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방송·미디어
방미통위 토론회서 시청자·이용자 분쟁조정 신청권 확대 제안
외주제작 불공정행위 명문화 논의… 제작비·권리 배분 관행 개선 요구
방송·통신 관할 정리와 글로벌 OTT 거래 보호는 과제로
시청자가 방송 요금·환불 분쟁의 조정을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한 불공정 거래를 방송법으로 명확히 규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업자 간 분쟁 해결과 외주제작물 편성 비율에 무게를 둬온 제도를 이용자 피해 구제와 제작 거래의 공정성까지 넓히자는 취지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디지털미래연구소는 9월 29일 서울 광화문 HJBC 세미나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현장 논의는 방미통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방송·통신 서비스의 경계는 흐려졌지만,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는 여전히 나뉘어 있다.
지난해 통신분쟁조정 신청은 2123건으로 전년보다 38.5% 늘었다고 노컷뉴스가 4월 30일 방미통위 사례집을 인용해 전했다. 통신분쟁조정은 이용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지만 방송분쟁조정은 법에 정해진 사업자에게만 신청 자격을 준다. 유료방송 요금이나 주문형비디오(VOD) 환불, 해지 문제를 겪은 이용자가 방송분쟁조정을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제작 현장에서는 발주 감소와 불공정 거래가 맞물리고 있다. 제작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편성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 영세 제작사의 다음 작품까지 영향을 받는다. 외주제작물을 일정 비율 이상 편성하도록 하는 제도만으로는 제작비 정산과 권리 배분 등 개별 거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번 토론의 출발점이었다.
1부 발제에 나선 김태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방송법 제35조의3의 분쟁조정 신청 주체에 ‘시청자 및 이용자’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부에서는 이찬구 디지털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이 제85조의2에 외주제작 관련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두 안은 발제자가 제시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정부가 확정한 개정안은 아니다. 박동주 방미통위 사무처장은 환영사에서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정책 수립에 빠짐없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속 용어
자료=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발제 자료 정리
권오상(Osang Kweon)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개회사에서 이용자의 신속한 피해 구제와 창작자의 공정한 거래·성과 배분을 함께 짚었다. 그는 “이 두 가지는 방송 산업의 신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의 이용 경계가 흐려지는 만큼 법과 제도가 현장의 어려움을 실제로 해결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공정한 제작 환경을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의 토대로 설명하며, 현장의 목소리와 연구를 연결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와 제작사 보호를 별개의 정책으로 다루기보다 콘텐츠의 제작·유통·이용을 잇는 과제로 보자는 메시지다.
이날 제시된 조문은 발제자의 개정 예시다. 확정된 정부안이나 시행 중인 새 제도와는 구분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토론 내용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신청 대상을 넓히고 금지행위를 추가한다는 방향 외에, 어떤 사건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와 국내 방송 규율을 글로벌 스트리밍 거래에 어떻게 연결할지가 남았다.
박동주 방미통위 사무처장은 환영사에서 “시청자의 신뢰와 창작 현장의 건강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K-콘텐츠의 영광 역시 지속되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국내 이용자의 신뢰와 제작 현장의 거래 질서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다.

IPTV가 유료방송의 60%… 이용자 분쟁은 방송·통신 경계에
통신분쟁조정 신청은 2023년 1259건이었다고 데일리안이 지난해 2월 21일 보도했다. 이후 2024년 1533건, 2025년 2123건으로 늘어 2년 새 약 69% 증가했다. 지난해 신청 가운데 이용계약 관련 분쟁은 1122건으로 전체의 52.9%를 차지했다. 방미통위 사례집에는 이사한 지역에 서비스망이 없어 인터넷을 쓰지 못했는데도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요금이 자동이체된 사례도 담겼다.

방송과 통신의 관할이 겹치는 배경에는 IPTV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방송 시장이 있다. 2025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약 3615만 명으로 방미통위가 5월 29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IPTV는 약 2153만 명으로 59.6%를 차지했고, 케이블TV는 약 1193만 명, 위성방송은 약 268만 명이었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IPTV는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과 결합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계약에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묶이면서, VOD 결제처럼 방송 이용에서 시작된 분쟁도 통신분쟁조정에서 다뤄지는 사례가 생긴다는 게 토론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논의는 방송의 규제와 진흥을 함께 맡게 된 방미통위의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설치법에 따라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 진흥 기능을 더한 조직으로 개편됐다고 디지털데일리가 당시 전했다.
