-FAST 얼라이언스' 부스… AI 더빙과 FAST 채널을 한 벽에
칸 밉컴(MIPCOM) 전시장의 K-FAST 얼라이언스 부스는 세 벽을 각각 다른 주제로 채웠다. 가운데 벽에는 얼라이언스 참여사의 로고와 함께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협력해 K-콘텐츠의 글로벌 생태계를 만든다'는 소개 문구가 걸렸다.
왼쪽 벽은 'AI 더빙'으로, 이스트소프트의 페르소 AI(Perso AI)와 허드슨에이아이가 "한국에서 세계로, 이제 당신의 언어로(From Korea to the World — K-Content, Now in Your Language)"라는 문구 아래 현지화 공정을 설명했다.
오른쪽 벽은 FAST로 송출되는 K-콘텐츠 포스터로 채웠다. 한국 기업의 칸 행보는 부스 밖에서도 이어졌다. LA 공동 주최사인 CJ ENM은 개막일 메인 무대 AI 기조연설에 섰고, 자회사 티빙(TVING)은 중동 MBC 그룹과 신작 동시방영 계약을 맺었다.

방문객들은 더빙 편집 화면에서 대사마다 음성 전달 방식을 조정하는 공정을 살폈다. 화면에는 감정과 발화 방식을 지정하는 태그가 표시됐다. 신현진(Shin Hyun-jin) 허드슨에이아이 대표가 개막 전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시연한 기능과 맞닿아 있다. 부스가 보여준 메시지는 콘텐츠 목록에서 끝나지 않았다. 바이어가 원하는 언어로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유통 제안의 일부가 됐다.
유통 논의는 밉컴 개막 전날인 10월 11일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K엔터테크허브 라운드테이블에서 먼저 시작됐다. 라쿠텐TV(Rakuten TV) 출신 카리나 롬파(Karina Rompa) 미디어 한자(Media Hansa) 대표는 구독료가 없는 FAST가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하는 유럽 시청자를 모으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 방송사·통신사에 공급하려면 나라별 언어와 유통 구조에 맞춰야 한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3비전 전망에 따르면 서유럽 FAST 매출은 2026년 19억 달러(약 2조5400억원)에서 2031년 34억 달러(약 4조5460억원)로 76% 늘어난다.
허드슨에이아이 "콘텐츠를 더 만들 필요는 없다, 언어가 필요하다"… AI 더빙 시청 시간 2배·클릭률 3배
허드슨에이아이의 밉컴 쇼케이스 발표 자료는 청중 참여로 시작한다. 화면의 QR코드를 스캔하고, 언어를 고르고, 듣는 방식이다. 발표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각자의 언어로 듣게 한 것이다.
첫 문구는 신 대표가 라운드테이블에서 꺼낸 말과 같은 "콘텐츠를 더 만들 필요는 없다. 언어를 늘려야 한다(You don't need more content. You need more languages)"였다. 이어 "콘텐츠가 한계였던 적은 없다. 언어가 한계였다"는 문구가 나온다.
회사는 근거로 세 가지 수치를 내놨다. AI 더빙판은 자막판보다 시청 시간이 2배, AI로 더빙한 썸네일·제목은 클릭률이 3배였고, 카탈로그 전체의 총 시청 시간은 180배 늘었다는 것이다. 발표 자료에는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와 〈구미호뎐(Tale of the Nine Tailed)〉이 사례로 실렸다. 다만 수치를 어떤 기간과 플랫폼에서 쟀는지는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허드슨에이아이가 겨냥하는 다음 시장은 생중계다. 발표 자료는 스포츠·뉴스·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TV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시간이면서 한 번에 한 언어로만 팔리는 시간"으로 규정했다.
음악 방송이나 시상식처럼 방송 순간에 가치가 정점에 이르는 콘텐츠는 재방송이 아니라 그 순간을 팔아야 한다는 논리다. 회사는 한국프로야구(KBO) 실시간 더빙 파이프라인을 이미 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는 라운드테이블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실시간 AI 더빙으로 미국·뉴질랜드·호주에 내보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방송사·유통사에 제안한 수익원은 두 가지다. 숏폼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IP 카탈로그를 몇 달이 아니라 며칠 만에 더빙해 수출하는 '허드슨 스튜디오(Hudson Studio)', 스포츠·뉴스·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실시간으로 수출하는 '허드슨 라이브(Hudson Live)'다.
