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통합·광고 공백·AI 논의가 한자리에…KBS 차기 경영진의 해외 진출과 새 수익 구상은 유통 계약과 권리 설계가 관건
미국방송협회(NAB)가 주최하는 NAB 쇼 뉴욕 2026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재비츠센터에서 개막해 이틀간 열린다. 첫날 무대에는 미디어 기업의 규모 경쟁과 선거 이후 지역 TV의 광고 전망이 올랐고, 둘째 날에는 크리에이터 사업화와 스트리밍의 미래, 뉴스룸 AI 실무가 이어진다. 의제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같은 물음으로 모인다. 방송사가 확보한 시청자와 콘텐츠를 앞으로 무엇으로 수익화할 것인가.
같은 물음은 한국 공영방송 KBS 앞에도 놓여 있다. 행사 하루 전인 20일, KBS 이사회는 이태현 전 콘텐츠웨이브 대표를 제28대 사장 임명 제청 대상자로 의결했다. 이 후보자는 취임 첫해 적자를 멈추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AI 현지화를 활용한 북미 FAST와 가구별 맞춤형 TV 광고를 새 수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해외 창구를 늘리고 새 기술을 들이는 것만으로 공약을 이룰 수는 없다. 누가 KBS 콘텐츠를 팔고, 비용을 뺀 뒤 얼마를 돌려받으며, 어떤 권리를 남기느냐에 따라 구상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지가 갈린다.

NAB 쇼 뉴욕 재비츠센터 로비의 참관객들. 사진=NAB. 제공

첫해 적자 해소 공약에 필요한 것은 사업별 계산서

이사회 의결로 KBS 사장 선임 절차는 한 단계를 넘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 임명이 남아 있어 취임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994년 KBS PD로 입사한 이 후보자는 콘텐츠사업국장을 거쳐 콘텐츠웨이브 대표를 지냈다. 제작 현장과 국내외 유통, 플랫폼 경영을 모두 거친 경력이 이번 수익 구상의 바탕이 됐다.
공약을 평가하려면 KBS의 수입 구조부터 봐야 한다. 2025년 결산에서 KBS 총수입은 1조2445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수신료가 6196억원으로 49.8%를 차지했다. 광고 수입은 13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줄었고, 사업 적자는 996억원이었다. 수신료는 광고가 줄어든 만큼 늘어나는 재원이 아니다. 따라서 적자를 메우려면 콘텐츠 판매와 신규 광고로 얼마를 더 벌고 비용을 얼마나 줄일지 사업별 목표가 숫자로 나와야 한다.
이 후보자는 17일 정책 발표에서 드라마·예능에 자원을 모으고 완주율과 재시청 여부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5~10명이 14주 안에 기획부터 출시까지 맡는 '스파크셀' 조직도 제안했다. 이런 조직이 성과를 내려면 이름보다 예산과 결정 권한이 먼저 주어져야 한다. 작은 팀이 판권 검토, 현지화, 광고 판매, 데이터 분석을 바로 활용할 수 없다면 출시는 빨라져도 수익을 확인하는 데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첫해 적자 해소라는 목표도 신규 수익의 기여분과 비용 절감의 기여분을 나눠서 봐야 한다. 자산을 한 번 팔거나 투자를 줄여 결산이 나아진 것과, 해마다 반복되는 판매 수입이 늘어난 것은 경영 성과로서 의미가 다르다. FAST와 맞춤 광고의 예상 매출과 집행 비용, 손익분기 시점을 따로 공개해야 공약이 지속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지역 TV의 광고 공백, 해법은 판매 방식에 있다
NAB 쇼는 방송 장비 전시회를 넘어, 스트리밍 시대에 미국 TV 방송국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논의하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올해 NAB 쇼 뉴욕도 중간선거 이후의 지역 광고시장을 주요 의제로 올렸다. 미국 지역 TV는 2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와 지역 스포츠 중계에 매출을 크게 기대 왔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Netflix)도 지역 뉴스와 지역 생중계 영역까지는 차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지역'은 미국 방송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기반이다.
하지만 이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A는 미국 지역 광고시장의 정치광고가 2026년 97억 달러에서 2027년 11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TV뿐 아니라 여러 매체를 합한 규모다. 같은 기간 지역 광고시장 전체는 1861억 달러에서 1865억 달러로 거의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 전체는 일반 광고가 늘면서 버티더라도, 선거광고 비중이 큰 지역 TV는 빠져나간 예산을 어떤 상품으로 되찾을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방송광고 시장에는 이런 주기가 없다. 선거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도 미국처럼 시장 전체를 끌어올릴 정도의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방송광고비는 2024년 3조2191억원에서 2025년 2조7744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일시적인 공백이 아니라 시청 시간과 광고 예산이 방송 밖으로 옮겨 가면서 생긴 구조적 감소다.
