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중동 브랜드관으로 넓히는 K드라마 해외 유통

CJ ENM이 중동·북아프리카 24개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MBC 샤히드에 티빙 브랜드관을 연다. 신작과 기존 작품을 공급하고 한국 동시 공개, 아랍어 현지화, MBC4 독점 편성을 추진한다. 개별 작품 판매에서 브랜드 중심의 유통으로 협력을 확대하며, 한국 방송사와 제작사에는 해외 판권과 수익 배분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티빙 중동 브랜드관으로 넓히는 K드라마 해외 유통

MIPCOM 2026 | 스트리밍 유통

K-드라마 해외 유통, 작품 판매에서 브랜드관 입점으로

김도현(Sebastian Kim) CJ ENM 콘텐츠유통BU장(왼쪽)과 타레크 알리브라힘(Tareq Alibrahim) MBC1·MBC드라마·MBC 샤히드 콘텐츠 디렉터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파트너십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CJ ENM·MBC그룹

CJ ENM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MBC 샤히드(MBC Shahid)에 티빙(TVING) 브랜드관을 연다. CJ ENM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방송영상 마켓 밉컴(MIPCOM) 2026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 그룹 MBC그룹(MBC Group)과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14일 밝혔다. 브랜드관은 MENA 24개 지역에서 서비스된다. 올해 공개하는 신작 13편과 CJ ENM 라이브러리 20편이 차례로 오른다.

신작은 한국 방영과 같은 시점에 공개된다. 아랍어 더빙·자막을 붙이는 작품도 늘린다. MBC그룹의 무료 방송 채널 MBC4는 CJ ENM 작품을 일정 기간 독점 편성한다. MBC그룹은 기존 협력 관계를 스트리밍과 TV 방송 양쪽으로 넓히고, 미디어·엔터테인먼트·제작 분야에서 추가 협력할 틀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계약 금액과 기간, 브랜드관 개설일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사 거래는 지난해 6월 드라마 20편 공급 계약으로 시작됐다. 작품을 한 편씩 넘기던 계약이 1년 4개월 만에 '티빙' 이름을 건 전용관 입점으로 커졌다. 그사이 CJ ENM은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 법인을 세웠다. 샤히드는 'MBC 샤히드'로 이름을 바꾸고 연간 흑자 목표를 2027년에서 올해로 1년 앞당겼다.

티빙은 자체 앱을 해외에 직접 내놓는 대신 현지 대형 플랫폼 안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해외 유통을 넓혀 왔다. 지난해 11월 일본 디즈니+(Disney+), 올해 1월 아시아·태평양 17개 지역 HBO맥스(HBO Max)에 브랜드관을 열었고, 7월에는 인도 프라임비디오(Prime Video)와 100편 이상 공급 계약을 맺었다. 중동은 네 번째 해외 창구다. 티빙은 올해 2분기 출범 후 첫 분기 흑자를 냈고, 회사는 해외 판매 매출을 흑자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신작 13편 한국 동시 공개… '최애의 사원'·'취사병 전설이 되다' 포함

공개 예정작에는 tvN '최애의 사원'(My Bias, My Boss),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The Legend of Kitchen Soldier), tvN '은밀한 감사'(Filing for Love), '우주를 줄게'(Our Universe), '판사 이한영'(The Judge Returns)이 들어 있다다.  '최애의 사원'은 8월 3일 첫 방송한 웹툰 원작 오피스 로맨스다.

1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Nielsen Korea) 전국 유료가구 기준 4.2%로 일간스포츠(Ilgan Sports)가 집계했다.

'은밀한 감사'는 4월 칸 국제 시리즈(Canneseries)에 한국 대표작으로 초청됐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티빙이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유미의 세포들3'와 함께 구독자 순증을 이끈 작품으로 꼽은 시리즈다.

할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양사가 신작 '13편 이상', 라이브러리 '20편 이상'으로 시작해 계약 기간 동안 편수를 늘려 간다고 13일 전했다. 계약에 포함된 신작은 모두 한국 방영 시점에 맞춰 샤히드에 올라간다. 리야드와 카이로의 시청자가 서울 시청자와 같은 주에 같은 회차를 보게 된다. MBC4 편성표는 추후 공개된다.

