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FAST 채널, 145% 폭증했지만 플랫폼들이 만들고 있는 건 '좀비 피드'다

EPG가 죽지 않으면, 크리에이터 FAST는 '목적지'가 아닌 '아카이브'로 남는다

원문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The Creator Economy's TV Problem" (Gavin Bridge, 2026.1.29)

크리에이터 경제가 유튜브와 틱톡을 넘어 TV까지 잠식하고 있다.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영역에서도 크리에이터 채널은 2024년 이후 145%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MrBeast, Dhar Mann, The Try Guys 등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삼성 TV 플러스, 아마존, 로쿠 같은 플랫폼과 손잡고 ‘거실 점령’에 나서고,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이들의 IP를 장기 계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크리에이터 FAST는 TV의 미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최근 FAST 산업 전문 미디어 FASTMaster Intelligence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Z세대가 모이는 목적지가 아니라, 콘텐츠만 흘러넘치는 좀비 피드”라고 일침을 놓는다.

화려한 채널 수와 시청 시간 증가와 달리, 플랫폼 인프라와 UX는 여전히 ‘채널 서핑’에 최적화된 1990년대 모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Z세대가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아무도 머물지 않는 '좀비 피드(zombie feeds)'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 콘텐츠가 담기는 그릇—플랫폼 인프라—은 1999년에서 멈춰 있다는 진단이다. FASTMaster의 분석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그 이면의 구조적 모순, 그리고 이것이 K-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1. 골드러시는 왔지만, 인프라는 망가져 있다

FASTMaster의 Gavin Bridge 애널리스트는 현재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을 ‘절박한 땅따먹기(desperate landgrab)’라고 진단한다. 업계는 유튜브와 거실 TV 사이의 ‘격차 해소(bridging the gap)’를 자축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훨씬 더 혼란스럽고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플랫폼의 실행 방식에 있다.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정작 그 콘텐츠의 핵심 타깃인 Z세대와 알파세대를 소외시키는 UX와 서비스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에서 성장한 이 세대에게 오늘의 FAST 플랫폼은,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케이블 TV와 크게 다르지 않은 ‘1999년식 EPG 경험’으로 보일 뿐이다.​

그 결과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은 기묘한 역설에 빠져 있다. 골드러시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그 금을 캐낼 인프라는 근본적으로 뒤틀려 있는 상태다. 콘텐츠 확보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으나, 그 콘텐츠가 실제 Z세대 시청자와 만나는 접점에서는 구조적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 6년 만에 10배, 2년 만에 3배: 폭발적 성장의 실체

수치만 놓고 보면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의 성장세는 압도적이다. FASTMaster 데이터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기반 FAST 채널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불과 6년 만에 10배로 몸집을 키웠다. 2020년 5개에 불과했던 유니크 채널 수는 2026년 54개로 늘었고, 플랫폼 간 총 노출 횟수인 유통 포인트는 같은 기간 10개에서 93개로 치솟았다.​

성장의 속도가 바뀐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과거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은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궤적을 보여왔다. 그러나 2024~2026년 구간에서 이 패턴은 완전히 깨졌다. 채널 수는 20개에서 54개로, 유통 포인트는 38개에서 93개로 단 2년 만에 거의 3배 가까이 폭증하며 ‘가속 구간’에 진입했다.​

브릿지(Bridge)는 이 비정상적인 가속을 ‘패닉 바잉(panic-buying)’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젊은 시청자층의 TV 이탈이 빨라지자, FAST 플랫폼들은 TV와 광고주의 레이더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앞다퉈 크리에이터 IP를 사들이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유튜브 스타가 우리 플랫폼에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브랜드 세이프티와 Z세대 도달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 혹은 절박한 희망이 이 패닉 바잉을 구조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Chart showing creator FAST growth
[그림 1] 크리에이터 FAST 채널 폭발적 성장 추이 (2020-2026) |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연도별 크리에이터 FAST 채널 성장 추이

연도

유니크 채널 수

유통 포인트

특이사항

2020

5개

10개

시장 태동기

2022

8개

17개

2년마다 2배 성장

2024

20개

38개

성장 가속화

2026

54개

93개

2년간 3배 급증!

※ 분석 대상 플랫폼: Freevee/Prime Video, LG Channels, Peacock, Pluto TV, Roku Channel, Samsung TV Plus, Tubi, Vizio WatchFree+, Xumo