따라서 KBS가 NAB 뉴욕에서 살펴볼 것은 미국 지역 방송의 매출이 언제 회복되느냐가 아니다. 미국 방송사들이 광고 공백을 메우려고 다듬고 있는 판매 방식, 즉 방송과 스트리밍 광고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 광고주가 함께 사도록 만드는 역량이다. 줄어드는 방송광고를 기다리는 대신 새로운 판매 구조를 만드는 것이 KBS 맞춤 광고 공약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역MBC 광고 매출 추이. KBS 지역조직의 실적과는 다른 지표다.
북미 FAST는 채널 개설보다 권리와 정산이 먼저다
방송과 스트리밍을 함께 파는 판매 역량이 가장 먼저 시험받을 곳은 북미 FAST다. 이 후보자가 제시한 북미 FAST는 KBS가 보유한 콘텐츠를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로 편성해 북미 시청자에게 내보내는 사업이다. 다만 이 시장은 비어 있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이끄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 참여사들은 한국 콘텐츠 약 1200편을 AI로 더빙해 K-FAST 채널 20개를 만들었다. 이 채널들은 2025년 12월부터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스를 통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22개국에 송출되고 있으며, 2026년 4월 말 누적 시청자가 약 1억 명에 이르렀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지상파 계열 디지털 미디어렙인 스마트미디어렙(SMR)도 지상파 3사 인기 드라마를 장르별로 묶은 글로벌 FAST 채널 '시리즈-K'를 AI 더빙으로 여러 나라에 내보낼 계획이다.
전승훈 SMR 대표는 지난달 LA 행사에서 "북미 FAST 시장에서 K콘텐츠 수요는 확인됐지만,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접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KBS에 필요한 것은 시장에 들어가는 일보다 자기 몫을 회수하는 구조다. 시리즈-K에 공급하는 작품과 KBS가 직접 운영할 채널의 작품을 어떻게 나눌지부터 정해야 같은 콘텐츠를 두고 공급 경로가 부딪치지 않는다. 작품별로 해외 송출 범위, 음악·출연자·자료영상의 이용 조건, 자막·더빙 권리를 다시 확인하는 일도 피할 수 없다.

FAST를 기존 판권 판매와 경쟁하는 사업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이달 11일 칸에서 K엔터테크허브가 연 라운드테이블에서 라쿠텐TV 출신 유통 전문가 카리나 롬파(Karina Rompa)는 FAST를 한국 콘텐츠의 '발견' 단계라고 불렀다.
한국 콘텐츠를 본 적 없는 시청자에게 무료 채널은 "걸림돌이 없는" 출발점이고, 이렇게 모은 시청자를 바탕으로 구독형 서비스에 프리미엄 창구를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순서를 따르면 FAST에 올릴 작품은 유료 독점 계약이 끝났거나 판매되지 않은 구작으로 정하고, 신작은 유료 창구에 남겨 두는 방식으로 창구 순서를 설계할 수 있다. 채널 노출이 다음 라이선스 판매로 이어지는지도 따로 측정해야 한다.

AI 현지화는 이 구조를 실제로 굴릴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다. LG전자는 AI 더빙으로 만든 〈옥씨부인전〉의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판을 LG 채널스로 공개했고, 기존 더빙보다 작업 기간이 6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지적처럼 번역과 연기 품질은 언어마다 차이가 난다.
사람 검수 없이 쓰는 구독형 도구와 원어민이 작품마다 검수하는 대행 서비스는 비용 구조가 전혀 다르다. 미국 진출을 돕는 파크스타미디어의 박영진 공동창업자는 한국이 고품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영어 더빙에서는 돈을 아껴 현지 방송사와 학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어느 작품에 검수 비용을 들일지는 그 작품이 벌어들일 광고 수익과 다음 판매 가능성을 보고 정해야 한다.
