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엔터테크 스타트업] 구독 해지, 은행 앱 안에서 끝낸다

은행 앱 안에서 구독 해지·결제 카드 변경을 처리해 주는 LA 핀테크 스크라이브업(ScribeUp)이 시리즈A 1300만 달러(약 173억원)를 유치했다. 크레딧유니온 160여 곳이 출자한 서클(Curql)이 주도했다. 자금은 청구처 20만 곳을 추적하는 에이전트 AI 고도화에 쓴다.

[LA 엔터테크 스타트업] 구독 해지, 은행 앱 안에서 끝낸다

LA 핀테크 스크라이브업 시리즈A 1300만 달러 유치… 크레딧유니온 투자사 서클 주도, 청구처 20만 곳 추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핀테크 스크라이브업(ScribeUp)이 1300만 달러(약 173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10월 20일 라스베이거스 머니20/20(Money20/20) 일정에 맞춰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크레딧유니온(credit union, 미국 신용협동조합) 연합 투자사 서클(Curql)이 라운드를 주도했고 머커캐피털(Mucker Capital)과 서비스벤처스(Service Ventures)가 참여했다.

스크라이브업은 은행·크레딧유니온·네오뱅크(neobank, 인터넷 전문은행) 앱 안에 구독과 정기 청구서 관리 기능을 넣는 회사다. 소비자는 은행 앱 화면에서 잊고 있던 구독을 해지하고, 결제 카드를 바꾸고, 잔액 부족 경고를 미리 받는다. LA 테크 매체 닷엘에이(dot.LA)는 23일 이 소식을 “당신의 은행이 구독을 끊어주길 원한다”는 제목으로 전했다.

지분 1000만 달러·벤처 디트 300만 달러… 시드 이후 3년 2개월 만

이번 라운드는 지분 투자 1000만 달러(약 133억원)와 벤처 디트(venture debt, 벤처기업 대상 대출) 300만 달러(약 40억원)로 짜였다. 2023년 8월 머커캐피털에서 받은 시드 300만 달러 이후 3년 2개월 만의 후속 투자다. 자금은 AI 네이티브 분석과 에이전트형(agentic) 실행 기능 고도화, 인력 확충, 시장 진출(go-to-market) 확대에 쓴다.

스크라이브업의 라운드별 조달액. 시리즈A 13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는 벤처 디트다. 자료=비즈니스와이어

기술의 중심은 에이전트 AI다. 2020년 창업 당시 제품은 자주 쓰이는 가맹점 수백 곳만 추적했지만, 에이전트 AI를 붙인 지금은 고유 청구처(biller) 약 20만 곳을 추적한다고 뱅킹다이브(Banking Dive)가 전했다. 배포는 SDK·아이프레임(iframe)·API 세 방식이고, 주요 디지털 뱅킹 플랫폼과 사전 연동돼 있어 금융기관이 인프라를 따로 짓지 않아도 된다. 고객사는 은행·크레딧유니온·핀테크·네오뱅크 60곳이 넘는다.

자료=비즈니스와이어, 뱅킹다이브

“대시보드와 관계의 차이”… 반복 결제 접점 두고 은행·외부 앱 경쟁

조던 매클러(Jordan Mackler)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발표에서 “반복 결제는 소비자가 자기 돈과 가장 자주 만나는 접점이지만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며 “반복 결제 레이어를 차지하는 기관이 고객의 지출과 주거래 지위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서클의 닉 이븐스(Nick Evens) 사장 겸 CEO는 같은 발표에서 “스크라이브업은 AI 기반 청구서 통제 기능을 뱅킹 경험 안에 넣어, 금융기관이 이 관계를 외부 소비자 앱에 빼앗기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머커캐피털의 윌 슈(Will Hsu) 공동창업 파트너는 “은행·결제·반복 금융이 만나는 지점에서 분명하고 커지는 문제를 풀며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비스벤처스의 브라이언 리건(Brian Regan) 제너럴 파트너는 제품을 직접 써 보고 조합원과 크레딧유니온에 실제 가치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클은 160곳 넘는 크레딧유니온이 출자한 핀테크 투자 조직이다. 2025년 8월 3억6000만 달러(약 4803억원) 규모 2호 펀드를 결성했고, 2021년 1호 펀드는 2억5200만 달러(약 3363억원)였다. 스크라이브업은 2025년 6월 크레딧유니온 서비스 조직(CUSO, Credit Union Service Organization)을 따로 세웠고, 뉴햄프셔의 서비스크레딧유니온(Service Credit Union)이 첫 전략 투자자로 들어왔다. 회사가 CUSO 설립 때 공개한 자료에서 서비스크레딧유니온 조합원들은 그동안 외부 계좌로 나가던 반복 결제를 월평균 72달러(약 9만6000원)씩 이 조합 계좌로 옮겼다.

