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 팟캐스트 청취 시간 늘릴 새 기기로

스마트 안경이 팟캐스트의 새 청취 접점으로 떠오른다. 미국 보유자의 32%가 음악·팟캐스트 등 오디오를 이용하지만, 청취 시간 증가를 입증한 수치는 아니다. 삼성의 시장 진입과 AI 비서 확산은 국내 방송사에 음성 검색, 아카이브 권리, 광고 측정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스마트 안경, 팟캐스트 청취 시간 늘릴 새 기기로

분석 | 오디오·웨어러블

S&P 케이건 조사서 미국 보유자 32%가 음악·팟캐스트 청취… 메타 349달러 카메라 없는 오디오 안경·알리바바 450달러 안경 같은 날 등장, 삼성은 11월 한·미 출시설

미국 스마트 안경 보유자 10명 중 3명이 안경으로 음악과 팟캐스트를 듣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케이건(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Kagan)이 2026년 3분기 미국 인터넷 이용 성인 2532명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 안경 보유자 163명 가운데 32%가 "음악·팟캐스트 등 오디오 청취"에 안경을 쓴다고 답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업체  앤드루 월런스타인(Andrew Wallenstein) 루미네이트(Luminate) 최고인사이트책임자(CIO)는 분석 글에서 "스마트폰이 팟캐스트를 들고 다닐 수 있게 했다면 스마트 안경은 팟캐스트를 늘 주변에 두는 기기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업계 관심이 카메라와 AI 기능에 쏠려 있지만, 오디오는 시선을 쓰지 않아 설거지·이동·육아 같은 다른 활동과 겹쳐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기 보급 속도도 빨라졌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전 세계 스마트 안경 출하량을 960만 대로 집계했고, 이 가운데 메타(Meta) 비중이 76.1%였다고 로이터 보도를 인용한 코리아헤럴드가 전했다. IDC는 2026년 출하량을 1340만 대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만 보면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가 2026년 5월까지 12개월 매출을 약 4억3600만 달러(약 5803억원)로, 전년 대비 233%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제조사들은 오디오와 AI 비서를 앞세운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메타는 10월 13일 카메라를 아예 뺀 레이밴 메타 오디오(Ray-Ban Meta Audio)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시작 가격은 349달러(약 46만원)이고, 음악·팟캐스트 재생과 통화, 실시간 번역, AI 비서와의 대화에 맞춘 제품이라고 테크크런치가 9월 23일 전했다. 같은 날 알리바바(Alibaba)는 중국 항저우에서 2999위안(약 450달러, 약 60만원)부터 시작하는 큐원 안경 N1(Qwen Glasses N1)을 공개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한국은 이 기기 경쟁의 첫 출시국 명단에 들어 있다. 메타가 지난 5월 25일 레이밴 메타(Ray-Ban Meta)와 오클리 메타(Oakley Meta)를 국내에 출시했고, 포브스(Forbes)는 10월 13일자 기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안경이 11월 미국과 한국에서 먼저 나온다고 전했다. 휴대폰 다음 청취 기기가 국내에도 들어오면서, 방송사 라디오와 팟캐스트가 어떤 경로로 이 기기에서 재생될지가 국내 사업자의 과제로 올라왔다.

사진·영상 촬영 61%로 1위… 오디오 청취는 32%로 네 번째

케이건 조사에서 보유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용도는 사진·영상 촬영(61%)이었다. 핸즈프리 통화·메시지(44%), AI 비서를 통한 실시간 정보 확인(43%), 음악·팟캐스트 등 오디오 청취(32%)가 뒤를 이었다. 개인 디스플레이와 실시간 음성 번역이 각각 26%, 길 안내 22%, 업무와 텍스트 번역이 각각 21%, 기억·인지 보조가 20%였다(복수응답).

미국 스마트 안경 보유자(163명)의 이용 방식. 복수응답. 자료=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케이건·루미네이트

월런스타인은 용도가 촬영 하나에 몰리지 않고 통화·검색·청취·번역으로 고르게 퍼져 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보유자들이 안경을 오락 전용 기기로 쓰기보다 일상 활동 중간에 끼워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보유자 3분의 1 이상은 기기를 쓰면서도 눈앞의 상황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고, 5명 중 1명 가까이는 휴대폰 화면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눈은 앞을 보고 귀로 듣는 오픈이어(open-ear) 오디오가 이 이용 방식과 맞물린다.

