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략, 콘텐츠 수출에서 파트너 국가와의 공진화로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지디넷코리아 칼럼서 K-컬처·K-브랜드·K-테크 '공진화 전략' 제시…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일본·중앙아시아로 협력 제안 이어져

한류 전략, 콘텐츠 수출에서 파트너 국가와의 공진화로

한줄요약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가 지디넷코리아 칼럼에서 K-컬처·K-브랜드·K-테크가 파트너 국가와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 전략'을 제시했다. 칼럼 이후 그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일본·중앙아시아에서 공동 제작·공동 플랫폼 협력을 제안했다. 정부도 K-컬처를 관광·푸드·뷰티까지 넓혀 2030년 수출 목표를 1100억 달러로 다시 잡았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과 국회의장 문화·방송·정보통신 자문관을 맡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고삼석(Samseog Ko)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가 한류 전략의 중심을 콘텐츠 수출에서 '공진화(Coevolution)'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 2월 23일자 칼럼 「왜 '공진화'인가…콘텐츠 수출 넘어 생태계 조성으로」에서 K-컬처, K-브랜드(K-Brand), K-테크(K-Tech)가 서로 연결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내놨다.

그가 말하는 공진화는 한국만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다. 칼럼은 공진화를 "한국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K-컬처와 브랜드를 사랑하는 해외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델"로 규정했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사회적 가치와 포용성을 추구한다는 점도 앞세웠다.

이 제안을 받치는 수치는 칼럼 이후 정부 통계에서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는 2025년 콘텐츠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149억 달러(약 19조 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6월 2일 밝혔다. 같은 해 방한 외래관광객은 1894만 명, 관광 수출액은 272억 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 문체부는 K-컬처의 범위를 관광·K-푸드·K-뷰티·K-패션까지 넓히고 2030년 K-컬처 수출 목표를 35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높였다.

고 교수는 칼럼 이후 이 구상을 해외 현장으로 가져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말레이시아·미국 3각 협력을,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방한 연수에서는 한·싱 엔터테크 얼라이언스를, 일본에서는 한일 엔터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트랙을 제안했다. 9월에는 중앙아시아와의 공동 IP 개발을 주문했다.

K-콘텐츠 수출과 K-컬처 수출 목표. 2030 목표는 관광·K-푸드·K-뷰티·K-패션을 포함한 수치다. 자료=문화체육관광부, MTN
K-콘텐츠 수출과 K-컬처 수출 목표. 2030 목표는 관광·K-푸드·K-뷰티·K-패션을 포함한 수치다. 자료=문화체육관광부, MTN

K-컬처는 '라이프스타일 공공재'로… 콘텐츠 수출 149억 달러, 관광 수출 272억 달러

칼럼의 첫 축은 K-컬처를 문화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공공재'로 넓히는 일이다. 고 교수는 글로벌 팬들이 콘텐츠 소비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음식과 패션, 여행 같은 일상 경험을 함께 누리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K-컬처는 "폐쇄적 문화 산업이 아니라 개방적 플랫폼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썼다. 다른 나라 창작자가 함께 만들고, 청년과 소수자, 신흥국의 참여를 넓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K-컬처 재정의는 같은 방향으로 갔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국민주권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 K-컬처 시장 규모 목표를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올렸다고 MTN이 6월 8일 전했다. 외국인 방한 관광, K-푸드, K-뷰티, K-패션을 K-컬처에 포함한 결과다. 2025년 관광 수출 272억 달러(약 36조 4000억원)는 콘텐츠 수출 149억 달러의 1.8배다.

K-브랜드는 공정 소비, K-테크는 디지털 포용… "문화 불평등 심화 경계"

두 번째 축은 K-브랜드다. 고 교수는 K-푸드와 뷰티, 패션 브랜드의 성장이 친환경 생산, 노동권 보호, 지역사회와의 상생 같은 사회적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K-푸드를 문화 교류의 매개로 꼽았다. 칼럼은 "음식은 정치적·종교적 갈등을 완화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진다"며 다양한 종교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가와 협력할 때 식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썼다.

세 번째 축인 K-테크에 대해서는 생성 AI의 혜택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몰리면 글로벌 '문화 불평등'이 깊어진다고 경고했다. 공공 플랫폼과 오픈 기술, 창작자 지원으로 청년과 지역, 중소 창작자가 글로벌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내건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상을 이 축과 연결했다. 21개 회원국은 2025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역사상 첫 AI 공동 비전인 'APEC AI 이니셔티브'를 채택했다.

