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청자 수 9% 급감…2021년 이후 첫 하락세

그래미·골든글로브에 이어 3대 시상식 동반 추락…유튜브 시대 앞두고 지상파 방송의 황혼

닐슨(Nielsen) 집계 결과, 지난 일요일 방영된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의 시청자 수가 1,790만 명에 그치며 전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이어온 상승세가 한순간에 꺾인 것이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와 골든글로브의 시청률 하락에 이어 주요 3대 시상식 모두 동반 하락을 기록한 것은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할리우드 최대 축제가 서서히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Nielsen

호평 속에서도 빠진 시청자들

시상식 자체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의 복귀 무대는 날카로운 위트와 여유 있는 진행으로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작품상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가 차지했으며, 올해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시너스(Sinners)'는 마이클 B. 조던의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콘텐츠 면에서 큰 논란이 없었음에도 시청자 수가 줄었다는 점에서, 이번 하락은 단순한 '행사 품질'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계올림픽 피하다 WBC와 정면충돌

아카데미 측은 올해 동계올림픽과의 일정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시상식 날짜를 예년보다 뒤로 미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마침 같은 날 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 미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 이 동시간대에 맞붙으며 강력한 시청률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WBC는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 야구 대회로, 최근 들어 야구계의 월드컵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경기는 Fox Sports 1과 스페인어 채널 Fox Deportes를 통해 중계됐으며, 케이블 채널로서는 상당한 수준인 74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내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관심이 시청자 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볼만 피하면 된다"…오스카의 추락한 위상

10~20년 전, 오스카가 3,000만~4,000만 명의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던 시절에는 어떤 미디어사도 시상식 당일 경쟁 편성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 오스카 당일은 미국 방송 업계에서 사실상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슈퍼볼만이 유일하게 '맞대결 불가' 판단을 받는 이벤트로 남아 있을 뿐, 오스카는 더 이상 그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WBC 준결승전이 740만 명을 끌어모은 사실 자체가 오스카의 현주소를 방증한다.

3대 시상식의 성적표를 나란히 놓으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는 1,440만 명을 기록했는데, 불과 2년 전인 2024년에는 약 1,700만 명이 시청했다. 골든글로브는 870만 명에 그쳤다. 한때 미국 안방을 장악했던 3대 시상식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시상식 방송의 시대적 한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BC 시대 저물고, 2029년엔 유튜브로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스카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이번 시청률 하락에 과거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ABC와의 반세기에 걸친 방영 계약이 2028년으로 종료되고, 2029년부터 오스카는 유튜브 독점 스트리밍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중심의 시청률 게임 자체가 곧 끝난다는 의미다.

유튜브로의 전환은 오스카가 더 젊고 글로벌한 시청자층을 겨냥하는 전략적 도박이다. 전통적인 TV 시청자 감소를 스트리밍 플랫폼의 글로벌 도달력으로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유튜브 독점 체제가 닐슨식 시청률 집계 방식을 어떻게 대체하고, 광고 수익 모델은 어떻게 재편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닐슨 집계 수치에는 ABC 본방송과 훌루(Hulu) 스트리밍 동시 시청자가 모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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