칸 라운드테이블, 유럽 진출 조건은 나라별 현지어판… 폴란드 300곳·라트비아 70곳
K엔터테크허브의 라운드테이블은 밉컴 개막 하루 전인 10월 11일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1층 RX 오피스 회의실에서 1시간 20분가량 비공개로 열렸다.
유럽에서는 카리나 롬파 미디어 한자 대표와 라트비아 공영미디어 LSM의 잉가 알리카(Inga Alika) 디지털 전략·개발 책임자, 폴란드 미디어스퍼스(MediaSpurs)의 마르티나 도브잔스카(Martyna Dobrzańska) 파트너십 총괄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더파크스(TheParks)의 박영진(Young Jin Park) 전략·파트너십 총괄이, 기술 기업에서는 신 대표가 참석했다.
롬파는 폴란드 케이블TV 사업자 벡트라(Vectra)와 네티아(Netia), 통신사 플레이(PLAY)를 거치며 20년 가까이 콘텐츠 구매를 맡았다. 플레이 콘텐츠 구매팀장 시절 넷플릭스(Netflix)·비아플레이(Viaplay)·HBO·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카날플러스(CANAL+)와 제휴를 맺었고, 이후 스마트TV 운영체제 비다(VIDAA)에서 FAST 채널·VOD 콘텐츠 구매를 총괄했다.
라쿠텐TV에서는 유럽 통신사를 상대로 사업개발·파트너십을 맡았다. 알리카는 1999년 라트비아 케이블TV 사업자 발트콤(Baltkom)에서 콘텐츠 업무를 시작했다.
발트 3국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 라트텔레콤(Lattelecom, 현 테트 Tet)에서 TV 사업을 총괄하며 OTT 서비스 '쇼트컷(Shortcut)'을 내놨고, 2024년까지 테트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 부사장을 지냈다. 2025년 4월부터 LSM(Latvijas Sabiedriskais medijs)의 디지털 전략을 이끌며, 리가(Riga)에서 컨설팅사 알리카 미디어 앤 테크(Alika Media and Tech)도 운영한다.
도브잔스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옛 바이아컴)·NBC유니버설(NBCUniversal)·비아플레이·일레븐 스포츠(Eleven Sports)를 거쳐 바르샤바(Warsaw)의 미디어 컨설팅·유통 에이전시 미디어스퍼스에서 파트너십을 총괄한다.
미디어스퍼스는 유로뉴스 폴란드어판(Euronews Polski), 음악 채널 뮤직박스(Music Box), 독일 어린이 채널 업체 YFE(Your Family Entertainment) 등을 대리해 폴란드·중동부 유럽 통신사와 계약을 맺는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드라마 업체 COL 그룹과도 손잡았다.
박 총괄은 로스앤젤레스의 크리에이터·IP 성장 지원사 더파크스에서 전략·파트너십을 맡고 있다. 구독자 500만 명이 넘는 아동용 유튜브 채널 네트워크 잉글리시 트리(English Tree)의 총괄 프로듀서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파크스타미디어(Park Star Media) 공동 창업자를 지내며 한국 방송사·스튜디오·유튜버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기술 기업에서는 신 대표가 나와 AI 더빙을 시연했다.

유럽에서는 언어와 송출 환경을 나라별로 따져야 한다.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은 폴란드에 약 300곳, 라트비아에 약 70곳의 유료방송 사업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스페인의 현지어판 수요와 일부 통신사의 서버 측 광고 삽입(SSAI) 설비 부족도 거론됐다. 롬파는 한국 방송사가 채널을 열고 나라별 미디어렙(media house)이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알리카는 2019년 라트비아 불법 시청 1위가 한국 콘텐츠였다며 현지 수요를 설명했다.