사업자에게만 열린 방송분쟁조정, 시청자도 신청할 수 있게
현행 방송분쟁조정은 채널 공급, 송출 설비 이용, 방송 구역, 중계방송권, 공동사업 등을 둘러싼 사업자 간 분쟁을 다룬다. 신청을 받은 방송분쟁조정위원회는 자료 검토와 당사자 의견 청취를 거쳐 원칙적으로 60일 안에 조정안을 작성한다. 필요한 경우 한 차례에 한해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당사자가 조정안을 통지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모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김 변호사는 방송 거래에 대한 전문성과 정해진 처리 기한, 조정 성립 시의 법적 효력을 이 제도의 강점으로 꼽았다. 채널 편성이나 공급 대가처럼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쟁을 신속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변화하는 방송 이용 환경에 맞춰 기능을 확장해야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절차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업자 간 갈등으로 채널 송출이 중단될 때 시청자 이익을 고려하더라도, 시청자가 자신의 요금이나 환불 문제를 방송분쟁조정에 맡기는 것과는 다르다.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가 불만을 접수하지만 그 결론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김 변호사는 이 위원회가 반복 민원 분석과 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개별 피해 구제가 필요한 사건은 방송분쟁조정위원회로 넘기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당사자 전원의 수락을 요구하는 구조도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쪽이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협상력이 우월한 당사자가 절차의 장기화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발제에서는 채널 송출 중단이 우려되더라도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조정을 시작할 일반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제시됐다.
접수는 한곳에서, 방송·통신 관할은 기관이 나눠야
IPTV 화질 저하나 결합상품 해지 위약금, 채널 변경, VOD 환불은 이용자에게 모두 같은 서비스에서 발생한 문제다. 그러나 이를 처리하는 제도는 방송과 통신으로 나뉜다. 김 변호사는 관할이 불분명한 사건이 기관 사이에서 이관되거나 반려되고, 같은 사안을 중복 조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기관에 신청해야 하는지 이용자가 먼저 판단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비교 대상으로는 통신분쟁조정이 제시됐다. 이용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위원회가 직권조정결정을 내릴 수 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당사자는 결정을 받은 뒤 14일 안에 수락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응답하지 않으면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는 “말이 주는 어감과 달리 무응답만으로 확정되는 강제적 결정은 아니다”라며, 위원회가 판단 기준을 제시해 협상을 돕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방송분쟁조정·통신분쟁조정 비교와 발제 개선안
자료=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위원회(2022.1.20 제10기 위촉), 방미통위 2025 통신분쟁조정 사례집, 김태주 발제 자료
김 변호사가 제시한 중장기 해법은 통합 접수창구다. 이용자는 방송·통신·결합상품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포털이나 대표전화로 신청하고, 접수기관이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담당 기구를 정하는 방식이다. 정책 민원은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 방송 분쟁은 방송분쟁조정위원회, 통신 분쟁은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맡는다. 두 영역이 얽힌 사건은 주관 기관을 지정해 공동으로 조사한 뒤 하나의 조정안을 제시하자는 구상이다.
신청권 확대와 함께 처리 인력·조직도 보강해야
신청 자격만 넓혀서는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 변호사의 조문 예시에는 방송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정원을 30명 이내로 확대하고, 소비자·이용자 분쟁 전문가를 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용자 분쟁을 맡는 소위원회와 상설 사무국을 두고, 경미한 사건에는 간이조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가 개별 사건을 넘기면 그 시점에 조정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조항도 포함했다. 그는 “조직 인프라 개편 없이 신청 주체만 확대하면 사건이 적체되고 조정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의 실효성을 높일 수단으로는 네 가지를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피해가 크거나 방송 중단이 우려될 때 방미통위가 조정을 요청하는 직권조정 개시, 조정 기간에 채널 공급을 유지하는 긴급 잠정조치, 15일 안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수락한 것으로 보는 제도, 합의 결렬 시 위원회가 판단안을 내는 제한적 직권조정결정이다. 다만 이를 한꺼번에 도입하자는 제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수락 간주 제도는 당사자에게 조정안이 제대로 전달되고 안내됐음을 입증할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 순서도 단계별로 나눴다. 먼저 이용자 분쟁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접수·이관 절차를 정비한 뒤, 소위원회와 사무국 등 처리 조직을 갖추고 간이조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직권조정과 잠정조치 등은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결합상품 관할을 정하는 조문은 “방송과 통신이 얽힌 문제라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예시에서는 제외했다.