3. 플랫폼 전쟁의 양상: 삼성은 '스튜디오'로 변신 중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자연스럽게 플랫폼 간 ‘독점 전쟁’을 불러왔다. 각 플랫폼은 자사만의 크리에이터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며, 유튜브 스타를 누가 더 많이, 더 오래, 더 독점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두고 공격적인 딜 메이킹에 나서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경쟁이 단순한 채널 숫자 싸움이 아니라, 플랫폼마다 전혀 다른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의 충돌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인 승자는 아마존이다. 프라임 비디오는 총 28개 크리에이터 채널(이 중 16개 독점, 12개 비독점)로 볼륨 면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FASTMaster의 심층 분석에 따르면, 이 숫자 이면에는 ‘어그리게이터형’ 전략이라는 명확한 한계도 함께 존재한다. 프라임 비디오는 주로 크리에이터의 기존 유튜브 라이브러리를 가져와 채널 형태로 재패키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플랫폼 자체가 크리에이터 IP를 새로 개발하거나 변주하는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삼성 TV 플러스(TV Plus)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삼성은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 수집자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위한 스튜디오이자 네트워크처럼 움직이고 있다. 전통 방송사가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의 핵심을 채워온 것처럼, 삼성은 크리에이터 오리지널을 직접 기획·커미셔닝하는 방식으로 FAST 내에서의 ‘제작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다르만(Dhar Mann)과의 파트너십은 이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은 그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만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13편의 독점 에피소드를 직접 커미셔닝해 삼성 TV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즌을 만들었다. Mark Rober, Michelle Khare, The Try Guys 등 톱티어 크리에이터들과도 비슷한 구조의 딜을 잇따라 체결하며, 크리에이터들이 TV 안에서 새로운 포맷과 내러티브를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미엄 쇼케이스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브릿지(Bridge)는 이 전략을 ‘프레스티지 월드가든(prestige walled garden)’으로 정의했다.  핵심은 양보다 질, 그리고 단순 라이선스가 아닌 IP 공동 개발을 통해 “삼성에서만 볼 수 있는 크리에이터 TV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반면 아마존은 여전히 유튜브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넓게 모아 보여주는 어그리게이터 역할에 머물러 있어, 채널 숫자에서는 앞서지만 독점성과 브랜드 정체성 측면에서는 삼성에 비해 희미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다.​

Chart showing platform competition
[그림 2] 크리에이터 전쟁의 승자는? 플랫폼별 채널 수 비교 |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플랫폼별 크리에이터 채널 보유 현황

플랫폼

독점

비독점

합계

전략 유형

Prime Video

16

12

28

어그리게이터형

Samsung TV Plus

11

11

22

스튜디오/네트워크형

Roku Channel

4

14

18

오픈 플랫폼형

Xumo

2

5

7

신디케이션 중심

Vizio WatchFree+

1

6

7

신디케이션 중심

LG Channels

3

3

6

균형형

Tubi

1

2

3

제한적 참여

Pluto

2

0

2

독점 전용

독점 전략의 역설: 유튜브 DNA와의 근본적 충돌

FASTMaster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크리에이터 FAST 채널의 무려 70%가 단일 플랫폼 독점 구조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2026년 기준 54개 유니크 크리에이터 채널 가운데 38개가 오직 하나의 FAST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유튜브식 비즈니스 모델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전략적 선택이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경제의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트래픽 규모가 아니다. 유튜브의 핵심 가치 제안은 ‘규모(scale)’와 ‘유비쿼티(ubiquity)’, 즉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어떤 기기에서든, 특별한 장벽 없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보편성이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보면, 채널 성장은 곧 “플랫폼이 깔린 모든 스크린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커넥티드 TV를 가리지 않는 이 유비쿼티가 있어야만 구독자 수백만·수천만 단위의 팬덤이 형성되고, 광고·스폰서십·머천다이징으로 이어지는 수익 다각화도 성립한다.​

그러나 FAST로 넘어오는 순간,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 유비쿼티를 스스로 포기하는 길을 강요 받는다.  FAST 플랫폼이 제시하는 선지급금(upfront payday), 마케팅 지원, 편성 보장 등을 얻는 대신, 특정 TV 브랜드나 특정 서비스 안에서만 채널이 노출되는 독점 계약에 서명하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거실에 전용 채널을 하나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실이라는 가장 큰 스크린 안에서조차 크리에이터의 도달 범위를 인위적으로 잘라내는 셈이다. 삼성 TV를 가진 시청자만, 혹은 로쿠 기기를 쓰는 시청자만 해당 크리에이터의 FAST 채널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유튜브의 성장 논리와 FAST 독점 전략 사이의 근본적 충돌이 드러난다.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전 지구적 도달력 위에 자신의 IP를 얹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알고리즘 추천, 검색, 공유 링크, 임베드 등 다양한 진입로를 통해 팬덤이 ‘어디서든’ 유입될 수 있는 것이 전제였다. 반면 FAST 독점은 이 경로를 의도적으로 좁히고, “특정 하드웨어와 특정 서비스에 접근 가능한 사람만 팬이 될 수 있는” 폐쇄형 구조를 강제한다. TV라는 더 큰 스크린으로 확장하는 대신, 사실상 TV 안에서의 유비쿼티를 다시 쪼개고 있는 셈이다.​

Bridge는 이 전략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현실적으로, 특정 크리에이터의 리니어 채널이 독점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브랜드의 TV를 구매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스포츠나 할리우드 텐트폴 드라마와 달리, 개별 크리에이터 채널 하나가 단독으로 하드웨어 구매를 견인할 만큼의 ‘킬러 앱’ 역할을 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독점 크리에이터를 마케팅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지만, 시청자의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 정도의 힘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점 계약이 늘어나는 이유는, 단기 인센티브 구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선지급금과 안정적인 편성 슬롯, 플랫폼이 제공하는 온드 미디어·광고 집행 등 단기적 보상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광고 시장 변동성과 알고리즘 리스크에 민감한 크리에이터들은 “TV에서 보장된 채널 하나”를 안정적인 추가 수익원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장기적인 도달력, 거실 스크린에서의 자연 성장 가능성, 그리고 향후 다른 플랫폼과의 협상 레버리지다.​