"중동 시장 성장 가능성 재확인"… MBC "글로벌 콘텐츠와 아랍 시청자 잇는 관문"

김도현 CJ ENM 콘텐츠유통BU장은 "지난해 콘텐츠 공급에 이어 올해 티빙 브랜드관까지 협력을 확대하게 된 것은 중동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중동 지역 시청자들이 프리미엄 K-콘텐츠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레크 알리브라힘 디렉터는 할리우드리포터에 "CJ ENM은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세계로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MBC그룹은 MENA 전역의 시청자와 비할 데 없는 연결을 쌓아 왔다"며 "콘텐츠와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장기적인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약이 해외 주요 미디어 기업과 제휴를 넓혀 MBC그룹을 글로벌 콘텐츠와 아랍 시청자를 잇는 관문으로 키우려는 전략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김도현 CJ ENM 콘텐츠유통BU장(왼쪽)과 타레크 알리브라힘 디렉터가 13일 칸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CJ ENM·MBC그룹

20편 공급 1년 4개월 만에 전용관… 리야드 중동 법인이 거점

CJ ENM이 샤히드에 처음 작품을 넘긴 건 지난해 6월이다. 당시 '선재 업고 튀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 '도깨비', '호텔 델루나', '마우스', '또 오해영' 등 20편이 MENA에 공급됐다고 더구루(The Guru)가 보도했다.

한 달 뒤 CJ ENM은 리야드에 전액 출자 법인 CJ ENM 미들이스트(CJ ENM Middle East LLC)를 세웠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사우디에 법인을 둔 첫 사례다. 윤상현(Yoon Sang-hyun) CJ ENM 대표는 창립 30주년인 2025년을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선언한 상태였다.

중동과의 접점은 그 전부터 쌓였다.

CJ ENM은 2022년 사우디 문화부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2022년과 2023년 사우디에서 케이콘(KCON)을 열었으며, 2023년 사우디 제작사 망가 프로덕션(Manga Productions)과 공동제작·유통 협약을 체결했다고 코리아중앙데일리(Korea JoongAng Daily)가 전했다. 이번 계약에서 양사는 작품 공급을 넘어 원천 IP 개발과 제작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샤히드 유료 가입 500만 명 MENA 1위… 연간 흑자 1년 앞당겨

샤히드의 구독형(SVOD) 가입자는 2024년 말 약 500만 명으로 1년 새 25.6% 늘었다. 광고형(AVOD) 월간 활성 이용자는 1860만 명이다.

MBC그룹이 공개한 이 수치는 커뮤니케이트 온라인(Communicate Online)이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가 지난해 5월 두바이에서 발표한 집계에서도 샤히드는 440만 명으로 유튜브 프리미엄(370만), 넷플릭스(300만), 스타즈플레이(230만)를 앞섰다. 옴디아는 MENA 스트리밍 시장이 2025년 말 15억 달러(약 2조177억원)를 넘고,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2029년 84억 달러(약 11조2988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MENA 주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옴디아가 2025년 5월 발표한 수치다. 자료=옴디아

매출도 가입자를 따라 늘었다. 샤히드의 2025년 1~9월 매출은 10억2000만 리얄(2억7100만 달러, 약 3645억원)로 26% 증가했다. 마이크 스니즈비(Mike Sneesby) MBC그룹 최고경영자(CEO)는 8월 12일 사우디 경제매체 아르감(Argaam) 인터뷰에서 상반기 SVOD 매출이 23.3%, 중동 밖 해외 가입자 매출이 12%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샤히드가 당초 목표보다 1년 이른 올해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룹 전체는 광고 시장 위축을 겪고 있다. MBC그룹의 1분기 매출은 16억 리얄로 전년 같은 기간 20억 리얄에서 줄었다. 스니즈비 CEO는 지역 지정학 긴장으로 광고주들이 예산을 줄이고 집행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광고가 흔들리는 동안 구독 매출을 받치는 상품이 필요해졌고, 한국 드라마 동시 공개는 그 상품에 해당한다.

튀르키예 드라마 5년 독점, 한국 드라마는 개별 계약… 샤히드 편성 구조

샤히드 편성은 아랍어 오리지널을 축으로 범아랍·이집트·걸프·튀르키예 작품을 얹는 방식이다. MBC그룹은 2022년 밉컴에서 튀르키예 제작사 메디아핌(Medyapim)·아이 야핌(Ay Yapim)과 5년 계약을 맺고 튀르키예 드라마를 MENA에 독점 선공개해 왔다. 한국 드라마는 지금까지 개별 계약으로 들어왔다. 배급사 미디어허브(MediaHub)가 KT스튜디오지니(KT Studio Genie) 작품 4편을 샤히드에 공급한 계약이 그런 예다. 이번 브랜드관 계약은 한국 드라마에 고정된 진열 공간과 공개 일정을 함께 붙였다.

