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없는 초대형 메가딜: 넷플릭스-WBD 거래가 연 뉴스 자본 권력 이동의 서막

  • 할리우드 역대 최대 거래에서 빠진 CNN, 디스커버리 글로벌(Discovery Global)로 분사 예정
  • 파라마운트(Paramount) 인수 무산으로 편집 독립성 우려 일단락...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
  • 미국 광고 시장 구조적 위축 속 로이터(Reuters), WSJ, 세마포(Semafor) 등 중동 진출 가속화
  • 중동·아시아 자본, 서구 언론 자유가 만든 '브랜드 가치' 노려... 영국은 규제 강화, 미국은 느슨

넷플릭스-WBD 메가 거래, CNN은 제외

넷플릭스(Netflix)가 약 827억 달러(약 115조 원)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 인수에 합의하면서 할리우드 역대 최대 규모의 메가딜이 성사됐지만, CNN은 거래 대상에서 빠졌다.

CNN은 TNT, TBS,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 HGTV, 푸드네트워크(Food Network) 등 케이블 채널과 함께 ‘디스커버리 글로벌(Discovery Global)’이라는 별도 상장사로 분사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CNN이 초대형 거래에서 소외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파라마운트(Paramount) 인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점에서 편집 독립성에는 안도감도 나온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뉴스 부문 인수를 통째로 제외하면서 CNN은 쇠퇴하는 케이블TV 사업 안에 남겨진 ‘고비용 뉴스 조직’이라는 구조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미국 뉴스룸들은 중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TV·디지털 광고 시장이 구조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로이터(Reuters), 월스트리트저널(WSJ), 세마포(Semafor) 등 주요 미국 뉴스룸은 지역 이벤트·스폰서십·디지털 확장을 통해 중동 자본과 독자를 적극 모으고 있다.

중동·아시아 자본도 서구 언론 자유가 만든 뉴스 브랜드의 신뢰와 상징성을 겨냥해 지분 투자와 인수를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영국은 자국 뉴스 산업 보호에 나섰다. 영국은 외국 국부펀드의 신문사 지분을 15% 수준으로 묶는 규제를 도입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CNN의 향후 매각 가능성과 함께 미국 뉴스 산업 전체의 자본 지형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CNN 내부, 안도와 불안 사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크 톰슨(Mark Thompson) CNN 회장 겸 CEO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발표된 금요일 내부 메모를 통해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메모에서 마크 톰슨은 “"오늘 뉴스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많은 분들이 물어왔다”며 “답은 이렇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ition)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CNN의 위대한 미래를 확보하는 전략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넷플릭스에 매각되는 대신, 뉴스 독립 조직으로 남아 자체 혁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톰슨 회장은 CNN의 2026년 예산이 이미 증액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 전 이미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 WBD CEO와 비덴펠스 CFO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디스커버리 글로벌의 새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TV, 스트리밍, 디지털 등 모든 플랫폼에서 최고의 저널리즘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고 덧붙였다.

마크 톰슨의 언급 이후 CNN 직원들 사이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말 자슬라브 CEO가 WBD를 매물로 내놓은 이후, 누가 CNN을 인수하게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특히 파라마운트(Paramount)의 공격적인 인수 시도는 CNN 내부에 상당한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파라마운트(Paramount) 인수 시나리오가 불러온 우려

CNN 직원들이 특히 경계했던 것은 파라마운트로의 인수다. 파라마운트를 가진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CEO는 이번 입찰에도 참여하면서 실제, WBD 인수에 적극 나섰다.

