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오픈AI·스페이스X 주주가 됐다… 제이크 폴의 2441억원 펀드

크리에이터의 수익 모델이 광고 출연료에서 기업 지분과 벤처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 제이크 폴의 안티 펀드는 운용자산 1억8000만 달러를 넘겼고, 스티븐 바틀릿은 최대 4억 달러의 투자를 추진한다. 한국도 역할별 지분율, 권리 확정 조건, 투자 사실 공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조회수가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 성과다.

유튜버가 오픈AI·스페이스X 주주가 됐다… 제이크 폴의 2441억원 펀드

안티 펀드 운용자산 1억8000만 달러 돌파… 콘텐츠 유통력을 투자 경쟁력으로
바틀릿은 최대 4억 달러 투자 계획… 지분율보다 참여 범위와 회수 조건이 관건

크리에이터가 만든 관심이 콘텐츠·격투 프로모션·방송 편성·벤처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 그래픽=케이엔터테크허브

유튜버의 영향력이 벤처 투자의 경쟁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이크 폴(Jake Paul)이 공동 설립한 투자사 안티 펀드(Anti Fund)는 지난 6월 성장 단계 펀드 ‘그로스 I(Growth I)’을 목표액보다 많은 1억 달러(약 1356억원)에 모집 마감했다. 회사 전체 운용자산은 1억8000만 달러(약 2441억원)를 넘어섰다. 투자 대상에는 오픈AI(OpenAI), 스페이스X(SpaceX), 안두릴(Anduril) 등이 포함돼 있다.

안티 펀드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자금만이 아니다. 폴은 인스타그램 2800만 명, 유튜브 2100만 명, 틱톡 20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이자 프로 복서다. 공동 설립한 복싱 프로모션 회사 MVP(Most Valuable Promotions)를 통해 경기 기획과 흥행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콘텐츠와 스포츠를 통해 확보한 대중의 관심을 투자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안티 펀드의 전략이다.

회사 홈페이지의 문구는 이를 압축한다. “자본은 상품이지만 관심은 아니다(Capital is a commodity. Attention is not).” 투자금 자체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지만,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반응을 끌어내는 능력은 별도의 경쟁력이 된다는 뜻이다.

폴은 앵클러(The Ankler)의 뉴스레터 ‘라이크 앤드 서브스크라이브(Like & Subscribe)’ 인터뷰에서도 관심과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자에게 자금뿐 아니라 고객을 만날 통로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앞세워 유망 기업과의 투자 협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펀드 운용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디지데이(Digiday)는 9월 24일 크리에이터가 전략 자문과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하는 대가로 스타트업 지분을 받는 계약을 소개했다. 투자 플랫폼 체럽(Cherub)의 가이드가 제시한 시드 단계 지분율은 역할에 따라 0.1~3%다.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기업가인 스티븐 바틀릿(Steven Bartlett)은 어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과 손잡고 크리에이터 사업에 최대 4억 달러(약 5425억원)를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외부 자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하는 안티 펀드, 서비스의 대가로 지분을 받는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의 사업을 육성하는 바틀릿의 모델은 서로 다르다. 다만 크리에이터를 광고 출연자로만 보지 않고, 기업 성장에 참여하는 사업 파트너로 평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향력의 대가를 일회성 광고비뿐 아니라 지분과 장기적인 사업 수익으로 나누려는 움직임이다.

Jake Paul
WHATS UP?! I’m Jake Paul.29 y/o pro boxer. You probably stink, get W at Walmart 😊 FAHLO ME OTHER SOCIAL MEDIAS Instagram: jakepaulTikTok: jakepaulTwitter: jakepaulSnapchat: jakepaul19 Business: brands@jakepaul.com

6초 영상에서 복싱 흥행으로… 투자사까지 세운 제이크 폴

1997년생인 폴은 2013년 6초짜리 영상을 공유하는 앱 바인(Vine)에서 이름을 알린 뒤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디즈니 채널 시트콤 ‘비자드바크(Bizaardvark)’에도 출연했지만, 이웃과의 소음 분쟁 등으로 논란을 빚던 시기에 하차했다. 짧은 영상과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이후 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했다.