수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계약 조건이다. 광고를 누가 판매하는지, 수익 배분이 총매출 기준인지 비용을 뺀 금액 기준인지, 시청 데이터와 광고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받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롬파는 유럽 진출의 첫 조건으로 현지 사정을 아는 에이전트를 꼽으면서도 "20년 전 방식으로 일하는 에이전트도 많다"며, 새 기술과 묶음 판매를 이해하는 파트너를 골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지 미디어렙이 판매하는 TV 광고가 FAST 광고보다 1000회 노출당 단가(CPM)가 높다는 점을 들어, 채널 단위로 진출한 뒤 노련한 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맡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북미에서도 플랫폼이 광고를 대신 판매하는지, KBS나 SMR이 직접 판매하는지에 따라 광고 판매율과 실제 단가, 정산 주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작품과 장르를 좁혀 순수익을 확인한 뒤 확대하는 방식이 공약의 실행 위험을 줄인다. 유통 창구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콘텐츠 전체의 회수액이 늘었는지가 FAST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통합되는 해외 바이어 앞에서 KBS가 남겨야 할 권리
NAB2026 쇼 뉴욕은 첫날 주요 세션을 미디어 통합과 규모 경쟁 토론에 배정했다.
미국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는 흐름은 KBS 같은 콘텐츠 공급자에게 곧바로 협상 조건의 문제로 이어진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10월 6일 약 1110억 달러 규모의 WBD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HBO Max와 Paramount+는 같은 기업집단에 들어갔다. 소유가 하나로 합쳐졌다고 작품 구매 창구와 협상 절차가 곧바로 단일화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는 쪽은 줄고 한 번에 요구하는 권리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 넓은 지역, 더 긴 독점 기간, 여러 서비스에 함께 쓰는 묶음 권리를 요구하는 계약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서 KBS 콘텐츠사업은 판매액만이 아니라 판매 뒤에 무엇을 남겼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형 바이어에게 넓은 권리를 한꺼번에 넘기면 그해 매출은 커지지만 포맷 판매, 리메이크, 후속 시즌, 자체 채널 운영 같은 다음 사업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따라서 작품별로 어떤 권리를 누구에게 언제까지 넘겼는지 한곳에서 관리하는 권리 대장이 필요하다. 제작·편성·콘텐츠사업·디지털 부서가 같은 권리를 각자의 수익 계획에 중복으로 반영하지 않으려면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판매 순서와 남길 권리를 함께 정해야 한다. 협상력은 결국 남겨 둔 권리에서 나온다.
바이어가 줄어드는 만큼 거래처를 넓히는 일도 중요해진다.
이달 11일 칸에서 K엔터테크허브가 연 라운드테이블에서 유럽 유통 전문가들은 시장의 문지기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리나 롬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카날플러스(Canal+)가 유통 대부분을 쥐어 온 구도가 바뀌는 중이다. 제작사가 시장 일부의 문지기로 커지고 있고, 통신사는 가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고르고 있다. 그는 카날플러스가 이미 한국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고, 도이치텔레콤 그룹도 이 분야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형 플랫폼 한 곳과 전 세계 계약을 맺는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지역별 통신사·유료방송·FAST 사업자로 권리를 나눠 파는 구조를 만들어야 통합된 바이어 앞에서도 가격 결정력을 지킬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웨이브(Wavve) 경력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KBS는 웨이브 주주로서 플랫폼 사업의 이해관계를 갖지만, 동시에 자체 콘텐츠를 파는 판매자다. 티빙·웨이브 통합은 조건부 승인 이후에도 주주 간 이견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내 플랫폼이 규모를 키우면 유통 효과는 커지지만, KBS 콘텐츠를 어떤 가격과 독점 조건으로 공급할지는 별도의 협상 대상이다. 플랫폼 경영자 출신인 이 후보자가 사장이 된다면, 주주로서의 이익과 콘텐츠 판매자로서의 수익 중 무엇을 기준으로 공급 조건을 정할지 원칙부터 밝혀야 한다. 플랫폼의 규모 확대가 KBS의 현금 회수와 제작 재투자로 이어지는지는 그다음에 검증할 문제다.
크리에이터와 스포츠, 콘텐츠 투자 기준을 다시 묻는다
NAB 쇼 뉴욕 둘째 날의 크리에이터 사업화 세션에는 마이클 카산, 재럿 마이어, 셸리 비세인트('러브 아일랜드 USA')가 연사로 나선다. 방송 행사가 크리에이터를 주요 의제로 올린 이유는 광고 예산이 움직이는 방향에 있다. IAB의 2025년 11월 전망에 따르면 미국 크리에이터 광고비는 370억 달러로 전년보다 26% 증가한다. 이 수치는 크리에이터 산업 전체 매출이 아니라 브랜드가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집행하는 광고비다. 광고주가 채널이나 편성 시간대보다 특정 시청자와 꾸준한 관계를 맺은 진행자와 이야기에 예산을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크리에이터는 이제 방송사의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TV 화면으로 들어오는 콘텐츠 공급자다. 이달 11일 밉컴 무대에서 더앵클러의 '미래 엔터테인먼트상'을 받은 미국 크리에이터 다르 만(Dhar Mann)이 대표적이다. 그의 스튜디오는 그동안 작품 제작비를 모두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 충당했는데, 처음으로 프리미엄 오리지널 계약을 준 전통 플랫폼이 삼성 TV 플러스였다. 현재는 디즈니, 폭스 엔터테인먼트와도 계약을 맺고 있고, 더빙으로 여러 언어판을 내며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FAST 채널과 AI 더빙이 크리에이터를 TV 사업자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KBS가 북미 FAST에서 상대해야 할 경쟁자에는 다른 방송사뿐 아니라 이런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도 포함된다.