유튜브TV·ESPN+ 350달러에서 출발… 소비자 추정 구독료는 실제의 39%

창업 계기는 스트리밍 구독이었다. 매클러 CEO가 MIT에 다니던 2020년, 도쿄 출신 유학생 오카 요헤이(Yohei Oka, 현 공동창업자 겸 CTO)에게 미식축구를 알려주자 오카는 유튜브TV(YouTube TV)와 ESPN+를 구독했다. 학업에 밀려 구독을 잊은 사이 계좌에서 350달러(약 46만7000원)가 빠져나갔다. 매클러 CEO는 이 경험을 두고 “개인이 청구 관계를 최적화하기에는 일이 너무 번거롭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구독 지출을 실제보다 적게 안다는 점은 조사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C+R리서치(C+R Research)가 2022년 미국 소비자 1000명에게 월 구독 지출을 10초 안에 추정하게 한 결과 평균 86달러(약 11만5000원)라고 답했지만 실제 평균은 219달러(약 29만2000원)였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응답자의 74%는 반복 결제를 잊기 쉽다고 답했다.

미국 소비자가 추정한 월 구독 지출과 실제 지출. 추정액은 실제의 39% 수준이다. 자료=C+R리서치(2022)

美 ‘클릭 해지’ 규칙 무효… 한국은 전자상거래법으로 정기결제 규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가입만큼 해지도 쉽게 하도록 만든 ‘클릭 해지(click-to-cancel)’ 규칙은 시행을 엿새 앞둔 2025년 7월 8일 연방 제8순회항소법원에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화됐다. 연방 차원의 해지 의무가 사라지면서 해지 절차는 주(州)법과 개별 기업 정책에 맡겨져 있다.

한국은 2025년 2월 14일 시행된 개정 전자상거래법(Act on Consumer Protection in Electronic Commerce)으로 정기결제를 규율한다. 사업자는 정기결제 대금을 올리거나 무료 체험을 유료로 바꿀 때 소비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취소·탈퇴 방해를 포함한 다크패턴(dark pattern, 눈속임 설계) 6개 유형이 규제 대상이 됐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음원, 쇼핑 멤버십의 정기결제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법은 개별 사업자의 결제·해지 절차를 다룬다. 여러 서비스의 정기결제를 한 화면에서 모아 보고 끊는 기능은 스크라이브업처럼 금융기관 앱이 맡는 영역이다.

크레딧유니온 160곳 네트워크… 알림에서 실행으로

서클은 출자 크레딧유니온에 포트폴리오 핀테크의 할인과 우선 도입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번 투자로 스크라이브업은 서클에 출자한 크레딧유니온 160여 곳과 연결됐다. 미시간·위스콘신·일리노이에서 조합원 20만 명을 둔 애드비아크레딧유니온(Advia Credit Union)도 2026년 2월 스크라이브업과 반복 청구서 관리 서비스 도입을 발표했다.

자금이 투입될 에이전트 실행 기능은 구독 해지, 결제수단 변경, 마이너스 통장·대출 상환 재조정까지 은행 앱 안에서 처리하는 기능이다. 회사는 잔액·현금흐름·결제 시점·금융기관 자체 상품 같은 뱅킹 데이터가 외부 개인자산관리(PFM) 앱에 없는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구독과 청구서 관리를 금융 서비스 진입점으로 삼는 AI 어시스턴트·PFM 앱과 은행 사이에서, 스크라이브업은 은행에 인프라를 공급하는 쪽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