도브잔스카는 “폴란드어는 그렇게 작지 않다. 작은 언어는 없다”며 폴란드어 시장을 작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업자 수와 수요 평가는 현장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허드슨에이아이와 라트비아어·폴란드어로 약 10분 분량을 시험 더빙해 보기로 했다. 올해 공개된 지원 계획이 세로형 드라마·K-뷰티·K-댄스와 미주 시장에 무게를 둔 만큼, 유럽 현지어 공급은 별도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LA 'K-FAST 나이트'에 80명… 세계 FAST 시장 80% 넘는 북미서 광고주·브랜드와 접점
LA 행사는 칸 밉컴보다 2주 앞선 9월 28일(현지시간) 열렸다. 일정은 이튿날인 9월 29일 페어몬트 센추리 플라자(Fairmont Century Plaza)에서 열린 아마기(Amagi)의 'LA FAST 콘퍼런스' 일정에 맞춰 잡았다. 북미 FAST 업계 관계자가 LA에 모이는 주간이다.
행사에는 한미 콘텐츠·미디어 업계 관계자 약 80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월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해 개회, 회사별 사업 소개, FAST 채널 사업·FAST 광고 솔루션 발표, 네트워킹 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SMR은 MBC를 비롯한 지상파 3사 드라마를 사극, 범죄·의학,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별로 묶은 글로벌 FAST 채널 '시리즈-K(Series-K)'를 소개했다.
지상파 인기 드라마를 AI 더빙으로 현지화해 10여 개국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 ENM은 FAST 광고 인벤토리와 K-콘텐츠 인지도를 묶어 국내외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를 만나게 하는 광고·마케팅 모델을 내놨다. K20은 음식·여행·게임 등 자체 채널과 FAST 오리지널을, KT스튜디오지니는 보유 콘텐츠와 채널 사업의 해외 확장 방안을 설명했다.

2026 K-FAST 나이트 인 LA 공동 주최사 발표 내용
자료=주최 측 보도자료, 미주중앙일보(10월 2일자), 바이라인네트워크(7월 27일자)
행사 운영은 LA의 비즈니스 플랫폼 샴페인(S'HAMPAGNE)이 맡았다. 새라 김(Sarah Kim) 샴페인 대표는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꼭 필요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AI 더빙 채널 20개, 22개국 누적 시청자 1억 명… 얼라이언스 참여사 22곳에서 82곳으로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는 2025년 4월 23일 22개 회원사로 출범했다. 6월 첫 회의 때는 MBN·제일기획·NC AI가 새로 들어와 34곳이 됐다. 삼성전자·LG전자와 지상파 3사, CJ ENM, JTBC,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출범 때부터 참여했다. 초기 회원사는 12월 68곳, 올해 7월 82곳으로 늘었다. 올해부터는 콘텐츠·채널, 기술, 광고·플랫폼, 글로벌, 총괄·조정 등 5개 분과로 운영된다.

글로벌 K FAST 채널은 정부 추가경정예산으로 만들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추경 80억원으로 6개 컨소시엄을 골라 K-콘텐츠 약 1200편(1400여 시간)을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AI 더빙하고 화질을 손봤다. 이렇게 꾸린 채널이 20개다. 디지털데일리는 국가별 중복을 포함하면 83개 채널로 송출된다고 12월 11일 전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당시 성과 공유회에서 AI 더빙 채널이 K-콘텐츠가 해외 시청자에게 직접 닿는 새 통로가 된다고 했다.

장르도 넓히고 있다. 올해는 허드슨에이아이(CJ ENM K-DANCE), 이스트소프트(ESTsoft·GENIE K-Short, TREND ON), 언에이아이(UN AI·K-Vibe+)가 이끄는 3개 컨소시엄이 플래그십 채널 4개를 맡았고, 채널당 약 2억3000만원(약 17만 달러)이 지원된다.