따라서 KBS의 대응은 방송 프로그램을 짧게 잘라 유튜브에 올리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출연자와 제작진, 프로그램 IP를 중심으로 꾸준히 찾아오는 시청자층을 만들고, 광고·라이선스·부가사업 조건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와 공동 제작하거나 KBS 채널에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편성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수요가 확인된 영역도 있다.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라트비아의 디지털 전략 컨설턴트 잉가 알리카는 유럽 통신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젊은 시청자에게 닿기가 매우 어렵고, 한국 콘텐츠와 K팝이 바로 그 지점에서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KBS의 음악·예능 IP가 해외 사업자에게 젊은 시청자를 데려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가 내세운 완주율과 재시청률은 시청 반응을 읽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매출과 제작비, 권리 회수 실적과 함께 볼 때 비로소 투자 지표가 된다.

국내 수치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크리에이터 산업의 2023년 매출 5조3159억원을 방송광고비와 나란히 놓고 방송 수입이 그만큼 크리에이터로 옮겨 갔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산업 총매출과 광고비는 집계 범위가 다르다. KBS에 필요한 것은 어느 시장이 더 크다는 비교가 아니다. 프로그램과 장르별로 어떤 시청자를 놓치고 있고, 그 시청자를 어떤 상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스포츠도 투자 기준을 다시 따져야 하는 분야다. NAB 뉴욕 첫날 스포츠 경제 대담에는 크리스천 제네츠키 팬듀얼 대표, 존 레데키 뉴욕 아일랜더스 구단주, 미디어 진행자 클레이 트래비스가 나와 중계권을 넘어 베팅·구단 경영까지 이어지는 스포츠 사업 구조를 다룬다. 암페어 애널리시스는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의 2026년 스포츠 중계권 지출을 142억 달러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티빙이 KBO 시즌 효과로 2분기 흑자로 돌아서며 스포츠가 이용자와 매출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현지화 기술도 스포츠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허드슨에이아이는 KBO 중계를 실시간 AI 더빙으로 미국·뉴질랜드·호주에 내보냈고, 폴란드 에이전시 미디어 스퍼스는 현지화되지 않은 스포츠 채널 5개를 새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독형 플랫폼의 성과를 수신료와 광고, 콘텐츠 판매로 운영되는 KBS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스트리밍 기업들이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계권료는 오르고 있다. 그만큼 KBS는 중계권료뿐 아니라 제작·전송비,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못해 생기는 기회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해외 송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종목이라면 AI 현지화로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이 역시 계약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주요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공적 목적과, 광고·판매로 회수할 상업적 목적을 구분하는 일이다. 모든 콘텐츠를 같은 회수율로 평가하면 공영방송이 반드시 해야 할 서비스가 투자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AI 도입의 성과는 도구 수보다 검수와 의사결정에서 나온다

NAB 쇼 뉴욕 전시장에서는 제작·클라우드·스트리밍·AI 장비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 둘째 날에는 뉴스룸 AI 실무 세션도 열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장비를 사느냐보다, 새 기술을 기존 제작·편집·송출 공정의 어느 단계에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AI 더빙으로 번역 속도가 몇 배 빨라져도 권리 승인과 품질 검수, 송출 준비가 예전 속도라면 작품이 시청자에게 닿는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병목은 대개 기술이 아니라 그 앞뒤의 결재와 확인 절차에 있다.

도입 방식은 작게 시험하고 숫자로 판단하는 쪽이 맞다.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유럽 유통 전문가들과 허드슨에이아이는 계약 논의에 앞서 라트비아어·폴란드어로 10분 안팎의 시험 더빙부터 해 보기로 했다. 라트비아의 디지털 전략 컨설턴트 잉가 알리카는 "AI 더빙 회사들은 늘 작은 언어를 지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내세우는 지원 언어 수만 믿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진출할 시장의 언어로 결과물을 받아 보고 판단하라는 뜻이다. KBS도 시범 도입 단계에서 처리 시간과 함께 검수 시간, 오류 수정률, 외주비 절감액, 납기 준수 여부를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확대할 공정과 중단할 사업을 가를 수 있다.