특히, 넷플릭스가 WBD의 엔터테인먼트 및 스트리밍 부문에만 관심을 보인 반면, 엘리슨은 CNN을 포함한 WBD 전체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다시피 파라마운트는 CBS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파라마운트가 인수에 성공했다면, 파라마운트 산하 CBS 뉴스(CBS News)와 CNN의 통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파라마운트가 최근 CBS 뉴스에 단행한 변화다. 엘리슨은 논쟁적인 오피니언 저널리스트 배리 와이스(Bari Weiss)를 CBS 뉴스의 편집장(Editor in Chief)으로 임명했다. 와이스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오피니언 편집자 출신으로, 진보 매체 내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대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일부 CNN 직원들은 파라마운트 인수가 성사될 경우 CNN의 이념적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CBS 뉴스와 CNN이 와이스의 편집 방향 아래 통합된다면, 현재의 CNN과는 상당히 다른 뉴스 채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민감한 지점은 엘리슨(Ellison) 가문과 트럼프(Trump) 대통령의 관계다. 데이비드 엘리슨과 그의 부친인 오라클(Oracle) 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서 엘리슨 부자를 치켜세웠다.

엘리슨 가문은 보유한 미디어 자산을 활용해 트럼프의 정치적·사업적 이해를 뒷받침하는 데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최근에는 파라마운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러시아워(Rush Hour)’ 시리즈 신작의 배급권 확보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CNN 내부에서 파라마운트 인수 가능성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이번 딜에서 넷플릭스가 승자가 되면서, CNN은 일단 노골적인 정치 논란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도 CNN에게는 최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CNN을 인수했다면 더 나았을까? 업계 뉴스 전문가들은 이 역시 CNN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넷플릭스는 현재 19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하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이런 광범위한 글로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때때로 현지 국가의 검열 요구에 순응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요청으로 삭제된 하산 민하지(Hasan Minhaj)의 토크쇼 에피소드다. 해당 에피소드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또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현지 법규에 따라 특정 영화와 콘텐츠를 차단해 왔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2019년 뉴욕타임스 딜북(DealBook) 컨퍼런스에서 민하지 에피소드 삭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헤이스팅스 회장은“우리는 뉴스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아니다. ‘권력에 진실(truth to power)을 말하는’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하려는 회사”라고 말하며, 사우디 정부 요청에 따른 에피소드 삭제를 두둔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저널리즘의 근본적 사명과 정면으로 충돌할수 밖에 없다. 뉴스 조직의 존재 이유가 바로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가정이지만 만약 넷플릭스가 CNN을 인수했을 경우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CNN 기자들은 사우디 왕세자나 인도의 디지털 감시 문제를 취재하려 할 때, 모회사인 넷플릭스가 바로 그 국가들에서 진출을 협상하고 있다면 취재의 독립성과 깊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CNN이 넷플릭스 거래에서 제외된 것은 역설적으로 편집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

https://x.com/brianstelter/status/1997105531383677003

디스커버리 글로벌(Discovery Global)의 구조적 한계

그러나 넷플릭스로의 인수를 피한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뉴스 역시, 스트리밍으로의 전환, AI확산, 구독 및 커머스 등 부가 수익 확대 등 최근 미디어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뉴스룸을 유지하기 위해선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다.

때문에 CNN은 넷플릭스 인수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구조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2026년 CNN이 속한 WBD에서 분사되는 디스커버리 글로벌은 쇠퇴하는 케이블 TV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된다. 하지만, 코드커팅(cord-cutting, 유료방송 해지)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케이블 네트워크들의 시청자와 광고 수익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 케이블TV의 광고 매출(업프론트 광고 청약 기준)은 매년 줄어 2025년에는 87억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 매출은 132억 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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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CNN은 디스커버리 글로벌 내에서 고비용 자산으로 남게 된다. 24시간 뉴스 채널을 운영하려면 전 세계에 취재 인력과 지국을 유지해야 하고, 이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쇠퇴하는 케이블 사업 안에서 이런 비용 구조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CNN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공영이나 독립 뉴스 방송이 아니다. 넷플릭스 시대,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민영 뉴스 방송 조직’은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비용을 줄이며 편집권을 지키는 방법이 있지만,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뉴스가 유통되는 ‘소셜 비디오 시대’에는 적절한 투자가 없다면 포맷 혁신은 물론이고 ‘커버리지’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분사 후에는 WBD의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Max)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콘텐츠 자산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톰슨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의 성공 여부가 CNN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미 CNN+라는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22년 WBD 합병 직후 CNN+는 출시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새로운 디지털 전략이 어떤 형태가 될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게다가 CNN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공영이나 독립 뉴스 방송이 아니다. 넷플릭스 시대, 공적 자금에 기대지 않는 ‘민영 뉴스 방송 조직’이 홀로 살아남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비용을 줄이면서 편집권을 지키는 길도 있지만, 유튜브와 틱톡 등으로 뉴스가 소비되는 ‘소셜 비디오 시대’에는 과감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포맷 혁신은 물론 기본적인 커버리지 유지조차 쉽지 않다.