2020년 프로 복싱에 데뷔한 폴은 전직 격투기 선수와 농구 선수 등 다양한 상대와 경기를 치르며 화제를 모았다. 2021년에는 나키사 비다리안(Nakisa Bidarian)과 MVP를 공동 설립해 선수 관리와 경기 기획·홍보를 직접 맡기 시작했다. 콘텐츠로 관객을 모으던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출전하는 경기의 흥행까지 사업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 독자에게는 대형 유튜버가 복싱 프로모션 회사를 차리고 직접 간판선수로 나서는 모습에 가깝다.

안티 펀드 역시 2021년 출범했다. 폴은 기업가 제프 우(Geoff Woo)와 함께 시장이 아직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창업자와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안티(Anti)’라는 이름에도 기존 투자 관행과 다른 시각으로 기회를 찾겠다는 뜻을 담았다.

우 대표는 스탠퍼드 출신 엔지니어로, 위치 공유 앱 글래스맵(Glassmap)을 창업해 2013년 그루폰(Groupon)에 매각한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은 기술·사업을 평가하는 투자 역량과 대중에게 제품을 알리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을 결합했다. 우 대표가 투자 판단과 운용을 중심으로 맡고, 폴은 출자자 모집과 투자 대상 발굴, 투자 기업 홍보에 참여하는 구조다.

유명인이 개인 자금으로 스타트업 주식을 사는 엔젤 투자와는 운용 방식이 다르다. 안티 펀드는 외부 출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로 투자하고, 그 성과를 출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벤처 투자사다. 형 로건 폴(Logan Paul)도 2025년 12월 펀드 운용에 참여하는 제너럴 파트너(GP)로 합류했다.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를 투자 기회로 연결하되, 최종 평가는 다른 투자사와 마찬가지로 실제 수익을 통해 받아야 한다.

구분

내용

제이크 폴

1997년생 미국 크리에이터·프로복서. 인스타그램 2800만·유튜브 2100만·틱톡 2000만 구독

로건 폴

형. 크리에이터 겸 WWE 레슬러. 2025년 12월 안티 펀드 제너럴 파트너 합류

제프 우

안티 펀드 공동창업자·운용 총괄. 글래스맵 창업 후 2013년 그루폰에 매각

안티 펀드

2021년 설립 벤처 투자사. 운용자산 1억8000만 달러, 오픈AI·스페이스X·안두릴 보유

MVP

폴이 세운 복싱 프로모션. 2026년 7월 30일 종합격투기 단체 PFL과 합병 발표

베터(Betr)

폴이 공동창업한 스포츠 베팅 앱. 2024년 3월 기업가치 3억7500만 달러(블룸버그)

자료=안티 펀드 발표, 앵클러·블룸버그·스포츠프로 보도 종합

기관 자금에 투자 전문인력까지… 안티 펀드의 운용 구조

안티 펀드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투자 펀드를 나눠 운용한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I’은 2025년 12월 3000만 달러(약 407억원) 규모로 모집을 마쳤다.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그로스 I’은 올해 6월 목표액을 넘긴 1억 달러(약 1356억원)를 모았다. 회사 전체 운용자산은 1억8000만 달러(약 2441억원)를 넘어섰다.

투자 범위는 창업 직후인 프리시드·시드 단계부터 성장 단계와 상장 전 기업까지 아우른다. 건당 투자금은 25만~3000만 달러 수준으로, 투자 유치를 주도하거나 다른 투자사와 함께 참여한다. 초기에는 기술과 창업자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출자자 구성에서도 전문 투자사로서의 성격이 드러난다. 6월 발표에 따르면 아쿠아리안 홀딩스(Aquarian Holdings)는 벤처 I과 그로스 I의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헤지펀드 D.E.쇼 출신 대니얼 미칼로(Daniel Michalow), 비트코인 채굴 기업 허트8(Hut 8)의 애셔 제누트(Asher Genoot) 최고경영자도 출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를 앞세우면서도 자금 조달 기반은 기관과 전문 투자자로 넓힌 것이다.

