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A "FCC의 ATSC 3.0 의무전송 강제는 헌법 위반"

미국 케이블업계, 차세대 방송 표준 전환 정책에 전면 반발

"1997년 대법원 판결의 전제조건 붕괴...온라인 시대에 의무전송은 시대착오적"

미국 케이블·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NCTA(미국인터넷TV협회,CTA - The Internet & Television Association)가 FCC(연방통신위원회)의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NexGen TV) 의무전송 규정 확대 시도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NCTA는 현재의 영상 시장 환경에서 의무전송 규정은 더 이상 헌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이를 ATSC 3.0으로 확대할 경우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와 제5조(재산권 보호)를 명백히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I. NCTA의 핵심 주장: 의무전송의 헌법적 기반 붕괴

NCTA는 1월 20일 FCC에 제출한 의견서(GN Docket No. 16-142)에서 "3.0 신호에 대한 의무전송 요건은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부과하며, 이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5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의견서는 FCC가 2025년 10월 29일 발표한 '제5차 추가 규칙제정 예고(Fifth Further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에 대한 응답으로, 방송사들의 ATSC 3.0 신호에 대한 의무전송 권리 부여 요청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위반 논거

현행법상 케이블 사업자들은 보상 없이 전송을 요구하는 지역 TV 방송사들을 위해 채널 용량의 최대 3분의 1을 할당해야 한다. 이 의무전송 규정은 1997년 연방대법원의 'Turner Broadcasting System, Inc. v. FCC' 판결에서 합헌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NCTA는 당시 대법원 결정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 기록"에 기반한 것으로, 케이블 사업자가 각 가정으로 유입되는 비디오 프로그래밍에 대한 "병목(bottleneck) 통제권"을 보유하던 시대의 시장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NCTA 법률팀은 의견서에서 "FCC 스스로 인정했듯이 1997년 판결 이후 비디오 시장은 극적으로 변화했다"며 "지역 방송 보존이라는 정부의 이익은 훨씬 덜 부담스러운 다양한 방법으로 달성될 수 있으며, 온라인 배급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고려할 때 각 가정이 다양한 비디오 프로그래밍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정부 개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의무전송 법률 및 규정은 더 이상 수정헌법 제1조와 양립할 수 없다"며 "의무전송 규정을 ATSC 3.0 신호로 확대하는 것은 현재의 영상 시장에서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NCTA는 의무전송 규정이 케이블 사업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방식도 설명했다. 첫째, 케이블 사업자들이 정부 명령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프로그래밍을 전송하도록 강제한다.

둘째, 의무전송 대상 방송사를 기본 티어(basic tier)에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요구한다. 셋째, 유사한 규제 부담이 없는 온라인 비디오 프로그래밍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케이블 사업자를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수정헌법 제5조(재산권 수용) 위반 논거

NCTA는 의무전송 규정 확대가 수정헌법 제5조의 수용조항(Takings Clause)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아무리 미세한 재산권 침해라도 그 자체로 수용(per se taking)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희소한 채널 용량을 무상으로 제3자 콘텐츠 재전송에 할당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NCTA의 논리다.

NCTA는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전송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장비 업그레이드에 상당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규제 대상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투자 기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TSC 3.0 신호가 기존 1.0 신호보다 더 많은 대역폭을 필요로 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MVPD(다채널 유료방송사업자)가 향상된 오디오·비디오 기능을 지원하는 3.0 스트림과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셋톱박스를 사용하는 대다수 가입자를 위한 다운컨버팅된 스트림을 동시에 전송해야 할 경우, 헌법적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NCTA는 1982년 'Loretto v. Teleprompter Manhattan CATV Corp.' 판결과 2021년 'Cedar Point Nursery v. Hassid' 판결을 인용하며, 정부가 어떤 수단으로든 타인을 위해 물리적으로 재산을 취득했는지 여부가 물리적 수용 판단의 "본질적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II. ATSC 3.0 전환의 현실: 소비자 준비는 아직 멀었다

NCTA는 ATSC 3.0 전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소비자 채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제시했다.