물론 CNN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패한 유료 구독 스트리밍 ‘CNN+’ 이후에도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2025년에는 기사·디지털 구독에 스트리밍 라이브와 온디맨드 영상, 오리지널 콘텐츠를 묶은 유료 번들 서비스 ‘CNN ALL ACCESS’를 내놓으며 직접 유료 구독자 기반을 다시 구축하려 하고 있다.

CNN ALL ACCESS(월 구독 6.99달러)는 기사 구독 + 라이브/온디맨드 영상 + CNN 오리지널을 하나로 묶은 유료 번들형 스트리밍(디지털) 구독 상품이다.

웹·모바일·커넥티드TV 앱에서 하나의 계정으로 이용하는 직접구독(DTC) 뉴스 번들로 CNN Stream, CNN Headlines, CNN International, CNN Originals 등 여러 라이브 채널 스트리밍​과 CNN Original Series·CNN Films 라이브러리(1,000시간 이상)와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다음날 VOD형태로 제공​된다.

https://www.cnn.com/2025/10/28/media/cnn-all-access-subscriptions-service

그러나 디스커버리 글로벌 분사가 완료되면 WBD의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Max)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방대한 콘텐츠 자산에는 더 이상 기대기 어려워, 케이블 채널 수익 감소를 상쇄할 만한 시너지를 내기 힘든 구조다. KBS, MBC, JTBC, YTN 등 한국 방송 뉴스룸이 고전하는 이유도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톰슨 회장이 내건 ‘디지털 전환’ 전략이 CNN ALL ACCESS를 축으로 얼마나 빠르게 유료 관계를 확대하느냐에 CNN의 중장기 생존이 달린 셈이다.​

격동의 10년: CNN 소유권 변천사

CNN 직원들이 이번 결과에 안도하는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지난 10년간 CNN은 끊임없는 소유권 변동과 경영진 교체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CNN은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AT&T, 워너미디어, WBD를 거치며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또 다른 대규모 인수합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게 된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는 일종의 안정으로 느껴질 수 있다.

  • 2016년: 타임워너(Time Warner)가 AT&T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 당시 AT&T 인수가는 약 850억 달러였다.
  • 2018년: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의 반독점 소송을 이기고 AT&T-타임워너 합병 완료. AT&T는 미디어 자산을 '워너미디어(WarnerMedia)'로 리브랜딩했으며, 제프 주커(Jeff Zucker)가 CNN 사장직을 유지했다.
  • 2022년 초: 제프 주커 CNN 사장이 사내 연애 관계 미공개를 이유로 사임. 주커는 CNN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으며,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조직에 큰 충격을 줬다.
  • 2022년 4월: AT&T가 워너미디어를 분사하고 디스커버리(Discovery)와 약 43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단행. 이로써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가 탄생했으며, 데이비드 재슬라브(David Zaslav)가 CEO로 취임했다.
  • 2022~2023년: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가 CNN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불과 13개월 만에 논란 속에 물러났다. 리히트의 재임 기간 동안 CNN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타운홀(town hall) 생방송 등 여러 논쟁적 결정으로 내외부적 비판에 시달렸다.
  • 2023년 8월: 전 뉴욕타임스 CEO 마크 톰슨(Mark Thompson)이 CNN 월드와이드(CNN Worldwide) 회장 겸 CEO로 임명됐다. 톰슨은 BBC 사장을 역임한 영국 출신의 베테랑 미디어 경영인으로, CNN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 2025년 10월: 재슬라브 CEO가 WBD를 매물로 내놓았고,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 2025년 12월: 넷플릭스가 WBD 인수 합의를 발표했으나 CNN은 제외됐다.