설거지하며 듣는 팟캐스트… 휴대폰·앱·이어폰 세 단계가 빠진다

케이건이 조사 과정에서 소개한 한 이용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안경의 오픈이어 스피커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귀를 막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깨는 소리나 다른 방에서 배우자가 부르는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려면 기기를 찾고, 앱을 열고, 이어폰을 끼는 과정을 거친다. 월런스타인은 이미 쓰고 있는 안경이 이 과정을 줄이기 때문에 하루 중 새 청취 시간대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출시된 레이밴 메타는 1200만 화소 카메라와 오픈이어 스피커를 갖추고 배터리는 최대 8시간 간다. 삼성전자가 7월 공개한 안경은 1회 충전으로 최대 9시간, 충전 케이스로 최대 7회 추가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국경제가 전했다.

미국인 58%가 월 1회 이상 팟캐스트… 토크 오디오 청취 시간에서 라디오 첫 추월

안경이 파고드는 미국 팟캐스트 시장은 이미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의 인피니트 다이얼 2026에 따르면 12세 이상 미국인의 58%(약 1억6700만 명)가 최근 한 달 사이 팟캐스트를 듣거나 봤다. 조사 이래 최고치다. 55세 이상의 월간 온라인 오디오 이용률은 2024년 52%에서 2026년 70%로 2년 만에 18%포인트 올랐다.

토크 중심 음성 오디오 청취 시간에서는 팟캐스트가 처음으로 라디오를 앞섰다. 에디슨 리서치의 셰어 오브 이어(Share of Ear) 조사에서 2025년 4분기 팟캐스트 비중은 40%로 AM/FM 라디오(39%)를 넘었다고 넷인플루언서가 보도했다. 2015년에는 라디오 75%, 팟캐스트 10%였다. 같은 기간 팟캐스트는 화면 쪽으로도 넓어졌다. 유튜브(YouTube)에 따르면 거실 TV에서 시청한 팟캐스트는 2025년 월 7억 시간으로 전년 4억 시간에서 늘었다. 거실에서는 화면으로 보는 팟캐스트가 늘고, 안경은 반대로 화면 없이 듣는 시간을 늘리는 쪽에 선다.

미국 13세 이상 토크(음성) 오디오 청취 시간 점유율. 자료=에디슨 리서치 셰어 오브 이어

출하량 2025년 960만 대·메타 점유율 76%… 올해 1340만 대 전망

시장은 메타가 이끌고 있다. 라몬 야마스(Ramon Llamas) IDC 리서치 디렉터는 2025년 출하량 960만 대 가운데 메타가 약 76.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집계 범위가 다른 옴디아(Omdia)는 2025년 AI 안경 출하량을 870만 대(전년 대비 322% 증가), 메타 출하량을 740만 대(점유율 85.2%)로 봤다. 메타 안경을 생산하는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는 지난 2월 메타 안경 누적 판매가 700만 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 세계 스마트 안경 출하량. 2026년은 전망치. 자료=IDC(코리아헤럴드 보도)

경쟁 일정도 앞당겨졌다. 메타가 2025년 공개한 렌즈 내장 화면형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799달러(약 106만원)다. 애플(Apple)은 연말로 잡았던 AI 안경(코드명 N50) 공개를 내년 말로 미뤘다고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아시아경제가 6월 2일 전했다. 시각 AI 기능의 완성도가 이유로 꼽혔다.

메타, 카메라 뺀 349달러 오디오 안경… 알리바바는 450달러 큐원 안경·보스 공동 이어폰

메타는 9월 23일 연례 행사 커넥트 2026(Connect 2026)에서 카메라 없는 레이밴 메타 오디오를 발표했다. 무게는 43g이고 1회 충전으로 최대 12시간, 충전 케이스를 더하면 최대 48시간 쓸 수 있다. 메타는 이 제품을 새 AI 비서 뮤즈(Muse)와 대화하는 용도에 맞췄고, 뮤즈는 메타의 모든 AI 안경에 들어간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케이건 조사에서 촬영(61%)이 1위였지만, 메타는 카메라를 빼고 오디오와 AI 비서만 남긴 모델을 따로 내놓은 것이다. 카메라를 뺀 만큼 미국에서 커진 몰래 촬영 논란도 피해 간다.