저조한 소비자 채택률

의견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ATSC 3.0 장착 TV는 1,500만 대가 판매되었으나, 이는 미국에서 사용 중인 전체 TV의 4.8~5.2%에 불과하다. 2024년 미국 소매점에 출하된 TV 중 ATSC 3.0 호환 제품은 450만 대로 전체의 10%에 그쳤으며, 2025년에도 500만 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TSC 3.0 튜너가 장착된 TV가 일반적으로 1,000달러 이상의 고가 제품에만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컨버터 박스의 최저가격도 90달러에 달해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PearlTV가 최근 저가 컨버터 박스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나, 출시 시기와 실제 가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NCTA는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에 좌절하고 있는 시점에서, FCC는 방송 TV 시청 비용을 높이는 어떤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3년 FCC 결론의 유효성

NCTA는 불과 2년 전인 2023년 FCC가 "방송사들의 시장 인센티브만으로는 모든 1.0 시청자들이 상당한 비용 부담 없이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래밍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방송사 그룹들은 ATSC 3.0 전환의 주요 목표가 방송 주파수를 비방송 서비스에 재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Nexstar Media Group의 2025년 6월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BIA Kelsey는 ATSC 3.0이 업계에 연간 최대 15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업계의 재전송 수익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방송사들이 소비자 준비 여부와 관계없이 3.0으로 전환할 인센티브가 있음을 보여주며, 정부의 소비자 보호 규정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DTV 전환과의 비교

NCTA는 과거 의회가 명령한 DTV(디지털 TV) 전환 당시 FCC가 동시방송 의무를 폐지했을 때의 상황과 현재를 비교했다. 당시 FCC는 전환의 진전된 상태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들었다.

첫째, 모든 시장의 1,658개 TV 방송국(전체의 약 96%)이 DTV 건설 허가 또는 면허를 받았고, 1,423개 방송국이 이미 디지털 신호를 송출하고 있었다. 둘째, 상위 30개 TV 시장에서 모든 119개 네트워크 계열 TV 방송국이 디지털로 방송 중이었다. 셋째, 제조업체들이 400개 이상의 HDTV 모니터 및 통합 세트 모델을 제공하고 있었다.

NCTA는 "ATSC 3.0 전환은 이러한 수준의 진전에 근접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하며, 동시방송 및 실질적 유사성 요건의 유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III. MVPD가 직면한 막대한 기술적·재정적 부담

NCTA는 MVPD의 ATSC 3.0 신호 배급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과제와 재정적 부담을 상세히 설명했다.

호환성 문제와 비용 부담

ATSC 3.0은 방송 업계가 표준 개발 과정에서 내린 설계 결정으로 인해 기존 TV 및 MVPD 시스템과 역호환되지 않는다. NCTA 회원사들 중 어느 케이블 사업자도 네트워크에 비용이 많이 드는 변경을 가하지 않고는 3.0 신호를 전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상되는 비용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새로운 트랜스코더, 수신기, 디멀티플렉서, 복조기 구매 및 설치
  • 엔지니어링 연구 비용
  • 특허 로열티
  • 인건비

NCTA의 한 회원사는 새로운 3.0 트랜시버 구매 및 설치에만 수천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비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호 품질 문제

NCTA는 일정 수준의 신호 강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양질의 신호를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케이블 사업자들은 현행 FCC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ATSC 1.0 신호조차 안정적으로 복조하지 못하고 있다.

신호가 잘못 인코딩된 경우, 신호 강도와 관계없이 MVPD는 재배급을 위해 이를 디코딩할 수 없게 된다. ATSC 3.0이 가능하게 하는 암호화는 추가적인 복잡성과 비용을 야기한다. MVPD는 복호화 키에 대한 접근권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적절히 복호화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신호를 통해 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터마크 문제

ATSC 3.0으로 전송하는 방송사들은 워터마크를 사용하여 NextGen TV 수신기를 통해 전달되는 애플리케이션 및 오디오 콘텐츠를 포함한 특정 추가 콘텐츠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러한 워터마크는 MVPD의 개입이나 인지 없이 MVPD 가입자에게 전달될 수 있으며, 방송사가 NextGen TV를 소유한 MVPD 가입자에게 자동으로 보조 콘텐츠나 기능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NCTA는 이로 인해 MVPD 가입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달되는 보조 콘텐츠와 기능은 소비자가 MVPD 셋톱박스를 통해 선택한 설정(선호 언어, 오디오, 자막 및 접근성 설정 등)과 충돌할 수 있다. MVPD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보조 콘텐츠가 MVPD 셋톱박스에서 생성되어 셋톱박스 리모컨으로 제어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는 NextGen TV 수신기에서 생성되어 NextGen TV 리모컨으로 제어된다.