유통 구조 측면에서도 독점 전략의 역설은 분명하다. FASTMaster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현재 크리에이터 FAST 채널의 70%가 단일 플랫폼 독점인 반면, 진정한 의미의 멀티플랫폼·유비쿼터스 유통(4개 이상 플랫폼 동시 유통)을 택한 채널은 13%에 불과하다. 이는 FAST라는 환경 안에서조차 크리에이터 IP가 다시 ‘채널 번들’과 ‘플랫폼 벽’ 속에 갇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튜브가 OTT·케이블의 폐쇄성을 깨며 성장해온 것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셈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이 독점 트렌드는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이해가 서로 비대칭적으로 작동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소수의 대표 크리에이터를 독점으로 묶어 두는 것만으로도 “젊은 오디언스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광고주에게도 “Z세대 도달 창구”로 포지셔닝하기 쉬워진다. 반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같은 독점 계약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특정 하드웨어·특정 국가·특정 사업자와 과도하게 연결시키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더 유망한 플랫폼이나 글로벌 유통 딜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독점 구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FASTMaster의 문제 제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된다. 크리에이터에게 TV는 ‘또 하나의 열린 창구’인가, 아니면 ‘특정 벽 안에 갇힌 전용 상영관’인가. 지금과 같은 독점 중심 구조가 지속될 경우, 크리에이터 FAST는 유튜브식 크리에이터 경제의 확장판이라기보다, 과거 케이블 번들 모델을 새 옷만 갈아입고 반복하는 구조로 고착될 위험이 크다는 경고에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독점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인 캐시플로우처럼 보이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DNA—규모와 유비쿼티—를 잠식하는 ‘조용한 자해’에 가까운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분석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메시지다.

Pie chart showing exclusivity distribution
[그림 3] 독점 vs 멀티플랫폼: 2026년 크리에이터 FAST 채널 유통 현황 |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유통 유형

채널 수

비중

단일 플랫폼 독점 (Exclusive)

38개

70%

2개 플랫폼 (Dual)

6개

11%

3개 플랫폼 (Tri-Cast)

3개

6%

4개 플랫폼 (Wide Release)

5개

9%

7개+ 플랫폼 (Ubiquitous)

2개

4%

4. '뉴 할리우드'의 등장: 크리에이터 채널 공급망의 재편

패스트 마스터(FASTMaster) 분석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크리에이터 FAST 시장에 전통적인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공급망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브릿지는 이들 채널 운영사들을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로 명명했다. 레거시 미디어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실 시청자를 쟁탈하는 새로운 파워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독립 크리에이터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던 초기 단계와 달리, 이제는 IP를 모으고 포맷을 개발해 플랫폼에 공급하는 중간 허브들이 본격적으로 산업의 중추를 맡기 시작한 것이다.​

채널 운영 볼륨 기준 1위는 Studio71이다. 독일 미디어 그룹 ProSiebenSat.1의 자회사인 Studio71은 9개의 크리에이터 FAST 채널을 보유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FGTeeV, Jacksepticeye, LazarBeam 등 게이밍 분야 메가 크리에이터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유튜브 상위층 인벤토리를 사실상 패키지화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과의 광범위한 유통 협력을 더해, ‘크리에이터 IP 뱅크’이자 ‘채널 제작 스튜디오’로서 거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개별 크리에이터 채널뿐 아니라 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 등 게임 IP를 중심으로 한 자체 운영 허브(O&O Hub) 채널까지 구축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은, 과거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특정 장르·프랜차이즈를 묶어 슬레이트를 구성하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2위는 Samsung Creator Collective로, 총 8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삼성은 플랫폼이자 ‘스튜디오/네트워크형’ 사업자로서, 단순 라이선싱을 넘어 오리지널 커미셔닝까지 포괄하는 수직 통합 모델을 취하고 있다. 마크 로버(Mark Rober) TV는 삼성이 직접 론칭한 최초의 크리에이터 FAST 채널로, 유튜브 스타를 ‘TV 쇼 런칭’하듯 다루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Dhar Mann과의 계약에서 삼성은 라이브러리 확보를 넘어 13편의 독점 에피소드를 직접 제작 의뢰했고, Michelle Khare의 Challenge Accepted, Kevin Espiritu의 Epic Gardening, Smosh, The Try Guys 등 다양한 장르의 톱티어 크리에이터와도 유사한 구조의 딜을 맺으며 ‘독점 콘텐츠 요새’ 전략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크리에이터를 단순 공급자가 아닌, 함께 IP를 개발하는 장기 파트너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3위 Radial Entertainment는 5개 채널로, 단기간에 부상한 신흥 파워하우스다. Radial은 AVOD·FAST 전문 유통사 FilmRise와 홈엔터테인먼트 기업 Shout! Studios의 합병으로 탄생했으며, 두 회사가 축적해 온 라이브러리·유통 노하우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 FAST 시장에 최적화된 ‘콘텐츠 번들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FilmRise는 일찍이 Hot Ones, Preston Arsement(PrestonPlayz, Unspeakable 채널 운영) 등 디지털 네이티브 거인들과 라이브러리 딜을 맺으며 크리에이터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왔고, Radial은 이를 FilmRise Creators라는 자체 허브 채널로 묶어 단독 채널을 만들기 어려운 중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까지 함께 집계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전통적인 ‘패키저·딜 메이커’ 역할을 크리에이터 영역에 이식한 셈이다.​

이처럼 Studio71, Samsung Creator Collective, Radial이 이끄는 3강 구도는 크리에이터 FAST 생태계를 ‘개인의 플랫폼’에서 ‘스튜디오 시스템’ 기반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Bridge는 향후 더 많은 FAST 플랫폼이 이 흐름을 따라 중간 유통사를 건너뛰고 톱티어 크리에이터와 직접 딜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이 직접 ‘뉴 할리우드’의 역할을 자임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날수록, 현재의 3강 구도는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며,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어느 스튜디오·어느 플랫폼과 손을 잡느냐가 향후 거실 시장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Chart showing top channel operators
[그림 4] 스크린 뒤의 '스튜디오들': 크리에이터 채널 운영사 볼륨 순위 |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크리에이터 채널 운영사 순위