파라마운트의 재등장 가능성

CNN이 당장의 불확실성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파라마운트의 움직임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CEO는 WBD 전체를 인수하고 싶어 했으나 넷플릭스에 밀렸다. 그러나 디스커버리 글로벌이 별도 회사로 분사되면, 파라마운트가 CNN만 따로 인수하는 것이 훨씬 간단해진다.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가 파라마운트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첫째, 가격 측면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 CNN에 관심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CNN의 가치 평가가 낮아졌을 수 있다. 마치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가격이 조정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엘리슨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CNN을 인수할 기회가 열린 셈이다.

둘째, 규제 측면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CNN을 인수했다면 의회 청문회와 해외 규제 당국의 우려가 쏟아졌을 것이다. 이미 특히, 유럽, 한국 등 해외 규제 당국들이 넷플릭스-CNN 결합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파라마운트의 CNN 인수는 미국 내 뉴스 미디어의 결합이므로 규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케이블tTV 시장이 쇠퇴하면서 FCC(연방통신위원회,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도 이런 합병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인 CBS와는 달리 CNN은 커뮤니케이션법 규제 대상도 아니다.

셋째, 전략적 시너지다. CBS 뉴스와 CNN이 합병하면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뉴스 조직 중 하나가 탄생한다. CBS의 지상파 방송 뉴스 역량과 CNN의 24시간 케이블 뉴스 및 글로벌 취재망이 결합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앞서 언급한 편집 독립성 우려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엘리슨 가문의 정치적 성향과 배리 와이스의 편집 방향이 CNN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CNN 직원들에게 여전히 큰 관심사다. 결국 CNN 종사자 입장에선 ‘넷플릭스’냐 ‘엘리슨’이냐는 선택일 수 있다.

넷플릭스-WBD 거래가 발표됐지만, 최종 완료까지는 긴 규제 승인 과정이 남아 있다. 이번 거래는 미국 역사상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중 하나다. 미 법무부의 반독점 심사, FCC의 미디어 소유권 심사, 그리고 EU를 비롯한 해외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이미 상당한 상황에서, HBO맥스(HBO Max)까지 품에 안으면 시장 집중도가 과도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어떤 조건을 붙일지, 혹은 거래 자체를 막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규제 승인 과정이 1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그 사이 디스커버리 글로벌의 분사가 먼저 진행될 예정이다. 2026년 여름 분사가 완료되면, CNN을 포함한 케이블TV 자산(디스커버리 글로벌)들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CNN, 중동으로 눈 돌리다: 카타르 도하에 새 프로그램 거점 구축

이러한 복잡한 미국 내 미디어 지형에서 도전 CNN은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CNN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시장은 중동이다.

CNN은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 'CNN 크리에이터스(CNN Creators)'를 카타르(Qatar) 도하(Doha)에 거점을 두고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네이티브 저널리스트들이 AI, 기술, 예술, 문화, 스포츠, 사회 트렌드 등을 다루는 멀티플랫폼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메아라 에르도자인(Meara Erdozain) CNN 국제 프로그래밍 수석 부사장은 보도자료에서 "카타르는 최근 몇 년간 문화, 비즈니스, 스포츠 허브로서 중요성이 커졌다"며 "도하 공항은 전 세계 약 170개 목적지로 연결되는 세계에서 가장 연결성이 좋은 공항 중 하나로, 취재를 위한 훌륭한 출발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자인 부사장은 카타르와의 파트너십이 시설 및 테크놀로지 지원에 국한되며 "편집 제작이나 결과물에 대한 타협은 전혀 없다. 완전히 독립적이며 항상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스 미디어 산업, 중동 시장과 자본으로 대거 이동