관할 중복·저작권 분쟁, 신청권 확대 전에 정리할 쟁점
토론자들은 신청권 확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관할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창범 법무법인 인 변호사는 현행 제35조의3 제8호에 전기통신사업자가 포함된 상태에서 제9호에 이용자를 추가하면,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맡는 사건과 대상이 겹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PTV의 VOD 자동결제 분쟁 등이 이미 통신분쟁조정으로 접수되고 있는 만큼, 방송분쟁조정이 다룰 사건 유형을 법률에 열거하고 보완 조항을 두자는 제안이다. 직권조정 역시 사업자 간 협상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어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철 한국공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호할 이용자의 범위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방송 시청자와 유료방송 가입자를 넘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나 1인 미디어 창작자까지 포함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분쟁조정,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협력까지 고려한 일관된 피해 구제 체계를 제안했다. 방송·통신의 구분만으로 다루기 어려운 사례로는 지난 6월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예로 들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단체가 접수하는 결합상품 민원도 방송과 통신 중 어느 영역의 문제인지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100명의 소비자가 같은 피해를 입고 100번 조정을 받는 것보다 101번째 소비자에게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사건의 합의에 그치지 않고 조정 사례를 축적해 약관과 영업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도 “시청권이 협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송신료 분쟁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객석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저작권 관련 분쟁을 저작권법에 따르도록 한 방송법의 단서 조항을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 대가를 저작권 사용료로 주장하면 방송분쟁조정의 대상인지부터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김 변호사는 이용자가 방송·통신·저작권 문제를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저작권 문제도 같이 살펴볼 수 있는 체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관할 기관이 다른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작비 미지급부터 권리 이전까지… 외주 거래의 사각지대
2부에서는 외주제작 거래를 어디까지 법으로 규율할 것인지가 논의됐다.
이찬구 연구위원은 2015년 원작 출판사 연두세상 등 4개사가 공동제작 계약을 맺은 EBS 애니메이션 ‘용감한 소방차 레이’의 분쟁을 사례로 들었다. 미디어오늘의 판결 보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4월 21일 EBS가 연두세상에 미지급 정산금 약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두세상은 정부지원금 14억원이 투입된 작품이 중국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중국 저작물로 표기됐다고 주장했고, EBS는 해외 배급사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감사원 제보 이후 저작물 관리 부실이 지적된 경위와 연두세상 측의 보복 피해 주장을 함께 소개했다. 정산금 지급 판결과 저작물 표기·보복 여부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보도된 외주제작 분쟁을 바탕으로 불공정 거래를 9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제작비와 추가 비용의 전가, 일방적인 편성 취소·변경, 지식재산권(IP) 이전 요구, 계약의 일방적 변경·취소 등이 포함됐다.
제 자료에는 MBC아트와 세트제작 용역업체 간 초과용역 대금 약 6억원의 미지급 논란, JTBC의 예능 편성 취소, JTBC와 스튜디오C1의 기획안·원본 소스 사용 분쟁, MBN 예능의 출연료·상금 미지급 논란 등이 제시됐다. 거래 구조도 방송사와 제작사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송사 자회사, 제작사의 용역·파견업체, 재하청 업체까지 연결돼 있어 피해가 여러 단계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영세 제작사가 장기 소송을 버틸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대부분 언론 플레이를 하고, 소송으로 가면 영세 제작사는 다음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제작 물량 줄고 발주처 바뀌는데, 보호 장치는 제자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편 안팎으로 감소했다. 방미통위가 5월 15일 발표한 202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자체제작·외주제작·구매를 포함한 2024년 방송사업자 전체 직접제작비는 2조9709억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그러나 그 안에 포함된 외주제작비는 9878억원으로 2.2% 줄었다. 전체 지출이 늘어도 외주제작사의 일감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평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4년 한국 오리지널 30편을 공급했다.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시간의 8.8%를 차지해 미국 콘텐츠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방미통위는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가 제작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가능성을 살피겠다며 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예고했다. 외주제작 거래의 공정성을 논의할 때 국내 방송사뿐 아니라 글로벌 OTT와의 계약도 함께 봐야 하는 배경이다.