순위

운영사

채널 수

핵심 전략

-

개별 크리에이터 직접 운영

19개

탤런트 직접 채널 운영

1위

Studio71

9개

아마존 광범위 유통 파트너십

2위

Samsung Creator Collective

8개

독점 콘텐츠 요새 전략

3위

Radial Entertainment

5개

FilmRise+Shout! 합병, 라이브러리 딜

공동 4위

BuzzFeed

3개

자체 콘텐츠 활용

공동 4위

Play.Works

3개

키즈/게이밍 특화

5. "이건 부모님을 위한 거잖아" - Z세대가 FAST를 외면하는 이유

크리에이터 채널이 145% 폭증했다고 해서 Z세대와 알파세대가 FAST로 따라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은, FASTMaster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브릿지(Bridge)는 “크리에이터 콘텐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문제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각인된 레거시 DNA라고 못박는다.​

FAST 플랫폼의 태생적 정체성을 들여다보면 이 괴리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들 서비스는 본래 케이블을 끊은 중장년·시니어 시청자를 겨냥해, 과거 방송 히트작과 오래된 시트콤, 지역 뉴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탈케이블 대체재’로 출발했다. 지금도 상당수 서비스의 홈 화면 상단을 차지하는 것은 25년 전 시트콤 재방송과 로컬 뉴스 채널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Z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삶과 연결된다고 느끼기 어려운 레이아웃이다.​

Bridge는 Z세대 관점에서의 첫인상을 이렇게 요약한다. “Z세대 사용자가 FAST 서비스에 우연히 접속했을 때, 그들이 받는 즉각적인 인상은 ‘이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건 부모님을 위한 것’이다.” 즉, 설령 그 안 어딘가에 MrBeast나 Dhar Mann 채널이 숨어 있더라도, 그 지점에 도달하기 전 단계—홈, 카테고리, 추천 레일—에서 이미 정체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채널을 찾는 여정 전체가 Z세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어른들의 인터페이스’로 느껴진다.​

디스커버리 메커니즘의 문제는 더욱 구조적이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처럼 초개인화 알고리즘 피드에 익숙한 세대에게, 수백 개 리니어 채널이 격자(EPG) 형태로 늘어선 화면 속에서 리모컨으로 상·하·좌·우를 눌러가며 원하는 콘텐츠를 찾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라’는 이야기다. Bridge의 비유처럼 “우리는 금을 수백 개의 리니어 채널 그리드 안에 묻어놓고, 알고리즘 피드에 훈련된 세대에게 직접 발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Z세대는 ‘피드로 들어오는 콘텐츠’를 기대하는데, FAST는 여전히 ‘채널을 찾아 나서는 시청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는 구조적 불일치가 발생한다.​

여기에 상호작용 레이어의 부재도 치명적이다. Z세대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는 단순 시청이 아니라, 댓글·채팅·밈 공유가 결합된 사회적 경험에 가깝다. 유튜브 댓글과 커뮤니티 탭, 트위치 채팅, 틱톡 듀엣과 밈 문화가 결합되어 하나의 ‘참여형 미디어’로 작동하는데, FAST는 이 중 상호작용 요소를 전부 제거한 채 영상만 리니어 스트림으로 흘려보낸다. 그 결과 한때 생동감 있던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FAST 안에서 ‘대화가 제거된 녹화본’, 즉 시청만 가능한 좀비 피드로 전락한다.​

포맷 차원에서도 불일치는 크다. 짧게는 몇 초, 길어도 몇 분 단위의 스낵형 콘텐츠에 최적화된 Z세대의 시청 리듬에 비해, FAST는 여전히 30분~1시간 편성 블록을 기본 단위로 삼는 TV 문법에 머물러 있다. 유튜브 숏츠·틱톡·인스타 릴스에서 60초 집중력에 맞춰 설계된 콘텐츠를, 아무 맥락 없이 30분짜리 채널 블록 속에 끼워 넣는 셈이 되면서 체감 피로도만 높아진다.​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며, Z세대에게 FAST는 ‘나를 위한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부모님 세대를 위해 설계된 TV에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얹어 놓은 어딘가’ 정도로 인식된다. 콘텐츠는 젊지만, 그것을 담는 컨테이너는 여전히 구식이라는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크리에이터 채널의 수치상 증가만으로는 Z세대의 시간과 주의를 FAST로 이동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FASTMaster의 냉정한 결론이다.

Bubble chart showing FAST content categories
[그림 5] FAST 플랫폼이 생각하는 'Z세대가 원하는 콘텐츠' | 출처: FASTMaster Intelligence

'트로이 목마' 전략의 치명적 결함

FAST 플랫폼들이 현재 가장 공들이는 전술 중 하나는 게이밍과 스턴트 버라이어티를 Z세대 유입을 위한 ‘트로이 목마’로 쓰는 방식이다. MrBeast의 초대형 챌린지, Ryan Trahan의 장기 도전 시리즈, 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 게임 플레이 등 이미 유튜브에서 검증된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묶어 TV 채널로 패키징하면, 자연스럽게 Z세대가 거실 TV로 이동할 것이라는 가정이 이 전략의 출발점이다. 요약하면 “Z세대가 좋아하는 것을 TV 안에 넣기만 하면, Z세대도 따라 올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다.​