운용 조직에도 금융·투자 분야 경력자가 참여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요 인력은 다섯 명이다. 공동창업자인 제프 우와 제이크 폴이 운용을 총괄하는 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로건 폴은 펀드 운용에 참여하는 제너럴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안티 펀드의 펀드별 규모와 운용자산 합계. 자료=안티 펀드 발표(2026년 6월 18일)

구분

규모

시기·내용

운용자산 합계

1억8000만 달러(약 2441억원)

2026년 6월 기준

그로스 I

1억 달러(약 1356억원)

2026년 6월 18일 모집 초과 마감, 성장 단계

벤처 I

3000만 달러(약 407억원)

2025년 12월 마감, 초기 단계

투자 단위

25만~3000만 달러 이상

건당 수표 규모, 리드·참여 모두 가능

투자 단계

프리시드·시드 / 그로스·프리IPO

초기와 성장을 나눠 담는 구조

주요 출자자

아쿠아리안 홀딩스 등

아쿠아리안 운용자산 271억 달러(약 36조8000억원)

자료=안티 펀드 홈페이지 및 발표(2026.6.18), 넷인플루언서 보도

파트너 스티브 한(Steve Han)은 투자사 마치 캐피털(March Capital)과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를 거쳤다. 자금 모집을 총괄하는 로라 브래디(Laura Brady)는 제이크 폴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최고경영자도 겸한다. 투자 검토와 운용뿐 아니라 출자자 확보를 담당하는 인력을 별도로 둔 구조다.

안티 펀드가 결합하려는 것은 전문 투자사의 자금·운용 역량과 크리에이터의 대중 접근 능력이다. 기관 자금과 투자 인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개인적인 유명인 투자와 구분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조합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안티 펀드 홈페이지 첫 화면. “자본은 상품이지만 관심은 아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초기 기술 창업자와 성장 단계의 선도 기업에 자금·사업 판단·고객 접근 역량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안티 펀드 홈페이지(antifund.com)

오픈AI부터 소비재 브랜드까지… 기술 투자와 크리에이터 사업의 결합

안티 펀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투자 기업은 40곳이 넘는다. 분야별로 보면 AI·인프라·안보, 소프트웨어·금융, 소비재·브랜드 등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설립한 투자사지만, 투자 대상이 콘텐츠나 소비재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첫 번째 축은 기술과 산업 인프라다. 오픈AI,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함께 로봇 AI 기업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AI 코딩 기업 코그니션(Cognition)이 이름을 올렸다. 무인 수상정 업체 사로닉(Saronic), AI 반도체 설계사 엣치드(Etched), 핵융합 에너지 기업 헬리온(Helion), 터널 개발 기업 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도 포함돼 있다.

두 번째 축은 소프트웨어와 금융 서비스다. 법인카드·기업 지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램프(Ramp),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거래하는 폴리마켓(Polymarket), 음성 AI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용 업무 도구부터 금융 플랫폼, 콘텐츠 제작 기술까지 투자 범위가 넓다.

세 번째 축은 소비재와 소비자 대상 서비스다. 수면 기술 기업 에이트슬립(Eight Sleep), 음료 브랜드 올리팝(Olipop)과 해피대드(Happy Dad), 크리에이터 구독 플랫폼 패시스(Passes), 제라르 피케가 설립한 축구 리그 킹스리그(Kings League), 폴이 공동 창업한 베터(Betr)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구독과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포함하는 영역이다.

분류주요 포트폴리오
AI·인프라·안보오픈AI, 안두릴, 스페이스X, 피지컬 인텔리전스, 코그니션, 사로닉, 엣치드, 헬리온, 모달, 보링컴퍼니
소프트웨어·금융램프, 폴리마켓, 일레븐랩스, 에레보어, 라이터, 클루리
소비재·소비자 서비스에이트슬립, 베터, 올리팝, 오츠 오버나이트, 완더, 케톤IQ, 패시스, 킹스리그, 해피대드
회사가 공개한 인수·상장 사례크로노스피어(인수사: 팔로알토 네트웍스), 레일(리플), 에어로돔(플록 세이프티), 메티스(도어대시), 포크닷컴(코그니션), 스페이스X 상장