뉴스와 다큐멘터리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드라마 더빙에서 생기는 어색한 표현은 수정하면 되지만, 뉴스에서 인명·지명 같은 고유명사나 수치를 잘못 옮기면 공영방송의 신뢰가 흔들린다. AI가 어느 단계에 쓰였는지, 최종 확인은 누가 책임지는지를 내부 기준으로 정하고, 필요하면 시청자에게도 알려야 한다. NAB 뉴욕의 뉴스룸 AI 세션이 다루는 주제도 결국 효율과 신뢰를 함께 지키는 운영 원칙이다.
국내 방송기술 기업과의 협력도 같은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KBS의 실제 제작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 사업은 기술기업에 해외 바이어에게 내보일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다만 실증에 쓰이는 KBS 아카이브 영상과 음성이 계약 범위를 넘어 업체의 AI 학습에 쓰이지 않도록 데이터 이용 범위와 결과물 권리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특정 업체의 형식에 묶이지 않도록 표준 파일 형식과 데이터 반환 조건도 미리 정해야 한다. 공적 자산을 투입한 실증이 한 공급자에 대한 의존으로 끝나면 KBS의 협상력은 오히려 약해진다.
이 기준은 이 후보자가 제시한 소규모 실행 조직과도 연결된다. 스파크셀 같은 팀이 AI 도구를 빠르게 시험하더라도, 성과가 없는 사업을 스스로 멈출 권한과 확인된 공정을 전사로 넓힐 예산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도구를 많이 들이는 조직보다 효과를 측정하고 멈출 줄 아는 조직이 비용을 줄이고 품질도 지킨다.
다음 경영진의 성적표는 공약을 얼마의 수익으로 연결했는가
NAB2026쇼 뉴욕이 한국 방송에 건네는 단일한 해답은 없다.
미국은 선거 주기와 지역 스포츠가 광고시장을 떠받치지만, 한국 방송은 시청 시간과 광고 예산이 구조적으로 빠져나가는 환경에 놓여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방송사의 투자 여력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난다. 그래도 뉴욕의 논의는 분명한 기준 하나를 보여 준다. 좋은 콘텐츠와 새 기술을 갖췄다는 사실만으로는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 누가 팔고, 어떻게 정산하며, 어떤 데이터와 권리를 남기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이 기준은 KBS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상파 3사는 SMR의 '시리즈-K'로 북미 FAST에 함께 진출하고 있고, 정부가 이끄는 K-FAST 얼라이언스는 채널 20개로 22개국에 한국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가 10년 새 절반 넘게 줄어든 지역MBC를 비롯한 지역방송사도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채널 수와 송출 국가, 누적 시청자는 늘었다. 이제는 각 사업자가 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를 회수했는지, 그 돈이 다시 제작으로 돌아갔는지를 따져야 할 단계다. 칸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지적처럼 해외 시장은 나라마다 쪼개져 있고, 현지어판과 현지 파트너 없이는 열리지 않는다. 방송사마다 따로 진출하면 비용이 겹치고, 같은 작품의 권리가 서로 부딪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방송사들이 내놓아야 할 계획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FAST와 해외 유통은 비용을 뺀 수익 목표로, 맞춤 광고는 기존 광고를 옮겨 온 것이 아닌 신규 매출 기여분으로, AI 도입은 실제 절감액과 오류율로 보여 줘야 한다. 공동 채널과 개별 채널의 역할, 작품별 권리 관리, 현지 판매 파트너 선정에 대한 원칙도 업계 차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 사업 역시 송출 채널 수보다 참여 방송사와 제작사에 돌아간 수익을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재난방송과 지역 뉴스, 교육, 주요 경기의 무료 시청처럼 시장 논리로 계산할 수 없는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은 상업 사업의 목표와 분리해야 한다. 이 경계가 흐려지면 수익 목표가 공적 책무를 밀어내게 된다. KBS의 새 경영진이 첫해 적자 해소 공약을 어떤 숫자로 증명하느냐는 한국 방송 전체가 콘텐츠 경쟁력을 수익 구조로 바꿀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참고 지표와 행사 프로그램
지표별 지역·연도·집계 범위가 다르므로 단순 합산하거나 대체 규모로 해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