그러나 FASTMaster의 Gavin Bridge는 이 전략이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재활용된 유튜브 콘텐츠 채널은 높은 샘플링(한 번 클릭)은 있겠지만, 낮은 리텐션(30분간 시청)을 보일 것”이다. 즉, 호기심에 한 번쯤 들어와 보는 데에는 성공하겠지만, 그 채널을 ‘머무르는 장소’, 나아가 ‘즐겨찾기 목적지’로 만들지는 못한다는 진단이다. 이는 광고 인벤토리 가치와 장기 시청 습관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치명적인 한계다.​

이 전략이 근본부터 어긋나는 이유는 Z세대가 이 콘텐츠를 ‘왜’ 소비하는지를 플랫폼이 오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에게 MrBeast 영상 시청은 단순한 일방향 시청이 아니라, 댓글로 의견을 남기고, 커뮤니티 밈을 만들고, 트위치·디스코드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 연장선 대화를 이어가는 참여형 경험이다. 유튜브 댓글, 라이브 채팅, 짤 생성과 공유까지 포함된 일련의 행위 전체가 ‘콘텐츠 소비’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FAST로 오면서 이 상호작용 레이어는 통째로 잘려 나가고, 남는 것은 편집 완료된 영상의 수동적 재생뿐이다.​

결국 FAST의 ‘트로이 목마’ 전략은 크리에이터 IP의 인지도만 가져오고, 그 IP를 지탱해 온 핵심 경험—참여·커뮤니티·밈 문화—는 담지 못하는 반쪽짜리 이식에 그친다. Z세대 입장에서 FAST의 크리에이터 채널은 “이미 유튜브에서 본 영상을, 댓글도 없이, 건너뛰기 버튼도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다시 보는 곳” 이상이 되기 어렵다. 플랫폼은 Z세대를 유인하기 위해 금을 실어 넣었다고 생각하지만, Z세대가 찾는 것은 금 그 자체가 아니라 금을 둘러싼 놀이문화라는 점에서, 이 트로이 목마는 시작부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전략이라는 것이 FASTMaster의 결론이다.​

6. 핵심 진단: 콘텐츠와 컨테이너의 구조적 불일치

FASTMaster가 이번 크리에이터 FAST 골드러시에서 가장 크게 경고하는 대목은, 결국 ‘콘텐츠’와 이를 담는 ‘컨테이너(플랫폼 인프라)’ 사이의 구조적 불일치다. Z세대·알파세대가 만든, 혹은 그들을 위해 설계된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를 여전히 부모 세대의 TV 그릇에 그대로 욱여넣으면서도, 업계는 이를 “젊은 층 유입 전략”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용은 2020년대인데 껍데기는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불일치는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발견(디스커버리) 방식의 충돌이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는 사용자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개인화된 피드를 끊임없이 밀어 넣어 주는 구조다. ‘채널을 고른다’기보다 ‘피드에 몸을 맡긴다’는 감각이 강하다. 반면 대부분의 FAST 플랫폼은 여전히 1999년식 전자편성표(EPG)를 전제로 한다. 수백 개 채널이 격자 형태로 배열되어 있고, 시청자는 리모컨으로 위아래, 좌우를 움직이며 일일이 찾아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입장에서 보면 “내 취향을 먼저 이해하고 제안해 주는 피드”에서 “내가 직접 찾아 헤매야 하는 채널 그리드”로의 강제 후퇴에 가깝다.

두 번째 층위는 상호작용의 부재다. 트위치, 유튜브 라이브, 틱톡 라이브 등에서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실시간 커뮤니티 상호작용에 있다. 채팅이 방송 내용을 바꾸고, 시청자의 후원이 연출과 내러티브에 바로 반영되며, 밈과 클립이 다시 다음 회차의 소재가 된다. 이 구조 속에서 시청자는 단순한 ‘뷰어’가 아니라 참여자, 공동 창작자에 가깝다. 그러나 FAST로 이식되는 순간 이 인터랙션 레이어는 통째로 사라진다. 남는 것은 과거 스트림이나 VOD를 일방적으로 트는 리니어 채널뿐이다. 원래는 라이브 커뮤니티의 에너지로 살아 있던 영상이, 상호작용이 제거된 채 “틀어놓기 편한 과거 영상 모음”으로 변하는 순간 좀비 피드가 된다.

세 번째는 포맷과 리듬의 불일치다. 유튜브 숏츠·틱톡·릴스에서 Z세대는 30~60초 단위의 초단편 콘텐츠와, 채널 점프가 거의 마찰 없이 가능한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져 있다. 집중력과 기대치 자체가 이 리듬에 맞춰 재조정된 상태다. 그런데 FAST 편성은 여전히 30분, 60분 블록을 기준으로 한다. 짧은 클립과 스낵형 콘텐츠를 묶어 길게 늘어뜨려 리니어 채널로 재구성하는 방식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언제든 끊고 넘어갈 수 있는 콘텐츠”를 “애매하게 길어진 방송 묶음”으로 바꾸는 효과를 낳는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원래의 장점이었던 짧고 날렵한 호흡이 TV 포맷에 맞추는 과정에서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 세 가지 충돌의 결과물이 바로 FASTMaster가 말하는 ‘좀비 피드’다. 한때는 실시간 반응과 커뮤니티 열기로 살아 있던 콘텐츠가, 상호작용과 알고리즘 피드, 짧은 리듬이라는 핵심 맥락이 제거된 채 TV 그리드 안에 수동적 아카이브 형태로 묻혀 버린다. 채널은 존재하지만 누군가 적극적으로 찾아오지 않고, 우연히 스쳐 지나가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 생기 없는 창고형 피드가 된다. 겉으로는 “크리에이터 골드러시”지만, 실제 서비스 레벨에서는 “죽어 있는 피드의 대량 생산”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Bridge가 The Try Guys 사례에 빗대어 제기한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개념은 이 불일치를 가장 잘 요약한다. 중급 규모 크리에이터가 FAST용으로 TV 친화적인 포맷을 만들기 시작하면, 유튜브에서 가졌던 날것의 진정성과 친밀감은 어느 정도 손질·연출 과정에서 희석된다.