사실, 미국 뉴스 미디어의 중동 진출은 CNN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미국 뉴스 미디어 산업이 광고 시장 침체와 구조적 변화를 겪으면서, 주요 매체들이 중동의 자본과 신규 독자층을 겨냥해 거점과 비즈니스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CNN의 중동 진출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 광고 의존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더 큰 흐름의 일부로 읽힌다.​

로이터는 대표 리더십 서밋인 ‘로이터 넥스트’를 2025년 10월 아부다비에서 개최하는 ‘로이터 넥스트 걸프’로 확장하며, 아랍어 웹사이트와 구독 비즈니스를 포함한 중동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걸프 지역 독자와 광고주를 겨냥한 아랍어 디지털 플랫폼을 출범시키며, 현지 기업·정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청형 기술 콘퍼런스 ‘WSJ 테크 라이브’를 카타르 도하로 확대해 2025년 첫 중동 행사를 열고, 카타르 정부 및 국영 기업을 포함한 스폰서십과 다년 협약을 통해 현지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 행사는 수백 명의 글로벌 C레벨, 투자자, 스타트업을 모으는 프리미엄 이벤트로, 카타르의 테크·투자 허브 전략과 맞물려 미디어–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힌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작동한다.​

WSJ 테크 라이브 카타르는 스포츠·게임·미디어부터 핀테크·우주·디펜스 테크까지 아우르는 테크·투자·문화 올인원 콘퍼런스로, 글로벌 C레벨 인사와 창업자, 크리에이터가 함께 모이는 ‘월스트리트저널식 테크 다보스’에 가깝다. 아래는 한국어 기사 스타일로 정리한 라인업 및 핵심 주제 개요다.

디지털 네이티브 매체 세마포(Semfor)는 ‘세마포 걸프’를 론칭하며,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 G42, 무바달라, 인베스트 카타르 등을 초기 파트너로 끌어들여 중동 특화 콘텐츠와 이벤트 비즈니스를 병행하고 있다. 사우디, UAE, 카타르를 축으로 한 걸프 지역을 별도 버티컬로 묶어 고급 금융·정책·비즈니스 독자를 공략하며, 뉴스레터·행사·브랜드 협업을 결합한 수익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구조적 광고 위축과 중동의 부상

이 같은 이동의 배경에는 구글과 메타 등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통 뉴스 매체의 광고 수익이 장기적으로 잠식된 구조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40세 이하 젊은 층은 소셜 비디오 시장에 더욱 익숙하다. 미국 내 구독·광고 모델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디어 기업들은 자본력이 크고 정부·국부펀드·대형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스폰서십에 나서는 걸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동(Middle East)은 대형 국제 행사와 투자 포럼, 테크 콘퍼런스가 연중 이어지는 ‘이벤트 허브’로 부상하며 글로벌 뉴스·비즈니스 매체에 새로운 광고·스폰서·파트너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뉴스 미디어의 중동행은 단기 이벤트 유치에 그치지 않고, 현지 사무소·아랍어 서비스·장기 계약을 포함한 구조적 재배치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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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자본, 미국 뉴스 미디어에 깊숙이 침투

미국과 유럽 뉴스 조직들은 광고나 스폰서십을 통한 외국 자본 유입을 넘어, 중동으로부터의 직접 투자에도 문을 열고 있다. 2018년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 이후 글로벌 뉴스 기업들은 한동안 중동 지역 투자를 주저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과 유럽 언론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외의 걸프 국가들(특히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광고 수주와 행사 개최 등 상업적 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말 카쇼기 사건은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던 사우디 출신 언론인이 2018년 10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부 요원들에 의해 그 건물 안에서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카쇼기는 결혼 관련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영사관에 들어갔으나 다시 나오지 못했고, 이후 튀르키예 당국과 국제 조사에서 사전에 파견된 사우디 요원들이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버라이어티(Variety)를 보유한 펜스키 미디어 코퍼레이션(Penske Media Corporation)은 이벤트 및 할리우드 뉴스 전문 회사다. 이 회사는  2018년 카쇼기(Khashoggi) 살해 사건 이전 사우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사우디 리서치 앤 마케팅 그룹(Saudi Research and Marketing Group)으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보수 성향 케이블TV 뉴스 채널 뉴스맥스(Newsmax)는 2019년과 2020년에 카타르 왕실로부터 약 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레드버드 IMI(RedBird IMI)는 투자회사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RedBird Capital Partners)와 아부다비의 인터내셔널 미디어 인베스트먼츠(International Media Investments, IMI)의 합작 투자사다.