영국은 계약 단계부터 권리·대가·기간을 구분
이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로 영국과 프랑스를 들었다. 영국 커뮤니케이션법(Communications Act 2003) 제285조는 적용 대상 공공서비스 채널이 독립제작물의 제작을 의뢰할 때 따를 실무규정을 마련하도록 한다. 규제기관 오프콤의 지침 아래 계약에서 거래하는 권리의 종류, 권리별 대가, 이용 기간과 독점 여부를 명확히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법이 모든 2차 권리를 제작사에 자동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가 사들이는 권리의 범위를 분명히 해 나머지 권리의 활용과 수익 배분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경우 규제기관의 긴급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등 집행 수단을 참고할 만한 사례로 소개했다.
제작사가 권리를 활용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필요성은 영국의 최근 매출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독립제작사협회(Pact)가 9월 9일 발표한 2026 센서스에 따르면 2025년 영국 독립 TV 제작 부문 매출은 38억1000만 파운드로 전년보다 4.1% 늘었다. 영국 내 TV 매출은 19억9000만 파운드로 4.7% 줄었지만, 해외 TV 매출은 15억7000만 파운드로 15.8% 증가했다. 재방영료와 완성 프로그램의 해외 판매 등을 포함한 2차 권리 매출도 5억7500만 파운드로 12.7% 늘었다. 국내 시장의 위축을 해외 거래와 권리 활용 수익이 보완한 셈이다. 다만 해외 TV 매출과 2차 권리 매출은 일부 범위가 겹치므로 별개의 항목처럼 합산해서는 안 된다.

외주제작 거래 규율 해외·국내 비교
자료=이찬구 발제 자료, 영국 Communications Act 2003 s.285. 프랑스 권리 배분 항목은 발제에서 다루지 않음
국내에서는 방미통위와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제도를 나눠 맡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방송법·IPTV법에 외주제작 거래의 불공정행위를 구체적으로 다룰 조항이 부족하고, 문체부 소관 법률은 포괄적 규정이 많아 집행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역시 미디어 거래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사후 조치에 치우쳐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2019년 이후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13개 금지행위를 자신이 분류한 9개 유형과 대조한 결과, 3개 유형만 포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분석에 따르면 외주 의무편성 비율은 1991년 3%에서 2001년 31%까지 확대됐다. 이 연구위원의 제안은 이처럼 편성 물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온 정책을 개별 거래 조건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하자는 것이다.
외주 불공정, 방송법 금지행위에 구체적으로 담자
입법 방식으로는 네 가지 안이 제시됐다.