시점장소·계기제안 내용
1월 26~28일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투자통상산업부(MITI) 차관 면담한국·말레이시아 기업이 미국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3각 협력, 의회 간 콘텐츠·AI 정책 라운드테이블
2월 23일지디넷코리아 칼럼K-컬처·K-브랜드·K-테크 공진화 전략, 신흥 지역과 공동 제작·공동 플랫폼·공동 팬덤
4월 21일서울 CKL 기업지원센터, 싱가포르 IMDA 'Korea Learning Trip 2026'한·싱 엔터테크 얼라이언스, 동남아·미국을 잇는 다자 협력
6월 12일일본 나가노현 노자와온천, 아스티다 이그젝큐티브 살롱 2026한일 정부 후원 아래 대기업·스타트업 상시 매칭하는 엔터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트랙
9월 14일지디넷코리아 칼럼중앙아시아와 창작 권한·IP를 나누는 공동 IP 개발

고삼석 교수의 2026년 공진화 협력 제안. 자료=지디넷코리아, K엔터테크허브

말레이시아 3각 협력·한싱 얼라이언스·한일 오픈이노베이션… 칼럼 이후 이어진 해외 제안

칼럼의 네 번째 축은 경쟁 중심 국가 모델을 넘어서는 협력과 연대다. 고 교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같은 신흥 지역과 공동 콘텐츠 제작, 인재 양성, 공동 플랫폼, 공동 팬덤을 추진하면 K-컬처가 일방적 문화 확산이 아니라 상호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전통적인 '문화 제국주의' 논란을 넘는 길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해외 현장의 제안은 이 틀 위에서 나왔다. 고 교수는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심쩌친(Sim Tze Tzin) 투자통상산업부 차관을 만나 양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3각 협력을 제안했고, 양측은 학계 협력 채널과 의회 간 정책 라운드테이블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디넷코리아가 1월 28일 보도했다. 4월 21일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연수단 워크숍에서는 한·싱 엔터테크 얼라이언스를 내놨다.

6월 12일 일본 나가노현 노자와온천에서 열린 '아스티다 이그젝큐티브 살롱(ASTEEDA Executive Salon) 2026'에서는 한일 협력으로 범위를 넓혔다. 고 교수는 한국이 팝·드라마·게임에, 일본이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에 강점이 있지만 두 나라 모두 글로벌 유통 플랫폼은 약하다고 짚었다. 그는 "양국 정부의 후원 아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시 매칭되는 한일 엔터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트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지디넷코리아가 6월 14일 전했다. 이 세션에는 다마츠카 겐이치(Genichi Tamatsuka) 롯데홀딩스 사장과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함께했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칼럼은 해외 콘텐츠 선진국과의 공진화 사례로 넷플릭스(Netflix)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들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25년 9월 3일 기준 2억 6600만 뷰를 기록해 영화와 시리즈를 통틀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됐다고 경향신문이 전했다. 한국 문화와 미국 제작 자본, 글로벌 플랫폼이 결합한 구조다.

서울 '글로벌 엔터테크 허브'와 지역 문화도시… "해외 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해야"

칼럼의 마지막 축은 도시와 지역이다. 고 교수는 서울이 문화와 기술, 창업과 시민 참여가 결합한 '글로벌 엔터테크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엿새 앞선 2월 17일자 칼럼에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이 대부분 미국과 중국 기업에 있어 데이터와 수익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역 단위로는 경기도와 인천, 광주 같은 문화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균형 발전과 지역 혁신을 함께 추진하자고 했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 이상으로 외국의 기업들이 한국으로, 지역으로 직접 들어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썼다. 공진화를 수출 방향이 아니라 투자와 협력이 양방향으로 흐르는 구조로 본 것이다.

공동 제작·공동 플랫폼이 다음 단계… 방송사는 IP 공유 구조가 과제

공진화 논의는 정책 무대로 옮겨 가고 있다. 고 교수는 8월 27일 조정식 국회의장의 문화·방송·정보통신 분야 자문관으로 위촉됐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도 맡고 있다. 정부의 K-컬처 수출 목표가 1100억 달러로 커지면서, 콘텐츠와 관광·소비재를 잇는 협력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가 정책 과제로 남았다.

한국 방송·미디어 산업에 이 논의는 제작과 권리 구조의 문제다. 칼럼이 말하는 공동 제작과 공동 플랫폼은 파트너 국가와 기획 단계부터 함께 만들고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다. 방송사가 해외 판권 판매 중심에서 공동 제작으로 옮겨 가려면 IP를 누가 갖고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계약 구조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 고 교수가 9월 중앙아시아 칼럼에서 창작 권한과 IP를 실질적으로 나누는 것을 협력의 조건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더빙과 현지화 기술도 공진화의 수단이 된다. 일본 세션에 참여한 이스트소프트의 AI 더빙 플랫폼 페르소(PERSO.ai)는 누적 가입자 46만 명 가운데 해외 비중이 90%이고 75개 이상 언어를 지원한다. 한국 콘텐츠를 여러 언어로 빠르게 옮기는 기술과 파트너 국가의 IP를 결합하는 협력이 K-테크 축의 구체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칼럼을 이렇게 맺었다. "콘텐츠 수출을 넘어 활력 넘치는 생태계 조성으로, 경쟁을 넘어 공진화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전략이 될 것이다."