샤히드는 올해 1월 2일 'MBC 샤히드'로 이름을 바꿨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는 지난해 MBC그룹 과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MBC그룹은 사우디 증권거래소 타다울(Tadawul)에 상장된 회사로, 한국의 문화방송(MBC)과는 관계가 없다.

사우디 시청자 "한국 드라마는 주류"… 시청 이탈은 언어에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중동)'에서 한국 드라마는 중동 시청자가 가장 많이 접한 한국 콘텐츠 분야였다. 사우디에서는 주류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였다.

이 조사를 분석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해외 바이어 포털 웰콘(WelCon)의 리포트는 시청자가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 장벽에서 이탈한다고 정리했다. 리포트가 인용한 PwC·옴디아 전망에서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매출은 2029년까지 연 3.7% 성장에 그치지만, 사우디와 튀르키예는 가장 빠르게 커지는 시장에 속한다. 이번 계약에는 아랍어 더빙·자막 확대 조건이 들어갔다.

일본 디즈니+·아태 HBO맥스·인도 프라임비디오… 1년 새 네 번째 해외 창구

티빙의 첫 해외 브랜드관은 지난해 11월 일본 디즈니+에 문을 연 '티빙 컬렉션'이다. 디즈니+가 아태 지역에서 현지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용관을 내준 첫 사례였다고 경향신문(Kyunghyang Shinmun)이 전했다. 올해 1월 2일에는 HBO맥스가 홍콩·대만·동남아 등 아태 17개 지역에서 티빙 브랜드관을 정식으로 열었다. 7월 27일에는 인도 프라임비디오와 2년간 100편 이상(신작 26편 포함)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 작품에는 힌디어·타밀어·텔루구어 더빙이 붙고 '은밀한 감사', '취사병 전설이 되다', '최애의 사원'이 들어 있다고 애니메이션뉴스네트워크(Anime News Network)가 보도했다.

같은 신작 한 편이 인도에서는 프라임비디오, 아태에서는 HBO맥스, 중동에서는 샤히드를 통해 나간다. 지역마다 이미 가입자를 확보한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이라 결제와 현지 운영은 입점한 플랫폼이 맡는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아시아 업계에서 티빙이 주요 시장에 독자 서비스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지만, CJ ENM은 독자 출시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티빙의 해외 플랫폼 입점 경과. 인도는 브랜드관이 아닌 작품 공급 계약이다. 자료=CJ ENM·각사 발표

티빙 2분기 영업이익 60억원 첫 흑자… 해외 판매가 흑자 요인

티빙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407억원(1억460만 달러)으로 전년 같은 기간 995억원보다 약 41% 늘었다. 영업손익은 240억원 적자에서 60억원(45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970만 명, 광고 매출 증가율은 52%였다고 디지털데일리(Digital Daily)가 전했다. 장현경(Jang Hyun-kyung)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월 6일 실적설명회에서 광고·구독 매출 고성장에 해외 판매 매출이 더해져 수익성이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티빙 2분기 매출·영업이익. 2026년 2분기에 출범 후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자료=CJ ENM

회사는 3분기 수익성이 2분기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광고 비수기와 콘텐츠 수급 비용 증가에 해외 판매의 단기 감소가 겹치기 때문이다. 해외 판매가 분기마다 출렁이는 수익원인 만큼, 일본·아태·인도·중동으로 창구를 늘리는 것은 판매 시점을 분산하는 효과도 낸다. CJ ENM은 KT와 티빙의 광고·콘텐츠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티빙·웨이브(Wavve) 합병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이 성사되면 해외 브랜드관에 올릴 수 있는 국내 작품 목록도 커진다.

MENA 스트리밍 매출 2030년 70억 달러… 유료 구독 5000만 건 전망

시장조사기관 3비전(3Vision)은 3월 낸 MENA 비디오 시장 보고서에서 이 지역 스트리밍 매출이 2025년 약 46억 달러(약 6조1875억원)에서 2030년 70억 달러(약 9조4157억원) 가까이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구독형(SVOD)은 32억 달러에서 47억 달러, 광고형(AVOD)은 12억 달러에서 19억 달러, 광고 기반 무료 채널(FAST)은 1억8900만 달러에서 5억9000만 달러로 각각 커진다. 유료 구독은 약 3500만 건에서 5000만 건 가까이로 늘고, 2030년이면 TV 가구의 절반가량이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 이상에 돈을 낸다는 전망이다.