그렇다고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과 정면으로 붙을 만큼의 예산과 제작 퀄리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유튜브 치고는 너무 TV 같고, TV 치고는 애매한” 중간 지대, 즉 어느 쪽 시청자에게도 완전히 사랑받기 어려운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게 된다. 이 지점에서 구조적 불일치는 단순 UX 문제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IP의 포지셔닝과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 리스크로 전환된다.

Z세대 미디어 경험 vs FAST 플랫폼 현실: 구조적 불일치 분석

Z세대가 익숙한 경험

FAST가 제공하는 것

불일치 결과

틱톡: 초효율적 알고리즘 피드

1999년식 투박한 EPG 그리드

발견 방식 충돌

트위치: 실시간 커뮤니티 상호작용

상호작용 제거된 과거 스트림

좀비 피드

유튜브 숏츠: 60초 집중력

30분~1시간 방송 블록

포맷 불일치

유튜브: 진정성 있는 크리에이터

과도하게 세련된 TV 포맷

언캐니 밸리

7. 처방전: EPG는 죽어야 하고, '라이브'는 진짜가 되어야 한다

FASTMaster가 제시하는 처방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첫 문장은 도발적이다. "EPG 그리드가 죽어야 한다(The EPG grid must die)."

” 지금의 FAST UI/UX가 케이블 박스를 모방한 격자형 채널 가이드를 고수하는 한, 아무리 많은 크리에이터 채널을 얹어도 Z세대에게는 ‘부모님 세대 TV의 스킨만 바꾼 버전’ 이상으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FAST의 ‘넥스트 레벨’은 UI/UX 레이어에서의 근본적인 리셋을 요구한다.

핵심 방향은 명확하다. 예약 시청(appointment viewing)을 전제로 한 채널 그리드가 아니라, 틱톡·인스타그램 리스를 닮은 소셜 피드형 ‘Creator Mode’ UI로의 전환이다. 사용자가 특정 시간대·채널 번호를 기억하고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 무한 스크롤을 통해 콘텐츠를 브라우징하고, 알고리즘이 개인화된 추천을 앞단에서 해결하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Z세대가 이미 몸으로 학습한 디스커버리 방식—피드 기반·알고리즘 기반—을 TV 화면에서도 그대로 구현해야 FAST가 ‘목적지’로 인식될 수 있다는 논리다.​

콘텐츠 공급 측면에서 크리에이터 전략 역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Bridge는 현재 대다수 크리에이터 FAST 채널을 “DVD 선반”에 비유한다. 과거 유튜브 영상을 24시간 반복 재생하는 아카이브 채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Z세대가 FAST에서 얻는 가치는 극히 제한적이다. 같은 영상을 이미 유튜브에서 더 나은 검색·추천·댓글 환경과 함께 온디맨드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FAST를 진정한 확장 채널로 만들고 싶다면, 크리에이터는 FAST를 ‘수동적 재방송 창고’가 아니라 ‘라이브 무대’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 제시되는 키워드가 바로 ‘진짜 라이브’다. Bridge는 “FAST의 MrBeast는 현재 단순 재방송일 뿐이지만, MrBeast 라이브 동시송출이 FAST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프리미어·트위치 스트림이 FAST와 동시에 송출되고, TV 화면에서도 실시간 채팅·투표·이모티콘 반응 등 커뮤니티 상호작용이 구현된다면, Z세대에게 FAST는 전혀 다른 의미의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FAST의 원래 정체성인 ‘라이브 리니어(Live Linear)’가 비로소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일치하게 된다.​

반대로, 지금처럼 24시간 자동 재생되는 녹화본 스트림을 ‘라이브 채널’이라고 부르는 관행은 사실상 용어의 기만에 가깝다. 시계만 돌아갈 뿐, 방송은 언제든 멈출 수 있고, 시청자의 존재는 편성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FASTMaster는 “라이브”라는 단어가 다시 실제 실시간성·상호작용·커뮤니티를 의미하게 되는 순간까지, 크리에이터 FAST는 골드러시의 표피적 숫자 성장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가 아닌 ‘영광스러운 아카이브’에 머물 것이라고 경고한다. 진짜 해법은 분명하다. 먼저 EPG를 내려놓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라이브를 진짜 라이브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FAST의 현재와 미래: 패러다임 전환

현재 (문제)

미래 (해결책)

1999년식 EPG 그리드

소셜 피드형 'Creator Mode' UI

예약 시청 중심

브라우징 중심 콘텐츠 패키징

MrBeast on FAST = 단순 재방송

MrBeast 라이브 동시송출 = 혁명

DVD 선반 (수동적 아카이브)

라이브 무대 (능동적 목적지)

저렴한 캐시그랩

진정한 '라이브 리니어'

[FASTMaster 결론]

"'라이브 리니어'의 '라이브'가 진짜가 되기 전까지—그리고 플랫폼들이 이를 저렴한 캐시그랩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추기 전까지—크리에이터 FAST는 목적지가 아닌 영광스러운 아카이브로 남을 것이다."