IV. 공익과 법적 요건: 방송사의 주파수 사용

NCTA는 방송사의 주파수 사용이 공익에 부합하고 부수적·보조적 서비스에 관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도록 FCC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업용 주파수에 대한 독점 권리를 할당하는 데 경매가 선호되는 방법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1996년 법에서 FCC가 고급 무료 무선 TV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경매 없이 방송국에 고급 TV 서비스를 위한 독점 면허를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일부 방송사들은 ATSC 3.0 기술을 사용하여 방송 주파수를 통해 비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NCTA는 FCC가 방송국이 재전송 동의를 사용하여 비공동 소유 방송국 컨소시엄이 제공하는 '방송 인터넷(Broadcast Internet)' 서비스의 전송을 협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 반경쟁적 피해 억제를 위한 추가 조치 필요

특허 문제: RAND 조건 의무화 필요

NCTA는 ATSC 3.0 표준 관련 특허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되도록 FCC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ATSC 3.0 표준필수특허(SEP)가 민간 기업들에 의해 보유되고 있다.

중대한 우려 사항으로, ATSC 3.0 기능 관련 특허 침해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특허권자에게 4개 특허에 대해 TV 1대당 6.75달러의 지속적 로열티를 판결한 사례가 이미 발생했다. 이는 기존 ATSC 3.0 특허 풀의 요율(Avanci: 2~3달러, Via Licensing Alliance: 3달러 미만)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Constellation의 과도한 로열티 판결로 인해 LG는 미국 시장용 TV에서 ATSC 3.0 호환 기능 포함을 중단했다. 해당 사건(Constellation Designs v. LG Electronics)은 현재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No. 24-1822).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ATSC 3.0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인터랙티브 및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주며, 이는 콘텐츠를 맞춤화하고 시청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정 인터넷 연결을 통해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수집 가능한 정보에는 시청 패턴, 시청 시간, 시간대, 기기 ID, 위치 정보 및 기타 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

NCTA는 소비자가 개인 정보 취급과 관련하여 일관성, 통제권, 신뢰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국이 이 정보의 수집, 처리, 사용 및 저장을 시작할 것이므로, 방송사가 이 정보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책임을 지는 것이 적절하고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VI. 강제 전환 일정 반대

NCTA는 일부 방송국 소유주들이 특정 날짜까지 3.0으로의 전환을 의무화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했다.

NCTA는 "이러한 고도로 규제적인 접근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와 FCC의 규제완화 목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강제 전환은 소비자, MVPD, 장비 제조업체에 상당한 새로운 규제 비용을 부과할 것이며, 이들에게 의미 있는 혜택이 보장되지 않고 ATSC 3.0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입증된 시장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흥미롭게도 NCTA는 방송사들이 전환이 우수한 비디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화질에 대한 FCC 요건이 없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30년 된 화질 표준인 표준 화질(SD) 포맷으로만 3.0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FCC가 강제 전환을 진행할 경우, 방송사들이 최소한 HD로 3.0 피드를 무선으로 전송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NCTA는 주장했다.

VII. 결론 및 시사점

이번 NCTA의 의견서는 미국 방송 산업의 차세대 전환을 둘러싼 케이블·위성 업계와 지상파 방송 업계 간의 근본적인 이해관계 충돌을 보여준다.

방송사들은 ATSC 3.0을 통해 4K/HDR 화질, 인터랙티브 기능, 타겟 광고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존 의무전송 규정을 3.0 신호로 확대하고 특정 날짜까지의 강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위성 업계는 이러한 전환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야기하고,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는 헌법적 정당성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스트리밍의 급격한 성장으로 케이블 사업자가 더 이상 영상 배급의 "병목"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1997년 대법원 판결의 전제조건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FCC는 이러한 상반된 입장들을 조율하여 소비자 보호, 기술 혁신 촉진, 공정 경쟁 확보라는 다양한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사안은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차세대 방송 표준 도입, 지상파-유료방송 간 재전송 분쟁, 플랫폼 규제 등 유사한 이슈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