이 회사는 스포츠 비즈니스 뉴스 매체인 프런트 오피스 스포츠(Front Office Sports)를 포함한 여러 미디어 사업에 투자했다. 단명한 미국 디지털 매체 더 메신저(The Messenger)도 IMI를 소수 지분 투자자로 두었다. 더 메신저는 역시 IMI가 자금을 지원한 또 다른 단명 디지털 매체 그리드(Grid)를 인수한 바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와 바이스(Vice)도 중동 지역 기업들과 상업적 파트너십을 2023년 체결했다.


아시아 자본도 서구 뉴스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

아시아 자본 역시 미국·유럽의 유력 뉴스 브랜드 인수에 적극 나서며, ‘서구식 언론 자유’가 만들어낸 브랜드 가치를 자본과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거래들은 서구 뉴스 브랜드의 신뢰도와 상징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 포춘(Fortune)은 2018년 태국 사업가 차차발 지아라바논(Chatchaval Jiaravanon)에게 약 1억 5,000만 달러에 인수되며, 아시아 개인 자본이 미국 경제지 브랜드를 통째로 사들이는 대표 사례가 됐다.​
  •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2015년 일본 미디어 그룹 닛케이에 약 13억 달러에 매각되며, 일본 보수적 재벌 미디어와 영국 대표 글로벌 경제지의 결합으로 주목을 받았다.​
  • 포브스(Forbes)는 2014년 홍콩 기반 투자사 인티그레이티드 웨일 미디어에 넘어가면서, ‘리치 리스트’로 상징되는 글로벌 부·비즈니스 브랜드가 아시아 투자 자본 아래로 편입됐다.​

아시아 투자자와 미디어 그룹은 서구 언론사의 브랜드 신뢰도, 편집 독립성, 글로벌 엘리트 독자층을 결합해 금융·컨퍼런스·데이터 서비스 등 부가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동시에 새 소유 구조가 편집 독립성과 언론 자유 원칙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브랜드 가치’의 핵심 요소가 훼손되지 않을지에 대한 시장·업계의 경계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국 자본과 편집 독립성의 구조적 긴장

뉴스 산업에서 상업적 거래나 자금 조달 노력이 편집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원칙은 점점 더 현실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동 정부는 자국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해외 뉴스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2023년, 바이스(VICE) 가 사우디 정부가 후원하는 MBC 그룹과의 협력 과정에서 “사우디 정부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기사들을 반복적으로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외국 정부의 상업적 영향력이 직접적인 편집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반면 CNN의 에르도자인 부사장은 카타르 측과의 파트너십이 “시설과 기술 지원에 국한되며, 편집 제작이나 결과물에 대한 타협은 전혀 없다. 완전히 독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디어 분석가들은 이러한 원칙이 경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최근 흐름은 글로벌 뉴스 산업의 수익 구조 변화와 언론 독립성 간의 균형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콘텐츠 제작의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국제적 협력과 수익 다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오늘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뉴스 조직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편집권 독립을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는 점에서, 뉴스룸의 민영 방송·민간 자본 유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투자했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소유 구조와 견제 장치를 통해 자본과 편집 사이에 방화벽을 세우느냐가 진짜 문제다. 한국도 이런 글로벌 뉴스 비즈니스 지형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느슨한 규제 vs 영국의 엄격한 규제