자료=안티 펀드 홈페이지 포트폴리오 페이지. 인수·상장 사례는 회사의 공개 목록을 기준으로 하며, 해당 거래가 안티 펀드의 실제 지분 매각이나 현금 회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제시한 핵심 투자 분야는 AI, 로보틱스, 방위, 에너지, 반도체, 제조와 차세대 산업 인프라다. 소프트웨어와 소비자 기술에도 선별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개된 기업 목록만으로 분야별 투자금 비중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이 가운데 소비재와 소비자 서비스는 폴의 콘텐츠 채널을 제품 홍보와 고객 확보에 직접 활용하기 쉬운 분야다.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소개하거나 이용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면 소비자의 구매·가입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방산·에너지·산업 인프라는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 기업·기관 고객과의 계약이 중요해 대중적 인지도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안티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이 두 영역을 함께 담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소비자 사업에 투자하면서, 전문적인 기술·사업 판단이 필요한 산업으로도 범위를 넓힌 것이다. 따라서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도 폴의 홍보가 고객 확보에 기여한 부분과 투자 기업 자체의 기술·사업 경쟁력이 만든 성과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금에 홍보 역량을 더한다… 소라 사례로 본 크리에이터의 역할

안티 펀드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투자 이후에도 기업의 고객 확보와 제품 홍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와 대중적 인지도를 사업 성장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의 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2(Sora 2)는 이러한 접근을 보여주는 사례다.

폴은 안티 펀드를 통해 오픈AI에 투자했으며, 소라2 출시 전부터 제품팀에 의견을 전달했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이용한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고, 폴에 따르면 그를 등장시킨 영상은 엿새 만에 누적 조회수 10억 회를 넘겼다(제이크 폴의 공개 게시물).

우 대표는 앵클러 인터뷰에서 이러한 노출을 광고로 확보하려면 약 5000만 달러(약 678억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홍보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추정치이지 실제 광고 매출이나 투자 수익은 아니다. 안티 펀드가 광고비 대신 오픈AI 지분을 받았다는 의미도 아니다. 투자자로 참여한 뒤 제품 확산에 힘을 보탠 사례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규모 노출이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픈AI는 올해 3월 소라 앱 종료 방침을 발표했다(CNN). 초기 관심을 끌어내는 능력과 이용자를 유지하며 수익을 내는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화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폴이 공동 창업한 베팅 앱 베터(Betr)는 HBO 드라마 ‘안투라지(Entourage)’를 패러디한 광고에 원작 배우 제러미 피번(Jeremy Piven)과 에이드리언 그리니어(Adrian Grenier)를 출연시켰다가 HBO로부터 중단 요구서를 받았다. 베터는 버라이어티에 HBO가 두 배우를 소유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사례는 크리에이터의 홍보 역량을 활용할 때도 콘텐츠와 브랜드의 권리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유명인의 참여와 온라인 화제성이 광고 효과를 높일 수는 있지만, 작품과 캐릭터 등 기존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제이크 폴의 플랫폼별 구독자 규모. 자료=앵클러 9월 23일자

복싱·종합격투기·방송으로 확장… 팔로워 밖에서 관객을 만난다

폴의 영향력은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만 기반하지 않는다.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 사업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고, 선수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사업 기반은 안티 펀드가 내세우는 홍보 역량을 이해하는 또 다른 축이다.

폴이 2021년 나키사 비다리안(Nakisa Bidarian)과 공동 설립한 MVP는 올해 7월 말 종합격투기 단체 PFL(Professional Fighters League)과 합병을 발표했다. 복싱과 종합격투기를 아우르는 사업으로 확장하고, MVP MMA라는 이름으로 2027년 새 미국 중계 파트너와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ESPN).

합병에 따른 선수 규모는 약 400명이며, PFL은 해외 시장에서 34개의 중계 계약을 확보하고 있다(SportsPro). 이는 폴이 개인 채널을 넘어 스포츠 중계 시장과 접점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다만 중계 계약은 스포츠 콘텐츠를 유통하는 계약이지, 폴이나 안티 펀드가 방송사의 편성이나 광고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합병 이후 경영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합병 법인을 이끌던 존 마틴(John Martin)은 9월 22일 사임을 발표하고, 다음 단계를 이끌 인물로 MVP 공동창업자 비다리안을 지목했다(MMA Fighting). 투자자 명단에는 아랍에미리트의 885캐피털(885 Capital)과 미국 나이트헤드 캐피털 매니지먼트(Knighthead Capital Management)가 포함돼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도 추진되고 있다. 데드라인은 9월 10일 훌루(Hulu)와 ESPN이 폴 형제가 참가자를 지도하는 격투 서바이벌 예능의 제작을 공동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두 플랫폼이 한 시리즈의 제작을 함께 승인한 첫 사례로, 제작에는 휠하우스(Wheelhouse)와 MVP가 참여하며 촬영은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Deadline).