같은 기간 유료방송 가입자는 1720만 명에서 1780만 명으로 거의 그대로다. 3비전은 이 지역에서 무료 TV 방송이 여전히 시청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구독 1500만 건가량은 스트리밍 서비스끼리 나눠 갖게 되고, 신규 가입을 끌어올 독점·동시 공개 작품이 경쟁 대상이 된다. 조사 기관마다 집계 국가와 범위가 달라 앞서 본 옴디아 수치와 절대 금액은 차이가 난다.

MENA 스트리밍 매출 전망. 부문 합계와 발표 총액 사이에는 반올림 차이가 있다. 자료=3비전

넷플릭스, MBC그룹과 묶음 상품… 경쟁자이자 판매 파트너

MBC그룹은 지난해 7월 넷플릭스(Netflix)와 손잡고 사우디에서 넷플릭스·샤히드·MBC 실시간 채널을 한 번에 결제하는 묶음 상품을 내놨다. 판매 창구는 MBC그룹이 지난해 2월 선보인 통합 서비스 MBCNOW다. 따로 가입할 때보다 20% 이상 싸다고 걸프뉴스(Gulf News)가 전했다. 넷플릭스가 중동에서 현지 미디어 그룹과 맺은 첫 묶음 계약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시청 보고서에서 한국 콘텐츠는 비영어 콘텐츠 시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가 7월 22일 전했다. 묶음 상품에 가입한 사우디 시청자는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과 샤히드 안 티빙 브랜드관을 한 요금으로 보게 된다. 두 서비스는 같은 한국 드라마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하면서, 묶음 판매로는 함께 해지를 줄인다.

샤히드가 현지 1위 자리를 지킬지도 관건이다. 영국 디지털TV리서치(Digital TV Research)는 2024년 2월 아랍권 전망에서 샤히드 VIP 가입자가 2029년 600만 명 가까이로 늘어 넷플릭스(560만 명)를 앞설 것으로 봤다. 스타즈플레이(500만 명), 아마존·디즈니+(320만 명)가 뒤를 잇는다는 전망이다.

미국 전문 스트리밍 신규 가입 3건 중 2건이 아마존 채널 경유… 입점형 유통 확산

미국에서는 이미 입점형 유통이 전문(specialty)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된 판매 경로가 됐다. 구독 분석업체 안테나(Antenna)의 2분기 보고서에서 전문 서비스 신규 가입 3건 가운데 2건이 프라임비디오 채널스(Prime Video Channels)를 거쳤다. 1년 전보다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로쿠 채널(Roku Channel)을 거친 전문 서비스 신규 가입은 2024년 1분기 56만6000건에서 올해 2분기 140만 건으로 늘었다. 유튜브 프라임타임 채널(YouTube Primetime Channels) 경유 가입도 1년 새 47% 증가했다고 더데스크(The Desk)가 8월 17일 전했다.

한국 방송사도 이 방식을 먼저 썼다. KBS·MBC·SBS와 SK텔레콤이 세운 웨이브아메리카(wavve Americas)는 미국 서비스 코코와(KOCOWA)를 2022년 6월 프라임비디오 채널스에 월 6.99달러로 입점시켰다. 코코와는 2024년 4월 유럽·오세아니아에 진출한 뒤 월평균 가입자가 20%씩 늘었다고 코리아타임스가 지난해 7월 전했다. 지상파 3사가 미국에서 자사 연합 브랜드로 쓴 입점 방식을, CJ ENM은 아시아와 중동에서 티빙 이름으로 쓰고 있다.

입점형 유통에는 해지 부담이 따른다. 안테나 집계에서 전문 서비스 가입자의 12개월 유지율은 27%로 대형 서비스(35%)보다 낮았다. 양사는 티빙 브랜드관을 샤히드 안의 전용 공간으로 설명했고 별도 요금은 밝히지 않았다. 이 경우 가입자 유지 부담은 샤히드가 지고, CJ ENM은 작품 공급 대가를 받는다.

지상파 광고 매출 2년 새 31% 감소… 방송사 해외 판권도 묶음 판매로

이번 라인업의 '판사 이한영'은 1월 2일 첫 방송한 문화방송(MBC) 드라마다. 티빙은 1월부터 MBC 드라마·예능 공급을 늘렸고, CJ ENM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일본 디즈니+ 티빙 컬렉션에서 공개 첫 주 3위(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집계)에 올랐다. 지상파 드라마가 티빙 이름을 달고 일본과 중동 시장에 나간다.