세로형 드라마 채널은 9:16 영상을 TV 화면에 맞춘 '듀얼 뷰' 화면을 쓰고, K-뷰티 채널은 오리지널 예능과 커머스를 붙인다. K-댄스 채널은 멕시코와 미국 히스패닉 시장을 겨냥한다. 신현진 허드슨에이아이 대표는 현지화가 K-FAST 해외 진출의 핵심 과제라며 AI 더빙 기술을 계속 고도화하겠다고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이스트소프트 컨소시엄에는 K20과 KT스튜디오지니가 함께한다. 숏폼 드라마 채널 GENIE K-SHORT는 131개 시리즈 3771화, K-뷰티 채널 TRENDON은 15개 프로그램 309화로 시작한다. TRENDON에는 첫 FAST 오리지널 〈샤인 온 인 서울(Shine on in Seoul)〉과 YTN·채널A·ENA의 뷰티 예능이 들어간다.
컨소시엄은 멕시코·스페인 등 스페인어권을 겨냥해 한국외대 스페인어과와 번역가, 원어민 검수자로 품질위원회를 꾸리고 '중립 스페인어' 더빙 지침을 만들었다고 바이라인네트워크가 7월 27일 보도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이 사업을 "K-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중요한 거점 사업"이라고 불렀다.
뉴아이디 누적 시청 8억4000만 시간·96개국… KBS 월드 유럽·중동 송출, 농구 생중계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FAST채널의 해외 실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창업 7주년을 맞은 뉴아이디의 채널은 96개국 34개 플랫폼에서 시청되고 누적 시청 세션은 14억 회를 넘었다. 누적 시청 시간의 56%인 4억6000만 시간이 미국에서 나왔고 한국·브라질·멕시코·유럽이 뒤를 잇는다.

올해 들어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인도 시청이 8배, 호주가 3배, 유럽과 캐나다가 2배로 늘었다고 회사는 10월 7일 창립 7주년 뉴스레터에서 밝혔다. 시청자는 여성이 68%, 55세 미만이 75%로 일반 커넥티드TV(CTV) 시청자층과 반대라는 분석도 내놨다.

채널 구성도 넓어졌다. 뉴아이디는 9월 LG 채널스로 KBS의 글로벌 채널 'KBS 월드(KBS WORLD)'를 유럽과 중동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뮤직뱅크〉를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최신 드라마와 예능, 자체 영어 뉴스를 편성한다.
같은 달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공식 농구 채널 'EASL TV'를 열어 10월 3일 2026~27 시즌 첫 경기를 생중계했다. 7월 상반기 결산 뉴스레터에서는 채널 라인업이 전년 대비 약 20% 늘고 월평균 순시청자가 약 60% 증가했으며, 유럽 시청 시간이 108%, 오세아니아가 231% 늘었다고 밝혔다. 재방송 위주라는 지적과 달리, 생중계와 최신 방영작을 늘린 채널에서 성장이 나오고 있다.
얼라이언스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사무국은 8월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월드케이팝센터가 새로 참여했다고 회원사에 알렸다. 9월에는 정부 정책과 지원 계획을 세우겠다며 참여 기업 대상 정책 수요 조사를 벌였고, 10월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에 참고할 회원사의 중국 진출 의견을 모아 과기정통부에 냈다.
방미통위 간담회, 재방송 위주 편성을 낮은 시청 원인으로 지목… FAST 정책은 과기정통부 주도로 정리
정책 창구는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6월 4일 출범 후 처음 연 FAST 간담회에서 한국 전자업체가 세계에 보급한 스마트TV 약 6억 대와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들며 K-FAST 생태계를 서둘러 만들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LG전자, 뉴아이디·SMR·CJ ENM 등 채널 사업자 5곳, KBS·MBC·SBS 등 방송사 9곳, 허드슨에이아이·이스트소프트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북미 시청자 선호를 분석하고 시청 데이터에 맞춰 광고와 연계한 콘텐츠를 기획하며, K-FAST 전용 콘텐츠에 정부나 플랫폼이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담회에서는 해외 FAST 시장에서 K-콘텐츠 시청률이 낮은 이유로 옛 프로그램을 그대로 다시 트는 편성이 꼽혔다고 데일리안이 전했다.