프로그램은 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제이크 폴과 로건 폴이 각각 지도하는 방식이다. 합숙 훈련과 대결을 통해 탈락자를 가리며, 종합격투기와 복싱, 레슬링, 주짓수 등 여러 종목을 다룬다. 폴은 이를 MVP에서 활동할 신인 선수를 발굴하는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방송에서 인지도를 얻은 선수가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고, 경기와 관련 콘텐츠가 다시 새로운 시청자를 모으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개인 채널의 인기를 스포츠와 방송 사업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안티 펀드가 창업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강점도 이러한 활동에서 나온다. 다만 폴의 스포츠 사업과 방송 출연이 곧 투자 기업의 홍보 기회나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유통 채널과 연결돼 있느냐보다, 그 접점을 투자 기업의 고객 확보와 지속적인 사업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자문 0.1~0.3%, 장기 협업은 최대 3%… 크리에이터 지분 배분 기준 등장

폴처럼 투자사를 세워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뿐 아니라, 스타트업에 전략을 조언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해 주고 주식을 받는 방식도 등장했다. 디지데이는 9월 24일 투자 플랫폼 체럽(Cherub)이 만든 크리에이터 지분 참여 가이드를 소개했다.

창업자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해 온 체럽은 이달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 있는 크리에이터 100명을 모아 비공개 행사를 열었다. 가이드는 창업 초기인 시드 단계 기업을 기준으로, 크리에이터의 역할과 참여 범위에 따라 지분을 얼마나 배분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업계 전체에 적용되는 확정 가격표라기보다 계약 협상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역할

시드 단계 지분율

비고

자문(어드바이저리)

0.1~0.3%

전략 자문 중심

자문 + 콘텐츠 제작

0.25~0.75%

캠페인 실행까지 포함

장기 협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0.75~3%

브랜드 방향 설정까지 참여

자료=체럽 가이드, 디지데이 9월 24일자 재인용

기업에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 제작과 브랜드 운영까지 맡을수록 지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팔로워 수만으로 보상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맡는지가 계약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실제 참여 사례도 나오고 있다.

소셜 패션 앱 드립테일(Driptail)은 크리에이터를 지분 투자자로 영입했으며,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이용자가 60배로 늘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이용자 증가가 전적으로 크리에이터 참여 덕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플루언서 알릭스 얼(Alix Earle)도 2024년 음료 브랜드 포피(Poppi)에 전략적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벤처캐피털 바우쿤스트(Baukunst)의 케이트 맥앤드루(Kate McAndrew)는 디지데이에 이런 거래의 핵심이 단순한 노출보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 전략에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팔아야 하는지 기업에 조언한다는 의미다. 크리에이터 마케팅 대행사 제리(JERi)의 공동창업자 로스 옐로리스(Ross Yellowlees)도 같은 기사에서 크리에이터를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가 기업에 투자하는 흐름과 함께, 크리에이터의 사업에 외부 자본을 투입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인지도를 소비재 브랜드와 제품 판매로 연결하려는 투자다.

버라이어티와 더랩(TheWrap)에 따르면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기업가인 스티븐 바틀릿(Steven Bartlett)은 리복·에디바우어 등 50개 이상 브랜드를 보유한 어센틱 브랜즈 그룹과 OBSN을 출범시켰다. 양측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사업에 최대 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이미 모집을 마친 펀드 규모가 아니라 향후 투자 목표라는 점에서 안티 펀드의 운용자산과 구분해야 한다.