그렇지만, 뉴스 미디어에 대한 외국 자본 소유는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 의해 국내 여론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 자본의 뉴스 미디어 유입에 대한 규제는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미국은 외국 정부나 국부펀드 자금이 유입된 뉴스 조직에 대해 ‘외국 대리인(FARA) 등록’ 제도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뉴스 기업을 강하게 규제하거나 등록을 일관되게 강제해 온 역사는 거의 없다.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 산하의 미국 디지털 채널 AJ+에 대해 법무부가 2020년 외국 대리인 등록을 요구했음에도, 이후 집행이 지연되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공방만 이어지는 상황은, 외국 국부펀드나 국영 미디어 자본이 미국 뉴스 생태계에 들어올 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국 자본이 뉴스 기업에 지분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의결권 구조나 지분율을 조정해 ‘외국 지배’ 기준 아래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규제 레이더를 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편집 독립성 논쟁이 벌어지기 전에, 자본 구조가 이미 글로벌 국부펀드와 국영기업 자금에 열려 있는 상태에서 ‘사후적 투명성’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영국은 외국, 특히 국가가 연계된 자본의 신문 소유에 훨씬 엄격한 접근을 취해 왔다. 레드버드 IMI가 텔레그래프와 스펙테이터 인수를 추진했다가, 보수당 정부가 사실상 영국 신문에 대한 외국 국가 자본 투자를 막는 법을 도입하면서 수개월 규제 심사 끝에 입찰을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5년 영국 정부가 외국 국가(foreign state-owned investors)가 영국 내 신문의 최대 15%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경영권 수준의 지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투자 여지는 열되, 여론 형성의 키는 내주지 않겠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물론 방송 규제는 더욱 강하다. 영국은 오랫동안 텔레비전·라디오 라이선스를 오프콤(Ofcom)이 강하게 쥐고 있고, 외국 정부나 정당과 직접 연결된 사업자가 ‘사실상 통제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면허 취소까지 동원해 제동을 걸어 왔다. 신문은 지분 15%까지 일부 국부펀드를 받게 하면서도, 방송은 공적 주파수와 즉각적 영향력을 고려해 여전히 더 엄격한 소유·편성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프콤 규정상 TV 채널은 외국 국가가 자본을 댄 법인에 의해 소유 될 수 있지만, 정당·정부 등 ‘정치적 기관’이 직접 통제하는 형태는 금지된다.​ 형식상 독립 법인 구조와 편집 책임 체계를 갖추고, 공정성·균형성 규정을 지키면 라이선스는 가능하나, 실질 지배가 정치권에 있다고 판단되면 ‘fit and proper’ 요건에서 탈락한다.​ 중국 국영 CGTN은 중국 공산당이 궁극적 통제권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면서, 오프콤이 “정치적 기관에 의해 통제되는 방송사”로 보고 2021년에 영국 내 방송 라이선스를 취소했다.

미국에서도 외국 자본의 미디어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사가 외국 후원 프로그램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FCC의 개정 외국 후원 표기 규정은 2025년 6월 10일부터 발효됐다. 다만 FCC는 개정 규정의 준수 기한을 2025년 12월 8일까지로 연기해, 방송 사업자들에게 추가로 6개월의 이행 기간을 부여했다.

개정 규정은  방송 사업자가 외국 후원 표기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라디오·TV 방송의 편성 시간을 임대하는 외국 정부 기관이 있을 경우 그 신원을 공지하도록 요구한다. 방송사는 ‘인증서 방식’과 ‘스크린샷 방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후원 주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관련 인증서나 스크린샷을 허가 기간 또는 1년 중 더 긴 기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FCC가 이 같은 ‘두 가지 선택지’ 방식을 도입한 것은, 이전에 프로그램 임차인이 외국 정부 기관인지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의무화했던 규정이 연방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 자본이 미국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규제 당국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방송에만 적용되며, 디지털 매체나 인쇄 매체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결국 미국식 ‘사후 투명성·완만한 규제’와 영국식 ‘지분 상한·사전 견제’는 외국 자본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를 넘어, ‘누가 여론 인프라의 안전판을 쥐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상반된 철학을 보여준다.