기존 금지행위 조항인 제85조의2에 포괄 규정을 추가하는 1안, 외주 편성 의무를 정한 제72조 뒤에 별도 조항을 신설하되 구체적인 유형은 시행령에 맡기는 2안, 같은 위치에 금지행위 유형까지 법률로 명시하는 3안, 제85조의2 제2항에 외주제작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담는 4안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금지행위 체계와의 일관성, 시정명령·과징금 적용의 형평성을 고려해 4안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외주제작 불공정행위 방송법 반영 4개 안
자료=이찬구 발제 자료와 토론 발언 정리

이 연구위원은 외주제작 거래의 개선을 개별 업체 보호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지키는 문제로 봤다. 그는 “창의성과 다양성의 원천이 되는 외주 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성장에서 ‘지속’이라는 말은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지행위 명문화에 무게… 규제 중복과 법률·시행령 배분은 이견
토론에서는 금지행위를 명문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지만, 규제 범위와 집행 방식에는 의견이 갈렸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규제와 방미통위의 재승인 심사 가이드라인이 있는 만큼, 새로운 조항이 필요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반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과 처분 이후 행정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사에 거래의 공정성을 입증하도록 하면 사실상 사전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네 가지 안 가운데 2안이나 4안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금지해야 할 행위를 좁혀 명시하고 이에 맞는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글로벌 OTT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보호 공백을 지적했다. 넷플릭스 등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여서 국내 제작사와의 거래에 방송법의 금지행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자 보호 규정도 최종 소비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제작사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 절차에서도 제작사의 피해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방송·통신·OTT를 포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논의와 별개로 방송법에 우선 금지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4안을 지지하되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 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핵심 내용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부당한 계약’이나 ‘적정한 수익과 권리 배분’처럼 포괄적인 표현만으로는 현장의 거래 관행을 바꾸기 어렵고, 중요한 사항을 시행령에 맡기면 규율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그는 계약 단계에서 권리의 범위와 대가, 기간, 독점 여부를 정하고 방송권·스트리밍권·해외 판권·리메이크권을 구분해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드라마에서는 IP 전체를 무조건 확보하려는 관행이 바뀌고 있지만 비드라마 분야에는 불공정 사례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OTT 표준계약서 논의에 대해서도 국내 사업자만 따르고 글로벌 사업자는 빠지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방송사만 규제하는 접근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객석의 방미통위 사무관은 대형 제작사가 방송사보다 높은 협상력을 갖는 경우도 있다는 방송사 측 의견을 소개하고, 중요한 사항은 법률에 두되 나머지는 시행령에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대형 사업자의 사례 때문에 다수 영세 제작사에 필요한 보호 장치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IPTV 고객 대응부터 제작 계약까지, 업계에 미칠 영향
제안이 제도화되면 유료방송사업자는 요금·환불·해지 관련 약관과 고객 대응 절차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에서 비중이 큰 IPTV 3사는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민원을 일관되게 처리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다만 어느 위원회가 어떤 사건을 맡을지는 입법 과정에서 정해야 한다. 조정 사례가 반복 피해 분석과 약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개별 민원의 해결을 넘어 사업자의 영업 관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료 협상에서도 시청권 보호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장기 과제로 제시된 직권조정 개시와 긴급 잠정조치가 도입되면, 채널 송출이 중단될 우려가 있을 때 행정기관이 개입할 근거가 생긴다. 다만 이는 아직 검토 단계의 제안이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저작권 분쟁과의 관계, 개입 요건,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함께 정리해야 한다.
제작 계약에서는 법률이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어떤 제재를 연결할지가 중요하다. 제안대로 외주제작 금지행위를 명시하면 해당 행위를 시정명령·과징금 등으로 직접 규율할 근거를 강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계약 분쟁이 곧바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반 요건과 입증 책임, 공정거래법 등과의 관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글로벌 OTT와의 거래는 방송법의 외주제작 조항을 손보는 것만으로 포괄하기 어렵다. 표준계약서에 권리별 대가와 이용 범위를 담는 작업, OTT까지 아우르는 법체계 논의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상생의 실효성, 피해 구제와 거래 관행의 변화에 달렸다
이번 토론회는 이용자 보호와 제작사 보호를 각각 선언하는 데서 나아가, 방송법의 어느 조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문 예시가 나왔다고 입법 방향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용자 분쟁은 관할과 처리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하고, 외주제작 거래는 금지행위의 범위와 집행 기준을 정해야 한다. 신청권 확대와 금지행위 신설이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다음 논의의 기준이 돼야 한다.
외주제작 분야에서는 기존 금지행위 조항에 구체적인 유형을 담는 4안이 여러 토론자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법률과 시행령에 각각 무엇을 둘지, 방송사와 제작사의 협상력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도 연구반과 전문가 의견을 받아 내용을 다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OTT와의 거래까지 보호 범위를 넓히는 문제 역시 후속 입법 논의에 남아 있다.

좌장을 맡은 김진기 한국항공대 교수는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에 빗대 콘텐츠 제작 역량도 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생과 생태계는 누가 누구에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누구도 혼자서 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하는 환경”이라며 기존 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도 개선의 성과는 조항의 수가 아니라 이용자가 피해를 제때 구제받고, 제작사가 정당한 대가를 바탕으로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로 평가받게 된다.

좌장을 맡은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방미통위 유튜브 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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