포브스도 6월 기사에서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의 콘텐츠·소비자 소통 전략을 이끄는 ‘최고 크리에이터 책임자’나 초기 기업에 자금을 대는 엔젤 투자자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고 짚었다. 광고에 출연하고 보수를 받는 관계에서 벗어나, 사업 운영과 성장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지분으로 나누는 관계로 확장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자본 기구의 규모 비교. 자료=안티 펀드 발표, 버라이어티·더랩 보도

한국도 성과형 보상으로 이동… 다음 과제는 지분 계약의 기준

한국 크리에이터 시장에서도 기업과의 협업이 단발성 광고에서 장기 파트너십으로 옮겨 가고 있다. 포트원(PortOne)이 9월 발간한 ‘인플루언서 이코노미 리포트 2026’은 이러한 변화와 함께 판매 실적 등 성과에 연동한 보상이 확대되는 흐름을 소개했다. 기업이 크리에이터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제품을 알리는 데서 실제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과형 보상과 지분 참여는 다르다. 판매 수수료와 매출 배분은 발생한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방식이지만, 지분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실패 위험을 함께 떠안는 계약이다. 당장 받을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미래의 기업가치 상승에 참여하는 만큼, 협업 기간과 업무 범위뿐 아니라 투자 조건까지 따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 거래를 설계하는 기준이 등장하고 있다. 체럽은 크리에이터의 역할에 따른 지분 배분 가이드를 제시했고, 안티 펀드는 외부 출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사로 성장했다. 바틀릿과 어센틱 브랜즈의 OBSN은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사업에 자본과 브랜드 운영 역량을 투입하려 한다. 서비스의 대가로 지분을 받는 계약, 펀드를 통한 투자, 크리에이터 사업 육성은 서로 다른 모델이지만,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기업의 성장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이다.

한국에서 먼저 필요한 것도 이 차이를 반영한 계약 기준이다. 콘텐츠 몇 편을 제작하는지, 브랜드 전략과 제품 개발에 어디까지 참여하는지에 따라 보상 구조를 달리해야 한다. 일정 기간 활동해야 지분 권리가 확정되는 베스팅, 주식을 팔 수 없는 기간인 락업, 중도 계약 해지 시 지분 처리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소속사가 있다면 지분을 크리에이터 개인과 소속사 중 누가 보유하는지, 전속계약이 끝난 뒤 권리는 어떻게 유지되는지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

투자와 홍보를 겸할 때의 이해관계 공개도 중요하다. 자신이 지분을 가진 기업의 제품을 소개한다면 소비자가 그 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는 마케팅 협업이지만, 크리에이터에게는 자산 가치가 걸린 거래이기 때문이다.

전망… 조회수보다 사업 성과, 펀드 규모보다 실제 회수액

안티 펀드의 다음 과제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투자 기업의 인수·상장 등을 회수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다만 개별 기업의 인수 금액이나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곧 안티 펀드의 수익은 아니다. 투자 원금과 지분율, 실제 매각 여부와 출자자에게 돌려준 금액을 알아야 성과를 판단할 수 있다.

올해 6월 모집을 마친 1억 달러 규모의 그로스 I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유명 기업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사실과 그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것은 별개다. 회수 시점 역시 펀드 결성 연도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보유 기업의 성장과 상장·매각 여건, 실제 투자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는 투자 성과다. 보유 지분의 평가액뿐 아니라 실제 매각 대금과 출자자 배분액을 봐야 한다.

둘째는 크리에이터가 투자 기업에 기여한 사업 성과다. 콘텐츠 노출이 신규 고객 확보와 구매, 재구매로 얼마나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셋째는 영향력의 지속성이다. MVP·PFL의 중계권 계약과 훌루·ESPN 예능의 시청 성적, 후속 시즌 여부는 폴이 대중과 접점을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이들 사업의 성적을 펀드 수익률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는 제품을 알리고 초기 고객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품 경쟁력과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심이 기업가치로 남기 어렵다. 크리에이터가 투자자이자 홍보 주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사업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과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해외의 대형 펀드 규모를 따라가기보다, 각자의 기여와 위험을 어떤 조건으로 나눌지부터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연료 5000만원과 지분 0.5%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지분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기업가치와 주식의 권리, 추가 투자에 따른 지분 희석, 권리 확정 조건, 실제 매각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현금 보상과 지분을 섞어 당장의 제작비와 장기적인 성장 참여를 나누는 방식도 선택지다.

크리에이터 지분 참여는 광고비를 없애는 수단이 아니다.