각국은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외국 자본을 폭넓게 수용할 것인지, 여론 주권을 앞세워 높은 장벽과 촘촘한 견제 장치를 두고 성장 속도를 희생할 것인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다만 공영 체계만으로 뉴스 생태계를 지탱하기에는 광고 시장 위축과 플랫폼 쏠림으로 인한 재정 불안이 너무 커졌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민영·혼합 구조와 외부 자본 유입을 전제로 한 ‘다중 안전장치 모델’을 고민하는 흐름이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뉴스 채널을 둘러싼 논의를, 민영화를 단순 찬반으로 갈라치는 대신 ‘어떤 소유 구조와 규제·투명성 장치를 전제로 한 부분 민영·다각 재원 모델이 현실적으로 언론 독립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한가’라는 방향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론: CNN의 운명과 글로벌 뉴스 자본의 ‘권력 이동’

넷플릭스-WBD 초대형 거래에서 CNN이 제외된 사건은 단순히 한 미디어 그룹의 매각이 아니다. 이는 미국 뉴스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전환과, 글로벌 자본이 여론 인프라를 재편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분기점이다.


CNN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파라마운트 인수 시나리오를 피하며 일단 편집 독립성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쇠퇴하는 케이블TV 사업 안에 갇힌 고비용 조직이라는 구조적 난제를 떠안게 됐다. 2026년 예산 증액과 디지털 전환 전략은 긍정적 조짐이지만, 스트리밍·AI·구독형 모델로 빠르게 옮겨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가파른 언덕이 남아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거래는 서구 뉴스 생태계의 ‘자본 지형 대이동’을 보여준다. 로이터, WSJ, 세마포 등 미국 주요 뉴스룸이 중동으로 확장하고, 카타르·UAE·사우디 국부펀드가 서구 언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제휴하는 현실은 뉴스 산업이 더 이상 국가 경계를 중심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중동 자본은 서구 언론 자유가 만들어낸 브랜드 신뢰도를 전략적으로 흡수하고, 아시아 자본은 포춘·FT·포브스를 통해 ‘편집 독립성+브랜드 자산’ 결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로써 언론의 중심축이 서구 공영 체제에서 ‘하이브리드 민영·글로벌 국부펀드 체제’로 이동하는 조용한 재편이 진행 중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새로운 지형에서 ‘편집 독립’이 유지될 수 있는가다. 바이스와 사우디 파트너십에서 드러난 사례처럼, 상업 협력과 정치적 영향력의 경계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다. 미국의 느슨한 사후 규제는 자본 유입을 가속하지만, 동시에 언론 신뢰성을 내면에서 갉아먹을 위험을 키운다. 반대로 영국은 “투자는 열되 여론의 키는 내주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지분 상한과 사전 심사를 강화하며 여론주권을 방어하고 있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네 가지다.

  1. 넷플릭스-WBD 거래의 반독점(antitrust) 승인 여부 및 조건.
  2. 디스커버리 글로벌(Discovery) 분사 이후 CNN의 재매각 가능성.
  3. 파라마운트, 중동 국부펀드, 아시아 자본 중 어느 쪽이 차기 인수전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
  4. 디지털 전환과 구독 모델 중심의 ‘민영 뉴스 생존 실험’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결국 이번 CNN 사태는 “누가 여론의 인프라를 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전 세계 뉴스 산업에 던지고 있다. 자본의 글로벌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언론의 독립은 이제 국가가 아닌 기업과 투자 구조의 설계에서 시험받는다.
이와 함께 CNN이 디지털 구독 ‘ALL ACCESS’ 전략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세울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한 방송사의 생존 그 이상 — 전통 저널리즘이 자본의 파도 속에서도 스스로를 재정의할 수 있다는 최후의 증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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