국내 방송사는 그동안 배급사를 통해 해외 플랫폼에 작품 단위로 판권을 팔아 왔다. KT스튜디오지니 작품의 샤히드 공급도 이 방식이었다. 브랜드관은 판매 단위를 작품에서 묶음으로 바꾼다. 해외 플랫폼은 큐레이션된 작품 묶음과 한국 동시 공개 일정을 계약 한 건으로 확보하고, 공급자는 플랫폼 안에 자기 이름을 건 공간을 얻는다. 해외 플랫폼이 한국 드라마를 이런 묶음 단위로 들여오면, 단독 협상력이 약한 방송사 작품은 티빙 같은 묶음 사업자를 거쳐야 진열될 가능성이 커진다.

방송사의 국내 사정은 해외 판매 의존을 키우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and Media Commission) '방송산업 실태조사'에서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은 2022년 1조2091억원에서 2023년 9273억원, 2024년 8357억원(6억2100만 달러)으로 2년 새 30.9% 줄었다고 기자협회보(Journalists Association of Korea)가 1월 2일 전했다. 2024년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서는 전체 광고비 17조1263억원 가운데 온라인이 10조1011억원으로 59%를 차지했다. 해외 판매 비중이 커질수록 자사 이름으로 팔지, 묶음 사업자의 진열대에 들어갈지가 방송사 판권 전략의 과제가 된다.

MBC4 독점 편성 조항에는 다른 판매 방식이 담겨 있다. 중동에서는 무료 TV 방송이 여전히 판매 창구로 작동한다. MBC그룹의 2025년 상반기 TV 매출은 8억6340만 리얄로 13.3% 늘었다. 스트리밍 전용관과 방송 독점 창구를 한 계약에 묶은 구조는 한국 방송사가 같은 시장에서 스트리밍 권리와 방송 권리를 나눠 값을 매길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동시 공개 조건은 제작 일정에도 부담을 준다. 방영 당일 아랍어 자막을 붙이려면 대본 확정과 번역 작업이 방영보다 앞서 돌아가야 한다.

브랜드관 개설일 미정… 2030년 구독 5000만 건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진열 경쟁

계약의 실제 규모는 브랜드관 개설일과 MBC4 편성표가 나와야 드러난다. 신작 13편 가운데 '은밀한 감사', '판사 이한영', '최애의 사원'은 이미 한국에서 방영됐다. 브랜드관이 늦게 열릴수록 '한국 동시 공개' 조건이 실제로 적용되는 작품 수는 줄어든다.

MBC그룹 쪽 관문은 샤히드의 첫 연간 흑자다. 스니즈비 CEO는 아르감 인터뷰에서 단기 이익률 확대보다 프리미엄 아랍어 콘텐츠, B2B 제휴, 해외 확장에 재투자할 여지를 두겠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전용관은 이 가운데 제휴 투자에 해당한다. 광고 시장이 위축된 동안 샤히드는 구독 매출에 더 기대야 하고, 한국과 같은 주에 공개되는 신작은 해지를 막는 상품으로 쓰인다.

CJ ENM 쪽 관문은 해외 판매의 안정성과 라인업 규모다. 창구가 네 곳으로 늘면서 판매 시점이 분산됐지만, 3분기에는 해외 판매 감소가 이미 예고됐다. 하반기 웨이브 합병 논의가 진전되면 해외 브랜드관에 올릴 작품 목록이 커진다. 양사가 밝힌 원천 IP 공동 개발이 실제 작품으로 이어지면, CJ ENM과 MBC그룹의 관계는 판권 공급에서 공동제작 단계로 넘어간다.

중동 시장의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 세 경로로 들어간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거나 사들인 작품, 샤히드 안 티빙 브랜드관, 배급사를 거친 개별 판매다. 구독이 5000만 건 가까이로 늘어나는 동안 한국 동시 공개 신작은 넷플릭스와 샤히드 모두 확보하려는 상품이다. 미국에서 입점형 유통이 전문 서비스 가입의 주된 경로가 된 흐름이 아시아와 중동으로 옮겨 가면서, 한국 사업자에게는 판권 가격과 함께 어느 플랫폼에 어떤 이름으로 진열될지가 협상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