8. 결론 및 K-콘텐츠 산업에 대한 시사점

FASTMaster Intelligence의 분석은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의 ‘골드러시’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겉으로는 145% 성장, 플랫폼 간 독점 경쟁, ‘뉴 할리우드’의 등장까지 모든 성공 조건이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금을 캐내야 할 인프라—즉 UX·유통·포맷 설계—는 구조적으로 뒤틀려 있다. 핵심 병목은 크리에이터가 만든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와, 그것을 담는 TV 컨테이너 사이의 근본적 불일치다.

Z세대의 미디어 소비 방식은 알고리즘 피드, 실시간 상호작용, 초단편·온디맨드 포맷을 전제로 한다. 반면 대부분의 FAST 플랫폼은 여전히 1990년대식 EPG 그리드, 리모컨 채널 서핑, 30~60분 편성 블록에 갇혀 있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많은 크리에이터 IP를 사들여도 Z세대는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와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좀비 피드’다. 한때는 라이브 커뮤니티와 밈 문화 위에서 살아 움직이던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상호작용이 제거된 채 TV 그리드 속 수동적 아카이브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처방은 방향이 분명하다.

첫째, EPG 중심 UI를 과감히 버리고, 소셜 피드형·Creator Mode UI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라이브 리니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짜 라이브’를 도입해야 한다. 재방송 스트림이 아니라 유튜브·트위치와 동시송출되는 크리에이터 라이브, TV 화면에서도 참여와 커뮤니티를 느낄 수 있는 포맷으로 재구성될 때, FAST는 비로소 ‘목적지(destination)’가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K-콘텐츠 산업에 주어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K-팝, K-드라마, K-예능은 이미 글로벌 팬덤·IP 경쟁력에서 검증된 자산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자산을 FAST에 단순 재탕하는 ‘미국式 좀비 피드’ 모델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할 것인가다. K-콘텐츠 사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전환이다.

  • 단순 라이브러리 재방송이 아닌, FAST 전용 오리지널·라이브 포맷 개발(케이팝 컴백 쇼 동시송출, 팬미팅·팬라이브 등).
  • 레거시 EPG 그리드에 숨어 들어가는 채널이 아니라, 피드형 UI·개인화 추천과 결합된 ‘팬덤 목적지’ 채널 설계.
  • 단기 선지급에 묶인 독점보다, 글로벌 팬덤 확장을 전제로 한 멀티플랫폼·동시 노출 전략의 우선.
  • 삼성 등 이미 실험을 시작한 플레이어와의 협력 속에서, K-콘텐츠·K-크리에이터용 차세대 FAST UX를 함께 정의하는 주도적 역할.

결국, 크리에이터 FAST 골드러시의 진짜 승자는 더 많은 채널을 올린 쪽이 아니라, Z세대에게 “여기가 나를 위한 목적지”라는 확신을 주는 경험을 만든 쪽이 될 것이다. K-콘텐츠는 이미 ‘콘텐츠’ 측면에서는 그 자격을 갖췄다. 남은 과제는, 그 콘텐츠를 담을 새로운 ‘컨테이너’를 누가 먼저, 얼마나 과감하게 재설계하느냐이다.

K-콘텐츠 산업을 위한 전략적 제언

FASTMaster의 진단은 K-콘텐츠 사업자에게 “콘텐츠는 이미 충분히 강력하지만, 잘못된 그릇에 담으면 크리에이터 FAST와 똑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K-팝·K-드라마·K-예능은 글로벌에서 검증된 IP지만, 이를 FAST에 올리는 방식에서 미국 시장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첫째, 단순 라이브러리 재방송이 아닌 FAST 전용 포맷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크리에이터 FAST의 다수 채널처럼 기존 유튜브나 방송분을 24시간 돌려주는 ‘좀비 피드형 K-채널’을 만드는 순간, Z세대에게는 유튜브·OTT 대비 열위 플랫폼일 뿐이다. K-콘텐츠는 컴백 쇼, 팬미팅, 예능 스핀오프, 리액션·비하인드 등 라이브·세컨드 콘텐츠 층이 두꺼운 만큼, 처음부터 FAST 전용 라이브·인터랙티브 포맷을 기획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EPG 그리드 안 어딘가의 숫자 몇 번 채널이 아니라, 피드 기반 ‘팬덤 목적지’를 지향해야 한다. 삼성 TV Plus 등 CTV 환경에서 K-팝·K-드라마 팬을 위한 전용 피드형 허브(예: Creator Mode·Fandom Mode)를 고민해야 하며, 홈·추천 레일·알고리즘 큐레이션 단계부터 K-콘텐츠가 전면에 노출되도록 플랫폼과의 협상·공동 기획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K-채널 1개 론칭”이 아니라 “K-팬 경험 레이어를 어디까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셋째, 독점 선지급금에만 의존하는 딜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 현재 크리에이터 FAST 채널의 70%가 단일 플랫폼 독점에 묶여 유비쿼티를 잃은 것처럼, K-콘텐츠도 특정 TV 브랜드·FAST 한 곳에 과도하게 묶일 경우 글로벌 팬덤 분산과 장기 성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K-콘텐츠의 강점이 이미 다수 플랫폼·국가에 걸친 팬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FAST에서는 플랫폼별 차별화 요소(라이브, 인터랙션, 언어·편집 버전)를 달리 가져가되, 코어 IP 자체는 멀티플랫폼으로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넷째, ‘뉴 할리우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능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Studio71·Samsung Creator Collective·Radial Entertainment 등은 이미 크리에이터 FAST 공급망과 딜 구조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플레이어들이다. K-콘텐츠 사업자는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CTV·FAST 유통을 가속화할 수 있지만, 단순 라이브러리 딜이 아닌 공동 개발·브랜드드 허브 채널·팬덤 참여 포맷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협상해야 한다. 그래야 ‘좀비 피드 속 한 칸’이 아니라, FAST 안의 ‘K-월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K-콘텐츠는 본질적으로 팬덤·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점을 FAST 전략의 최상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라이브 컴백, 글로벌 동시 스트리밍, 투표·챗 기반 예능 포맷 등 팬 참여형 요소를 FAST 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FAST는 단순 재방송 채널이 아니라 “전 세계 팬이 동시에 모이는 거실 이벤트 허브”가 될 수 있다. 미국 크리에이터 FAST가 보여준 실패 사례는 곧 K-콘텐츠에게 주어진 역설적 기회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쪽이, 이 골드러시의 진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 영역