부처 간 역할은 과기정통부 쪽으로 정리됐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은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FAST 정책은 “기본적으로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고 디지털데일리가 썼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는 실무 협의를 이어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도 8월 'K-FAST 생태계 진흥 방안 연구' 보고서를 냈다. 정책 연구와 간담회는 이어지는데, 같은 기간 채널 제작 예산은 줄었다.
이외 문화체육관광부도 콘텐츠 제작과 현지화를 중심으로 K FAST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끝난 국내 최대 미디어 콘텐츠 마켓 BCWW(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코엑스 공동 주관)에서도 FAST는 주요 세션으로 다둬졌다.

2025년 추경 80억원→2026년 정부안 전액 삭감… 올해 플래그십 4개 채널, 약 9억2000만원
많은 정부 부처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FAST 채널 지원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K-FAST 채널 사업의 출발은 2025년 5월 편성된 추경이었다. 과기정통부는 80억원으로 주관기업 6곳과 참여기업 22곳으로 이뤄진 6개 컨소시엄을 골라 K-채널 20개를 만들게 했다고 디지털투데이가 2025년 7월 30일 보도했다. 추경 사업이었기 때문에 2026년 본예산에서 이어 가려면 따로 예산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업 예산이 2026년 정부안에서 전액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25년 80억원을 받은 계속 사업인데도 적격성 심사가 없다는 이유로 뺀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계속 사업으로 요청했지만 재정당국이 신규 사업으로 보고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디지털데일리에 따르면 류제명 2차관은 추경이 빠르게 편성되면서 적격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며 재정당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국감장에서 밝힌 바 있다.

허드슨에이아이·이스트소프트·언에이아이 컨소시엄이 플래그십 채널 4개를 맡고 채널당 약 2억3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20개 채널을 만들던 예산의 9분의 1 수준으로, 새 채널을 크게 늘리기보다 장르를 시험하는 단계에 가깝다.
이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삼성·LG가 약 30개국에서 FAST 채널 약 6800개를 운영하며 이용자가 약 1억40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지원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가 이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세계 FAST 월간 이용자는 폭스의 투비(Tubi) 1억 명,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Pluto TV) 8900만 명, 삼성 TV 플러스 8800만 명, 로쿠 채널(Roku Channel) 7400만 명, LG 채널스 5000만 명 순이다.
과기정통부가 8월 말 내놓은 2027년 예산안은 29조6476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AI 투자도 크게 늘렸다. 그런데 정책브리핑에 실린 예산안 설명에는 FAST나 AI 더빙 채널 지원이 별도 항목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처 예산은 사상 최대로 불었는데, 22개국에서 시청자 1억 명을 모은 사업은 이름조차 찾기 어렵다. 국회 심사에서 다시 담기지 않으면 올해 약 9억2000만원으로 줄어든 지원마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FAST는 더 이상 미디어 시장의 변두리가 아니다.
북미가 세계 FAST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서유럽 FAST 매출도 2031년까지 7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정은 반대다. 지상파 광고비는 1년 새 7.2% 줄었고, 제작사와 방송사의 넷플릭스 의존은 커지고 있다. 이런 한국 방송사에 FAST는 자기 채널로 해외 시청자를 만나고 광고 매출을 직접 쌓을 수 있는 새 시장이다.
AI 더빙 채널은 정부가 키우는 AI 기술이 실제 콘텐츠 수출로 이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 사업이 역대 최대 AI 예산 안에서 별도 자리를 얻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성과가 막 나오기 시작한 시점에 지원이 끊기면 채널 운영과 언어 확대가 멈추고, 칸과 LA에서 만든 바이어·광고주 접점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상파 광고비 1년 새 7.2% 감소… 해외 FAST 광고가 방송사의 새 매출 창구로
국내 방송사가 FAST 해외 영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광고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Media and Communications Commission)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2025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를 보면 2024년 국내 광고비 17조1263억원 가운데 온라인이 10조1011억원(59%)을 차지했다.
방송광고비는 3조2191억원으로 5% 줄었고, 지상파만 따로 보면 1조2317억원으로 7.2% 감소했다고 한국기자협회보가 1월 8일 보도했다.