알리바바가 10월 13일 항저우에서 공개한 큐원 안경 N1. 시작 가격은 2999위안이다. 사진=알리바바

알리바바는 10월 13일 중국 항저우 행사에서 큐원 안경 N1 시리즈를 공개했다.

2025년 11월 첫 제품을 낸 지 약 1년 만이다. 시작 가격은 할인 전 2999위안(약 450달러)으로 메타 레이밴보다 싸지 않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가격보다 품질과 기능으로 경쟁하려 한다고 전했다.

카메라는 5000만 화소로 높였고, 시선 추적 기능을 넣은 프로 모델은 3499위안이다. 1회 충전으로 대기 25시간, 음악 재생 9시간을 쓸 수 있다. 사용자는 골전도 마이크로 큐원 AI 에이전트에 말을 걸고, 쇼핑·결제·건강 관리 기능도 쓴다고 우젠쥔(Wu Jianjun) 큐원 AI 하드웨어 제품 총괄이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같은 날 보스(Bose)와 함께 만든 AI 이어폰 큐원 클립(Qwen Clip)도 1299위안(약 195달러, 약 26만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큐원을 더 싸게 쓰게 하려는 제품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메타처럼 안경을 자사 AI 도구와 에이전트의 진입점으로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에디 우(Eddie Wu)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9월 대형언어모델과 챗봇 앱부터 AI 칩·하드웨어까지 전 영역의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밝혔다.

메타의 카메라 없는 안경과 알리바바의 이어폰은 모두 AI 비서의 기본 접점을 화면에서 귀로 옮긴다. 귀의 자리를 두고 팟캐스트·라디오와 AI 비서가 같은 시간을 나눠 쓰게 된다.

주요 AI 안경 시작 가격. 자료=메타·알리바바·블룸버그·테크크런치

AI 비서 이용 43%… 에피소드 단위 청취가 약해질 수 있다

보유자의 43%가 쓰는 AI 비서 기능은 팟캐스트 소비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월런스타인은 스마트 안경이 대화형 비서로 자리 잡으면 청취자가 에피소드 안의 특정 대목을 찾아 달라거나, 요약을 요청하거나, 방금 들은 내용에 후속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팟캐스트를 이용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것이 팟캐스트 제작사에 기회이자 위험이라고 봤다.

안경이 오디오 청취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AI가 음성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정보만 뽑아 전달하면 청취자가 에피소드 한 편을 끝까지 들을 이유가 줄어든다. 에피소드 안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는 요약으로 대신한 청취가 광고 노출로 잡히지 않는다. 청취 시간은 늘어도 에피소드를 단위로 한 판매 방식은 다시 설계해야 하는 셈이다.

메타 5월 국내 출시·삼성 갤럭시 안경 프레임 9종 유출… 11월 한·미 출시설

메타는 5월 25일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국내에 출시했다. 가격은 69만원부터다. 메타는 블랙핑크 제니를 앞세워 국내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한국경제가 전했다.

삼성전자는 7월 22일 영국 런던 갤럭시 언팩 2026에서 AI 안경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기능을 공개했다. 구글과 함께 만든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플랫폼에서 돌아가고, 제미나이(Gemini)가 대화 상대의 말이나 외국어 메뉴판을 인식해 번역을 음성으로 들려준다.

칩은 레이밴 메타와 같은 퀄컴 스냅드래곤 AR1 1세대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 안경을 일상의 맥락을 인식해 개인화된 AI 경험을 주는 새 접점이라고 소개했다.

출시를 앞두고 제품 구성도 드러났다. 포브스의 앤드루 윌리엄스(Andrew Williams) 기고가는 10월 13일 삼성 전문 매체 새미구루(Sammyguru)가 유출한 이미지를 인용해 삼성 갤럭시 안경의 프레임이 모두 9종이라고 전했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6종, 워비파커(Warby Parker) 3종(올든·리드·렌)이며, 렌즈는 투명·틴트·선글라스형으로 나온다.

포브스는 삼성이 11월 미국과 한국에 먼저 출시하고 워비파커 디자인은 미국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워비파커는 미국·캐나다에서 영업하고, 젠틀몬스터는 한국 브랜드로 여러 나라에 매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구글이 워비파커와 함께 만든 AI 안경. 다리 앞쪽에 카메라를 달았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안경은 화면 없이 마이크 어레이·스피커·카메라로 구성된다.