기업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와 고객 이해를 장기적인 사업 역량으로 확보하고,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기여한 성장의 일부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한국 시장의 과제는 팬덤에 얼마의 가격을 붙일지가 아니라, 그 팬덤이 만든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공정하게 나눌지에 있다.

그 기준을 갖춰야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일회성 광고 수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주: 안티 펀드의 포트폴리오와 회수 사례는 회사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개별 거래의 투자 시점과 지분율, 실제 회수액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 인수 금액이나 상장 기업가치를 펀드 수익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OBSN의 최대 4억 달러는 향후 투자 계획으로, 안티 펀드의 운용자산과는 성격이 다르다. 출연료 5000만원과 지

출처

· Anti Fund 공식 홈페이지(팀·포트폴리오·회수 사례·투자 기준). https://antifund.com/

· The Ankler, Natalie Jarvey, ‘Like & Subscribe’, “Jake Paul Takes Me Inside His $180M Venture Fund”(2026.9.23). https://likeandsubscribenews.substack.com/p/jake-paul-takes-me-inside-his-180m

· Anti Fund 보도자료, “Anti Fund Closes Oversubscribed $100 Million Growth Fund; Firm AUM Tops $180 Million”(2026.6.18). https://finance.yahoo.com/small-business/articles/anti-fund-closes-oversubscribed-100-140000618.html

· Net Influencer, 안티 펀드 운용자산·출자자 보도(2026.6). https://www.netinfluencer.com/jake-logan-pauls-anti-fund-tops-180m-aum-with-oversubscribed-growth-vehicle/

· Digiday, “From brand deals to equity deals: creators want a stake, not just a fee”(2026.9.24). https://digiday.com/media/from-brand-deals-to-equity-deals-creators-want-a-stake-not-just-a-fee/

· Variety, “Steven Bartlett Partners With Authentic Brands to Launch OBSN”(2026.9). https://variety.com/2026/digital/news/steven-bartlett-obsn-steven-com-authentic-brands-creators-1236860849/

· TheWrap, “Podcaster Steven Bartlett Wants to Invest $400 Million in Creator Businesses”(2026.9). https://www.thewrap.com/industry-news/tech/creatorverse-steven-bartlett-invest-400-million/

· Forbes, “The Rise Of The Chief Creator Officer And The Creator Angel Investor”(2026.6.1). https://www.forbes.com/sites/karineldor/2026/06/01/the-rise-of-the-chief-creator-officer-and-the-creator-angel-investor/

· Inc., “Creators Don’t Just Want Brand Deals Anymore. They Want Equity”. https://www.inc.com/michael-kaye/creators-dont-just-want-brand-deals-anymore-they-want-equity/91403534

· PFL 보도자료, “Most Valuable Promotions and Professional Fighters League Merge to Create a New Global Combat Sports Platform Powerhouse”(2026.7.30). https://pflmma.com/news/most-valuable-promotions-and-professional-fighters-league-merge-to-create-a-new-global-combat-sports-platform-powerhouse

· SportsPro, “PFL’s merger with Jake Paul’s MVP is latest convergence of boxing and MMA but can it take on UFC?”(2026.8). https://www.sportspro.com/opinions/finance-investment/pfls-merger-with-jake-pauls-mvp/

· POST Wrestling, “ESPN & Hulu to launch combat sports reality competition hosted by Jake & Logan Paul”(2026.9.10). https://www.postwrestling.com/2026/09/10/report-espn-hulu-to-launch-combat-sports-reality-competition-hosted-by-jake-logan-paul/

· Deadline, “Jake & Logan Paul Land Fight Competition Series At Hulu & ESPN”(2026.9.10). https://deadline.com/2026/09/jake-logan-paul-land-fight-competition-series-hulu-espn-1237072912/

· Bloomberg, “Jake Paul’s Betr Startup Raises Funds at $375 Million Valuation”(2024.3.6).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03-06/jake-paul-s-betr-sportsbook-startup-raises-funds-at-375-million-valuation

· Variety, 베터-HBO 중단 요구 보도(2026.9). https://variety.com/2026/tv/news/jake-paul-betting-app-hbo-entourage-cease-and-desist-1236872384/

· 스타트업엔, 「포트원, ‘인플루언서 이코노미 리포트 2026’ 발간」(2026.9). https://www.startupn.kr/news/articleView.html?idxno=59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