지상파 드라마를 묶은 시리즈-K는 국내에서 이미 방영한 라이브러리를 해외 광고 재고로 바꾸는 시도다.
삼성 TV 플러스는 30개국에서 월간 이용자 1억 명을 넘겼고, 1월에는 KBS 뉴스 24와 SBS No.1 뉴스라이브 등 지상파 24시간 뉴스 채널도 편성했다고 디지털데일리가 보도했다. 한국 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한국 방송 채널이 자리 잡은 구조다.
유럽에서는 셈법이 다르다.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확인했듯 유럽은 나라마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수십~수백 곳으로 쪼개져 있고, 통신사 상당수는 FAST 광고를 붙일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 롬파가 제안한 대로 한국 방송사가 채널을 직접 열고 나라별 미디어렙이 광고를 판다면, 방송사는 지역별 광고 매출을 직접 쌓을 수 있다. 미주에서 통한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더빙과 삼성·LG 플랫폼만으로는 유럽 통신사 편성을 따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같은 플랫폼에서 경쟁도 시작됐다. 삼성 TV 플러스는 첫 오리지널 각본 시리즈를 미국 크리에이터 다르 만(Dhar Mann)의 스튜디오에 맡겼고, 이 작품을 실은 다르 만 전용 채널은 미국과 유럽 9개국 등 13개국에서 나온다고 샘모바일이 전했다. 한국 방송사 라이브러리 채널은 브랜드 협업과 자체 IP를 앞세운 크리에이터 채널과 같은 편성표에서 시청 시간을 다투게 된다.
플래그십 채널 4개 연내 개국… 예산 확보와 광고 매출 공개, 유럽 언어 확장이 다음 시험대
K-FAST 얼라이언스는 올해 세로형 드라마·K-뷰티·K-댄스 플래그십 채널 4개를 연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결국은 민간 사업자가 광고 매출로 스스로 흑자를 내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FAST 채널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제 막 첫발을 뗀 글로벌 미디어 수출 사업이다. 언어를 늘리고 현지 광고 영업망을 갖출 때까지는 정부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걸린 것은 2027년 예산이다.
국회 심사에서 FAST·AI 더빙 지원이 다시 반영될지가 채널 운영을 이어 갈 수 있을지를 가른다.
누적 시청자 1억 명이 광고 매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LA 행사에서 광고주와 브랜드를 앞세운 만큼, 매출 지표는 자립 가능성을 보여 주고 예산 논의를 설득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허드슨에이아이가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과 추진하기로 한 라트비아어·폴란드어 10분 시험 더빙이 첫 단추다.
다만 예산 한 줄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채널을 만드는 돈 못지않게, 만든 채널이 해외에서 팔리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 칸과 LA에서 확인한 숙제가 곧 그 목록이다. 유럽 나라별 현지어 더빙, 해외 광고주·미디어렙과 잇는 영업 창구, 현지 통신사·플랫폼과의 편성 협상, 시청·광고 데이터 공유가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나뉜 정책 창구도 실무 협의에 머물지 말고 수출 지원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AI 시대의 콘텐츠 수출은 작품을 한 편씩 파는 데서 채널과 언어를 함께 공급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AI 더빙으로 언어 장벽을 낮추고 무료 광고 채널로 시청자를 먼저 모으는 FAST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FAST를 단기 예산 사업이 아니라 AI 기반 글로벌 진출의 핵심 인프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은 지난해 약 16조원에서 2030년 약 23조원으로 연평균 7.47% 성장한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7월 “지속가능한 K-FAST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2개국 1억 명이라는 시청 지표, 82곳으로 늘어난 참여사, 유럽 108%·오세아니아 231%로 늘어난 민간 채널 시청 시간은 지원을 이어 갈 근거로 충분히 쌓였다. 남은 것은 속도다. 2027년 예산이 국회 심사를 거치는 연말이 첫 고비다. 칸에서 언어를, LA에서 광고주를 확인한 업계는 그 약속이 예산과 실질적인 수출 지원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
K엔터테크허브는 K-FAST가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표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 취재와 해외 네트워크로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