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드라마, 할리우드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
17억 달러 퀴비의 실패를 딛고, 저예산 숏폼이 30억 달러 시장을 열다
넷플릭스 구독자 10명 중 1명이 이제 마이크로드라마 앱을 함께 쓴다. 미국인 72%가 마이크로드라마 시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3분짜리 에피소드로 구성된 모바일 전용 드라마가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20년 17억 5,000만 달러를 태우고 사라진 퀴비(Quibi)의 망령이 할리우드를 짓눌렀던 시대는 끝났다. 틱톡 세대의 시청 습관 위에서, 숏폼 스토리텔링이 마침내 '작동하는 비즈니스'가 됐다.
할리우드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융합
마이크로드라마는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의 궁극적인 결합체다. 전통적인 TV 멜로드라마의 감정적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소셜 비디오의 리듬에 최적화된 형식이다. 짧지만 긴장감 넘치는 플롯, 매 에피소드마다 터지는 클리프행어—이 포맷은 세로 영상 플랫폼에서의 빈지워칭을 위해 설계됐다.

[차트] 숏폼 플랫폼에서 마이크로드라마 시청 의향 (n=900, 미국 영화 관람객 13~64세, 2025년 8월 조사)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1%가 마이크로드라마 시청에 '매우 관심 있다'고 답했고, 51%는 '어느 정도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릴숏과 드라마박스 같은 전용 앱들이 이미 미국 앱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이러한 수요를 입증한다.
급증하는 이용자 수
앱토피아(Apptopia)가 Axios에 독점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미디어 앱 이용자 중 마이크로드라마 앱 '릴숏(ReelShort)'과 '드라마박스(DramaBox)'를 함께 사용하는 비율이 2025년 들어 전 플랫폼에서 급증했다.

[차트] 미국 미디어 앱 이용자 중 ReelShort 또는 DramaBox 동시 사용 비율 (2025년 1월~12월) / 데이터: Apptopia, 차트: Axios Visuals
플랫폼별 마이크로드라마 앱 동시 사용률 (2025년 1월 → 12월)
특히 넷플릭스 이용자의 동시 사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은 프리미엄 스트리밍 구독자들도 숏폼 콘텐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시청자들이 TV와 틱톡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새로운 내러티브 포맷을 기꺼이 탐색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의 성공 모델
마이크로드라마의 원조는 중국이다. 이미 8억 3,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마이크로드라마를 소비하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카테고리로 성장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초고효율 제작 파이프라인이다. 모듈식 세트, AI 지원 워크플로우를 통해 기획부터 공개까지 2개월도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효율성과 검증된 시청자 유인 능력이 미국 스튜디오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퀴비의 실패를 기억하는 업계지만, 이번에는 따라할 수 있는 검증된 템플릿이 존재한다.
퀴비의 실패를 딛고
2020년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투자받고도 출시 직후 문을 닫은 퀴비(Quibi)의 실패는 숏폼 콘텐츠 시장에 오랫동안 그림자를 드리웠다. 고예산, 스타 중심 전략을 펼쳤던 퀴비와 달리 오늘날의 마이크로드라마는 저예산·다량 생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에이전시 게일(GALE)의 벤 제임스 최고혁신책임자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스토리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연출하고, 편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며 "이는 더 많은 내러티브를 더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주요 플레이어 동향
중국에서 검증된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앱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스토리매트릭스 소속 드라마박스는 2025년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5억 달러 기업가치 기준 1억 달러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홀리워터의 마이드라마는 폭스 엔터테인먼트(FOX)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했고, 미라맥스 전 CEO 빌 블록이 이끄는 감마타임(GammaTime)은 킴 카다시안 등으로부터 1,400만 달러를 투자받아 론칭했다.

특히 폭스의 홀리워터(holywater) 투자는 주목할 만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숏폼 영상을 단순한 마케팅 채널이 아닌, 독자적인 콘텐츠 포맷으로 인정한 첫 번째 대형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편 SAG-AFTRA(미국 배우 노조)는 새로운 '버티컬 협약(Verticals Agreement)'을 발표하며, 세로 영상 스토리텔링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이 될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기반 COL그룹이 투자한 릴숏(Reelshort)은 2025년 1분기 인앱 매출 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텔레비사유니비전도 스페인어 스트리밍 플랫폼 빅스(ViX)에서 마이크로드라마를 선보이며 2026년 100편 출시를 예고했다.
틱톡 역시 지난달 스낵숏, 스타더스트TV, 허니릴스 등의 앱에서 에피소드 샘플을 제공하는 '미니스(Minis)' 섹션을 론칭하며 시장에 본격 참전했다.
30억 달러 시장의 탄생
미디어·엔터테인먼트·테크 분야 컨설팅/자문 회사 아울앤코(Owl & Co)에 따르면 마이크로드라마는 2025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약 3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3배 성장한 수치로, 미국이 13억 달러로 최대 시장이다.
아울앤코 창업자 에르난 로페즈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숏폼 스크립트 스토리텔링의 실질적인 시장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TV와 틱톡 사이, 숏드라마 장르의 확대
현재 마이크로드라마 플랫폼은 로맨스 장르가 압도적이다. 웹소설이나 웹툰 원작의 각색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고,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전망이다.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시리얼 형식의 세로 영상 스토리텔링을 실험하고,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마이크로드라마는 크리에이터 문화와 할리우드를 잇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다리가 될 준비를 마쳤다.
게일의 벤 제임스는 브랜드 펀디드 엔터테인먼트가 부상하면서 브랜드들이 마이크로드라마 제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광고와 스토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열리는 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킬러 콘텐츠'의 등장에 쏠려 있다. 로페즈는 "스트리밍에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었고, 팟캐스트에 '시리얼'과 '더티 존'이 있었다"며 "마이크로드라마도 대중의 인식을 바꿀 상징적인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줄어드는 집중 시간과 치솟는 제작비 사이에서, 마이크로드라마는 희귀한 해법을 제시한다. 소셜 비디오의 속도로 시네마틱한 임팩트를 전달할 수 있는 포맷. 그리고 이것은 할리우드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사이에 더 이상 의미 있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다.
30억 달러는 시작일 뿐이다. 숏폼 영상에 길들여진 Z세대가 본격적인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AI 기반 제작 도구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더욱 낮추는 순간, 마이크로드라마는 틈새시장을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퀴비가 너무 일찍 도착한 미래였다면, 릴숏과 드라마박스는 제때 도착한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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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xios, Deloitte Digital Media Trends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