포브스는 1200만 화소 카메라로 3K 해상도·초당 30프레임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을 함께 전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고, 포브스는 레이밴 메타의 379달러(약 50만원)가 기준선이 될 것으로 봤다.

사미르 사맛(Sameer Samat)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은 이 안경이 사용자가 보는 것에 반응하는 제미나이의 도움을 하루 종일 손을 쓰지 않고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은 출시일을 직접 공표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서류에는 SM-O200J·SM-O200P 두 모델이 등록됐다고 위키트리가 전했다. 카메라를 단 안경은 미국에서 몰래 촬영 논란에 휩싸여 있어, 촬영 표시등 설계가 판매의 변수로 꼽힌다.

지상파 광고 1조2317억원, 7.2% 감소… 시간대로 파는 라디오 광고가 안경 위에서 다시 계산된다

미국 팟캐스트 업계가 에피소드 단위 광고를 걱정한다면, 국내 방송사가 걸린 단위는 편성 시간대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and Media Commission)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1월 8일 발표한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광고비는 17조1263억원(128억7000만 달러)으로 전년보다 3.5% 늘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 광고가 10조1011억원(75억9000만 달러)으로 59%를 차지했고 7.9% 증가했다. 방송 광고는 3조2191억원(24억2000만 달러)으로 비중이 18.8%까지 내려갔고 5% 줄었다. TV·라디오·DMB를 합친 지상파 광고는 1조2317억원(9억2500만 달러)으로 7.2% 감소했다고 기자협회보가 전했다.

국내 광고비(2024년). 괄호는 전년 대비 증감률. 자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라디오 광고는 프로그램과 시간대를 묶어 팔고, 청취율 조사로 값을 매긴다.

안경 위 AI 비서는 이 구조와 맞지 않는다. 청취자는 정해진 시간에 채널을 맞추지 않고, 원하는 때에 "아침 시사 프로그램에서 환율 얘기만 들려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재생되는 2~3분짜리 발췌 음성은 편성 시간대 밖에서 소비되고, 현행 청취율 조사에도 잡히지 않는다. 방송 광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라디오가 새 청취 기기에서 매출을 거두려면 발췌·요약 단위로 노출을 세고 값을 매기는 디지털 오디오 광고 방식이 필요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9년 만에 종료… 국내 음성 진입점은 해외 AI 비서로 넘어간다

국내 음성 콘텐츠의 유통 창구는 좁아졌다.

네이버(Naver)는 2025년 12월 31일 오디오 플랫폼 오디오클립(Audioclip)을 9년 만에 종료했다. 언론들은 AI 스피커 시장의 정체, 기존 음성 비서를 앞지른 생성 AI, 청취 시간을 가져간 유튜브·숏폼 영상을 종료 배경으로 꼽았다. 네이버는 이후 AI 기술과 카페·블로그·치지직·클립 같은 사용자 콘텐츠 생태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들도 자체 라디오 앱(KBS 콩·MBC 미니·SBS 고릴라) 내놓고 있고 유튜브로 듣는 청취자도 많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6에서는 한국 응답자의 64%가 유튜브·소셜미디어 뉴스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48개국 평균(55%)을 웃돌았다.

안경은 이 경로 앞에 AI 비서를 한 겹 더 세운다. 메타 안경에는 메타 AI와 뮤즈, 삼성 안경에는 구글 제미나이, 알리바바 안경에는 큐원이 들어간다. 모두 해외 플랫폼의 비서다. 청취자가 음성으로 "뉴스 틀어 줘"라고 말하면 어느 방송사의 어떤 프로그램을 재생할지는 비서가 고른다.

오디오클립이 빠진 뒤 국내 플랫폼 가운데 안경 위 음성 진입점을 쥔 사업자는 아직 없다. 국내 방송사는 자사 앱을 내세우는 대신 해외 비서와 하나씩 연동 계약과 기술 규격을 맞춰야 한다. 메타가 349달러짜리 오디오 전용 모델까지 낸 만큼, 안경에서 국내 음성 콘텐츠가 차지할 시간은 이 연동 여부에 따라 사업자별로 갈린다.

KBS "AI는 생존 전략"·MBC 자회사 뉴사이드… 방송사 AI는 제작 공정에, 안경 AI는 청취 단계에

국내 방송사도 AI를 들여오고 있다.