핵심 시사점 및 제언

콘텐츠 전략

삼성의 '스튜디오/네트워크'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K-콘텐츠를 FAST에 올리는 어그리게이터 접근법은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K-콘텐츠 오리지널을 직접 커미셔닝하고, FAST 전용 포맷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 경쟁력의 원천이다. 특히 K-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FAST 진출 시 딜 구조(Talent Partnership vs Library Deal vs Originals Deal)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상호작용성

K-콘텐츠의 핵심 강점인 팬덤 기반 상호작용을 FAST 환경에 이식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K-팝 라이브 공연, 팬미팅, 아이돌 버라이어티 등을 FAST에서 실시간 동시송출하고, TV 화면에서도 팬 인터랙션이 가능한 '진정한 라이브' 포맷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좀비 피드'가 아닌 '목적지'로 차별화할 수 있다.

UI/UX 혁신

레거시 EPG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소셜 피드형 'Creator Mode' UI와 알고리즘 기반 개인화는 글로벌 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삼성 TV Plus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차세대 UI를 선제 적용하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 기업 삼성이 크리에이터 FAST 시장에서 혁신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K-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유통 전략

독점(단기 선지급금) vs 멀티플랫폼(장기 유기적 성장) 간 트레이드오프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시장의 70%가 단일 플랫폼 독점이지만, 이는 유튜브의 핵심 DNA(규모와 유비쿼티)와 충돌한다. K-콘텐츠의 글로벌 팬베이스가 여러 플랫폼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독점 전략은 오히려 도달력을 제한할 수 있다.

파트너십

'뉴 할리우드'(Studio71, Samsung, Radial)와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크리에이터 FAST 시장의 유통망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Radial Entertainment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FilmRise가 초기에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라이브러리 딜을 확보한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K-콘텐츠 사업자들도 이 시장 형성기에 전략적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맺음말: 골드러시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크리에이터 FAST 시장에서 골드러시가 진행 중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채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플랫폼 간 딜 경쟁은 과열 양상에 가깝다. 하지만 역사상 대부분의 골드러시에서 그랬듯, 금광에 직접 들어간 이들보다 곡괭이·삽·장비를 판 이들이 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 FAST 생태계에서도 가장 먼저 수혜를 보고 있는 쪽은, 선지급금을 받는 개별 크리에이터라기보다 플랫폼 간 경쟁을 부추기며 콘텐츠 가격을 끌어올린 딜 메이커·유통사·중개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장기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누가 골드러시의 구조적 결함을 먼저 해결하느냐’가 될 것이다. 1999년식 EPG에 의존하는 UX를 걷어내고, 틱톡·인스타그램을 닮은 소셜 피드형 경험을 TV 화면에 구현하는 플랫폼, 과거 영상 재방송 채널이 아니라 진짜 라이브·실시간 상호작용을 전제로 포맷을 설계하는 크리에이터, Z세대의 소비 리듬(알고리즘 피드·참여·초단편)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다시 디자인하는 스튜디오가 이 시장의 ‘세컨드 웨이브’를 이끌 것이다. 이들은 좀비 피드로 가득 찬 채널 그리드 위에서, 소수지만 강력한 ‘목적지(destination) 채널’을 구축하는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된다.

K-콘텐츠 산업에는 이 전환기가 분명한 기회이자 시험대다. K-팝과 K-드라마는 이미 글로벌 SVOD·유튜브 환경에서 파괴력을 입증했다. FAST에서도 같은 성과를 재현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만, 미국 플랫폼들이 저지르고 있는 전형적인 실수—콘텐츠만 쌓아두고 컨테이너(UX·유통·포맷)는 방치하는 접근—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K-콘텐츠 역시 좀비 피드 속 한 칸에 머물 뿐이다. 팬덤 기반 상호작용, 라이브 이벤트, 글로벌 동시성이라는 K-콘텐츠 고유의 강점을 FAST라는 컨테이너 안에서도 끝까지 유지·확장하려는 전략적 집착이 필요하다. 그때 K-콘텐츠는 단순히 골드러시에 ‘참여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골드러시 이후 지형을 설계하는 진짜 승자로 남을 수 있다.


본 리포트는 FASTMaster Intelligence의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K-EnterTech Hub에서 분석·작성했습니다.

원문: "The Creator Economy's TV Problem" (Gavin Bridge, 2026.1.29)

https://www.fastmaster.media/the-creator-economys-tv-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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