박장범(Park Jang-beom) KBS 사장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AI를 KBS의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꼽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미 AI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고 기자협회보가 보도했다. MBC의 AI 전략 자회사 도스트일레븐(Dost11)은 기사 링크를 넣으면 문장 수·언어·길이를 정해 라디오 뉴스 원고로 바꿔 주는 뉴사이드(NewSide)를 3월 세계기자대회에서 시연했다. 회사 측은 이 도구로 5분마다 라디오 뉴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기자협회보가 전했다.

두 사례 모두 AI를 제작 공정에 쓰는 경우다.

반면 안경 위 AI 비서는 청취 단계에서 방송사 콘텐츠를 요약하고 발췌한다.

뉴사이드처럼 짧은 음성 뉴스를 빠르게 만드는 도구는 안경용 오디오 형식과 맞물릴 수 있다. 몇 분짜리 브리핑, 질문에 답하는 대화형 뉴스를 방송사가 직접 만들어 비서에 공급하면, 비서가 남의 프로그램을 잘라 쓰기 전에 방송사가 자기 형식으로 먼저 들어갈 수 있다.

음성 아카이브는 AI 비서의 원천 자료… 실시간 번역 26%는 한국어 콘텐츠의 해외 경로

방송사가 쌓아 온 라디오·시사 프로그램 음성 아카이브는 AI 비서가 답을 만들 때 가져다 쓸 원천 자료가 된다. 언론진흥재단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분석에서 AI 챗봇을 통한 뉴스 이용이 늘면서 저작권 보호와 출처 표시 논의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음성 콘텐츠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생성 AI 사업자에 아카이브를 열 때는 요약·발췌 이용의 허락 범위, 출처 표시 방식, 대가를 계약에 담아야 한다. 광고가 줄어드는 지상파에는 아카이브 이용료가 새 수입원이 될 수도 있다.

안경의 번역 기능은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게 반대 방향의 경로를 연다. 케이건 조사에서 보유자의 26%가 실시간 음성 번역을, 21%가 텍스트 번역을 쓴다고 답했다. 삼성 안경은 제미나이가 상대의 말을 번역해 음성으로 들려준다. 해외 청취자가 한국어 팟캐스트나 라디오, 케이팝 관련 오디오를 안경에서 번역해 들을 수 있게 되면, 그동안 자막·더빙 비용 때문에 수출이 어려웠던 음성 콘텐츠도 해외 청취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번역 음성을 누가 만들고 그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비서를 쥔 플랫폼과의 계약에 달려 있다.

한국은 삼성 안경의 첫 출시국이고, 프레임 다수를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맡았다. 국내 방송사와 오디오 제작사는 11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안경용 오디오 형식을 먼저 시험하고, 그 결과를 해외 비서와의 연동 협상에 쓸 수 있다.

보유자 표본 163명의 초기 조사… 11월 한·미 출시가 다음 지표

케이건 조사는 보유자 163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수용층 조사다. 이용 방식 비율은 대중 시장으로 넓어질 때 달라질 수 있다. 촬영이 61%로 압도적 1위인 만큼 오디오가 핵심 용도라고 보기는 이르다.

월런스타인은 스마트 안경이 오디오에 갖는 의미를 이어폰 대체보다 마찰 제거에서 찾았다. 팟캐스트는 일상을 멈추지 않고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커 왔고, 안경은 오디오를 소비자가 일부러 켜는 것에서 늘 귓가에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경쟁은 카메라·화면 사양보다 오디오와 AI 비서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메타는 카메라 없는 349달러 모델을 냈고, 알리바바는 안경과 함께 보스 공동 이어폰을 내놨다. 두 회사 모두 귀에 닿는 AI 비서를 판매의 중심에 두었다. 오디오 청취 32%%라는 케이건 수치는 카메라 없는 모델이 늘수록 높아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11월 삼성 갤럭시 안경 출시로 메타와 삼성 두 진영이 처음 같은 시장에서 맞붙는다. 첫해 판매량, 보유자의 오디오 이용 비율, 그리고 국내 방송사 음성 콘텐츠가 메타 AI·제미나이와 연동되는지가 이 기기가 국내 오디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지표가 된다. 방송사 쪽에서는 라디오 광고를 발췌·요약 단위로 팔 수 있는지, 음성 아카이브를 생성 AI 사업자에 어떤 조건으로 여는지가 뒤따를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